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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전캐 후기를 써보자(ㅅㅍ)(매우 긴 글)

ㅇㅇ(14.36) 2021.08.06 00:50:04
조회 1427 추천 81 댓글 18


  사실 전캐는 7월초에 찍었는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랑 심연으로부터 읽느라 이제야 후기 쓴다ㅋㅋㅋ 그리고 후기는 극 따라간다고.. 하고있는 얘기가 워낙 많은 극이다보니까 나도 할 얘기가 점점 많아져서 쓰는 거 자체도 며칠이나 걸리더라....ㅎㅎ

  개인적으로 느꼈던 인물에 대한 생각, 전캐 후기, 작품 얘기, 실화, 책 등등 그냥 주절주절 쓴 후기야!! 또 이 극이 워낙에 사람마다 감상이 다르니 바발들 각자가 느낀 거랑 완전 딴판일 수도 있을 것 같다ㅋㅋ 매우 주관적!! 스포 있음!! 그리고 말 진짜 많음ㅋㅋㅋ






1. 오스카 와일드

  ·개인적으로 이 극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은, ‘오스카 와일드’라는 존재에게 똑같이 사랑을 받고 똑같이 그를 사랑한 두 사람(로스와 보시)의 결과가 너무나 다르다는 거. 분명 똑같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똑같은 사람을 사랑했는데, 한 명은 받은만큼 커다란 사랑을 다시 와일드에게 돌려줬고, 다른 한 명은 여전히 이기적인 사랑밖에는 하는 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끝이 나잖아. 대체 어떤 뿌리로 인해서 저렇게 다른 결과가 생겨났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더라고.

  그리고 결국에는 오스카 와일드가 이 두 사람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원천’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이 얘기는 너무 길어져서 뒤에 작품얘기하면서 더 자세하게 해야겠다ㅋㅋㅋㅋㅋ)



1) 부쵸 와일드

  가장 크게 느낀 건, 사랑의 그릇이 정말 넓은 와일드라는 거. 가지고 있는 사랑이 한없이 넓어서 그 안에 로스도 보시도 다 품어줄 수 있을 것만 같더라. 정말 태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인지 해바라기가 참 잘 어울리는 와일드였던 것 같음ㅋㅋㅋ 어쩜 그렇게 찰떡인지

  부쵸는 ‘사랑’이 정말 큰 키워드로 다가왔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내가 그를 위해 기꺼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확신이 정말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 ???: 정민이 형은 이런 게 있어요, “알지 내 뜻? 난 간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 건, 부쵸 와일드로 보는 날이면 보시가 당신의 눈을 부르는 순간이 더욱 빛나 보이더라ㅋㅋㅋ 와일드가 주는 사랑을 받을 그릇조차 없던 보시에게, 자신의 이 커다란 사랑을 어떻게든 알게 해주고 담아주려는 게 정말 많이 느껴지는 와일드여서 그랬던 것 같음. 당신의 눈이 유난히 와닿던 날에는 항상 보시 옆에 웃으면서(실은 울면서...) 손 흔드는 부쵸가 있더라



2) 성스카

  부쵸 와일드가 감옥에서 보시를 용서했던 이유가, ‘그건 어차피 너에게 사랑을 가르쳐주기 위한 나의 선택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얼마든지 당신을 용서할 수 있어.’ 이렇게 자신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보시의 아픔마저 품어주는 느낌이었다면, 성스카는 좀 더 ‘나’라는 사람의 영혼을 위해서 후회와 아픔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보시를 용서할 수 있게 된 느낌이 컸음. 이런 노선 때문인지 “썼어야만 했어, 보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이 대사가 참 많이 와닿더라. 자기애라면 자기애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고작 이런 일로 나라는 사람의 마음이 망가지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느껴지기도 했음.



3) 녹스카

  녹스카는 되게 커다랗고 견고한 나무같더라. 남들은 못 보는 더 멀리에 있는 걸 볼 줄 알고, 그렇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자기 길을 걸어가. 모든 면에서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았던 것 같음.

  녹스카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도 다 여기에서 왔던 것 같음. 안로스가 말한 우아하게 죽으러 간다는 게 나는 좀 어떤 느낌이었냐면ㅋㅋㅋ 저 사람이 죽을 길을 가고있어서 말리려고 막 달려왔어, 근데 막상 보니까 너무 담대하게 그 길을 가고 있는 거야. 뭐지 싶어서 어리둥절하게 그 사람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는 내가 보지 못하는 뭔가를 내다봤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이 길을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분. 그래서 그의 뜻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도저히 죽으러 가는 걸음을 붙잡지는 못하겠는 어떤한 아우라를 풍겨. 그게 녹스카의 우아함이고 부드러운 카리스마였던 것 같음.






2. 로스

  ·로스가 오스카 와일드를 어떻게 사랑했는지 보면, 그 사람을 갖고싶다는 자기 욕심보다도 사실은 와일드가 스스로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고 그가 행복한 게 가장 우선이었던 것 같음. “자기 욕구만 채우는 건 사랑이 아니라 이기적인 거죠.” 이 대사에 걸맞는 사랑을 했다고 생각해.

  로스는 항상 와일드에게 자신이 판단하기에 더 현실적인 길을 제시하고 함께 토론해주는 역할을 해왔잖아. 근데 가만 보다보면, 로스가 와일드한테 한 소리 할 법도 한 대목에서 그냥 한 발씩 물러서 주는 지점들이 있더라고. 퀸즈베리 집안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듣고, 와일드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야. 이성과 광기, 그 경계 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그 위태로움이 그 애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거야.” 이런 말을 하잖아. 로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위험한 길일텐데, 의외로 이 장면에서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고 그냥 돌아서 나가주더라고. 또, 와일드가 보시와 헤어지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두 사람이 헤어지고 괴로워하고 있으니까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보시의 편지를 와일드에게 전해주고는 나가는 장면. 이렇게 로스가 자기 감정이나 판단을 굽히고 와일드에게 한 발 물러서주는 장면들의 공통점은 결국, ‘와일드가 그런 삶을 바라고 있고, 보시와 있을 때 행복하구나’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들 같더라고.

  실화를 통해 오스카 와일드 사망 이후 로버트 로스의 행보를 보면 그게 더욱 명확히 드러남. 오스카 와일드는 이미 죽어서 더는 가질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존재가 돼버렸는데도 로스는 그가 남기고 간 글과 편지들을 정리해서 와일드의 삶이 한 편의 예술작품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잖아. 또 그의 명예 회복과 엉망인 저작권, 빚을 정리하는데만 수년을 보냈으며, 혼자 남겨진 둘째 아들도 케어해줬다고 하고(아내도 일찍 죽고 첫째도 전사했다더라). 이 모든 행보들을 통해, 로버트 로스가 원했던 건 와일드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도, 내가 그를 갖는 것보다도, 실은 와일드가 그저 행복하게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거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 이런 게 진짜 찐사랑 아니냐....

  그래서 나는 로스가 와일드의 편지 중에서 “이제 내가 바라는 건, 죽는 것 뿐이야.” 이 대목을 읽을 때 진짜 마음이 아프더라.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기를 바랐던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에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싶어서.



1) 배로스

  배로스는 정말 여리고 순하더라. 애초에 천성이 착한 로스 아니었을까 싶었음.

  무엇보다 타인에게 상처주는 말을 할 때 본인이 정말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 재판에 나가겠다는 와일드를 말리면서 “당신이 아무리 오스카 와일드여도 법정에선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야.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을 지킬 지위조차 없는 중산층일 뿐이지.” 이런 말을 하잖아. 근데 배로스는 이 대사를 진짜 숨이 넘어갈 것처럼 꾸역꾸역 말하더라... 저 말을 마치고 와일드가 나가면 그대로 주저앉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심지어 기억나에서도 그 여리고 예쁜 마음이 보였음. 나는 다른 로스의 기억나를 들으면 ‘로스가 지금 상처난 구멍으로 스며드는 병이 너무 아파서 절규하고 있구나.’ 이런 느낌을 받거든? 반면에 배로스의 기억나는 꼭 차가운 얼음물 속에 숨을 죽인 채 여전히 갖혀있는 느낌이 들더라. 아무리 나에게 상처준 사람들이라 해도 도저히 똑같이 원망하고 상처주는 건 못하겠는 거야. 근데 내 상처는 아물 생각을 않고 아직도 여전히 아파. 그래서 내가 상처입었던 그 차가운 얼음물 속에 숨을 죽인 채 몸을 숨기고 있는 것만 같이 느껴지더라고.



2) 홍로스

  홍로스는 참 보시하고 찰지게 잘 싸워...ㅋㅋㅋㅋㅋㅋ 0701 그럴용기 없촤나..... 아마도 솔직해서 그런 거 아닐까 싶어. 몸에 배어있는 어른스럽고 귀족적인 애티튜드가 분명 있는데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말투나 행동에서 ‘아 맞다, 로스도 보시랑 또래였지?’ 이게 확 느껴짐. 그리고 나는 이 사실이 인지되는 순간부터 둘이 싸우는 게 재밌더라ㅋㅋㅋ

  신기한 건, 솔직하고 순수해서 그런지, 한편으로는 참 성숙하게 와일드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도 같이 받았다는 거. 와일드가 재판장으로 떠나고 혼자 남겨졌을 때 기도하는 디테일 있잖아. 그 상황에서 더는 와일드를 붙잡지 못하고 그저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는 게, 지금 로스가 얼마나 와일드의 뜻을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그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을 사람이라는 사실조차도 이미 뼈가 저릴만큼 잘 알고있는 느낌을 받음. 결국 이 상황에서 자신이 와일드를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다면, 그건 기도뿐라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 싶더라. 로스가 얼마나 와일드를 깊게 이해하고 성숙하게 사랑하는지가 보여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디테일이다.

  홍로스 또 신기한 게, 와일드가 살아있는 시점과 사후 시점에서 얼굴이 아예 다른 사람 같아 보이더라...? 그냥 와일드 죽고나서는 표정이 좀 어둡네... 이런 정도가 아니라 아주 얼굴을 갈아 끼우고 온 것처럼 훨씬 더 성숙하고 시린 얼굴을 하고있더라고. 그래서 와일드라는 태양이 지고 시간이 흐른 후라는 게 더 훅 와닿기도 했음. 신기하게 볼살도 없어보임...



3) 안로스

  안로스는 혜공에서 작가님이 말했던 것처럼 어른스럽고 절제된 품위가 진짜로 있다ㅋㅋㅋㅋ 뭐라구? 너 보시라구랜니? 개인적으로 안로스 보면서는 화자로서의 역할을 정말 잘해준다고 느꼈는데, 그 품위가 크게 한 몫 했던 것 같음. 영국인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실제 로버트 로스가 저런 사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고.

  근데 이렇게 절제하면서 화자의 역할을 잘 해나가는 로스여서 그런지, 무너지는 장면들은 또 유난히 더 훅훅 오더라고. 예를 들면, 와일드가 재판장으로 떠나고 무너지는 장면이나, 출소장면에서.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화자 역할의 나레이터가 “오스카 와일드의 이야기는 이러이러했습니다.”, “그는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라면서 제3자 입장에서 작품 설명하듯 이야기를 쭉 들려주다가 갑자기 말이 없길래 봤더니 뚝뚝 울고있는 느낌었다고 해야되나... 화자라고 인식하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이야기 속으로 훅 들어와서 ‘사실은 나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으며, 지금 이 장면에서 죽을 길을 가고 있는 그는 내가 온 삶을 다 바쳐 사랑한 사람입니다.’ 라면서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왈칵 쏟고 가는 느낌이 들어. 기분 묘하더라.






3. 보시

  ·혜공에서 작가님이,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보시를 ‘경계성(경계선) 인격장애’로 이해했다고 하셨잖아. 방송 보는데, 예전에 이 ‘경계성 인격장애’가 ‘혼란형 애착유형’과 유사하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나더라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게 타인과 관계를 형성할 때, 자기 자신도, 타인도 모두 믿지 못하는 유형이라고 해. 좀 더 풀어보면,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고 자아가 약해서 믿고 기댈 곳은 너무 절실하게 필요한데(자기부정), 문제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나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은 나에게 상처를 주거나 결국 떠나버릴 존재라는 두려움도 너무 커. 그래서 정작 남을 믿고 기대지도 못해(타인부정). 그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태라고 하더라. (혹시 심리학과 바발있니.... 있으면 이거 좀 알려주라.....)

  ‘보시에게는 뿌리가 없다’ 라고 작가님이 표현했던 게, 이런 부분 아니었나 싶어. 아마도 어릴 때부터 보시의 감정이나 욕구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을테니 자아 형성이 어려웠을 것이고. (실제로는 어머니한테 사랑받았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심연으로부터 읽어보니까 어머니도 굉장히 회피형 인간이었던 것 같더라. 부모로서 보시에게 직접 해줘야만 하는 이야기도 와일드한테 편지를 보내서 당신이 전해달라는 식으로 처신하고는 했나봐. 그러면서 항상 추신에는 ‘내가 이 이야기를 했다는 걸 무슨 일이 있어도 알프레드가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이고는 했대. / ″나는 아들이 두려워요. 무슨 얘기만 하면 불같이 화를 내곤 하거든요.″ - 「심연으로부터」, p205 / ″그녀는 자신이 지게 될 책임을 두려워해서 그것을 내게 떠넘기려 한 거야.″ - 「심연으로부터」, p208) 또, 아버지의 학대와 정신적 문제가 극심한 집안이었으니 타인에게 기대거나 뿌리를 내리는 방법도 당연히 몰랐을 것이고.

  와일드를 향한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여기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아. 기댈 곳이 너무 절실하게 필요하니까 와일드가 떠나는 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미친 듯이 붙잡는데, 정작 그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해줘도 언젠가는 나를 떠나고 상처줄까봐 두렵고, 애초에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부터도 모르니까 그렇게 히스테리를 부릴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1) 준휘보시

  준휘보시 자첫하고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정말 도리언 같다.

  나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읽으면서 도리언이 되게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라고 느꼈거든? 이 인간이 분명히 나쁜놈 같기는 한데 막상 또 하는 생각이나 말을 보면 확 악하다는 느낌도 안 들어. 보시 대사 중에 “다른 인물들은 살아있는 듯 자연스러운데, 주인공은 도리안이지만 왜 그 혼자만 멀게 느껴지는지.” 이런 말 있잖아. 딱 이 느낌이었던 것 같음. 정말 영혼을 초상화에게 빼앗긴 사람처럼.

  오히려 소설 극초반에는 도리언 역시 굉장히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살아있는 듯 자연스러웠는데, 초상화가 도리언 대신 늙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가 선과 악 사이 어디에 서있는지 굉장히 모호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근데 준휘보시가 그 도리언만의 묘한 분위기를 진짜로 풍기는 거야ㅋㅋㅋㅋㅋㅋ 준휘보시도 분명히 가엾고 안쓰러운 지점들이 있어. 그런데 와일드한테 떠나지 말라고 무릎 꿇는 장면 보면, 절박한 마음에 붙잡는다기 보다는 ‘자, 이거봐. 내가 너를 위해 무릎까지 꿇었어, 근데도 나를 떠난다고? 네가?’ 이 느낌에 더 가까운 거야. 이런 장면들에서 와 정말 도리언이다... 싶은 느낌이 훅 오더라. 선함인지 악함인지도, 현실인지 예술인지도 명확히 구분지을 수 없는 그 경계 어딘가. 그래서 와일드가 보시를 나의 도리안이라고 느껴 사랑하게 되는 것까지 확 납득이 가더라고.



2) 휘보시

  준휘보시가 도리언 그레이 같았다면... 휘보시는 정말로 알프레드 더글라스 같았다고나 할까.....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가 심연으로부터 읽으면서 ‘아니 보시 이 새끼.... 와 이런 인간이었구나...’ 하고 느낀 그 모습과 정말로 일치했어ㅋㅋㅋㅋㅋㅋㅋ ???: 휘형은.. 미친사람....

  심연으로부터 읽으면서 보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광기’를 가진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했거든? 실제로 오스카 와일드도 자기한테 다가오는 보시의 눈빛을 보고 극단적인 공포를 느껴서 그 공간에서 도망쳐나온 적이 있다고 해. (″당신이 당신 아버지를 겁주기 위해 샀던 그 권총을 그때 가지고 있었던 건지, 그때 마침 우리 사이에 있던 테이블 위의 평범한 식사 나이프를 향해 당신이 손을 뻗었었는지, 격렬한 분노 속에 자신의 작은 키와 미약한 힘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그곳에 누워 있던 내게 특별한 모욕을 주거나 신체적인 위해를 가할 생각을 했었는지, 그런 건 난 알지 못했어. 그리고 지금도 그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어.″ - 「심연으로부터」, p75-76)

  사실 이 극에 나오는 보시는 실제인물을 많이 순화한 버전이지만, 그럼에도 휘보시는 그 안에서 알프레드 더글라스라는 사람이 가졌을 광기를 최대한으로 발견하고 끌어올려서 표현한 느낌이 들었음. 근데 이렇게 마라맛이면서도, 막상 자존감 낮고 상처 많은 모습이 드러날 때는 또 유감없이 드러나서... 쟤도 스스로가 제어가 안 돼서 저러나보다 싶어서 참 안쓰럽기도 했다... 안타까운 쓰레기..



3) 동현보시

  동현보시한테서는 두려움이나 불안한 감정이 되게 크게 느껴졌던 것 같음. 광기보다도, 너무나 불안하고 위태롭기 때문에 저런 거친 행동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정말로 어리고 순수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받으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라.

  그래서인지, 다른 보시를 보면서는 ‘쟤가 혼자 있을 때는 정말 많이 소리지르고 절규하면서 괴로워했겠구나...’ 싶었다면, 동현보시는 왠지 혼자 있는 시간들을 그저 무기력에 빠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음. 되게 눈에 밟히는 어린 아이같은 느낌이야.

  또 어떤 생각도 들었냐면, 꼭 뿌리가 얕은 가느다란 나무가 막 쓰려져가던 찰나에 와일드라는 커다란 나무에 턱 걸쳐져서 간신히 매달려 서있는 것만 같다는 느낌도 들더라. 그래서 와일드가 그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자신이 곧바로 쓰러질 걸 잘 알기 때문에 저렇게 매달리고 붙잡을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음.






4. 작품 이야기

  1)해바라기(태양)

  이쇼터뷰 보니까 해바라기가 뭘 상징하는지에 대해서는 배우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얘기하기는 하더라. 실제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고, 그게 또 들어보면 다 납득이 되더라고. 근데 일단 나는 ‘해바라기(=태양)가 오스카 와일드를 상징한다’는 관점으로 작품을 보고 있다는 걸 먼저 밝히고 갈게!


  로스와 보시에게 오스카 와일드는 그들이 뿌리 내리고 존재할 수 있는 하나의 ‘세계’였다고 생각해.

  먼저 보시는 가정에서나 세상 밖에서나 사랑받지 못했고, 뿌리를 내리고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만한 곳이 없던 사람이잖아.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제대로된 사랑을 주는 존재가 바로 오스카 와일드였고. 보시는 그 ‘오스카 와일드’라는 ‘세상’ 안에서 엉성하게나마 처음으로 뿌리를 내리고, 내가 어딘가에 속해있으며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낀 것 같음. (“당신의 눈, 그 세상 안에, 지금 여기서 난 아름다워”)

  로스도 실은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 작품에서는 기억나 넘버에 대략적으로만 언급되고 자세히 안 나오지만 로스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상처가 분수대 사건이잖아. (케임브리지 시절에 로스가 동성애자임을 굳이 숨기지 않으니까 학생들이 얘를 한겨울에 얼음 동동 떠있는 분수대에 냅다 던져버렸다더라고. 심지어 배후에는 교수가 있었고, 이 일이 시발점이 돼서 학교까지 그만두고, 건강도 한동안 안 좋았다더라. / 이 사건은 프로그램북에도 간단히 나와있고, 전에 어떤 바발이 올려준 과몰입 시리즈 보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어!!) 이것도 결국은 뿌리내리고 있을 곳을 잃어버린 상처라고 생각함. 그런데 그 가운데 찾아와서 로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심지어 사랑해주기까지 한 게 오스카 와일드였잖아. 그러니 로스 역시 오스카 와일드라는 세상 안에 다시 뿌리를 내리고 나를 되찾았던 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억나, 남들과 다른단 게 죄란 걸 깨달았던 그 차가운 밤.”, “그 어둠 속에 몸을 숨겼어. 병든 내가 나도 싫어서. 그런 내게 다가온 당신, 날 웃게 한 당신의 말, 기억나. 난 기억나.”)

  이런 두 사람에게 오스카 와일드가 얼마나 태양과도 같았을까 싶어. (“그를 만났을 때, 태양을 본 줄 알았어.”) 이런 점에서, 결국 이 작품의 세 사람 사이에 오가는 모든 ‘사랑의 시작점’은 오스카 와일드였다고 생각함. 그래서 아까 인물 얘기하면서도, 오스카 와일드는 두 사람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원천’이라는 표현을 썼던 거고.

    cf. 사실 나는 로스가 와일드를 그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와일드로부터 먼저 이러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와일드와 로스가 사랑하는 방법은 어떤 면에서 근본적으로 서로 닮아있어. 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수 있고, 그 사람을 갖는 것보다는 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사랑. 마치 모든 것이 태양을 통해 생명을 전해받고 꽃피는 것처럼,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닮아있더라고.



  2) “자기 욕구만 채우는 건 사랑이 아니라 이기적인 거죠.” “순진하네. 원래 모든 사랑은 이기적인 거예요.”

  그래서 결국 고민해볼만한 건, ‘오스카 와일드라는 태양 아래서 똑같은 사랑을 받은 두 사람인데, 어째서 한 명을 뿌리를 내렸고, 한 명은 끝내 뿌리를 내리지 못했느냐’ 이거라고 생각함. 개인적으로 이 작품 회전 돌면서 가장 많이 생각해봤던 부분이고 가장 느껴지는 게 많았던 지점이기도 해. 결론부터 말하면, 와일드가 사랑을 줄 때 이게 사랑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았느냐와 몰랐느냐의 차이였던 것 같음.

  사실 로스는 케임브리지 시절에 아픔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엄청나게 사랑받고 자랐으며 어릴때부터 똑똑하고 조숙해서 웬만한 어른들도 다 예뻐했다고 하더라. 살면서 어디에도 뿌리내려보지 못한 보시와는 달리, 그래도 어딘가에 뿌리 내리고 사랑 받아본 경험도 있는 사람이었지. 그래서 와일드가 보듬어주고 사랑해줄 때, 그 사람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실히 알고 그곳에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 같음. 반면 보시는, 와일드가 설령 로스에게 줬던 것보다 더 큰 사랑을 줬다고 하더라도, 그 사랑을 담아낼 그릇조차 없었던 것 같음. 상처받은 경험밖에 없으니 누가 너를 사랑한다고 아무리 외쳐도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대면서 뿌리내리는 게 절대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로스는 와일드의 사랑을 똑같이 배워서 그 사랑을 와일드에게 있는 그대로(어쩌면 평생에 걸쳐서 몇배로) 돌려줬지만, 보시의 사랑은 끝까지 이기적인 모습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음.



  3) “나 점점 변하고 있어, 추하게”

  와일드가 아무리 사랑해줘도 보시는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가장 크게 느낀 장면이었음.

  사실 자첫에는 ‘왜 저 상황에서 내가 점점 추하게 변한다는 얘기를 하는 거지..?’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오스카 와일드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유미주의자’이기도 했고, ‘나의 도리안’ 이라고 표현할만큼 보시를 자신이 쓴 소설 속 인물과 동일시해서 사랑했던 것도 분명 있잖아. 이런 지점들 때문에, 아마도 보시는 한 편으로 자신이 도리언과 같은 아름다움을 잃거나 도덕 앞에서 추해지면, 더는 와일드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떠날 거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지 싶더라. 그래서 이 타이밍에 굳이 그렇게 애달프게 내 모습이 점점 추해져간다고 울었던 것 같음. 추해진 내 모습에 결국은 당신마저도 떠날 거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한 번 더 와일드가 태양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는 대목 또한 여기인데... 자신의 모습이 추하게 변하고 와일드가 떠나갈까봐 불안해하는 보시를 그저 꼭 안아주면서 “말로는 그릴 수 없어. 아름다운 너의 모습. 그 누구도 널 변하게 할 순 없어.” 라고 말해주는 게... 이 넘버 듣고 있으면, 꼭 와일드가 보시에게 ‘내 눈에 비친 네가 이렇게나 아름답고 그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텐데, 내가 너를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데 왜 그걸 몰라’ 라고 말하는 것만 같더라.

    cf. 보여줘에서 “너도 내가 귀족이라서 만나는 거잖아.”, “난 당신의 어린 애인일 뿐” 이런 말을 하는 보시에게 “그런 식으로 너 자신을 상처주지 마.” 라고 말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함. 보시는 결국 이런 껍데기들을 빼고나면 근본적인 자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는 거니까.



  4) “할게, 그 재판”

  오스카 와일드가 질 수밖에 없는 재판을 한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더라. 너무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보시에게 ‘네가 나에게 어떤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도 분명 있지 않았을까 싶어.

  보시가 정신적으로 괴로운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나도 사랑받고 뿌리내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세상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니까, 그런 나를 스스로도 사랑할 수가 없어서 생기는 자기혐오나 낮은 자존감이 클 것 같다. 와일드는 아마도 이걸 끊어주고 싶어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바로 여기에 너를 사랑해주고 네가 뿌리내릴 세상이 되어줄 내가 있다고 외쳤던 것 같음. 근데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사랑을 줘도 못알아먹으니까, 결국에는 보시가 요구했던 그 이기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자신을 사랑을 증명해 ‘보여줬던 것’ 같음. 마치 어린 아이에게 시선을 맞추 듯,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이제는 알겠어? 내가 너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 같더라고.

    cf. 또 와일드가 보시를 위해 이렇게까지 희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보시가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사실 마음으로는 자신을 많이 사랑하고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나는 알고 있어. 지금까지 내가 말한 모든 것에는 단 한 가지 답밖에 없다는 것을. 그건, 당신이 나를 사랑했다는 거야.″ - 「심연으로부터」 p.89)



  5) “그런데도 난 안 되는 거야?”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사실 오스카 와일드가 출소장면에서 끝끝내 로스에게 돌아가지 않는 걸 보고, 오히려 그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절대로 자기 감정에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서.

  로스의 말처럼, 보시만큼은 아니더라도 로스 역시 좋아하기야 했겠지. 얼마나 소중한 고마운 친구겠어. 근데 문제는 로스가 와일드게에 원하는 사랑은 줄 수 없었을테니까. 그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만약 와일드가 로스에게 돌아갔다면, 그건 스스로의 감정에도 거짓말 하는 일이었을 것이고, 로스의 사랑에 대해서도 어쩌면 기만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곱씹을수록 들더라고.

  이 장면 사실 잘 한 번 생각해보면, 로스한테 돌아가지 않는 게 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도 같거든....? 와일드는 이제 막 출소했는데 돈도 한 푼 없어, 갈 곳도 아직 마땅히 없어, 사람들은 다 나만 보면 손가락질해, 건강도 다 버렸어. 이런 상황에 떡하니 나타나서는 다 버리고 나한테 오라는 사람이(사실 버릴 것조차 남아있지 않을텐데..) 돈 많아, 머리좋아, 능력있어, 귀족이야 심지어 이렇게 지고지순 나만 바라봐줘. 얼마나 이용해먹기 좋아..... 사실 이런 상황이면, 설령 사랑하는 마음까지는 없더라도 미안해고 고마워서 그제야 엉엉 울며 로스에게 돌아가는 게 일반적이지 않을까? 근데도 와일드는 오히려 미안하다면서 우는 로스를 달래주고는 떠난다는 게... 자신에게도 로스에게도 거짓말하지 않고 어디에도 얽매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감옥에 들어가기 이전보다 더욱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6) 화자: 로버트 로스

  하루는 공연을 보는데, 로스의 손에 들린 빨간 편지봉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고.

  ‘120여 년 전 어느 날, 로버트 로스도 이와 같이 오스카 와일드로부터 보시에게 쓴 편지를 건네받았을 것이고, 저 120년 전에 쓰인 편지로부터 이 극이 시작된 거구나.’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의 삶을 한 편의 희곡과 같이 여기며 산 인물이라고 들었음. (″와일드는 지드에게 “내 삶은 한 편의 예술작품과도 같다”고 단언했다.″ - 「심연으로부터」 p.40″나는 내 삶에 내 모든 천재성을 쏟아부었다. 내 작품들에는 내 재능만을 투영했을 뿐이다.″ - 「심연으로부터」 p.248) 로버트 로스가 기꺼이 오스카 와일드와 보시 이야기의 화자가 되어주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와일드가 이러한 삶을 원했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어. 오스카 와일드의 모든 천재성을 쏟아부은 그의 ‘삶’이라는 작품을, 로스는 그저 한 순간의 쾌락으로 남겨둘 수 없었을 것 같아. “쾌락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예술은 영원하니까.” 라는 그의 대사처럼.

  또, 와일드가 세상을 떠난 시점에서, 정리되지 못한 그의 작품에 마침표를 찍고 예술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은, 언제나 가장 가까이에서 와일드의 창작을 함께하고, 이 편지를 그로부터 전해받은 자신이라는 것 또한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었겠지.

  결국 오스카 와일드의 삶이 작품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마침표를 찍고 그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은 로버트 로스라는 인물로 인해, 10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그들의 현실은 바라던 이야기로 남을 수 있게 됐지.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모든 작품들 안에서 세 사람은 여전히 아름답게 사랑하며 숨을 쉬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참 말을 잇지 못하겠더라. 뻘하지만 그래서 안내멘트도 로스가 하는 거겠지...?ㅋㅋㅋ






5. 심연으로부터

  그냥 책 읽으면서 기억나는 부분들 몇 개 가져와봤어!


  ·와일드 죽을 무렵의 얘기가 써있는데 마음이 참 먹먹하더라. 와일드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얘기를 듣고 로스가 런던에서 곧장 달려와 도착한 날이 10월 16일, 와일드의 생일이었대. 그리고 10월 29일에 와일드는 몇 주 만에 병상에서 일어났고, 그날 로스와 산책을 다녀왔다고 하더라. 이후 11월 30일에 로스와 레지널드 터너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고 하네.


  ·책 읽다보면 와일드가 어떤 면에서는 보시를 정말로 치가 떨리게 매우매우 싫어하면서도, 또 그렇게 때문에 미숙한 그가 더욱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기를 바란다는 느낌이 동시에 들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확히 당신의 어떤 것이 내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당신 머리? 그건 발달이 덜 되었지. 당신 상상력? 그건 죽어버렸지. 당신 마음? 그건 아직 생겨나지도 않았지.″ - 「심연으로부터」, p.212

  ″당신은 증오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지. 이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의 본질이 어떤 건지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지? 그런 것들을 배우기에 아직 늦지 않았어. 당신에게 그런 것들을 가르쳐주기 위해 내가 감옥에 갔어야 했는지 모르겠지만.″ - 「심연으로부터」, p.106


  ·“고통이 있어야 진실을 깨닫게 되니까. 그래서 난 비극이 좋아.”

  심연으로부터 읽고나니까, 이 대사가 오스카 와일드의 삶 전체를 요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와일드가 말하기를, 감옥에 들어오기 이전의 자신은 모든 종류의 슬픔과 고통을 피하며 오로지 쾌락만을 좇으며 살았다고 해. 그랬던 그가, 이제는 ″고통으로 인해 예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거든.″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고통에 대해서 심연으로부터에 쓴 말들 중 하나인데, 참 인상 깊었어서 한 번 가져와봤어.

  ″플루트 소리에 맞춰 환락의 꽃길을 따라 내려갔고, 달콤한 꿀을 먹고 살았어. 하지만 똑같은 삶을 계속 사는 것은 나 자신에게 한계를 짓는 일이 되었을 거야. 나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만 했어. 정원의 또다른 반쪽도 나를 위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 「심연으로부터」, p.158






  와 살면이 이렇게 긴 후기 처음 써보네... 거의 기말레포트 하나 쓴 기분이다...ㅋㅋㅋㅋㅋㅋ 분명 불호로 시작했던 극인데 어느새 이렇게 감겨서 a4 10장가까이 되는 후기를 다 써보는구나...ㅋㅋㅋㅋㅋ 사실 하고싶은 얘기 더 많았는데 너무 구구절절이라 진빠져서 다 잘랐다.. 여튼 개인적으로 내 모습도 많이 돌아보게 되고 느끼게 해준 게 꽤 있어서 애정 가는 회전극이 됐다!

  사실 최근에 홀연사에 치여서 와일드 강제로 좀 쉬고 있었는데ㅋㅋㅋㅋ(사나이들.....) 이렇게 후기 쓰니까 또 보고싶네.

  아, 그리고 심연으로부터는 꼭 읽어보는 거 추천할게! 나는 그 책을 읽고나니까 비로소 내 안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느낌이 들더라고ㅋㅋ

  어마하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다들 레전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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