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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한 장이면 나랏돈 펑펑?"… 3년 만에 반토막, 구멍이 있었다

더위드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2.18 07:05:57
조회 2934 추천 3 댓글 6
설 명절을 이틀 앞둔 지난 14일, 충북 영동의 택배 물류업체 근로자 8명은 여전히 지난해 3~6월치 임금 4천2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업주는 8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하다 결국 지난해 10월 체포됐지만, 근로자들의 주머니는 여전히 비어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임금체불의 단면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6만 2,304명에 달하며, 체불액은 2조 679억 원에 이른다. 특히 충북 청주 지역만 해도 5,025명이 총 344억 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경기도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합쳐 약 5,000억 원의 체불액이 발생해 전국 최악의 상황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업종별 편중 현상이다. 제조업 체불액은 6,1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9.6% 증가했으며, 건설업은 4,166억 원으로 전체 체불액의 약 20%를 차지했다. 이는 하도급 구조와 단기 고용이 반복되는 산업 특성상 임금체불이 구조화됐음을 보여준다.

정부 강력 대응에도 근절 안 되는 이유




정부는 2025년 10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임금체불을 반의사불벌죄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제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고액·상습 체불 사업주는 명단 공개와 함께 신용 제재, 출국 금지 등의 페널티를 받는다. 실제로 청주지청은 지난해 출석 불응 사업주들을 강제 수사해 구속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체불 임금 청산율은 90.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청산액도 1조 8,644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피해 근로자 수도 전년 대비 7.4% 감소해 3년 만에 개선세를 보였다. 정부는 이를 ‘강력한 체불 근절 의지’의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대지급금 회수율 29.7%, 재원 고갈 위기




하지만 이면에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부가 사업주 대신 체불 근로자에게 먼저 지급하는 대지급금의 회수율이 29.7%로 사상 처음 20%대로 추락한 것이다. 미회수 잔액은 5조 8,559억 원에 달하며, 대지급금 재원인 임금채권보장기금은 2021년 7,022억 원에서 2024년 말 3,240억 원으로 3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특히 2015년 도입된 간이대지급금 제도는 체불확인서만으로 지급이 가능해지면서 도덕적 해이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전체 대지급금 지급 건수 11만 7,003건 중 간이대지급금이 10만 7,134건(91.6%)을 차지했다. 세무사들은 “지급 능력이 있는 사업주도 국가에 부담을 떠넘기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2030년 절반 감축 목표, 실현 가능성은




정부는 ‘임금체불은 절도’라는 기조 아래 2030년까지 체불액을 연 1조 원 수준으로 절반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6년에는 현장 밀착형 감독을 확대하고 재해 발생 전 선제적 감독, 안전 위반 시 처벌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청산율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대지급금 회수율 하락과 재원 고갈은 장기적으로 제도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체불액은 감소 추세지만, 3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체불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임금체불 문제는 단순히 개별 사업주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산업 구조, 하도급 관행, 제도적 허점이 얽힌 복합적 과제다. 청산율 개선이라는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회수율 제고와 재원 안정화, 구조적 개선이 병행돼야만 근로자들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설 명절에도 임금을 받지 못한 26만여 명의 근로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숫자로 포장된 성과가 아니라, 실제로 주머니를 채워주는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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