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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소설] 푸른 달_1앱에서 작성

무나강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02 19: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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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햇빛이 샛노란 금발 위에서 반짝였다.

플랑도르는 햇빛이 너무 눈부신 듯, 여린 손을 들어 하얀 얼굴위에 작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가, 이내 저택의 거대한 그림자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플랑과 함께 모래놀이를 하던 은발의 아이 또한 긴머리를 찰랑거리며 플랑을 따라 저택의 시원한 회벽돌에 몸을 찰싹 달라붙였다.

"아가씨! 그런 곳에 기대시면 옷이 더러워져요!"

그림자 바깥, 한 낮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언뜻봐도 더워보이는 흑백의 메이드 복을 입은 여성이 말했다. 빈틈이 없는 그 정복은, 단정한 옷매무새와 그녀의 꽁꽁 묶은 검은 머리칼 때문에 더욱 갑갑해보였다. 그녀는 그림자 안으로 들어와 은발의 아이를 벽에서 때어내고는 가벼운 손짓으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어머, 너는 누구니?"

여성은 은발의 아이의 옷을 털다가 발견한, 플랑에게 물었다. 그러나 플랑은 마치 말을 배운 적 없는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성도 플랑이 말을 하지 않으려는 것을 깨달았는지, 자신의 곁에서 먼지를 마저 털던 은발의 소녀를 돌아봤다. 소녀가 대답했다.

"방금 전부터 같이 놀았어."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세요?"

"응, 그냥 내가 밖으로 나왔을 때부터 여기에 있었어."

"음... 어떡한다..."

여성은 곤란하다는 듯이 플랑을 보더니, 잠시 생각을 하곤, 플랑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일단은 같이 갈까? 부모님이 계시다면 곧 오겠지.
여긴 너무 덥기도 하고, 언니가 맛있는 주스 만들어줄게."

그렇게 플랑도르는 한 손으로 메이드 복을 입은 여성의 손을 잡으며, 그리고 그 여성은 다른 한 손으로 은발의 아이의 손을 잡으며, 셋이서 나란히 빅토리아풍 대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
건물 안은 바깥과 달리 시원하고 쾌적했다. 한 낮의 더운 공기 조차 이 안으로 들어오면 단숨에 식혀져, 산들바람이 되곤 했다. 약간 어둡긴 했지만 넓찍한 창문들을 통해 비춰오는 쨍쨍한 햇빛에 불을 킬 필요가 없었다. 벽지와 곳곳에 놓인 장식물, 문고리와 계단의 손잡이까지도 모두 정교한 세공품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세 사람은, 넓은 현관 정중앙의 거대한 계단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한 쪽에는 양각의 창문들이, 다른 한 쪽에는 적갈색의 문들 줄지어진 복도로 들어섰다. 메이드 복을 입은 여성은 그 문 중 하나를 열고 들어갔다.

"자 들어오세요 아가씨. 응, 너도."

여성의 안내에 따라 플랑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의 크기는 아담했고, 구성은 아기자기 했다. 책상은 작았고, 의자는 노란색이었으며 책은 동화책이었다. 누가봐도 어린아이를 위한 방으로 보였다. 하지만 침실같지는 않았다.

"여기는 아가씨가 '주로' 공부하거나 '가끔'  노시는 방이야. 아가씨는 그렇게 생각 안하시는 듯 하지만...
아무튼 편하게 있어. 맛있는 주스를 가져올게, 그 후에 부모님이든 보호자든 얘기를 들어보자."

여성이 플랑의 복슬거리는 금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리곤 살며시 문을 닫고 나갔다.
여성이 나가자 마자, 방금까지 같이 놀던 소녀가 -12살 남짓의 외모에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긴 은발을 찰랑이는 흰 피부의 소녀가- 플랑에게 다가왔다.

"저기, 저기. 아까 하던 놀이 계속하자!"

"응."

플랑의 짧은 대답에 소녀는 어린아이의 방에는 안어울리는 고급 은접시를 들며 말했다.

"아가씨. 식사는 뭘로 하시겠습니까? 고기? 생선?"

"스테이크가 좋아."

플랑은 무심한 듯, 하지만 역할에 충실하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굽기는 얼마로 해드릴까요? 웰던? 미디엄? 레어?"

은발의 아가씨는 자신의 시종들이 말하는 걸 주워들은 기억을 되새기며 말했다.
꽤나 즐거워보였다.

"피가 흥건하게."

플랑이 낮은 어조로 그렇게 대답한 찰나- 방문이 열렸다.
흑발의 젊은 여성은 어디갔는지, 백발의 늙은 남성이 들어왔다.
얼굴에는 주름이 많고 키도 그리 크지 않았지만 검고 긴 바짓단과,
흰 셔츠 위로 입은 적갈색 양복조끼 덕에 상체가 전체적으로 균형지고 단단해 보이는 인상의 남성이었다.

"우리 손녀, 여기 있었구나 ...음? 그 아이는 누구니?"

"아 주인님."

등 뒤에서 나는 소리에 주인님이라 불린 노인이 돌아봤다.
여성은 흰접시에 마심직스런 색깔의 주스 세 잔을 들고 막 방 안으로 들어가려다 한 발 먼저 와있는 자신의 주인을 발견한 것이다.

"오, 우리 메이드장. 이건 파인애플 주스구나. 그래 이 더운날에는 이것만한게 없지."

주인은 그렇게 말하며 노란색 음료를 가져가 마셨다.

"아니 그건 제-... 흠, 아무튼 이 아이는 바깥에서 아가씨와 놀고 있던 아이입니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네요. 문도 다 닫혀있고 담도 아이가 넘을 만한 높이가 아닌데."

플랑은 옷 속에 숨겨진 날개를 남몰래 움츠렸다.

"일단 밖이 더우니 여기서 주스 좀 마시게 하다가 부모님이나 보호자를 찾아보려 했습니다."

메이드장이라 불린 여성이 색색의 음료 두 잔을 방 안, 작은 상 위에 올려 놓으며 마저 말했다.

"뭐? 밖에서 놀던 아이를 놀이방에 들여놔 주스를 마시게 해? 이 시간에?"

주인의 엄한 목소리에 메이드장이 약간 굳은 얼굴로 돌아봤다.

"이제 곧 점심인데, 이 아이는 내버려두고 먹을 생각이었나? 식당으로 안내하게. 우리 손녀랑 같은 음식도 하나 더 만들라 하고."

"아, 네. 알겠습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주인은 식당을 향해 복도 오른쪽으로, 메이드장은 주방을 향해 복도 왼쪽으로 향했다.
플랑이 닫힌 문에서 눈을 돌려 아가씨를 보니, 그녀는 스테이크에 쓸 유니콘 인형을 장난감 칼로 썰려고 끙끙대고 있었다.





#
"자, 어서 들거라."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검붉은 고기요리를 보며, 주인이 말했다.
플랑은 조금 망설이다가, 바로 옆의 아가씨가 즐거운 듯이 양 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음식을 써는 모습을 보고 이내 자신도 따라했다. 주인과 메이드장은 그걸 보며 자신들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플랑 앞의 식탁은 하얗고 긴 대리석 형태라 매우 고급져 보였지만 정작 사람은 별로 없었다. 4면 중 좁은 윗면에는 주인이 홀로. 그 오른쪽에는 메이드장을 비롯한 몇명의 시종들이, 주인의 왼쪽에는 아가씨 그리고 그 옆에 플랑이 있을 뿐이었다. 적어도 10명은 더 앉을 수 있을 법 한데 식탁 주위에는 예닐곱명 뿐이니, 오히려 초라해 보였다.



"...그래서? 음식은 입에 맛니?"

접시가 비었을 때 즈음, 그러나 와인잔은 아직 차있을 때 쯤, 주인이 플랑에게 물었다.
플랑은 붉은 포도주스를 마시다 말고 말없이 끄덕였다.

"그거 잘됐구나. 같이 먹을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서 쓸쓸했는데 우리... (잠깐, 얘 이름이 뭐였지?)"

주인은 말하다 말고 메이드장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작게 물어봤다.
메이드장은 고개를 으쓱했고, 주인이 아가씨를 돌아보자 아가씨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허허허 그렇다면 이름이 없는 아이로구나."

백발의 주인이, 은발의 아가씨, 흑발의 메이드와 함께 플랑도르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플랑도르."

"응? 뭐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플랑이 말하자, 주인이 장난인듯 진심인듯 구별이 안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플랑도르. 플랑도르 스칼렛이에요."

"플랑도르! 예쁜 이름이구나. 그래, 우리 플랑도르가 같이 먹어주니 초라했던 식탁에 온기가 드는구나."

플랑도르는 부끄러운 듯이, 끄덕이며 다시 포도주스를 마저 비웠다.

"잠깐, 숙녀분의 이름을 들었으면 우리도 소개를 해야지."

주인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가르켰다.

"내 이름은 아사요지 더프 (Asayozi Duff). 이 저택의 주인이란다. 그냥 할아버지라고 부르려무나.
그리고 이 아가씨는 C. 이 저택의 메이드장이지. 원래 메이드장은 따로 있었지만..."

"주인님, 그 얘기는 조금..."

C라 불린 메이드장이 주인의 말을 끊고 조심스레 얘기했다.

"아 그래, 그렇지. 아무튼 곤란한 일이 있으면 전부 메이드장에게 얘기하렴.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아가씨는 아사요지 아유키(Asayozi Ayuki)란다. 그냥 유키라고 불러도 괜찮단다... 유키가 괜찮다면..."

"응! 좋아요!"

자상한 할아버지가 말끝을 흐리며 힐끗보자, 유키는 명랑하게 대답했다.

"저기, 그럼 나도 플랑이라고 불러도 괜찮아?"

"응... 괜찮아."

플랑이 쑥쓰러운듯이 대답하자. 유키는 '와-아-'라며 플랑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잘됐네요 아가씨. 친구가 생겨서"

"응!"

메이드장의 흐뭇한 미소에 유키가 쾌할하게 답했다.
인자한 웃음으로 가득해진 주인은 와인을 마저 비우고 일어나며 말했다.

"자 그럼 식사도 끝냈으니, 일어나 볼까.
메이드장은 바로 플랑도르의 보호자를 찾아주게."

"네 주인님."

그 때 메이드장이 대답하자마자, 어린 사용인이 달려와 메이드장에게 귓속말을 했다.

메이드장은 전언을 다 듣고는, 주인을 보며 자신있는 얼굴로 말했다.

"주인님, 찾았습니다."


#
응접실의 내부는 어두운 베이지색의 벽지와 마호가니 재질의 검붉은 가구로 가득 차있어서, 어딘가 중후한 느낌을 줬다. 동시에 그만큼 창이 크고 또 남쪽으로 나있어서 한여름의 밝은 햇빛을 모두 받아들인 덕에, 고풍스러움 속에서 싱그러운 기운이 감돌았다. 커피 두 잔이 놓인, 하얀 햇볕에 잠긴 작은 상을 사이로, 레밀리아와 주인은 서로를 마주보며 앉아있었다. 둘의 등 뒤에는 각자의 시종이 조용히 서있었다. 말을 먼저 꺼낸 것은 레밀리아였다.

"먼저, 저희 여동생을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폐를 끼치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고결한 태도로, 그러나 예의를 갖추며 레밀리아가 물었다.

"그런, 폐라뇨. 오히려 저희 손녀딸이랑 놀아줬는 걸요. 이 주위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손녀딸에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보다 보호자 분이 언니분이었다니 놀랐네요. 아직 나이가 차지 않으신 듯 한데, 대단하십니다. 허허."

"아뇨, 뭘. 보기보다는 나이가 조금 있답니다. 그보다는 주인어른이야 말로 진지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레밀리아가 입가를 가리고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 곳 환상향에는 여러 사람, 아니 여러 존재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만큼 사정도 각양각색인 것이죠. 그렇기에 언제나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 말이 나와서 말인데, 처음 뵙는것 같습니다만, 이 곳에 오신지 얼마 안되셨나요?"

"아, 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제 이름은 레밀리아 스칼렛. 여기 제 뒤에 서있는 시종은 홍 메이링, 그리고 먼저 실례한 여동생은 플랑도르 스칼렛이라 합니다. 우리 모두 환상향에는 한 달쯤 전에 온터라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네요."

레밀리아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했다. 마지막 문장에선 약간 미숙한 웃음기가 느껴졌다.

"그러시군요. 저희도 이곳의 주민들에 비하며 그리 오래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온지 꽤 되어서, 이렇게 큰 저택에도 살고 있습니다. 허허. 아, 그렇죠. 제 이름은 아자요시 D. 이곳의 주인 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 뒤의 아가씨는 메이드장이자 하우스키퍼 메이드인 C이구요."

주인이 그렇게 소개하자 메이드장이 조용히 고개숙였다. 레밀리아는 작게 웃으며, 메이린은 무표정으로 끄덕이며 답했다.

"사실 메이드장은 따로 있었고 원래는 손녀딸을 돌보는 너스 메이드였지만..."

"(주인님, 낯선 분께 그런 얘기는...)"

메이드장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조심스레 말했지만 주인이 그 말을 끊었다.

"뭐가 어때서 그러느냐, 사정이 없는 텅 빈 저택보다는 낫지 않느냐. 그리고 비단 우리 저택의 일만은 아니니 막 환상향에 오신 이 분도 알아둬야 할 것 아니냐."

"그러고보니 이렇게 웅장한 저택에 비해 사용인은 별로 없어보이는데 무슨..."

레밀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물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군요. 예, 저택에 규모에 비해 사람이 얼마 없죠. 사실 요즈음 이 환상향에 전염병이 돌고있는 듯 합니다. 아직 확산 초기인데다가 증상도 특별하지 않아서 마을의 주민분들은 모르는 듯도 하지만, 죽림의 의료인 분에 따르면 꽤나 위험한 전염병이라 하더군요. 그러나 인간마을은 그걸 미리 파악하고 정비할 시스템이 안되어있고, 무엇보다 이 전염병이란게 인간에게만 효력이 있는 듯 하여 마을 이외의 지역에선 큰 관심을 가지질 않습니다. 그러나 이 저택에는 모두 인간 뿐이라 병에 걸린 사용인들이 적지 않고, 그 중 한명은 지금 꽤 위독한 상태입니다. 사실 그 위독한 사용인이 원래의 메이드장이구요... 아무튼 그래서 증상이 있는 사용인들은 가급적 격리시키고 대문은 모두 닫아놓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입니다. 사용인이 줄은만큼 조금 불편해지기도 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최선이니."

주인은 이쯤에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커피잔을 조용히 내려놓은 뒤 얘기를 계속했다.

"아무튼... 그렇기에 이 저택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마을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쪽도 죽림의 의사분이 어떻게 해주실 듯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죠. 아직 위험한 상태일겁니다. ...그러고보니, 레밀리아 씨는 혹시 어디에 머물고 계시는지?"

주인이 걱정 반 의심 반으로 묻자, 레밀리아가 여유있는 미소로 화답했다.

"아, 그거라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는 마을에서 꽤 멀리 떨어진 숲의 빈집에 기거하고 있으니까요. 조금 낡았지만 꽤나 넓어서 지내기에는 부족함 없는 저택입니다. 뭐... 가끔 물건이 멋대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전염병에 대해선 처음 알았네요.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심하도록 하죠."

레밀리아는 그렇게 말하곤 아직 김이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마치 자기 집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 작은 몸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당당함과 여유로움 속에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주인은 그런 레밀리아를 호감어린 미소로 보며 제안을 하나 했다.

"저... 초면에 실례인줄 압니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근방에는 사람이 얼마 없어 저희 손녀딸은 이 큰 저택 안에서 적적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괜찮으시다면, 가끔이라도 좋으니 여동생분과 함께 놀러와주시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레밀리아 씨 또한 저희가 자리잡는데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

주인은 괜한 소리를 한게 아닌가 싶어 말 끝을 흐렸지만, 레밀리아는 긍정적인 어조로 답했다.

"아,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안그래도 저희 플랑이 심심한지 여기저기 돌아다녀 걱정이었는데, 여기에 도움까지 주신다니 저희야 감사하죠."

"다행이군요. 저는 또 무리한 부탁을 한게 아닌가 싶어서... 하하하."

주인의 다행스런 대답을 끝으로,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잠깐의 잠시 후, 문이 벌컥 열리면서 침묵도 함께 깨졌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방금 말이죠, 플랑이 방금!"

갑작스럽게 유키와 플랑이 응접실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메이드장이 황급히 유키를 잡아보려 했지만 유키는 재빨리 피해 방 안까지 들어와 할아버지의 팔걸이에 몸을 기대 촐랑거렸다.

"아가씨, 지금은 중요한 시간이니 방해하시면..."

"아니, 괜찮다. 어차피 얘기도 다 끝났지 않느냐. 그렇지요? 레밀리아씨.
그리고 안그래도 플랑도르를 데리러 가야했으니, 잘된 것 아니냐."

주인은 고개를 들어 플랑도르 쪽을 봤다. 유키가 할아버지의 팔걸이에 매달려 있는동안, 플랑도르는 쑥스러운지 문가 곁에서 가만히 서있었다. 하지만 이내 곧 레밀리아를 발견했고, 자신의 언니 쪽으로 총총이 달려갔다.

"언니!"

"그래, 플랑. 잘 있었어? 폐 끼친건 없고? 혼자 돌아다니면 안되잖니."

레밀리아가 자상하게 플랑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플랑은 이 저택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 모두들 잘해주셨어! 밥도 맛있었고. 유키랑도 친해졌어. 나 잘했지?"

"그래, 그래."

레밀리아의 대답에는 아주 미세한 당황같은게 느껴지는 듯 했다.
그리고 바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렇게 환대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전염병의 원인으로 신입인 저희들을 의심할 수도 있으셨을 텐데."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전염병은 3개월보다 전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게다가 레밀리아 씨는 여기에 처음 오셨으니. 오히려 환상향과 이 저택을 대표하여 제가 죄송하죠."

주인도 따라 일어서서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의 화담이 끝나자 메이드장이 응접실의 문을 열었고, 아이들, 주인, 레밀리아 그리고 메이링의 순서로 방을 나왔다.
닫힌 문 앞에서 다시 한번 작별인사를 하려 할 때, 복도 저편에서 보라색 옷을 입은 한 사람이 다가 왔다.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자세히 보니, 등 뒤에서 검은 옷의 사람 한 명이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주인 쪽에서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꽤 일찍 오셨네요."

"네, 잠시 대도서관에 들리고 싶어서요. ...괜찮죠?"

약간 펑퍼짐한, 보라색 계통의 긴 치마를 입은 여성이 대답하며 물었다.

"물론이죠. 마음껏 이용해 주십시오. 어차피 저를 제외하곤 사용하는 사람도 없으니.
아 그렇지, 레밀리아 씨. 이 쪽은 파츄리 노우릿지 씨 뒤에 계신 분은 소악마 씨입니다. 파츄리 씨는 반년 정도 전부터 저희 유키를 가르쳐주시는 가정교사시지요.
파츄리 씨, 이 쪽은 레밀리아 스칼렛. 뒤 쪽 분은 홍 메이린 씨. 여기 이 귀여운 아이는 플랑도르 스칼렛. 오늘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우연으로 만나뵙게 된 분들입니다. 아직 환상향에 온지는 얼마 안되셨다고 합니다."

주인은 두 사람 사이에 서서, 능숙하게 서로를 소개했다.
레밀리아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파츄리 노우릿지 씨. 잘 부탁드립니다."

"네, 레밀리아 스칼렛 씨.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파츄리가 레밀리아의 손을 맞잡아 악수하며 말했다.
둘은 그렇게, 마치 초면인 것처럼 인사했다.

"그럼, 이만 저희는 돌아가보겠습니다."

"저희도 실례하겠습니다."

"네, 레밀리아 씨는 조심히 돌아가주시기 바랍니다.
파츄리 씨도 도서관을 마음 껏 사용해주십시오.
C, 우리도 올라가자."

"네, 주인님."

메이드장의 대답을 끝으로 3명의 주인과 3명의 사용인, 그리고 2명의 아이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세 명은 2층의 서재로, 두 명은 복도 끝의 대도서관으로, 세 명은 웅장한 현관 쪽으로.



안개의 호수 한 가운데의 섬에 위치한 그 저택은 크고 웅장했다.
빅토리아 풍의 앤 양식을 차용한, 그러나 차라리 궁전에 가까울 듯한 건물은
드넓은 녹음의 부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 모든 땅은 짙은 검회색의 철창들로 둘러 싸여 있었다.

1층은 왼쪽부터 사용인 거주구역, 주방, 중앙계단, 식당, 응접실, 놀이방으로 이루어져있고,
2층은 왼쪽부터 손님방, 중앙계단 서재, 주인과 아가씨의 각 침실방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건물 뒷면에는 반원 형태의 복층 구조인 연회장이 있는데, 그 무엇보다도 눈에 띠는 것은,
건물 오른쪽에 붙은, 거의 3층에서 4층 높이의 탑이자, 본 저택의 자랑인 대도서관이었다.

본 저택은 분명, 여러분이 아시는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 저택의 도서관은 아직 지상에 있었으며, 그 저택에는 지하감옥이 아직 없었고,
무엇보다 그 저택은 아직, 하얀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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