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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DERGROUND OF DELTA-번외 1:난 심판자가 아니야모바일에서 작성

언갤러(110.70) 2024.09.19 16:57:20
조회 155 추천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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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https://m.dcinside.com/board/undertale/1233921



"어어, 조심해요!"




차가운 눈덩이가 내 두개골에 부서진다.
살짝 간지러운 정도다.
스노우드레이크와 키드가 저 멀리서 달려온다.

"괘-괜찮아요..?"
"죄...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정말 죄송해-"
"...알겠어, 꼬맹이들."
"난 괜찮아."
난 줄어든 눈더미를 봤다.
꽤 치열한 접전이 있었던 모양이다.
"저...죄송한데, 그렇게 저희 눈더미가 신경쓰이시면, 좀..."
"...그래, 알겠어."
난 살짝 눈을 빛냈다.
...그리고 눈으로 더미를 만들었다.
"어... 저희 말은 '눈 더미'가 아니라 '눈더미'를..."
난 무시한 채, 갈 길을 갔다.


"요, 확실히 저 해골은 조금 이상하다니까..."
"응, 맨날 세상 망할 표정을 짓고 있고..."
"솔직히, 억지로 웃고있는 것 같은 것도 싫지 않아?"
"내 말이..."
"요, 맨날 맛은 갔다버린 스파게티 만드는 해골은, 그래도 그걸 엄청 즐거워하잖아, 그렇지?"
"근데 형이라는 자식은 저 꼴이고..."
"..."
".....왜?"
"...그래도, 방금 눈더미 농담은, '쿨'하지 않았냐?"
"...요, 스노위."
"......적당히 해."







스노우딘은 내가 알던 곳과 아주 많이 달라졌다.
조용했던 마을은 시끌벅적한 도시가 되었다.
파피루스는 아이들과 퍼즐을 갖고 놀며 즐거워 하고 있다.
왕실 경비병들은 범죄자들도 딱히 없어서 그릴비에서 놀고 있다.

모두가 행복해하고 있다.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다.
나도 그걸 싫어하는 건 아니다.
.........
하지만, 난 단지 그 모든 행복이 곧...
먼지로 뒤덮일 거라는 사실이 고통스러울 뿐이다.




너무 많은 피를 손에 묻혔다.
너무 많은 먼지를 손에 묻혔다.
너무 많은 이들을 이용했다.
이제는 더이상 정의가 보이지 않는다.
빛나는 눈에는 인내만이 남아있다.







'그냥 죽여.'
뒤쪽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굳이 뒤돌아보진 않았다.
이미 누군지는 잘 알고 있다.
'그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거 알잖아, 어?'
"...그냥, 내 취향은 아니라서."
'헤, 정의도 없는 주제에 신념이라도 지키겠다 이거야?'
"..."
'이번이 천 번째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니가 더 잘 알텐데.'
"...그 녀석의 말을 믿는거야?"
'뭐, 완전히는 아니고.'
'성격이 파탄난 것 뿐이지, 거짓말은 안했으니까.'
"그래서 내가 게으른 거 아니겠어?"
"세계가 말소되기 직전에 하는 짓이 스노우딘 산책이라니."
'헤, 내 말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시도해도 나쁠 거 없다 이거지.'
"......싫어."
'왜, 너도 재밌었잖아. 어?'
"그만."
'뼈를 쑤셔넣고, 먼지가 휘날리고...'
"멈춰."
'놈들의 얼굴에서 보이는 비명, 고통, 당혹감...'
"멈추라고."
재밌었잖아, 어?
그냥 해버리라고!!!




...
불타고 있는 나무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난 블래스터를 쏜 자리에 누가 오고 있지 않았길 바랬다.
난 다시, 어느 시간선에서든 태연히 내리는 눈 위를 걸었다.












어느 시간선에서, 파피루스에게 인간을 잡는 일을 전등이 도와줄 거라고 얘기해준 곳이다.
이제는 그런 농담 같은 진담을 할 여유는 잊어버린지 오래다.
난 짜증날 정도로 그놈과 닮은 전등을 살짝 만졌다.
날, 파피루스를, 모두를 수백번을 죽인 살인자의 모습이 담긴 전등을.
.....................


"...하아."
전구 조각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차가운, 생명이 없는 유리 조각이 내 슬리퍼 근처에 나뒹군다.
부서진 나는, 증오하는 존재의 흔적을 밟으며 길을 향해 간다.










내가 가장 증오하는 존재를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날 짓누른다.

어떤 목적을 위해선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고통에 둔감하다.
괴물을 죽였다.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고, 죽이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마음이 텅 비어있다...
단지 적으로 만났을 뿐이다.
...어떤 시간선에서, 저놈과 내가 동료가 됐다면...
꽤 좋은 살인마 콤비가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이 세계에선 아니다.








인간을 처음 만난 외나무다리다.
처음에 바로 뒤돌아서 악수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몇번 여기서 죽여보려 했지만, 당연하게도 죽일 수 없었다.
몇번이고 저 절벽으로 떨어졌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
난 오랫동안 쓰지 않은 방귀 쿠션을 꺼냈다.
가스가 꽤 빠져있어, 쿠션이라 보기는 어렵다.
난 그걸 왼손에 끼고, 양손을 맞잡았다.
오랜만에 듣는, 유쾌한 소리다.








폐허였던 뉴홈의 문 근처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인다.
난 한숨을 내쉬며, 블래스터를 꺼내고 가까이 다가갔다.

여왕이 된 토리엘 아주머니는 숨 죽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발굽이 있는 여자아이는 안절부절 못한 채, 닿지 않는 위로의 말을 계속해서 건낸다.
보라색 여자애는 큰 연필을 몽둥이처럼  휘두르며, 문을 막은 낙석을 치우려 하고 있다.
꽤 지친 모습인지, 속도가 느린 편이다.
그리고...


한 인간이 허공을 바라보며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제정신이 아닌 건지, 아니면 머리카락에 가려지지 않은 눈이 회색빛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저 놈이 플레이어라는 사실이다.




전투 화면으로 넘어오고, 난 블래스터를 다시 넣었다.
그 놈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그 놈이 깨어나서도 아니다.
옆에 있던 괴물이 말려서도 아니다.
그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

영혼이 쪼개져 있다.
작은 조각은 인간의 몸 안에, 큰 조각은 들고있는 검 안에.
그 말은, 저 영혼의 주인이 플레이어라면...
육체가 육체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기 쉽다는 뜻이다.


이런 오류는 처음이다.
999번의 시간선에서, 이 정도로 세계가 뒤틀린 적은 없다.
심지어, 토리엘을 빼면...
모두 내가 처음 보는 존재들이다.



설마...
'그 일' 때문에?





인간에게선 아주 희미하지만, 살기가 조용히 뿜어져 나온다.
너무, 너무 익숙한 '그것'이 느껴진다.



그럼...
만약 저 살기가...



그 놈에게 향한다면...





난 다른 방귀 쿠션을 왼손에 꼈다.
"인간."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법을 모르는 건가?"


-----
오늘의 코멘트:
랄세이 다음으로 샌즈가 성격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사실 얘네 둘 빼면 바뀐 게 거의 없다...)

999번의 몰살 시간선에서 별 짓을 하면서 (AU의 힘에도 손을 대면서)플레이어를 막으려 했지만 모두 실패해서 정의감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고 생각해주면 된다.

그래서 이후에 크리스에게 협조하는 것도 사실 이용하는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스노우딘은 여기선 대도시 급이다. 뉴홈이 드리무어 부부의 성이고 스노우딘이 원작 뉴홈 급이라 생각하면 됨.(뉴홈의 괴물은 뉴홈의 전신이 세워지기 전부터 살던 괴물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드리무어 부부가 계속 살아도 된다고 허락해 준 거고.)

오늘도 봐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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