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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DERGROUND OF DELTA-12:네 선택은 상관없다.모바일에서 작성

언갤러(175.223) 2024.10.28 18: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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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https://m.dcinside.com/board/undertale/1234661

부서진 문의 잔해가 느긋이 쌓여있던 눈을 흐뜨린다.
눈가루가 흩날리고, 붉은 세개의 날카로운 창끝이 눈앞을 향한다.
그 도플갱어의 말이,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는 직감이 든다.
내 눈이 다시 차가운 날에 닿기 전, 난 무언가가 뒤로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


' '버프 깡그리 넣어'라는 버프는 없어, 멍청아!'
'하...난 서포트만 할테니까, 저 자식들 알아서 좀 정리해.'
...고마워.


"꽤나 거칠게 나오네, 응?"
프리스크가, 차라가, 플레이어가 자기 키의 1.5배가 되는 삼지창을 세웠다.
가는 목에 감긴 덩굴이 차가운 바람에 흔들린다.
"뭐, 우리야 좋지."
"더 재밌는 '전투'를 할 수 있는데."
"하, 내 말이."
아스리엘의 모습을 한 인형의 차가운 눈빛이 재미와 함께 빛난다.
그 인형에 감긴 덩굴은 살짝 느슨한 인간의 것과 달리 꽉 조여져 있다.

...긴 호칭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조사하기'를 눌렀다.

플레이어-LV19988.
인내를 버린 살인마는 자신이 용자라는 망상에 빠져있다.

델타-기사.
우린 지금까지 그의 목적을 향한 길을 걸어왔다.



난 손의 땀을 닦고 검을 바로잡았다.
'뭐???기사????'
'저 새끼가 기사였-'
말할 시간 없어, 닥치고 있어.


해골은 그들을 빤히 쳐다본다.
안공 속의 빛은 어둠에 점점 잠겨간다.
"헤헤헤..."
"거친 게 좋다는 거지?"
공기의 떨림이 거세진다.
정의를 잃어버린 웃음이 광기와 함께 퍼져나간다.
"그렇다면..."

"한번 거친 시간을 보내보자고."








하얀 눈 위에 초록빛 덩쿨이 튀어올라 목표를 향해 내닫았다.
위협적인 가시채찍마저도, 내게는 그저 도구일 뿐이다.
날 향해 다가오는 덩쿨을 잡아당겨 델타에게 달려가는 동안, 내 뒤를 노렸던 덩쿨은 오류와 함께 잘려나갔다.
이젠 날아드는 공격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저 놈들의 숨통을 끊는 것 만이 내 목적이다.

폭발음이 귓가에 윙윙거린다.
너무 가까이서 시도했다.
큰 폭발과 달리 플레이어의 뺨이 찢어진 것 말고는 큰 타격은 없었다.
피하려는 기색도 없이 맞아준 것에 의구심을 품을 때 쯤, 작은 주먹이 날아왔다.
"야, 피해!"
형체 있는 것이 날 뒤로 잡아당겼다.
닿지 못한 주먹이 공기에 거대한 파열음을 냈다.
용각류의 머리가 파열음을 신호로 달려들어 죽음의 빛을 뿜었다.

"제길....저 놈 대체 정체가 뭐야?"
"뭐든간에, 같이 가자고, 크리스!"
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수지가 봤을지는 모르지만, 루드 버스터의 화염이 강해진 것은 느껴진다.


보라색 참격이 눈밭을 가른다.
흔적에서 태어난 연쇄적인 폭발이 눈을 저 위까지 보냈다.
반사적으로 올라간 팔을 다시 내리고, 우리는 눈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놈들에게 달려갔다.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시린 공기를 울린다.
인간은 여유롭게 한 손으로 삼지창을 들고 두꺼운 장갑이 끼워진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위력 자체는 무시할 수 없지만, 결국 육체는 꼬맹이일 뿐이다.
가볍게 피한 후, 머리를 뭉개려 검을 내려쳤다.
떨리는 팔로 검을 막은 플레이어는, 삼지창을 빼내고 제대로 된 공격을 시작했다.






연속적으로 바뀌는 공수.
쉴새없이 바뀌는 턴.
누가 더 빨리, 더 잔인하게 대가리를 깨부수는지 겨루는 경기는 그 존재만으로도 광란이며, 두려움이며, 재미이다.
이 경기에서는, 게임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불명확하다.
어찌보면 모두 선도, 악도 될 수 있다.
단지 적으로 만났을 뿐이다.


이 행동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순진한 왕자를 연기했을 때의 랄세이가 할 짓이다.
이 행동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자는 그 도플갱어의 예언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샘의 봉인자이고, 델타의 전사이며, '우리'이다.
우리는 악마의 법칙이 아닌, 우리의 법칙을 따른다.
그리고 그 법칙은...





"제길, 뭔 꼬맹이가 이렇게 힘이 쎄?"
우리를 가로막는 녀석은
"야, 잠깐, 크리스!너 어디가는 거-"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흰 꽃잎이 눈에 섞여들어 잘 보이지 않는다.
아까까지만 해도 재미를 품고 있던 검은 반점이 품고 있는 건 공허함 뿐이다.
머리를 잃은 덩굴 덩어리는 아무 의미 없이 서 있다.
"......."
"..................."
"....뭐야, 별거 아니네!"
"그냥 이렇게 대가리가 날라간다고?"
"하, 괜히 쫄았구만!"
확실히 이상하다.
이렇게 쉽게 죽는다고?
왜 이렇게 재미없게 가버리는 거지?



"경계를 늦추지 마."




거대한 녹색 손이 눈을 헤집으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수지의 황색 눈동자가 흔들리며 그 거대한 손을 비추었다.
"야, 야!"
"당장 이 손 풀어!!"
수지는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몸부림은 무의미하다.

"아하하하하!!!"
"너희는 정말로..."
"날 죽일 수 있을거라 생각한거야?!"

덩굴 덩어리가 머리를 얹고 있던 곳에서 정체모를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그 액체를 따라 자라난 덩굴은 꽃봉오리를 맺었다.
흰 꽃이 피어나고, 검은 반점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델타는 반점 근처에 맺힌 노란 액체를 닦으며 계속 킥킥댄다.

"조금 놀라긴 했어. 아아주 조금."
"진짜로 날 죽이려고 했었네, 했었어..."
"뭐, 참 안됐네!"
"난 너희랑 잠깐 놀아주고 본목적을 실행하려고 했는데..."

"여기서 그냥 죽어줘야겠어."
델타의 작은 손아귀가 주먹을 쥔다.
손이 수지를 억세게 죄여간다.
고통으로 가득 찬 포효가 마을에 진동한다.









보라빛 불꽃이 눈앞을 스쳐지나간다.
녹색 손의 손목에 붙은 불꽃이 위로 번져나가기 시작한다.
델타는 부서진 문을 바라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 진짜, 저 년은 또 왜 난리야?"
빠르게 날아든 뼈가 검게 타버린 손목을 끊었다.
신음하며 가까스로 손아귀를 탈출한 수지가 그곳에서 발을 떼자마자, 거대한 불꽃의 회오리가 살인자들을 집어삼켰다.
"얘들아, 괜찮니?"
손에서 아직도 연기가 나고 있는 토리엘이 당혹감을 품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밖이 소란스럽길래 나왔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곤혹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난 토리엘의 얼굴이 우리를 돌아봤을 때, 눈보라가 화염의 회오리를 소멸시켰다.

".....이 거의 도착했나봐. 여기서 힘을 쓸 수 있는 거 보면."
앞의 말이 흐려 잘 들리지 않는 델타의 말 뒤로, 광기에 물든 재미가 드러나는 플레이어의 말이 들려온다.
"캬, 풀빡 토리엘이랑 싸우는 건가?개재밌겠는데?!"
플레이어의 웃음이 점점 커지고, 눈보라는 제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손에 들린 붉은 삼지창이 토리엘의 눈에 비친다.

"....."
아무 말도 없다.
아무 반응도 없다.
토리엘은 거대한 삼지창을 빤히 바라본다.
그 뿐이다.

공기의 떨림이 거세진 감정에 따라 점점 커진다.
열기가 설원의 마을을 뒤덮기 시작한다.
여전히 토리엘은 삼지창을 바라본다.
그 뿐이다.

토리엘 발 밑의 눈이 녹기 시작한다.
질척거리는 진흙이 하얀 털에 묻는다.
아직도, 토리엘은 삼지창을 바라본다.

그 뿐이다.









"잠깐 기다리렴."



HP가 회복되었다는 효과음이 들리고, 녹아내린 눈이 사방으로 튄다.
계속 웃고있던 플레이어의 얼굴이 작열통으로 일그러진다.
먼지가 가득한 삼지창으로 고통에서 벗어난 플레이어를 하늘에서 화염의 창이 쏟아지며 반겼다.
가시덩쿨은 이 보라빛 방문자들을 환영하지 않았다.

"집중해. 자아도취에 빠져갖고 정신 팔려있지 말고."
"아...이 겜 난이도 점점 드러워지네..."
"이러면 심판자 어케 깨냐?"
여유만만하게 게임의 난이도를 따지는 모습에 당황한 수지가 잠깐 주저했다.
당황스러움이 묻어난 표정을 보는 동안, 플레이어는 이미 폭주한 토리엘의 뒤로 다가와있었다.

빠르게 돌진한 뼈가 플레이어의 배를 갈랐다.
눈밭에 붉은 피가 흩뿌려지며, 부딪힌 나무의 눈이 인간 위로 쏟아진다.
"자, 우리도 할 일을 해야겠지, 꼬맹이들?"

참격과 폭발이 서로 맞물리며 눈이 멀 것만 같은 섬광이 뿜어져 나온다.
그 빛으로 블래스터의 폭발과 불꽃, 이중적인 검격이 겹쳐져 묘사할 수도 없는 무언가가 되어간다.


나도 '무언가'가 무엇인지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고통, 두려움, 분노.
이 셋과 사람들이 괴로워 하는 모든 것들의 혼합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자체가 지닌 불안함으로 그 누구라도 싸우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누구를 뒤덮어버릴지는 분명하다.

...아니, 우리는 이미 뒤덮여버렸다.
그저 혼란스러운 싸움을 이어나가야만 한다.
눈보라가 살을 에고, 뼈와 불꽃이 휘날리는 전투를 지속해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그 사명을, 의무를, 강요를 거부할 수 있는 힘은 없다.
우리는 싸우고.
싸우며.
또 싸운다.

계속해서.








금속과 텅 빈 것의 충돌음이 울린다.
그 발원지로 고개를 돌리자, 넘어진 샌즈 앞에서 삼지창을 막고 있는 파피루스가 부들거리고 있다.

"잠깐만...네가 인간이지, 그렇지?"
"그...폐허의 괴물을 마구 죽였다는."
"그래도...그래도 일단 내 얘기 좀 들어줘. 응?"

플레이어는 델타와 눈빛을 교환하고, 삼지창을 내렸다.
파피루스도 교차하여 삼지창을 막고있던 뼈를 치웠다.
"파피루스, 여긴 위험해. 당장 도망쳐야..."
"형. 잠깐만 있어봐."





"...솔직히 말해서, 난 이 상황이 하나도 이해가 안돼."
"갑자기 문이 부숴지고, 갑자기 냅다 싸우기 시작하고..."
"물론, 너에 대해서는 애들에게서 들었어."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너무 많은 먼지를 묻혔잖아, 그렇지?"
"...그렇다고 해서, 너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는 건 아냐!"
"노력만 하면 모두가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어.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만큼!"

파피루스의 얼굴에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목소리는 당당해 보이지만, 미세한 떨림을 잡아내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한번만 내가 너희를 가르칠 수 있게 해줘."
"너희의 선생님이 될 수 있게 해줘."
"너희가 이 모든 짓들을 당장 그만두고, 그냥...그냥 친구들이랑 같이 지내줘."
"그렇게 되면 나, 파피루스는 너희를 두팔 벌려 환영할 테니까!!"



웃음이 인간의 입에서 새어나온다.
동의가 아닌, 재미에 의한 웃음이다.
인간은 붉은 눈을 델타에게 향했다.
델타는 그 신호를 보고, 눈밭을 여유롭게 거닐며 중얼거린다.

"...그래, 네 말이 맞긴 해. 파피루스."
"확실히, 넌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잖아, 그렇지?"
"네 손 많이 가는 형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다른 이들과도 친하게 지내려 매일 스파게티를 만들지."
"...그 노력에 대해선, 뭐. 인정할게."

순진한 해골이 감격스러움에 눈을 빛내며 웃는다.
"정...정말로?"
"날...날 인정해주는 거야?정말로??"
"자, 그러면 어서 와!언제든 너희를 위해 수업을 해줄 거니까!!"

"그래, 그래..."

인간이 천천히 파피루스 쪽으로 발을 향한다.
붉은 삼지창이 살의로 빛난다.
"아, 아까 말을 못했는데 말야, 우리의 대답은..."

" '싫어'야."

--------
오늘의 코멘트:확실히 전투씬이 가장 어려운 것 같긴 하다.
묘사가 좀 빈약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열심히 썼으니까 잘 봤음 좋겠다.
델타가 죽지 않는 것은 정말로 죽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본체를 죽인 게 아니라서 아스리엘 모습은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거다.(근데 이말은 분신을 무진장 만들어서 군단으로 죄다 쓸어버릴 수 있다는 건데 알파가 막고있는 거다. 사실 얘네 능력은 개사긴데 알파가 겁쟁이라 시도도 안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화로 리메이크의 굴레에서 빠져나왔다. 원래 스토리에서 추가된 것도 많고 설정도 엄청 추가되서 이걸 감당 가능할까 무섭지만...그래도 앞으로도 잘 봐줘라.
잔말이 ㅈㄴ많았다. 오늘도 봐줘서 고맙다.

P.S.:베타 이새끼가 내가 자기 삭제 못한다는 거 알고나서 기세등등한지 멋대로 글 써놓고 난리치고 있다...
맞는 말이라 딱히 조치는 안 취했는데 선 넘는다 싶으면 바로 1년동안 봉인시키겠다.(1년동안 시끄러운 건 뭐...교육 제대로 안 시킨 내 잘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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