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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또배기 이항사 하루

ㅇㅇ(220.89) 2019.07.21 21:06:48
조회 3513 추천 33 댓글 14

띠리리리링.


분명히 알람이 울렸을텐데 알람은 꺼져있고 전화벨이 울린다. 


" 이항삼다" "이항사님 삼항삽니다" "어 갈게~"


시계를 보니 자정이다. 


터벅터벅 브릿지로 올라간다. 


"어 수고 인수인계 할거 있나?" "선장님이 어선들 잘 피해가라고 하셨어요" "어 내려가서 쉬어라" 


또 지긋지긋한 당직이다.


사람 형상이 하나 둘 셋... 타수는 이미 올라와있다. 시꺼먼 놈들끼리 시꺼먼 브릿지에선 구분이 되진 않지만 한 덩어리는 서있고 한 덩어리는 삼돌이랑 퇴장한다.


"야 니 저 머고 레다 와치 하고 썸팅 커밍하면 콜미 오케" "오케 쎄칸"


레이더를 보니 깨끗하다. 타수보고 견시를 잘 하라고 일러둔 뒤 통신실에 들어가 마저 잠을 청한다.



툭툭. "헤이 쎄칸 쓰리어클락" "어..."


한숨 자고 일어나니 벌써 3시다. 


차트룸에 들어가보니 타수가 메모지에 한시간별로 위치를 다 적어놨다. 고맙기 짝이 없다. "아 땡큐 니 꼬다운 슬립" "야 쎄칸 떙큐"


3시간동안 나 대신 당직을 서준 타수를 일찍 내려보내고 차트룸을 나온다. 주변을 보니 깨끗하다.


차트에 대충 위치 내놓고 로그북을 끄적인 뒤 까먹은 서류가 있나 찬찬히 둘러본다. 깔끔하다. 할 게 없다.


어짜피 선장은 방에 드러누워 코골고 있을 시간이니 파일럿체어에 앉아 담배를 태운다.


후... 30분쯤 앉아있었나. 브릿지 문이 열린다. 


의자에서 일어나 뒤를 보니 시꺼먼게 "쎄깐 굿모닝..." 하며 힘없는 소리로 인사한다. 다음 타수네. 


대충 인사한 뒤 같이 담배를 태운다. 


그러고는 이런저런 노가리나 까다보니 4시나 훌쩍 넘었다. 슬슬 피곤하다.


전화기를 들고 일항사를 깨운다 "일항사님 이항삼다" "어 올라간다~" "네"


한 10분쯤 지나니 일항사가 들어온다.


"어 이항사야 수고 뭐 있나?" "암것도 없습니다 오늘은 어선도 없네요" "어 그래 수고했다 내려가라~" "네"


인수인계 10초면 끝난다. 


슬슬 방으로 내려와 대충 씻고 정리한 뒤 식당에 간다. 이기사가 열심히 뭘 만들고있다.


"형 머해요" "아 왔냐? 머하긴 맨날 라면이지" "것도 그렇죠 라면 끓일게요"


어느때와 똑같이 이기사와 앉아 라면을 먹으며 수다를 떨다보면 5시가 넘어있고 창 밖이 짙은 파란색을 띄기 시작한다.


"제가 치울게요" "어 그래 이따보자~" "쉬세요"


대충 정리한 뒤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하 특례 언제 끝나나 씨바..." 






띠리리리링.


또 알람소리 대신 전화벨이다. 


"예 이항삼다"


"어 이항사야 내다 니 밥 안묵나?"


주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계를 보니 12시다.


"아 네 괜찮아요"


일어나자마자 근무복 갈아입고 냉장고에서 음료수 꺼내들고 브릿지로 휘청휘청 올라간다.


여자 만나는것도 아니고 배에서 맨날 보는 상판떼기 보는데 씻긴 개뿔.


브릿지 문을 열자 삼돌이가 컴퓨터 앞에서 타닥타닥 소리만 내고 타수는 레이더만 보고있다.


"어이 수고"


"아 이항사님 식사 하셨어요?"


"맛대가리도 없는거 왜먹노. 인수인계 할거 있나?"


"아뇨 별건 없고 선장님이 배 잘 몰고 가라던데요"


"어 그래 알겠다 내려가서 밥먹고 쉬어라"


"네 수고하십쇼"


"어"


"쎄칸 암 고다운"


"어~"


삼돌이랑 타수가 내려갔다.


내 당직 타수는 방에서 퍼질러 자고있는지 아니면 늦게 일어나서 밥쳐먹고 있는지 데이워크를 하고 있는지 관심없다.


앞을 보니 누추한 꼬라지의 어선때가 보인다. 아 씨발 인제 생각났다 내일 중국 도착이지.


한 30분 있으면 어선군 안으로 들어갈거 같다.


삼돌이들은 이걸 피할까 선장을 부를까 고민하겠지만 몇년 다닌 이항사들은 그딴거 모른다. 그냥 직진한다. 받히면 저새끼들이 뒤지지 내가 뒤지는거 아니다.


기적은 엄금이다. 귀머거리 영감탱이 기적소리만 들리면 식겁을 하고 앞에 뭐 있나 싶어 브릿지로 뛰어올라온다. 


띠리리리링


"에 비찌 이항삼다" "어 이항사야 타수 필요하나?"


일항사다. 타수를 부려먹을 심산이다. 


하지만 알고있다. 타수새끼들도 쨍쨍한 햇빛받으며 데크에서 뒹구르느니 에어컨 시원하게 틀어놓은 브릿지에 서있는걸 더 좋아한다. 


"앞에 어선이 쫌 있네요 타수좀 올려주세요" "어 그래 알았다"


한 15분쯤 지나면 타수가 슬그머니 브릿지로 들어온다


"헤이 쎄칸 듀티" "어~"


이새끼는 관절염이 있는지 CCR에서 브릿지 올라오는데 한세월이다. 이미 어선때는 코앞이다.


하지만 새벽과 똑같다. 타수에게 견시 잘 하라고 일러둔 뒤 통신실 의자에 앉아 2항사 폴더에 꽁쳐둔 영화를 튼다.


먄마건 인도네시아건 피노건 타수새끼들은 레이더 견시의 프로다. 뭔가 개 코딱지만한게 잡히기라도 하면 "쎄칸 베쓸 커밍" 하면서 날 찾는다.


하아... 한숨과 함께 통신실을 빠져나와 레이더를 본다. 뭐가 우리 배 앞에 있긴 있다. 어망 부이 하나.


이 새끼들은 레이더만 보지 자기 눈을 쓸 줄 모르는거 같다. 


"노 프라블럼 오케오케"


잠깐 나온김에 주변을 둘러보니 어선에 둘러 쌓여있다. 


제 아무리 짱깨들이 용감하게 돌진한들 진짜 박으면 자기들이 가라앉는다는걸 잘 알기에 알아서 피해간다.


영화 한편 뚝딱 해치우고 통신실을 나가보니 어선들이 다 사라졌다. 타수도 같이 사라졌다.


한 5분쯤 서있다보니 화장실에서 타수가 슬그머니 나온다. 


기왕 나온거 노가리를 까다보니 벌써 15시 반이다.


차트룸에 슥 들어가 로그북만 대충 끄적인다.


잠시 후 일항사가 브릿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여 이항사 수고" "네 수고 많으심다" 


인수인계 5분만에 끝내고 내려온다. 


방에서 씻고 담배 한대 태우고 나오니 16시다. 슬슬 밥시간이네.


터벅터벅 식당으로 내려간다.


왁자지껄. 식당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말소리가 점점 커진다. 식당 문을 스윽 들여다보면 영감들이 모여서 카드치고 놀고있다. 주자도 카드치고 있네.


"수고 많으심다" "어 이항사 오늘 머 별거 없드나?" "네" 


"조리장님 저 퍼먹으면 되죠?" "어 알아서 먹어라"


주자랑 벌써 두 배를 같이 탔다. 난 차리고 나발이고 준비만 해두면 알아서 퍼먹는걸 잘 알고있다.


10분만에 저녁밥을 뚝딱 해치우고 "수고하십쇼" 한마디와 함께 카드치는 영감들을 뒤로한채 방으로 들어간다.



"하는것도 없는데 존나 피곤하네 특례만 끝나면 이짓거리도 끝이다..."


독백과 함께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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