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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컬럼] 펀딩 브로커.

김유식 2010.11.15 12:56:24
조회 11430 추천 13 댓글 42


   2004년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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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은 유식이지만 필자도 펀딩 브로커한테 속은 적이 있다. 3~4년 전 한 벤처캐피탈에서 법무사사무소의 L모 사무장을 만났는데 L사무장은 예의범절이 깍듯했고 인상도 좋은 편이었다. 자신이 40개 벤처회사의 이사나 감사로 등재되어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사나 감사를 미처 선임하지 못한 회사의 설립 등기를 해 주면서 일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자신이 비상근, 무보수의 이사나, 감사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필자는 인터넷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었고 이때 마땅한 대표이사를 찾지 못해 L사무장과 이야기 하다가 그를 비상근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L사무장은 사업 모델이 좋다면서 5억 원 정도의 투자는 간단하게 받아 받을 수 있다며 큰소리쳤다.


  필자는 L사무장에게 어느 정도의 월급 겸 투자유치 활동비를 주기로 하고 회사 명의로 고급 승용차도 하나도 지급했다. 그런데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에 대한 말투나 행동에 신뢰가 떨어져 갔다. L사무장은 평소에는 만나기 힘들다가도 월급날만 되면 귀신 같이 나타나서 손을 내밀었지만 대표를 맡은 지 3개월이 지났어도 투자 유치는 고사하고 기업 설명 등에 대해서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모든 투자 세팅이 끝났다.”며 “조금만 기다리면 S은행으로부터 수억 원의 투자금이 들어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달이 더 지나서 L사무장을 만나 S은행 투자 건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 보았다. 솔직히 그 당시는 벤처 투자 열풍이 급격히 식고 있는 중이었으므로 L사무장이 사실을 밝히고 투자 받기가 어렵다고 말한다면 별로 그를 탓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며, 나로서도 덤덤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아니? 돈이 안 들어왔나요? 통장 한 번 찍어 보세요. 돈이 들어갔을 텐데?”하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늦었지만 그제야 L사무장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전형적인 사기성 투자 브로커였다. 우리는 S은행에 사업계획서 한 번 가져다 낸 적도 없었고, S은행하고 투자에 대한 협의조차 없었다. 당연히 S은행이 신설 회사의 은행 계좌번호를 알 리가 만무했다. 쓴 웃음이 절로 나왔다. 눈뜨고도 당한 케이스였다.


  다음 날 직원을 보내 대표이사 사임서와 자동차 키를 받아 왔다. 그도 뽑아 먹을 만큼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순순히 사임에 응했다. 애초부터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브로커를 통해 투자를 받겠다고 마음먹은 것 자체가 잘못이었고, 의심이 가면 이에 대한 확인을 해야 했을 텐데 무작정 다른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것도 잘못이었다.


  얼마 전,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도 벤처 열풍에 편승해 회사를 설립하였으나 1년 만에 자금부족과 내부 갈등으로 사업을 접었다고 했다. 안타깝다는 위로의 말을 건네니 그는 사업이 망했어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므로 수업료 낸 셈 치면 그렇게 아까울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 가지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 있다며 말하길, 한 펀딩 브로커가 투자를 받아주겠다고 해서 없는 돈에서 수천만 원 가량의 활동비를 지급했는데 감감 무소식이라는 것이었다. 누구인지 이름을 물어보니 바로 L사무장이었다. 간사하지만 필자가 덜 뜯긴 게 위안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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