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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컬럼] 술버릇.

김유식 2010.11.23 14:22:22
조회 17238 추천 18 댓글 77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인물 탐구’ 비슷한 류의 기사들을 읽고 있자면 과연 사실일까? 하는 부분들이 있다. 유수의 대기업 총수나 유명 기업의 대표들에 대한 인터뷰 기사들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대표들의 대부분이 아침형 인간에 술을 거의 하지 못하거나 와인 한두 잔 또는 맥주 반 병 정도 마신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많은 대표들이 오전 4~5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일찍 출근하여 메일을 읽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오후 6시면 퇴근하여 아내와 자식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독서나 음악 감상을 즐기다 새벽녘에 잠자리에 든다고 하는데 이렇게 하루 일과가 틀에 박힌 듯 비슷한 것이 사실인지 궁금하다.


  물론 회사 대표들 중에서는 아침형 인간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맞지만 술에 대해서는 ‘과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는 가끔씩 와인을 조금 즐기는 정도이며 그 외의 다른 술은 잘 못 마신다고 대답했던 한 벤처 CEO는 필자와의 술자리에서 양주 세 병을 게걸스럽게(?) 마신 적이 있다.


  술을 조금도 마시지 않고 사업하는 경영자들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 이는 극히 일부이다. 특히 IT 업계는 다른 비즈니스에 비해 사업기반이 좁은데다가 인맥이 중요시 되는 곳이라 다른 업종에 비해 술자리에서 푸는 비즈니스가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IT 쪽이 다른 업종 보다 구성원들이 젊은 편인 까닭인지 술자리에서 기묘한 술버릇을 보이는 사람들이 타 업종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디시인사이드 S차장은 술 꼭지가 돌았다 하면 길거리에서 생활정보지가 담겨있는 거치대를 두 개씩 회사로 가져오는 버릇이 있다. 가까운 곳에서 가져왔다면 도로 가져다 놓으면 되지만 멀리서 마셨을 때는 그 근처에서 거치대를 들고 택시를 타고 오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 이유를 물으면 정작 본인은 왜 그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은 사라진 여의도 모 벤처업체의 한 지인은 주로 신촌에서 술을 마셨는데 이 사람은 술에 취하면 편의점에 들어가 콘돔을 가득 사갖고 나와 길거리를 지나는 커플들에게 나눠주는 버릇을 가졌다. 이런 버릇들이야 남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지만 상대방을 괴롭게 하는 술버릇도 있다.


  역시 필자의 지인인 J모 신문의 K기자. 술자리를 같이 하기가 무섭고 괴로운 사람이다. K기자는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면 양주를 코로 마시면서 상대에게도 그것을 강권한다. 코카인을 들이마시는 것처럼 작은 혈관이 모여 있는 코로 술을 마시면 알콜 흡수가 그만큼 빨라져서 좋단다. 자신이 코로 마시고 상대방이 그것을 따라하지 않으면 성질을 부린다.

  한국적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에서 살다온 모 회사의 L팀장은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면서 자신이 술값을 내겠다고 하며 계산서를 들고 사라졌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던 자리였고 나중에 필자가 낼 테니 그냥 가시라고 말 했지만 자신이 마신 술값은 꼭 자신이 내야 한다고 했다. 나중에 카운터를 지나치는데 술집 아가씨가 계산하고 가라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따져보니 L팀장은 주문해 놓은 양주 세트 중에서 자신이 마신 양주 네 잔 값 + 콜라 한 잔 값만 정확히 계산하고 갔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L팀장은 안주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얼음 값을 내지 않고 간 것이 괘씸했다.



  꼬랑지 말.


  2010년 1월 말에 출소한 필자는 몸무게를 19kg 줄여서 나온 덕분(?)으로 출소 직후에는 술만 마셨다 하면 아무데서나 쓰러졌다. 술은 예전 버릇대로 마시지만 몸무게가 줄은 탓에 몸이 버티질 못한 것이다.


  2010년 4월 경, 강남의 모 한정식 집에서 네 사람이 각 여섯 병씩의 소주를 마신 후 최모 사장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여자인 변모 사장은 에르메스 캘리백을 놔둔 채로 집으로 사라졌고, 필자는 한정식 집 바닥에 쓰러졌다. 최 사장이 필자를 업고 식당을 나와서 변 사장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못 찾고 와보니 이번에 필자가 사라졌단다.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찾아보다가 옆 가게 앞에 있던 머스탱 자동차 뒷좌석에서 떡실신 되어 있는 필자를 발견했다. 필자는 얼굴도 모르는 머스탱 주인과 함께 서로 취한 상태에서 의기투합(?)하여 같이 뒷좌석에 앉아 있다가 그만 대량의 토사물을 내 뱉고 말았다고 들었다.


  최 사장이 필자를 끌어내고는 차 주인에게 세차비를 넉넉하게 줬다고 했다. 그 후 뒤를 돌아보니 또 필자가 사라졌단다. 어디로 갔을까 한참을 찾아다녀 보니 이번에는 어느 포르쉐 뒷좌석에 가서 역시 실신해 있더라고 했다.


  나중에 최 사장이 필자의 전화기로 근처에 있던 후배를 불러줘서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기는 했는데 필자도 술만 마셨다 하면 노숙을 멀리하고 아무 차에나 들어가는 습성(?)이 있나 보다. 노숙하다가 입 돌아가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겠다.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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