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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강의석 씨의 절박한 옥중 단식 투쟁.

김유식 2011.09.21 16:09:36
조회 26023 추천 48 댓글 369


  입영거부로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강의석 씨가 최근 구치소 내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있답니다. 강의석 씨는 군대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군대 폐지와 관련된 퍼포먼스를 벌이고, 서해교전 전사자들에 대한 비하 발언 등으로 지속적인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강의석 씨의 그간 행적에 대해서까지 제가 떠들기는 그렇고, 전국 50여개 교정시설들 중 가장 훌륭한 곳인 서울구치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강의석 씨에 대해서 순수한(?) 서울구치소의 선배로서 한마디를 할까 합니다.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단식을 한다고 했는데 지난 1996년에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된 적이 있던 저는 2009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세상이 달라졌구나!”하고 감탄을 했었습니다. 1996년 영등포구치소 수감 첫날에 나이 어린 경비교도대원이 주머니에 있는 것을 다 내놓으라고 윽박을 지르고, 다 꺼내놓으니 “센타 까서 나오면 어쩔거냐?”는 언어폭력을 당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나이 어린 죄수라 할지라도 아버지뻘을 넘어선 교도관들도 깍듯이 존대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인권이 개선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강의석 씨가 개선을 주장하는 세부적인 것은 모두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두운 생활거실의 조명을 더 밝게 해 달라’


  어느 방에서 생활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서울구치소의 방들이 어둡지는 않습니다. 오전 6시에 기상하고 오후 9시에 취침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햇볕이 들지 않는 시간은 오전 1시간 정도, 그리고 일몰 후 1~2시간 정도입니다. 혼거실의 방 안에는 두 개의 형광등이 있습니다. 24시간 내내 켜두고 있지요. 독실은 한 개만 있을 겁니다. 이런 형광등 아래서도 다들 누워서 뒹굴거리며 무협지나 소설책을 잘만 읽습니다. 주말에 영화를 볼 때는 햇볕이 눈부시다고 창쪽으로 이불을 가리기도 합니다. 보통의 재소자들이 밤에 밝다고 몰래몰래 형광등 한 개를 꺼두거나 아니면 착탈식으로 한쪽 형광등 가리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밝아서 잠을 못자겠다!”고 요구하는 것은 이해가 되어도 어둡다고 하는 것은 좀 의아합니다.


  ‘격주 토요일에만 가능한 운동을 매주 할 수 있게 해 달라’


  토요일에는 격주로 오전에만 운동을 합니다. 오후 운동이 없기 때문에 모든 재소자가 다 운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격주로 하는 것이죠. 운동시간은 모든 재소자가 좋아하지만 토요일 격주 운동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는 재소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강의석 씨의 의견이 딱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운동시간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도관들의 처우가 그만큼 나빠져야 할 겁니다. 가뜩이나 박봉에 사실상 죄수들과 같이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교도관들이 그만큼 근무를 더 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토요일 격주 운동이 매주 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면 분명히 그는 “일요일에도, 공휴일에도 운동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할 것 같습니다. 충분한 교정 예산이 확보되면 가능한 일이겠습니다만 단식 투쟁까지 할 정도로 절박한 것은 아닙니다. 많은 재소자들은 방 안에서도 운동을 합니다. 방마다 운동 문화(?)가 좀 다르기는 합니다만 많이 하는 방은 하루 종일 운동하는 곳도 있습니다.


  ‘종이 재질인 간이책상을 플라스틱이나 나무 소재로 바꿔 달라’


  솔직히 이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혼거실에는 나무로 된 책상이 있습니다. 이 책상은 밥상으로도 쓰이죠. 매우 튼튼합니다. 식사 시간이 지나면 책 읽는 용도로도, 편지 쓰는 용도로도 쓰입니다. 편지를 자주 쓰는 재소자들이 있는 방에서는 박스를 이용해서 간이 책상도 만듭니다. 제가 있었을 때도 두 개 정도 만들었지요. 박스로 만들었다고 절대 부실하진 않습니다. 플라스틱 책상처럼 견고합니다. 하지만 이런 책상은 보유 금지 품목입니다. 가끔씩 있는 검방에서 걸리면 징벌을 받지는 않더라도 교도관들이 가져가 버립니다. 그러면 다른 재소자들이 또 만들지요. 간이책상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독방에 있는 것 같은데 간이책상을 하나 잘 만들면 됩니다. 아니면 1,500원짜리 닭다리 한 개 주고 다른 재소자들에게 만들어 달라고 해도 어차피 할일 없어 울부짖는 재소자들이 신나서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저것도 절박하고 절실한 처우 개선 요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강의석 씨는 구치소 내에서 여러 신문들을 읽으며 “역시 나의 떡밥은 쉬지 않았어!”라며 므흣해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종교적 신념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남아로 태어나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겠다며 수감 생활을 하면서 무상급식을 받고 있는 모습이 그리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출소하고 나와서는 멋진 사회 구성원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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