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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영구네집 이야기 3

김유식 2004.12.20 00:00:00
조회 25213 추천 22 댓글 24


  4월 17일. 3일째.  part 1 수요일

  4월 17일 아침이 됐다. 자는 동안 몰랐는데 베트콩이 한명 들어왔다. 가리봉동에서 단란 주점을 경영한다는 가리봉 아저씨였다. 들어온 사연은 이랬다.

  아침 6시쯤 되어서 손님 둘이 들어왔단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찜찜하기도 하려니와 느낌도 안 좋아서 영업 끝났다고 하려다가 그냥 주문을 받았다. 호쾌하게 양주 두병하고 안주를 시키고 아가씨와 술을 마시다가 술값이 85만 원이 나왔다. 손님 중 한 명이 신용 카드를 내밀면서 아가씨와 외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아가씨 외박비가 20만 원씩이니까 둘이 40만 원을 끊고 계산하기 좋게 아저씨 팁 15만 원해서 140만 원으로 끊으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신나는 가리봉 아저씨. 이지 체크로 검사해 보니 승인도 잘 떨어졌다. 기분 좋게 계산하고 아가씨 둘은 외박 보내고 가게 문을 닫고는 이틀이 무사히 지나갔다. 그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도난 카드를 그 집에서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힌 가리봉 아저씨. 그런데 카드 사용 내역을 추궁 받다가 그만 아가씨 외박 보낸 것이 들통 났다. 심야 영업에다가 아가씨는 미성년자. 게다가 엄연한 매춘 행위. 경찰서 유치장에서 있다가 어제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데 검사도 사정이 딱했던지 죄목을 하나만 하도록 고르라고 했다. 도난 카드로 결제했으니 신용 카드법 위반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매춘으로 할 것인지 골라야 하는 순간이었다. 잘 모르는 가리봉 아저씨는 그냥 그게 그거인가 싶어서 매춘으로 한다고 했다. 그리고 구속 영장이 떨어져서 오게 된 것. 이 이야기를 들은 풍속범 아저씨 왈, “어휴~ 그건 죄가 엄청 커유. 실형 살어유~ 당연히 카드루 들와야지유~” 하면서 아는 척을 했다. 그러나 가리봉 아저씨는 믿는 백이 있는 모양이었다. 자기는 곧 벌금만 내고 나갈 거라고 큰소리 쳤다. 이야기가 조금 늦어졌지만 풍속법으로 들어온 이봉주 닮은 아저씨는 30대로 나이가 꽤 어려 보여서 그냥 삼촌으로 불렀다. 역시 단란 주점을 경영하는데 어느 날 어린 여자애 둘이서 일하게 해 달라고 왔단다. 그러다가 그 애들의 부모들이 나중에 찾아와서 고발하는 바람에 구속되게 된 사람이었다. 미성년자 고용으로 걸리게 된 것. 이 사람은 나중에 나와 같은 방으로 전방가게 된다.

  나는 오늘 아침에 출정을 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검취나 출정이나 모두 출정으로 불렀다. 그런데 아침을 먹고 난 후에 교도관이 철문을 열더니 나를 지목하고는 이발소로 가란다. 머리가 길었나 보다. 몇 명이 모여서 이발소로 갔는데 보통 사회의 이발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순서를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교도관이 나를 찾으러 왔다. 출정 준비해야 되는데 여기 있으면 어떻게 하냐면서 빨리 준비하라고 했다. ‘대체 뭘 준비하라는 거야?’ 다시 방으로 돌아가니 방 사람들이 휴지와 사탕을 챙겨 줬다. 사탕을 주머니에 가득 넣고 신입자 교육했던 곳으로 따라갔다. 따라가는 도중 검신기를 통과한다. 검신기는 금속 탐지기로서 혹시 몸에 날카로운 것을 숨겨 갖고 나가서 법원에서나 검사 앞에서, 또는 다른 재소자들을 상대로 난동을 부릴지 모르므로 밖에 나가는 재소자들은 꼭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것으로 “삐익~” 소리가 울려도 검사하는 교도관도 없을뿐더러 그냥 통과하는 출입문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았다. 가끔씩 바쁘다 보면 검신기를 통과하지 않더라도 모른 척 해주었다.

  출정자들이 모인 곳으로 가니 이름을 확인한 후 수갑을 채운다. 이곳에서는 수갑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수정” 이라고 한다. 일반범은 한 개씩, 그리고 강력범들은 두 개씩 채운다. 또 수정을 채운 후에는 포승줄로 온 몸을 칭칭 동여맨다. 수정만 채웠을 때는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었는데 줄로 몸을 묶어 대니 옴짝달싹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수정을 채우고 몸을 묶어도 발이 살아 있으면 얼마든지 도망갈 수 있으니 이번엔 세 사람씩 동아줄로 엮는다. 교도관들 말을 들으니 “연승” 이라고 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1미터씩의 거리를 두고 묶여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이윽고 차에 올랐다. 출정자들은 많은데 버스는 한 대뿐이고 게다가 3명씩 같이 묶여 있으니 한자리에 두 명씩은 앉고 가운데 묶인 사람은 앉은 사람들의 양 무릎에 걸터앉는다. 남자 출정자들이 모두 앉자 여자 출정자들이 타기 시작한다. 서너 명 정도밖에 안된다. ‘저 여자들은 무슨 죄를 지어서 이곳에 왔을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자는 거의 간통이고 가끔 사기범 정도라 했다.

  버스는 20여분을 달려 남부지청으로 간다. 길가는 동안의 길 주위 개나리들이 노랗게 피어 예쁘게 보인다. 아침이라 그런지 학생들도 많이 눈에 띈다. 버스는 창문이 막혀 있고 창살로도 막혀 있다. 가끔씩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긴급호송차량” 이라고 쓰여 있는 버스였다. 거리에서 그런 버스를 보면 누가 타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막상 타고 나니까 헛웃음이 나왔다. 호송 버스 안에서는 서로 얼굴을 아는 출정자들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웃으며 떠들어댄다. 그들 중에는 그날로 재판 받고 출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도관들은 계속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지만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교도관은 일반 공무원 교도관이 있고, 군 복무 대신 이곳에서 근무하는 경비교도대원이 있다. 군인들 중에 쥐색 옷을 입고 어깨에 “경비교도” 라고 찍힌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모두 교도소에서 복무하는 사람들이다. 재소자들은 우습게도 자기들보다 이들이 더 불쌍하다고 한다. 위로는 고참 있지, 상관들은 갈구지, 밤에는 근무 서야지, 2년 넘게 복무해야지...등등의 이유였다. 뭐 그래도 그렇지 죄수들하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지키는 사람들하고 같을 수가 있나? 차 맨 뒤의 긴 자리에는 경교대원 다섯 명이 앉고 중간의 자리에는 출정 재소자들이, 앞쪽에는 철문이 있고 철문에서 운전사까지는 여자 출정자와 교도관들이 앉아서 간다. 얼핏 보니 앞쪽의 교도관 옆에는 칼빈 소총도 보인다. 권총도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거리 구경을 하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그저께 왔던 적이 있는 남부지청이다. 뒤쪽으로 가면 구치감(출정이나 검취를 기다리는 재소자들을 넣어두는 곳. 일반 감방과 동일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있는데 그곳에 넣는다. 구치감에 도착하면 바로 연승은 풀어 준다. 간단한 몸수색과 소지품 검사를 하고 난 후에는 공범이 서로 같이 있지 못하도록 정해서 한 명씩 구치감 안에 넣는다. 나는 9명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방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앉아 있으려니 발이 차갑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모두 양말을 신고 있는데 나만 맨발이다. 4월의 봄 날씨라고는 하지만 차가운 마루 바닥 위로 전해져 오는 냉기가 그리 참기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사탕 하나를 물고 멍하니 앉아 있으려는데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검취라고 했다. 다시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하고 교도관 1명과 경교대원 1명과 같이 올라갔다. 교도관은 검취 받는 재소자들을 검사실로 데리고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고 경교대원은 재소자와 같이 검사실에서 계속 감시, 대기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경교대도 참 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검사실에 들어갔더니 그저께와는 딴 세상에 온 듯 하다. 사복입고 시계차고 왔을 때와는 달리 오늘은 죄수복에다가 수갑에다가 포승줄까지 엮인 상태가 아닌가? 나를 대하는 태도도 그날 같지 않다. “어이~ 김유식이 이리와.”라고 말했다. 나중에 출소 후 다시 검사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호칭은 “어~ 김유식 씨 오셨네?” 였다.

  몇 가지 추가 조사를 받고 티격태격하다가 점심 때가 되어서 다시 구치감으로 내려갔다. 점심시간이 되면 영등포 구치소에서 차로 점심을 보내 준다. 그러면 출정을 담당하는 기결수 재소자들이 미결수들한테 그것을 배식해 준다. 메뉴는 된장국하고 샐러드, 김치가 나왔다. 아까 있던 방에서 모르는 재소자들하고 같이 밥을 먹는데 서로들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 같다. 밥 먹을 때라서 포승줄은 풀어 주지만 수정은 채운 채로 먹어야 된다. 그래서 밥 뜨고, 국 뜨고 반찬 집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몸집이 크고 눈이 쭉 찢어져서 한 눈에도 사납게 보이는 소년수 한 녀석이 수정 찬 양손을 엇갈리게 해서 철그렁 소리를 낸다. 몇 번 소리 안 나게 치다 보니까 한쪽이 철컥! 하고 풀린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별 것 다 배웠네? 하면서 쳐다보다가 나도 밥 먹는 게 불편해서 해보려고 했는데 웬걸? 내손은 그냥 빠진다. 왜 이걸 몰랐지? 나는 어릴 적부터 손이 굉장히 작았다. 그래서 지금도 여자 손 정도의 크기다. 수정은 톱니 식으로 물려 있어서 세게 흔들거나 하면 점점 조이는데 조여지기는 해도 풀리지는 않는다. 교도관들이나 경교대원이 수정을 채우면서 너무 많이 채우면 아플까봐 보통 4, 5칸의 톱니는 남겨 주는데 나는 왼손의 경우 3칸의 톱니만 남겨 있어도 손을 빼낼 수 있다. 2칸의 톱니에서는 해보다 말았는데 아마 시간이 있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라고 말할 뻔 했다.

  누구는 힘들게 손목에 상처 내어가면서 푸는 수정을 나는 힘 하나 안들이고 그냥 쉽게 빼내서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으니까 다른 재소자들 눈빛이 이상해진다. 아마도 내가 깜빵을 하도 많이 들락날락해서 수정도 마음대로 푸는 기술을 가진 베테랑 빵잽이 인줄로 안 모양이다. 밥을 다 먹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다시 태연히 수정을 채우니 사람들 눈에는 신기한 모양이다. 궁금함을 못 참겠는지 한 사람이 물어 온다.

  “아니 그거 어떻게 풀었어요?”

  “빼다 보니깐 잘 됩디다.”

  “아니. 그럼 전과가 있으신 것 같네.... 그 전에도 찬적 있어요?”

  “헉~”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수정을 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2년도 군대 있을 때 불의의 사고(?)로 세 명이서 같이 수정을 찬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차게 되어도 이전과 같은 혐오감은 들지 않았다. 군대 있을 때는 수정이 모자라서 내가 가운데 서고 양옆의 한사람씩 세우고는 수정을 채웠다. 즉, 세 사람을 두 개의 수정으로 모두 묶은 셈인데 그 수정은 자주 쓰지 않아서인지 번쩍 빛이 났었고 앞쪽에 “군용” 이라고 써 있었다. 그 수정을 차고선 의무대로 가는 도중에 데리고 가던 헌병이 담배를 내밀었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런데 내  양옆의 녀석들을 모두 담배를 애타게 찾고 있었는데 내 왼쪽에 있던 녀석은 오른손잡이였고 내 오른쪽에 있던 녀석은 왼손잡이였다. 이것들이 담배를 안 쓰는 손으로 피우면 어디가 덧나는지 꼭 수정을 찬 손으로만 피우는 바람에 나는 피우지도 않는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해야만 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내가 손을 편하게 있는 꼴을 보니 다들 좋아 보였는지 사람들이 모두 앉아서 수정을 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우습고 또 가엾기도 하다. 엇갈리게 쳐서 푸는 방법은 낡은 수정은 잘되지만 번쩍번쩍하는 새 수정은 어림도 없다 괜히 수정만 더 손목으로 파고들게 해서 아프게만 할뿐이다. 여러분들도 나중에 차게 되면 괜한 노력 마시기 바란다.

  오후에도 똑같이 조사를 받고 검사실에서 무엇을 쓰란다. 이게 무엇인지는 밝히기가 쉽지 않다. 이른바 범죄일람표 같은 것인데 그동안 판매했던 제품들에 대해서 쓰라고 했다. 컴퓨터가 없으니 쓸 수가 없었고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대충 알아서 적으라고 했다. 이것 때문에 장장 8일간을 계속해서 출정 다녔고 덕분에 사람들은 내가 굉장한 경제범이나 사건을 부인해서 계속 나오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시간은 잘 흘러서 오후 6시쯤이 됐다. 검사실에서는 내일 다시 나오라고 한다. 마지막 호송 버스를 타고 영구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래도 마음이 가볍다. 이틀 잤다고 영구네 집을 둥지로 느끼는 지 사람이 참 단순하다. 도착해서 수정과 포승줄을 풀고 1동하 2방으로 들어갔다. 가보니 저녁은 모두 먹고 치웠고 내 밥과 반찬을 남겨 놓았다. 군대에서 근무자 밥 남겨놓은 것과 다를 바 없는 듯해서 웃음이 나왔다.

  내가 없는 사이에 상표법 아저씨와 길거리 테이프 아저씨 등 세 명은 다른 방으로 전방을 갔다. 내가 있는 방은 신입방이라서 모두들 길어 봤자 일주일이면 각기 본방으로 전방을 간다고 한다. 빨리 가는 사람은 이틀 만에도 간다고 했다. 또 내가 출정간 사이 집에서 어머니가 면회를 왔었다고 알려줬다. 집에서 여기까지는 두 시간 거린데 헛걸음을 하시게 됐다. 내일도 출정인데 내일 또 오실 텐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책을 읽는데 바깥이 소란스럽다. 신입이 들어온다고 한다. 철문이 열리더니 세 사람이 우르르 들어온다. 새 식구가 들어왔으니 간단한 소개식을 한다. 꽤 어려 보이는데도 세른세살을 먹었다는 형은 간통죄로 들어왔다. 교도소나 구치소나 제일 인기 좋은 사람은 예전에는 범털이라고 불리는 권력자나 돈 많은 사람이었다. 옛날 교도소에서는 배고파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범털들이 들어오면 먹을 것도 많아지고 먹을 것이 많아지면 방내 싸움이 줄어들며 웃음소리가 나는데 절도범 들이 모여 있는 등의 돈 없는 개털방에서는 배고 고프거니와 싸움도 잦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돈 없는 사람이 없어지니까 돈보다도 재밌게 말 잘하는 죄수가 인기가 좋다. 또 말을 못하더라도 간통죄 등은 그 죄목이 원래 남자들한테는 재미있는 죄목이라 한편으로는 무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기 있는 범죄였다.

  나중에 간통 C형으로 불리게 된 이 형은 트럭에다가 야채 싣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인데 가끔씩 화투방에서 화투를 친다고 했다. 그러다 화투방에서 눈이 맞은 40대 아주머니와 불륜을 저질렀다가 남편에게 꼬리를 잡혀서 들어오게 되었다고 했다. 이 형은 이미 한번 이혼해서 애가 하나 있었고 여자 쪽에서는 애가 둘이었는데 여자는 이혼하고 이 형과 합치기를 결심했다고 했다. 이 형은 경찰서에서 조서 꾸밀 때 나가게 되면 같이 살 거라고는 이야기했지만 앞이 캄캄하단다. 간통죄 형이 들어오니 괴물 아저씨가 “저런 나쁜 새끼~ 저 새끼는 절도범이나 마찬가지야! 여자 절도!” 라고 해서 사람들을 웃겼다. 간통 형은 계속 추궁을 당한다. 여자가 예쁘냐는 둥, 느낌은 어떠냐는 둥 등 제대로 대답 못하면 당장 면박을 받고 분위기가 험악해지므로 차근차근 자세하게 말해야 했다. 사실 우리 방은 신입방이라지만 잡범들이 들어오는 방이라서 분위기는 제일 좋은 편이다 폭력방이나 절도방들은 분위기가 으시시하거나 먹을 것이 없거나 하는 일이 많다. 그리고 군기(?) 를 제일 잘 잡는 방은 뭐니뭐니해도 소년수방이다. 대인수방들은 아무리 폭력 방이더라도 나이는 어느 정도 챙겨 주고 예절이란 것도 있지만 소년수방에는 모두 20세 미만의 소년수들만 모여 있기 때문에 다들 고만고만한 또래들이고 이곳에서는 한 시간이라도 먼저 온 녀석의 말이라면 꼼짝 못한다. 반면 싸움도 자주 일어나는 곳이 소년수방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소개식을 한 사람은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였다. 전직이 미주판 동아일보 기자였다가 지금은 자영업을 한다고 하는데 거주지가 뉴욕이다. 이민 가서 살다가 서울의 후배가 미국 이민을 부탁해서 미국의 이민 담당 변호사에게 부탁해 일을 처리했는데 그게 막판에 잘못되어서 비자가 안 나왔던 모양이다. 그래서 받은 돈 중 변호사비로 들어간 돈 외에는 돌려주겠다고 했더니 후배가 모두 내놓으라고 해서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버티니까 이 아저씨가 서울에 온 틈을 타서 사기로 고소했다고 한다.

  이 아저씨는 나와 헤어질 때까지 입에서 욕한 번 안나오고 덕담만 계속 해대서 방에서는 인기가 없었지만 다들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다. 가족이 모두 뉴욕에서 살고 있는 관계로 면회 오는 사람도 드물었다. 세 번째 들어온 사람은 제일 어려보이고 키가 160cm 정도로 땅딸하고 얼굴은 그야말로 고행석씨의 만화 불청객 시리즈의 “구영탄”을 빼 닮았다. 그런데 구영탄보다는 얼굴이 훨씬 둥글둥글해서 보기만 해도 웃겼다. 눈이 항상 반쯤 감겨 있고 눈동자가 흐릿해서 바라보면 졸음이 쏟아질 정도였다. 뼁끼통 옆 창가에 엉거주춤 서 있는데 손을 바지춤 안에 넣고 있으려니 괴물 아저씨가 “손 빼! 이새끼야!” 하고 소리 지른다. 그러면서 앉으라고 말하고는 무엇 때문에 왔냐는 물음에 싱겁게 웃으면서 도박죄로 왔다고 한다. 괴물 아저씨가 눈을 크게 뜨면서 “뭔데? 포커? 짓고땡?” 하고 물으니까 “포커요.” 하고 대답한다.

  “판이 얼마나 커?”

  “에이~ 저는 삥발이여요.”

  “얼마짜린데?”

  “판돈 백만 원 조금 넘는 거요.”

  “에라이~ 새끼야! 저 새끼 졸라 잔챙이 아냐?”

다들 또 웃는다. 괴물 아저씨가 계속 묻는다. “뭐 내가 웃으니까 티껍냐? 나 이래봬도 나이 많다. 너 몇 살이냐?”

  “서른넷이요.”

  사람들이 다들 안 믿는 눈치다. 나도 내 생각으로는 나보다 어리게 봤을 정도였으니까.

  “그 새끼 생긴 거보다 많이도 처먹었네. 너 보아하니 전과 있지?”

  “네.”

  “몇 번이나 있냐?”

  “집행유예 두 번하고 나머지는 다 벌금형 받은 거예요.”

  “새끼야. 그래서 총 별이 몇 개냐구!”

  “열세 번이요.”

  이번에도 사람들이 다들 안 믿는 눈치다. 세상에 전과 13범이라니 그것도 모두 폭력이란다. 폭력 전과 13범이면 비록 실형 산 것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조직에서라도 꿇리지는 않는 전적 아닌가? 우리 방에는 이미 간통범이 한명 있었는데 새로 온 간통범과 금방 친해졌다. 둘이서는 서로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것이 많은 모양이다. 간통은 대통령 빽을 가졌더라도 나갈 수 없는 죄목이라고 한다. 고소가 취하되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나갈 수 없다는 간통죄는 아무리 죄질이 나빠 봤자 실형 1년을 넘기지 않으며 보통 6개월에서 10개월 정도는 실형이 선고된다고 한다. 실형을 받으면 자연적으로 이전 부인이나 남편과는 이혼이 성립된다. 보통 부인이나 남편이 바람피운 배우자를 고소해서 며칠동안 맛보기로 구속을 시키면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합의를 보고 다시는 그런 짓 안하겠다고 맹세하고 사는 경우가 많으나 문제는 간통을 고소당한 범죄자 둘이 서로 너무나 사랑하게 된 나머지 애들이고 뭐 다 내팽개치고 떳떳하게(?) 구속되어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 합의도 없이 그냥 서로를 애타게 찾으며 (여사는 남사 옆에 있으나 서로 얼굴은 볼 수 없다.) 몇 개월씩 감방 생활하다가 나가서 결합한다고 한다. 사랑이 뭔지.

  새 식구가 늘어서 떡잠 자던 것이 칼잠으로 바뀌었다. 칼잠이란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아는 용어겠지만, 방은 비좁고 잘 사람은 많을 때 제대로 누워서 자지 못하고 옆으로 돌아서 몸을 칼날처럼 세워서 잔다고 해서 칼잠이다. 떡잠은 말 그대로, 넓으니까 떡처럼 퍼져서 잘 수 있기 때문에 떡잠이란 말이 붙었다. 재소자 실은 혼거실(혼거방)하고 독실(독방)등 두개로 나뉜다. 혼거실은 다시 15인실하고 9인실의 두 가지가 있고 우리가 있던 혼거실은 3.5평의 15인실이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쓰는 방과 같은 크기다. 독실은 공안 사범이나 정신이상, 특수 강력범 등 위험인물을 수용하는 곳으로 0.75평의 좁은 공간에서 지내야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는 만약 감방에 갔을 경우 독방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한마디로 끔찍하다. 작은 크기의 엘리베이터만한 방에서 하루 종일 갇혀있을 것을 생각한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우리 방 앞은 모두 독방으로서 그 방들은 창문도 화장실 쪽에 한개 있는 것 외에는 없으므로 그곳 재소자들은 철창문에 붙어 있는 창살 붙잡고 하루를 보내거나 아니면 누워서 뒹굴거나 책을 읽는 수밖에는 없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는 아직까지 40명이 넘는 장기 양심수들이 수십 년씩 독방 생활을 하고 있다 하니 정말 불쌍하고 불행한 일이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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