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피터팬 복장으로 어린 나이에 세상을 구하러 혼자서 필드를 뛰는 귀엽고 순수한 10세 소년(동시에 17세 청소년)이 수십년 뒤에 통한을 품고 미쳐 살다 저주 받은 망령이 된 해골 기사로 역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침착하게 세상 구하던 저 과묵하고 순진한 소년이 죽어서 망령이 되면서 유창하고 고풍스러운 말투로 언어 구사한다니까 괴리감이 너무 큼.

난 젤다의 전설 중 시오 플레이하면서 링크가 어떤 상황에 처하든말든 철저히 금욕적이고 기계적인 표정으로 차분하게 세상 구하는 모습만 봐와서 맘껏 조작은 해도, 캐릭터로서의 감정을 잘 알지 못했음.(히야마 노부유키의 비명소리나 기합소리에선 감정이 드러나 있지만 평생 자신을 코키리인이라 일았던 링크는 데크나무의 아들로부터 지 정체와 출생의 비밀 알았을 때도 조금이라도 혼란을 느끼거나 놀라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고, 후속작에 아무도 내 업적을 알아주지 않았다는 원통함에 망령이 된 녀석이 시오에서 가논 무찌르고 젤다가 오카리나 달라고 하니까 미동 없이 그냥 줬음.) 이때만 해도 링크는 그저 미야모토가 의도한 대로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세계를 체험하며 어드벤처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연결고리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뭣보다 젤다 시리즈 중 역대 최초로 3d로 구현한 게임이라  감정 묘사에 공들일 시간도 없었음은 감안해야 함.

이랬던 링크가 데크나무나 젤다 공주 같은 제3자의 의뢰도 아닌 오로지 본인의 의지로 '시간의 용사'로서의 자신의 상징이자 둘도 없는 파트너인 나비를 찾기 위해 하이랄을 떠나 목장에서 에포나 데리고 세상을 모험한 걸 시작으로 주체적인 캐릭터성을 드러내기 시작함. 황공에선 시오 링크는 자신이 한 사명에 누구보다 강한 긍지와 신념을 지녔지만, 예기치 못했던 저주 같은 우연으로 허무하게 삭제되버리고, 누구도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는다는 인간적인 고독과 고뇌에 괴로워하다 죽은 비극적인 인물이 되면서 이례적으로 '플레이어의 대변인'뿐만 아니라 캐릭터만의 입체성과 비극성이 더해졌다고 봄. 황혼의 공주는 반지의 제왕 같이 장엄하고 서사적인 분위기가 가장 많이 녹아든 작품이니까 자연스레 모든 캐릭터들의 서사에 하나둘씩 세심하게 공을 들여야 했고, 주인공의 조력자이자 스승이 된 링크도 이러한 수혜를 입어서 재평가받게 된 것이고. 바람의 택트~ 황공에선 링크의 개인적인 캐릭터성과 표정 묘사가 상당히 많아지고, 스카이워드 소드의 초대 링크는 역대 링크들 중 표정과 감정 묘사가 가장 풍부한 링크임.

그에 따라 싸울 때 내는 기합소리뿐만 아니라 잠잘 때 드르렁거리고 코골고 하품내쉬는 소리, 젤다를 낚아챈 기라힘을 노려보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살의와 분노를 토하며 당장 죽일 기세로 고함치는 소리, 어지러워하는 소리, 환한 미소를 내며 기뻐하는 소리, 신음소리, 어이없어서 한숨 내쉬는 소리처럼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는 목소리도 들어갔고, 스소 링크는 성우 오오하라 타카시(이나즈마 일레븐 GO의 츠루기 쿄스케의 성우)가 녹음한 전체 보이스 클립 영상의 길이가 2분 01초로 역대 링크들 중 상당히 김. 100년 전엔 맡은 임무는 철저히 묵언수행하고 젤다에게 충직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하이랄 왕가의 영걸, 100년 후엔 기사보다도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홀로 세상을 여행하는 좀 더 자유분방한 야생소년 혹은 모험가 기질이 다분한 야숨 링크를 연기한 타카나시 켄고가 4분 28초로 그 기록을 뛰어넘었음.
젤다도 시리즈를 거치면서 다양한 변화로 지금에 이르렀듯, 링크도 주인공으로서 여러 작품 속에서 모험을 하면서 점점 본인만의 매력과 캐릭터를 확립해나갔음.

초대 링크 이후 용사의 영혼을 품고 환생한 역대 링크들 중 가장 불쌍하고 비극적인 캐릭터는 역시 시오 링크임.

시오 링크는 일단 스토리와 연출상만 봤을 때 주변인들에게 쓸데없이 이용만 당하다 버려지고 끝나버려서 뒷맛이 더 허무하더라. 그래서 시오의 젤다 공주가 어른이 돼버린 소년을 이용해놓고 버린 놈이라고 욕먹고 있고. 최소한의 옹호를 하자면 젤다는 난데없이 7년을 스킵하고 평행세계로 날아온 링크에게 잃어버린 유년기 돌려주어서 개인의 행복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는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이었음. 대사상으로 봐도 본인은 7년 전의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라서 링크에게 함부로 위험한 일에 끌어들인 책임이 있고, 자신은 이것을 일곱 현자의 수장으로서 수습해야 한다고. 이점만 봐도 책임감이 느껴지지만, 문제는 엔딩 시점의 링크는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웬만한 어른들도 감당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사선을 넘나들며 험난한 일을 겪고 소년이면서 어른으로서 '시간의 용사'의 자아를 확립한 상황이었음. 젤다의 의지와 무관하게 링크의 성격은 절대 자신이 시간의 용사로서 한 일을 잊게 놔둘 성격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지.  

근데 젤다 입장에서 의도치 않게 멋대로 평행세계나 다름없는 과거로 돌려보내서 결국 링크는 7년 전의 자신으로 회귀했지만, 수많은 모험 끝에 얻은 정체성인 시간의 용사가 될 수 없는 세상에서 강제로 살게 된 것임. 젤다도 어른이라고 말해봤자 나이상으로는 17세의 소녀라서 링크가 훗날 그 많은 딜레마를 떠안을 것이라고 예상 못했지만 결국엔 책임을 졌다고는 해도 링크를 떠나보내 자유로 만들어줬지만 이미 한번 형성된 아이의 정체성을 존중하지 않은 젤다의 부주의한 판단과 순진하게 용사로서 젤다의 말을 믿고 따랐지만 결국 성장하면서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딜레마에 빠진 링크의 정체성 혼란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비극이지. 사실 시간의 용사에게 구원받은 하이랄의 세계선보다 7년 전의 세계선이 더 나을 수 있는 게, 7년 전 세계관의 하이랄은 가논에 의해 잠시 황혼의 세계로 변질될지언정 끝내 멸망하지 않고 시오 링크의 의지를 이은 그 아들에 의해 지켜졌음. 7년 후 세계관의 하이랄은 얼마 못 가 가논돌프가 되살아나서 멸망당하고 젤다와 여섯 현자들을 비롯한 구 하이랄은 여신들에 의해 영영 수장당함. 7년 후 세계선의 젤다를 비난하는 팬들의 입장에서 볼 때, 링크를 이용하고 버렸다는 비판 받는 젤다와 하이랄 왕국이 치른 대가로 볼 수 있음. 하지만 링크가 돌아와서. 마스터소드 들고 가논이랑 맞다이떴어도 하이랄의 침수를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임.(이 세계관에서도 해골 기사가 되어서 바택 링크의 스승이 될 수도 있음) 하지만 시오 링크에게 이러한 처절한 인생사와 암울하고 비극적인 결말이 주어지지 않았으면 예전처럼 링크를 평면적인 대변인 캐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그를 한 명의 캐릭터로 마주대하면서 좀 더 생생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