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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기획 2] 한미 금리 역전의 늪, 정부는 '비상조치권' 카드까지 꺼낼 것인가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2.11 09: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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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현재 고환율 상황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이 한마디는 평범한 경제 전망이 아니다. IMF 외환위기부터 카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까지 한국 경제의 결정적 위기 순간마다 칼자루를 쥐었던 정통 관료의 입에서 나온 적색경보다. 특히 그가 외환거래를 강제로 제한할 수 있는 '비상조치권(Safeguard)' 발동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재계와 관가에 적지 않은 충격파가 일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넘나들며 고공행진 중이다. 정부는 구두 개입과 미시적 수급 조절에 나섰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김 전 위원장이 지목한 고환율의 근본 원인은 명확하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미 금리 역전' 현상과 이로 인한 자본 유출의 악순환이다.  CEONEWS는 스페셜기획 2편에서 김 전 위원장의 경고를 기점으로 한미 금리 역전의 구조적 원인을 심층 진단하고, 정부의 대응 시나리오를 전망한다.

■미국의 나홀로 호황 vs 한국의 진퇴양난

통상적으로 신흥국이나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국가는 미국보다 금리가 높아야 정상이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가로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비정상적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팬데믹 이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용은 탄탄하고 소비는 줄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 연준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체력이 충분하다. 이것이 달러 강세, 이른바 '킹달러'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1,9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부실 우려 때문이다. 금리를 올렸다가는 자칫 가계와 건설업계의 연쇄 도산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 결국 한국은행은 '동결'로 버티는 사이 한미 금리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이는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고스란히 작용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를 "약한 고리가 전체를 끌어내리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금리 차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미국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다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라는 것이다.

■자본 유출의 악순환, 정책 효과 무력화


금리 역전은 자본의 흐름을 바꿨다. 더 높은 이자와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나 미국 증시와 채권으로 몰려갔다. 국내 기업마저 환율 상승에 대한 불안감으로 달러를 해외에 묶어두는 현상이 발생하며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가뭄은 심화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발언 중 가장 뼈아픈 대목은 "대책을 내놔도 안 통하는 건 시장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그간 구두 개입과 미시적 수급 조절 대책을 내놨지만 환율은 보란 듯이 1,400원대를 돌파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가계부채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며, 수출 기업을 위해 어느 정도의 고환율을 용인할 것이라고 간파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패'가 읽힌 상황에서 어설픈 대책은 오히려 투기 세력에게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는 게 김 전 위원장의 시각이다.

실물 경제는 침체인데 증시와 부동산이 들썩이는 괴리 현상도 위험 요소다. 김 전 위원장은 이를 "과잉 유동성이 만든 거품"으로 규정했다. 유동성에 기댄 불장은 미국 증시가 조정받을 때 한국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뇌관이다.

■비상조치권, 그 무거운 카드의 의미

김 전 위원장이 외국환거래법 제6조에 근거한 '비상조치권'을 언급한 것은 재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 조항은 국제수지 또는 대외지급 등에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외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당장의 자본 통제 시행보다는 "정부가 그만큼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한다. 실제 자본 통제는 양날의 검이다. 대외 신인도를 급격히 떨어뜨려 오히려 외국인 자금의 탈출 러시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실제 실행보다는 "필요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구두 개입의 강도를 최고조로 높이는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 정부의 환율 방어 의지가 단호함을 각인시키는 심리전 차원의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강력한 시그널과 정책 조합


정부는 당장 극단적인 자본 통제보다는 시장 심리를 되돌릴 강력한 시그널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금리 정책의 변화다.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한미 금리 차 축소를 위해 제한적 금리 인상을 단행하거나, 적어도 금리 인하 시점을 미국보다 훨씬 늦추는 '매파적 동결'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 환율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확실히 심어주기 위함이다. 둘째, 공적 투자자의 역할 강화다. 국민연금과 외환 당국 간의 외환 스왑 규모를 확대하여 국내 기관투자자의 해외 투자 수요를 내부적으로 흡수함으로써 달러 유출을 막는 미세 조정이 강화될 전망이다. 셋째, 외환 시장 개입의 가시화다. 외환 당국이 보유한 4,00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시장 개입 강도를 높이되,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개함으로써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비상 플랜의 현실화

만약 환율이 1,500원을 넘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정부는 일부 자본 거래에 대한 신고제 강화나 일시적 제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최후의 수단'으로, 실제 발동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펀더멘털 회복 없이는 백약이 무효

김석동의 경고는 단순한 환율 전망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처한 복합 위기의 본질을 꿰뚫는 일침이다. 금리 역전은 단순한 숫자 차이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향후 정부의 대응은 단순한 환율 방어를 넘어 잃어버린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가계부채 구조조정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감내하면서도 통화 정책의 정상화를 꾀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해외로 나간 자본이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근본적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위기의 신호는 이미 켜졌다. 문제는 정부가 얼마나 강력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시장에 보낼 수 있느냐다. "정부가 약해 보이면 안 된다"는 노 관료의 고언은 지금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책상 위에 올려두고 곱씹어야 할 가장 무거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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