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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VVIP였던 이웃, 알고 보니 아파트서 1.5조원 세탁한 범죄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1.21 14:57:24
조회 531 추천 4 댓글 1

조직원 13명 입건·7명 구속
수괴 순 범죄수익만 126억원



[파이낸셜뉴스] 일반 시민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숙소로 개조해 24시간 자금세탁을 벌여온 범죄단체가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아파트의 특성을 노려 전주에서 수도권, 서울까지 아파트 7곳을 옮겨 다니며 보이스피싱 범죄수익을 세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김보성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합수부) 부장검사는 브리핑을 열고 "전국을 돌며 아파트를 '자금세탁 센터'로 개조해 보이스피싱 범죄수익 약 1조5750억원을 세탁한 혐의로 범죄단체 조직원 13명을 입건한 후 7명을 구속기소했다"며 "인적 사항이 특정된 8명을 추가로 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수부에 따르면 해당 조직은 수괴 A씨(40세)를 중심으로 총괄관리책, 중간관리책, 자금세탁책, 대포계좌 공급책(일명 '전문 장집')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이들은 소위 '장값'이라 불리는 계좌 구매 비용을 주고 대포계좌를 확보한 뒤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불법 수익을 송금받아 세탁했다.

범행 경로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이들은 전주에서 시작해 2022년 7월 인천 송도를 거쳐 평택 고덕1·2·3센터, 용인을 지나 지난해 8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까지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부는 이들이 평균 6개월 단위로 센터를 옮기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아파트를 숙소로 개조해 암막 커튼과 먹지를 설치하고 외부와 차단한 뒤 주·야간 교대 근무조를 편성해 24시간 센터를 돌렸다"며 "센터를 소규모로 운영해 주민 신고도 없었다"고 언급했다.

자금세탁은 실시간 계좌 흐름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센터에서는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다른 계좌로 곧바로 넘기는 작업이 반복됐고, 하루 자금세탁 현황은 수괴에게 보고됐다. 김 부장검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체되는 구조 자체가 자금세탁"이라며 "이 때문에 24시간 근무 체계가 필요했다"는 취지로 부연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조직적인 수사 대비와 교란 정황도 드러났다. 센터를 이전할 때마다 업무용 PC의 외장하드를 제거하거나 대포계좌 관리에 필요한 카드와 신분증을 파기했고, 조직원이 적발되면 벌금을 대신 내주거나 변호인을 선임해 수사 확대를 차단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수사 상황과 대응 방법을 공유했으며 '코인 세탁 셀러일 뿐 자금세탁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수사 대응용 대본도 마련돼 있었다.

특히 총괄관리책 이상 상선급 조직원들은 수익 규모 관련 진술을 회피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검사는 "조직원 대부분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부인했지만 지급정지된 계좌들이 보이스피싱 신고로 동결된 사실을 입증해 '몰랐다'는 주장을 배척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원 모집 방식에 대해서는 취업사기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 부장검사는 "불법이라는 점을 알고도 범행에 합류했으며 센터장이나 중간관리책 이상은 지인 관계"라며 "중간관리책이나 모집책이 하위 조직원을 끌어오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위 조직원들은 월 수백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 형태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괴 A씨와 조직원들은 범죄수익으로 고가 외제차와 명품을 구매하며 호화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으로 수천만원짜리 명품을 여러 점 구입한 영수증과 백화점 VVIP 카드가 발견됐고, 에르메스·샤넬 등 고가 명품과 시가 수억원대 외제차도 발견됐다. A씨가 범죄수익을 바탕으로 부동산·에너지 개발, 카지노 관련 사업 등에 참여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합수부는 이를 합법적 사업가로 신분을 세탁하려 한 시도로 보고 있다.

합수부는 A씨 주거지와 은신처를 압수수색하고 A씨와 배우자, 미성년 자녀 명의 재산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전부 인용 결정을 받았다. 압수물과 추징보전을 통해 확보한 범죄수익은 약 34억원 규모다. 포렌식 분석 결과 전체 자금세탁 규모는 약 1조5750억원, 수괴 A씨의 순 범죄수익은 약 126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A씨와 자금세탁책, 모집책, 수행비서 등 6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추적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조직원도 4명 확인됐다. 김 부장검사는 "일반 시민이 거주하는 주거단지의 허점을 노린 범죄"라며 "가담자는 끝까지 추적하고 범죄수익 환수와 피해자 환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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