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장들 "헌법질서 근간 흔드는 시도" 한목소리… 재판 독립권 침해 우려 확산 '사실상 4심제' 두고 헌재-법원 갈등 재점화… 민주당 강행 기조에 법적 안정성 논란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회의 안건은 재판소원 도입, 법 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법안 등이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을 놓고 사법부 수장들이 사실상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 여론 청취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위헌 소지가 있고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국회 처리가 중단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회 의석 과반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은 강행처리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서열 2위인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전국 각급 법원장 등 43명은 이날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이런 내용을 놓고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진행했다.
박 처장은 회의에 앞서 "해당 법은 모두 헌법질서와 국민의 권리를 수호하는 법원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법원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으려는 국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법률안에 대한 숙의 과정에서 재판을 직접 담당하는 사법부의 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 서열 1위인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사법개혁 3법에 대해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여러 차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 개정사항에 해당될 수도 있는 중대한 내용"이라며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재판소원제는 사실상의 4심제로 불린다. 대법원 판단 후에 수정이 불가능한 현행 제도를 개선해 대법원 판단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다시 한 번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자는 것이다. '사법부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 이재명 대통령 후보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이 이례적인 속도로 파기 환송한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4심제 도입을 두고 사법제도 개선이 아닌 '대법원 위에 헌재'라는 권력구도 개편과 정치권의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법부의 정치화를 막기 위한 사법 개혁이 되려 정치권력의 사법부 장악이라는 모순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국 법원장들 역시 이날 재판소원제, 법왜곡죄 등에 강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소원은 결과적으로는 소송의 불복도를 높이게 되고 소송의 종결이 늦어진다는 점에서 국민 불편이 크다"며 "법 왜곡죄가 시행되면 상당수 법관이 법을 적용하는데 위축되고, 왜곡의 정의와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법의 명확성 원칙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왜곡죄의 경우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가 복잡해지면 대다수 시민들보다 돈과 권력이 많은 기득권층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법불신 극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역임한 이헌환 아주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헌법 이론적으로 재판소원제 도입은 아무런 문제가 없고 '4심제' 라는 것은 잘못된 논리"라며 "사법권의 행사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 재판소원은 이를 정상화 하는 절차"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재판소원 사건 중 인용되는 것은 1%도 안된다"며 "법률 적용이 제대로 안되는 경우는 절대적으로 적지만 100개 사건 중 한 건이라도 잘못된 판단을 구제하는 절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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