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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태극기 없는 3·1절… 광장은 '인증샷', 골목은 '적막강산'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3.01 15:53:00
조회 518 추천 1 댓글 11
3·1절 당일 서울 주택가·번화가 둘러보니
보신각·광화문 행사장엔 태극기 든 시민들
주택가·아파트선 게양 세대 손에 꼽혀
공동주택 증가 속 가정 게양 문화 약화
전문가 "교육·SNS 인증 등 참여 문화 확산 필요"


3·1절인 1일 오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고층 아파트 베란다를 올려다봐도 태극기를 게양한 세대는 쉽게 찾기 쉽지 않다. 사진=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107주년 3·1절을 맞은 도심 도로는 태극기 물결로 가득 찼지만, 정작 시민들의 일상 공간인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 골목길에 게양된 국기를 손에 꼽을 정도로 적막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태극기 달기 운동’이 홍보 부족과 주거 환경의 변화. 시민들의 무관심이라는 벽에 부딪힌 탓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사회 변화와 교육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축제가 된 광장, 잊혀진 골목길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린 3·1절 기념 타종 행사 주변에는 태극기를 든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모여 기념 촬영을 하거나 구경하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행사장 한쪽 부스에선 태극기를 나눠주며 3·1절의 의미를 전파했다.

직장인 황모씨(34)는 "3·1절 행사라 태극기를 들고 사진도 찍고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좋다"면서도 "이런 행사 말고는 태극기 물결을 거의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도 태극기를 들거나 몸에 두른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대형 태극기를 동료들과 함께 펼쳐 들었고 손에 작은 국기를 들고 거리를 오가는 이들도 흔했다. 광장 주변 도로에는 태극기 판매 노점도 등장했다. 광화문 도로 게양대마다 태극기가 꽂혀 있었고, 시청과 우체국 주변에는 대형 태극기가 바람에 나풀거렸다.

하지만 도심 광장을 벗어나 주택·상점가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종로 일대 골목길을 따라 이어진 주택가에 태극기가 걸린 모습은 드물었다. 골목 전체를 둘러봐도 태극기를 게양한 집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인근 상점에서 만난 상인 박모씨(58)는 "예전에는 국경일이면 집집마다 태극기를 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보지 못한다"며 "관심도 줄었고 집에 태극기를 따로 두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씨(29)는 "3·1절이 공휴일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지 태극기를 꼭 달아야 한다는 생각은 솔직히 잘 안 든다"고 했다.

다른 주거 밀집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마포구에선 집집마다 태극기가 걸려있던 단독 주택 골목과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공동주택 구역이 대조를 이뤘다. 약 500세대가 모여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태극기를 게양한 집은 10곳이 채 되지 않았다. 수십 층 규모의 고층 아파트 베란다를 올려다봐도 태극기가 걸린 세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 A씨는 "요즘 아파트는 베란다 난간이 유리 구조라 따로 태극기 꽂이를 설치하기 어렵다"며 "단지 입구에 공동 게양대가 있으나 집마다 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3·1절인 1일 서울 도심 한 주택가 골목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단독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상당수가 태극기 달기 운동에 동참한 모습이다. 사진=최승한 기자
■'달 곳 없는' 아파트·권고의 한계
A씨의 말처럼 주거 구조변화는 태극기 게양 감소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는 통유리 난간이나 매립형 창호를 선호하는 탓에 '달고 싶어도 달 곳이 없다'는 취지다. 또 대부분 아파트가 베란다 확장형이어서 태극기를 내거는 행위 자체가 생활 동선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건축학적으로 큰 제약이 아니라고 꼬집는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는 "태극기 자체는 큰 하중을 갖는 부속물이 아니어서 부착 시설만 잘 만들면 구조 안전이나 탈락 위험 측면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주택이 늘어난 만큼 가가호호 게양 대신 단지 내 눈에 잘 띄는 위치에 공동 게양대를 두는 방식도 충분히 현실적"이라고 했다.

태극기 게양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동참 부족의 배경으로 꼽는 의견도 있다. 현행 대한민국 국기법 제8조에 따르면 태극기는 3·1절과 광복절 등 국경일에 게양하도록 권장된다. 국가·지자체 청사 등 공공기관은 연중 게양 대상이지만 가정과 민간 건물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국경일마다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추진하는 행정안전부 활동도 한계가 있다. 행안부 의정담당 관계자는 "각 기관과 가정이 태극기 달기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에 안내문을 배포하고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게양대가 없는 경우 공동 게양대나 창문 부착형 태극기 등 다양한 방식 활용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태극기는 국기법에 따라 매일 24시간 게양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회 분위기 변화와 교육의 영향 등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 견해도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공동체 문화 속에서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개인 선택의 성격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초·중·고 교육 현장에서 국경일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허 교수는 또 "요즘은 SNS를 통해 행동을 공유하는 문화가 강하다"며 "투표 인증처럼 태극기 게양 사진을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참여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제107주년 3·1절을 맞아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기념 타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행사장 주변에는 태극기를 든 시민들이 모여 기념 촬영을 하거나 행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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