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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중편/개추앙망] 거울의 방 뒷이야기-2 (재업)

유동인듯고닉인듯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6.14 00:02:15
조회 367 추천 18 댓글 3
														

저번에 올렸는데 묻혀서 재업한다ㅠ_ㅠ

딱히 전편을 안 봐도 내용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냥 링크 걸어둠

 

 

http://wiki.arendelle.me/index.php/거울의_방

 

 

viewimage.php?id=2bafdf3ce0dc&no=29bcc427b18b77a16fb3dab004c86b6fb2a09527f01f968085b54400f385e252f0ace3ff237c49e1793cf8c5f9c6432bda5eb4cdf21b0c38

 

엘사는 11살, 안나는 8살 때 이야기. 뒷이야기는 그로부터 7년 후 얘기임

 

================================================================================

엘사 저하는 국왕 전하 내외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 기본적인 국정을 돌보셨어요. 단, 직접적으로 의원 등 완벽히 낯선 타인을 들이지는 않으셨고  저나 카이를 중개자로 세워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셨지요. 엘사 저하께서는 이제 '거울의 방'을 빠져나와 웬만한 성내 곳곳을 돌아다니셨지만 그래도 여전히 '거울의 방'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셨어요. 하지만 그런 저하께서도 끝내 문턱을 넘지 못하는 곳이 한 곳 있었는데 그 곳은 바로 안나 공주님의 방이었답니다. 두 분은 화랑의 그림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시고는 했지만 그 역시 결국 한계가 있었고 두 분이 직접적인 대면을 못한지는 10년 정도 지났으니 아무래도 서먹하기 마련이었죠. 아무튼 저하께서는 대외적으로는 평온한 태도를 유지하셨지만 거울에게서는 늘 그분을 괴롭힌 불안과 공포에 대해 토로하셨어요.

 


"거울아, 대체 아바마마랑 어마마마께선 언제 돌아오시니? 나 정말 자신이 없어. 이 능력을...들키지 않고 내가 정말 여왕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여왕이 될 자격이 있는 걸까? 사람들이...나보러 마녀라고 비난하면 어떡하지?" 
"진정하세요. 세녀 저하. 저하께서는 여왕이 되시기 위해 태어나신 분이 아닙니까? 자신감을 가지세요. 또 제가 옆에 있지 않습니까?"
"그럴까...? 역시 날 알아주는 건 너 밖에 없어, 거울아."


 

저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얼마나 저 거울을 창밖에 내다 던져버리고 싶었는지 몰라요. 엘사 저하께서 갓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옆에서 그분을 돌보고 지켜본 건 저인데 말이에요. 엘사 저하는 왕세녀에 책봉되신 후에도 거의 독방에서 지내시며 외부인을 끌어들이길 주저하셨어요. 거울 앞에서 엘사 저하는 자신의 어깨 위에 짊어진 막중한 책임감과 권위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떨쳐버리려고 하셨어요. 거울은 또 그런 엘사 저하를 자기 식대로 어르고 타일러서 저하께서 자신에게 더더욱 의존하게 만들었어요. 마법의 거울은 엘사 저하를 자신에게만 매달리는 응석받이로 만들어버린 것이었죠. 그 거울과의 악연 때문에 더욱 더 못마땅했지만 엘사 저하께서 심적으로 워낙 힘들어하셨던 어린 시절부터 쭉 함께 해온 지라 이제 와서 치워버리자고 말하기도 곤란했어요.

 

 

하지만 거울이 키운 엘사 저하의 외부에 대한 거부감은 너무도 커져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마치 엘사 저하께서 스스로 거대한 얼음 장벽을 만들어 외부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려 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그 날은 정기적으로 아렌델의 왕이 민생을 살펴보기 위해 수도를 두루 돌아보는 행차를 하는 날이었어요. 왕이 민심을 아는 것은 왕의 소명이기에 이 행차일은 아렌델의 건국 이래로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는 아주 중요한 행사랍니다. 하지만 그 날에도-성 밖에는 저하께서 친히 타고 다니실 마차까지 대령했건만-저하께서는 여전히 '거울의 방'에 오도카니 자리를 잡고 앉은 채 전혀 움직이지를 않으셨어요. 그래서 제 남편인 카이가 수 차례 문을 두드린 것도 모자라 시종들을 불러 엘사 저하께서 걸어잠그신 문을 열쇠로 어떻게든 열게끔 몇 차례 시도했죠. 하지만 엘사 저하께서는 장갑을 낀 두 손으로 양쪽 귀를 틀어막으신 채, 방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려고 하지 않으셨어요.

 

 

"세녀 저하! 어찌 이러십니까?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십니까? 벌써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얼른 행차를 나가셔야 합니다!"
"오늘은...내가 많이 아파요...! 여, 열도 막 나고...몸도 막 간지럽고...미안해요, 카이! 도저히 안 되겠어요!"
"저하...백성들이 오늘 이 날을 얼마나 고대해왔는지 아십니까? 일국의 저하께서 백성들의 신뢰를 져버리려고 하십니까?"
"나 정말 아프다니까요! 카이! 그러니까 제발 날 좀 내버려둬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는 엘사 저하를 집어삼켜 더더욱 그분이 '거울의 방' 안에 갇혀있도록 몰아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저하의 강력한 '욕망'이 거울에 더 강하게 반영되어 방문을 더욱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었습니다. 제 눈에 방문을 걸어잠근 빗장이 강철로 바뀌는 게 직접 보였으니까요. 저는 저하께 다가가서 저하의 어깨를 부여잡고 엘사 저하를 일으키려고 애썼습니다.


 

"저하! 일어나세요! 저하께선 더 이상 아이가 아니십니다! 곧 일국의 왕이 되실 분께서 이리 약한 모습을 보이시면 어떡합니까!"
"겔다! 저리 가요! 나 오늘은 정말 아프다니까요...오늘은 안 되겠어요...미안해요..."
"저하!"

 

 

아무리 제가 억지로 엘사 저하를 일으켜 문쪽으로 옮기려고 해도 저하께선 꿈쩍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떤 강한 힘이 저하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평소보다 저하가 몇 배나 더 무거웠거든요. 꼭 자석이 철불이를 끌어당기는 듯 엘사 저하가 바닥을 떠나 어딘가로 떠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강력한 힘이 있었지요. 저는 거울 쪽을 노려보았습니다. 저를 이만큼이나 방해할 자는 이 방 안에서 그 마술 거울 뿐이었으니까요. 전 결국 완강히 거부하는 엘사 저하의 팔을 놓고 거울이 놓인 곳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본 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거울의 표면을 뒤덮고 있는 매끈한 유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안 돼요! 겔다! 그만해요! 거울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엘사 저하의 다급한 외침에 제 주먹은 아쉽게도 거울의 유리창을 깨뜨리지는 못하고 허공에 머물렀습니다. 거울은 그런 저의 협박이 우습다는 듯 코웃음을 치더니(비록 거울에겐 코가 없지만) 제게 비아냥거리면서 말했습니다. 

 

 

"내 몸엔 사람처럼 털이 없지만 네가 내 몸 털 끝 하나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뭐...?"
"나의 의지는 곧 엘사 저하의 '욕망'이야. 날 흠집내겠다는 건 감히 엘사 저하께 도전하는 거라고."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저하를 이상하게 만들어버렸어!"
"하...그래서 지금 저하의 뜻을 거스르겠다는 거야? 난 어디까지나 저하의 뜻대로 움직일 뿐이야."
"......"


 

거울의 그 간교한 포장에 정말 흠씬 두들겨 패버리고 싶었지만 순간적으로 저는 눈물 맺힌 엘사 저하의 눈과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저하께서는 거울을 제발 내버려두라고 울먹이며 애원하셨고 전 결국 거울을 내버려두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 엘사 저하께 똑똑히 말씀드렸지요.


 

"저 거울이 저하께서 아끼시는 물건이라 내버려뒀습니다만 곧 사람을 불러서 거울을 이 방에서 치우겠습니다."
"왜, 왜요? 거울이 대체 뭘 잘못했는데요? 거울인 내 하나 밖에 없는 친구란 말이에요!"
"저하! 친구는...친구는 거울이 아니라 저하와 같은 사람이 친구입니다. 저 거울은 저하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에요!"
"아니에요! 겔다가 뭘 안다고 그래요? 대체 뭘!! 그리고...나와 같은 사람을 친구로 사귀라고요? 나와 같은 사람이 어디 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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