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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장편] 겨울왕국 검은화살-Ep.2

앙졸라이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5.02 17:08:53
조회 1725 추천 31 댓글 5

모든 우려가 괜한 것처럼 보이던 때도 있었다. 국왕 부부의 항해가 막바지로 접어들때쯤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이대로만 쭉 간다면 오늘 밤 안에 코로나에 정박하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근시일내에 역풍이 불어닥칠 일은 없어보이니까요."


일등 항해사가 바다를 내다보며 여유롭게 말했다. 그 본인도 썩 나쁜 항해사는 아니었던 아그나르 또한 그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왕비였던 이두나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인근의 해협으로 들어서게 되면 거친 풍랑을 맞딱뜨리게 되지 않나요? 밤중에 그런 해협을 지나가게 된다면..."


"작은 배들이 통과하기엔 위험한 곳이지만, 나의 충성스러운 네 가신이 꼼꼼히 살펴 본 이 배라면 문제 없소. 정작 위험한 해협은 그리 길지도 않고."


아그나르가 문제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두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국왕의 단호한 어조에는 사람을 단박에 설득시키는 마법과도 같은 힘이 있었다. 말하자면 화술의 마법사였던 셈인데, 그 마법 덕분에 그는 그의 백성들을 능숙히 이끌어올 수 있었지만 그 백성들이 다른 종류의 마법사까지 환영해줄지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찌되었든 그들의 예상대로 항해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어둑어둑해질 즈음엔 문제의 그 해협에도 도달하게 되었다. 


아니, 잠깐 다시 시계를 살펴보자. 오후 5시. 오히려 예상보다도 항해가 더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지금이 딱히 어둑어둑해질 시간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천공에 짙게 깔린 어둠은 대체 뭐란 말인가?


"비구름."


이두나가 걱정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아그나르 또한 늘상 여유롭던 표정을 일그러뜨렸지만, 일등항해사는 별로 걱정하는 바가 없어보였다.


"한 바탕 비가 쏟아지겠군요. 운이 나쁘네요. 원래 이쪽 지형이 아무래도 비구름이 몰릴 수밖에 없어서 말입니다. 허 참, 배에 탄 사람도 얼마 없는데, 키 잡고 씨름은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 이상의 문제는 없는 건가?"


'콰르릉'


"-겁니다."


천둥 소리에 가려져 정확히 들리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없을 겁니다'라고 답한 것 같았다. 


"그래, 아무래도 배의 균형 자체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 같으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믿겠네. 수고 좀 해주게."


"물론입니다, 폐하."


그 순간, 정말 거짓말같이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온 몸이 흠뻑 젖어버렸지만, 왕과 왕비는 선실 안으로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하염없이 하늘만을 올려다보았다. 어쩌면 그 순간,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들의 운명에 대해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중이었거나. 만일 후자였다면, 그들의 환상은 오래 지나지 않아 산산히 깨부숴지고 만 셈이었다. 잠시 뒤 배가 한 번 기울어지면서 들려온 파열음이 그들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으니까.


"으악!"


배가 뒤로 한 번 크게 기울어진 순간, 이두나는 겨우 배를 붙잡고 균형을 유지하는데 성공했지만 아그나르는 균형을 잃고 데굴데굴 굴렀다. 


"선실에 들어가 계십시오! 여긴 저 혼자로도 충분-"


'파직'


"응?"


'콰지직'


그 순간, 아래쪽 선실에서 거대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마치 배의 일부가 찢겨져 나간 듯한 파열음이었다. 


"무슨소리인가?"


"모르겠습니다! 누가 한 번 내려가봐야겠는데."


"내가 가지."


아그나르가 겨우 몸을 일으킨 다음 선실로 향하며 말했다. 그 순간, 이두나가 그를 만류했다.


"안 돼요! 위험...할지도 몰라요. 별 일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 말은 그녀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덧붙인 말이었지만,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그다지 안심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 제가 가보겠습니다. 제길, 하지만 누군가는 이 키를 잡고 있어야 하는데..."


일등항해사가 키를 꽉 붙잡은채로 선실을 곁눈질했다. 아그나르가 잽싸게 일등항해사의 옆으로 다가가 키를 붙잡았다.


"내게 맡기고, 상황을 확인한 다음 잽싸게 돌아오게. 명령이네."


"알겠습니다!"


일등항해사가 몸을 비틀거리며 필사적으로 계단쪽으로 달려갔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짐칸


물난리.


짐칸에서 즉시 그를 반긴 것은 바닥에 한 바탕 일어난 물난리였다.


"대체 이게 무슨..."


일등항해사는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선원 한 명을 밀쳐내고 짐칸 안쪽으로 깊숙히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발목까지만 차오르던 물은 5미터만 더 안쪽으로 걸어들어갔을 뿐인데 벌써 허리까지 차올라 있었다. 


"항해사님, 위험합니다! 이쯤에서 그만두고 보고하러 올라가시는게..."


"구멍은 확인해야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건진 알아야지... 않겠나. 정 그렇다면 보고는 자네가 올라가서 직접 하게."


다른 선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등항해사는 꿋꿋이 구멍을 찾기 위해 짐칸 안쪽으로 헤엄쳐 들어가기 시작했다. 비어있는, 혹은 비어있지 않은 상자들이 계속 그를 막아섰지만 뛰어난 수영선수였던 그는 어렵잖게 그 상자들을 모두 치워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 확 뜨이는 무언가가 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거대한 석궁 화살? 이런 것도 챙겼었나?"


새까만, 이 어둠속에서 보니 더욱 칠흙같이 새까만 거대 석궁 화살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관심을 끈 것은 그 화살의 촉 부분에 작은 판자 조각이 꽂혀이었다는 점이었다. 수상함을 느낀 그는 반드시 이 화살을 자세히 조사해보기로 마음먹으며 화살을 한 손으로 꼭 쥐었다.


그 순간, 강력한 물살이 그의 몸을 휩쓸어 배의 구멍 밖으로 끌어당겼다.


-갑판


차오르는 물을 바라보며, 국왕 부부는 비로소 제대로된 자신의 운명을 확실히 깨달았다. 허나 이대로 죽는다면, 나중에라도 공주들의 얼굴을 어찌 볼 수 있단 말인가?


-전설


일등항해사의 시신은 놀랍게도 그 검은 화살을 손에 꼭 쥔 채로 코로나 왕국까지 휩쓸려갔다고 한다. 왕국은 처음에는 크게 의아해했으나, 곧 인근 해협에서의 아렌델 선박의 좌초 소식이 그들에게 전해졌고, 국왕 부부의 부고에 관한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이 시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제대로된 추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검은 화살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밝혀지게 된 이야기를 하려면 이 이야기에서 3년은 건너뛰어야만 한다. 그래, 엘사 여왕의 대관식. 그 때로 가서 이야기를 마저 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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