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팬픽/장편] 겨울왕국 검은화살 Ep.16(최종장)

앙졸라이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5.22 15:34:42
조회 1641 추천 20 댓글 6

전편 통합링크 : https://gall.dcinside.com/frozen/3079403


-아렌델, 얼어붙은 항구


감옥 벽을 박살내고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엘사는 미친 듯이 얼어붙은 바다 위를 헤메고 있었다.


"분명 느꼈어... 느꼈는데..."


엘사가 잠시 그녀의 머릿속에 느껴졌던 안나의 목소리를 되살리려고 노력하며 중얼거렸다.


"지금은 전혀 다른 느낌이야."


엘사가 뒤를 돌아보았다.


"넌 누구지?"


"안녕하십니까, 여왕 폐하. 폐하의 충실한 종복...일 수도 있었던, 검은 화살이라고 합니다."


다니엘 경이 석궁에 검은 화살을 매긴 채 엘사를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아렌델, 성문 밖 어딘가


미친 듯이 헤메고 있기는 안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그녀에게 유일한 희망은 크리스토프였다. 올라프가 그가 분명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했지...


...조금만 늦었다가는 완전히 얼어붙은 그녀의 모습이나 보게 될 텐데.


-아렌델 국경 인근


크리스토프는 전속력으로 아렌델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나도 사람 다 되어가는 군."


크리스토프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스벤이 뭐라고 대꾸하는 듯 앞으로 미친듯이 달리면서도 입을 푸르르 거렸다.


"아직은 아니라고 스벤? 그래, 그게 뭐 좋은 일이었으면 좋겠네."


-아렌델 인근 해안, 루돌프 웨스터가드의 군대


"빙판이 무너져내려서 다리를 놓아야합니다. 기본적인 설비는 갖춰져 있지만, 시간이 좀 걸릴겁니다."


루돌프의 군대를 인솔해 아렌델로 데려가던 프란시스가 끊여저서 바다가 가로막고 있는 길을 보며 판단했다. 루돌프는 고개를 한 번 까딱하고는 물었다.


"얼마나 걸리겠나?"


"...네 시간 정도는 걸립니다."


"모두 무기를 버리게. 이제 장례식 준비나 하지."


"자...장례식...이요?"


프란시스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우리의 장례식은 아냐. 내 동생의 장례식이지. 그렇게 늦게 도착했다간, 그 아이는 이미 죽은 목숨일테니까."


-아렌델 성 안


"이건... 이건... 불가능해요."


한스가 절망감에 빠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위즐튼의 공작이 반은 위로하고, 반은 윽박지르는 표정으로 한스의 어께를 두드렸다.


"거의 다 끝났네. 이제 곧 자네의 야심이 충족될걸세..."


"제 야심이요..."


"그래, 게다가 이제는 되돌릴 수 조차 없어. 안나 공주는 이미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면..."


한스가 잠시 야심에 눈을 번뜩였지만, 그의 눈은 이내 다시 슬픔으로 가득찼다.


"사죄라도 하는 수 밖에요. 여왕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녀가 탈출했다 한들,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겁니다."


한스가 단호하게 말한 다음 성 밖으로 나섰다. 공작은 그를 붙잡으려 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그만두고는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유감스럽네만... 자네는 여왕을 맡기로 한 자의 상대가 못 돼."


공작이 떠나는 한스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렌델의 얼어붙은 항구


다니엘이 쏜 첫번째 화살은 엘사가 만들어낸 얼음장벽을 어이없으리만큼 쉽게 꿰뚫었다. 두 번째 화살은, 엘사가 뒤로 미끄러져 쓰러지지만 않았다면 여왕의 이마를 꿰뚫었을 것이다.


"다니엘 경, 대체 무슨..."


엘사가 차마 입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웅얼거렸다. 다니엘 경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모름지기 폭력으로 흥한 자는 폭력으로 망한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제가 그 폭력인 셈이고, 그 중에서도 인간의 인간다운 야욕과 음모를 위해 움직이는 폭력인 셈이죠."


엘사는 그녀에게 날아온 검은 화살을 한번 더 얼음 장벽으로 막아냈다. 장벽은 화살을 완전히 막아낼 순 없었지만, 깨지면서 화살의 궤도를 비틀어내는 것은 가능했다. 


"아그나르 폐하는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셨습니다. 야망, 권모술수, 그리고 변덕스러움까지. 하지만 변덕스러움으로 과거의 업보마저 덮어버릴 순 없는 법이죠. 업보는 변덕스럽지 않으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번 화살은 막아낼 수 없었다. 엘사는 가까스로 옆으로 굴러서 네 번째 화살을 피했다. 이대로 대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벌써부터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폐하는 딱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만 살아계실 겁니다. 그 전까지의 화살은 인사치레라고 해 두죠. 음,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그래, 변덕스러움. 그 분이 어찌나 변덕스러웠던지, 여왕폐하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그 비밀을 아는 시종들을 없앨 때는 제 힘을 그렇게 애용하시더니 맙소사, 여왕 폐하의 저주를 없애기 위해 코로나 왕국으로 떠나실 때는 


'폭력과 모략의 시대는 끝이다'


라고 선포하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겠습니까? 본인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고 절 내치시겠다는 거죠. 그래서 전 그 여정에서 모든 걸 끝내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간단한 일이었어요. 제가 화물 담당이었으니까, 화물칸에 거대한 화살을 매겨둔 대형 쇠뇌를 장치해놓은 다음 간단한 장치를 이용해서 배가 크게 기울면 저절로 화살이 발사되도록 해놓으면 되는 거였습니다.


사실 코로나 인근으로 가기 전까지는 크게 배가 기울 일이 없죠.


그리고 코로나 인근에서 풍랑이 몰아쳐 배가 쓱 기울면,


이렇게 '핑'하고 화살이 나가는 겁니다."


다섯 번째 화살이 엘사를 급습했다. 엘사는 반쯤 몸을 일으킨 상태로 얼음 장벽을 만들어내서 화살을 틩겨냈다. 엘사는 다니엘 경의 허리춤을 살짝 살펴보았다.


젠장, 화살 통에 화살은 넘치고 넘쳤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골치아픈 세바스찬 경은 모든 걸 알아냈죠. 다만 자신의 힘으로는 내 상대가 안된 다는 것을 깨닫고 제 옆을 감시하면서 제가 돌발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그 기회를 잡으려 했던 것 뿐입니다. 그의 그 영특한 머리로 제가 범인인 건 알아냈지만, 입증할 증거가 없었으니 말이죠.


제가 토마스 경을 살해하자 세바스찬 경은 무모하게도 혼자 힘으로 저를 죽이려 시도했지만, 그 결과가 무었이었을까요? 당연하죠. 세바스찬 경은 제 상대가 안 되었습니다. 그는 심지어 제가 진작에 공작의 부하를 뒤쫒는다고 거짓말하고 사이먼 경의 뒤를 쫒아 그를 죽이고 온 사실조차 몰랐어요!"


엘사는 이제 완전히 몸을 일으키고 다니엘 경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니엘 경이 다음 행동을 취하려는 순간, 엘사가 재빨리 손을 움직여 상대를 향해 얼음광선을 쏘았다. 광선은 다니엘 경의 심장에 적중했지만,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코웃음을 쳤다.


"좀 특별한 존재긴 해도, 당신은 인간이에요, 여왕 폐하. 인간의 힘은 저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못합니다. 대신, 더욱 강력해지죠."


다니엘 경이 다음 화살을 석궁에 끼우기 시작했다. 이제 엘사는 완전한 무력감을 느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저 자가 하는 말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


아버지...


"에드버드 경은 강력한 상대였지만,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원채 의심이 없고 우직한 성격이라, 사이먼 경을 죽이러 갔다올 때도 그를 속이기 위해 필요한 건 '프란시스의 뒤를 쫒겠다'라는 핑계 뿐이었죠. 그 다음에는 그를 어떻게 속였을까요? 제가 공작하고 결탁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공작이 전해준 진짜 정보를 그에게 전해줄 수 있었던 겁니다! 세바스찬 경이 상대였다면 그렇게 멍청하게 속여넘기진 못했을텐데..."


"왜지?"


엘사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왜 우리를, 아렌델을 배신한 거지?"


"말했잖습니까! 난 대가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멍청하고 어리석은 존재들에게는 더더욱! 날 영리하게 사용하는 방법만 알고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그의 종복이 되어줄겁니다! 멍청한 존재는 바로 당신 아버지였고, 영리한 사람은 바로 공작이지! 아그나르는 날 기분내킬 때 데려다 쓰고는 마음대로 나를 자신의 땅에서 걷어내려 했고, 공작은 철저하고 영민한 계획 하에서 나와 함께 걷고 함께 움직이며 공동의 지배를 꿈꾸었지. 내가 후자에게 끌리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소?"


"그쯤 하지."


한스 왕자가 별안간 여왕과 다니엘 경 사이로 끼어들었다.


"대충 이해했습니다, 다니엘 경. 그러니까 전설 속의 검은화살, 이 모든 일이 이뤄지게 하고 있었던 검은 화살, 공작의 비밀스러운 후원자 검은 화살이 모두 당신이었다는 이야기군. 내 야심을 나의 이성과 내 마음 속 가장 고결한 부분까지 억누르게 만들어서 나를 한낱 꼭두각시로 전락시킨 것도 바로 당신이고."


"모두, 그리고 언제나 나였소. 마지막에 정신을 차렸다 한들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한스 왕자. 당신 말마따나, 당신은 꼭두각시에 불과해."


다니엘 경이 썩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한스 왕자는 허리춤에서 자신의 검을 뽑아들어 다니엘 경을 겨누었다.


"난 공부는 조금 한 몸이오. 세상에는 그 어떤 사악한 마법도 걷어낼 수 있는 단 한 가지 마법이 실재하지."


"사랑 얘기를 하려는 건가?"


"내 영혼은 이미 지나치게 타락했소. 사랑이 있다 한들, 극히 미미할 뿐일테니 당신을 오래 상대할 순 없겠지. 그래도 그 사랑이 여기에 올때까지는 최대한 시간이라도 끌어볼 수 있겠지."


한스가 머릿속에 안나를 떠올리며 말했다.


-아렌델 국경 안


"안나! 이 근처에 있나요?"


크리스토프가 가가쓰로 얼어붙은 항구 안까지 도달한 다음 소리쳤다. 서리가 자욱하게 껴서 앞이 보이진 않았지만, 어디선가 사람들이 쑥덕거리는 소리는 들려왔다.


"대답이 없군. 하지만 쫒아가봐야겠어."


크리스토프가 다시 스벤의 등에 올라타며 중얼거렸다.


-그 근처 어디쯤


사실 안나도 크리스토프의 외침을 듣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대답하기에는 너무 기운이 없었을 뿐


"크...리..스...토..."


사실 지금 쓰러지지 않고 걷고 있는 것만 해도 안나에게는 기적이었다.


또 다른 기적이 있다면, 그녀의 눈에 엘사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 정도려나.


그런데... 저 두 남자는 분명...


-안나가 바라보는 곳


한스는 본디 검술의 대가였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한스의 공격은 한 번도 다니엘 경을 명중시키지 못했고, 다니엘 경은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은 상태로 여유롭게 한스를 농락했다. 일순간 다니엘 경의 강펀치가 한스의 얼굴에 명중했고, 한스는 뒤로 밀려나며 손에서 검을 떨어뜨렸다. 왕자는 놀라서 검을 다시 주워들려 했지만, 다니엘 경이 더 빨랐다.


"억..."


이 싸움에 개입해보려던 엘사가 뭘 해볼 틈도 없이, 다니엘 경의 칼날이 한스의 복부를 꿰뚫었다.


"잘 가게, 썩은 영혼."


다니엘 경이 칼 손잡이째로 한스의 몸뚱이를 뒤로 내던지며 말했다. 그 순간, 한스는 뭔가를 발견한 듯 눈을 부릅 뜨고는 미소지으며 중얼거렸다.


"안...나..."


왕자의 숨이 끊어졌다. 다니엘 경은 혀를 끌끌차며 허리춤에서 화살 한 발을 뽑아들고 바닥에 잠시 내려놓았던 석궁을 들어올렸다. 


"약조대로입니다. 여왕폐하. 이야기는 끝났으니, 진짜 검은화살의 맛을 보여드리도록 하죠."


"안 돼!"


그 순간, 안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다니엘 경과 엘사 사이에 끼어들어 손을 뻗었다.


서서히, 하지만 화살이 날아오는 속도만큼 빠르게 안나의 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느낌이군.


전혀 의식이 흐려지지 안잖아.


음, 똑똑히 보여


저 남자가 쏜 화살이 내게 다가오는 것


저 너머에서 쓰러져버린 내 옛 애인


뒤에서 날 보고 놀라는 우리 언니


오히려 몸이 얼어붙으니, 육신에 구애받지 않고 사방이 다 보이는 느낌인데 


크리스토프, 지금 맹렬히 달려오는 게 보이지만, 당신 조금 늦었어요.


"무슨!"


안나를 향해 맹렬히 날아가던 화살은 안나의 손 끝에 닿는 순간 반으로 뚝 하고 잘려버리고 말았다. 지금껏 여유로운 태도를 견지하던 다니엘 경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니엘 경이 다음 화살을 뽑아들기 위해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댄 순간,


"안-나!"


거대한 순록의 엉덩이가 다니엘 경을 후려쳐서 멀리 날려버렸다. 크리스토프는 서둘러 스벤의 등에서 내린 다음 얼어붙은 안나의 몸을 향해 달려갔다.


정말로 '안 돼!'라고 말하는 듯한 그녀의 표정


영혼은, 분명 살아있을 터였다.


"안나... 안나...?"


엘사는 거의 정신을 잃을 듯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내가 심장을 얼린 거야?"


크리스토프는 멍하니 얼어붙어있는 안나의 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니엘 경은 저 멀리서 서서히 몸을 일으키더니 허리춤을 뒤지기 시작했다. 젠장, 화살통이고 석궁이고 방금 전 충돌 때 다 땅에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크리스토프는 서서히 미끄러져 다가와 자신의 발 밑에 놓인 화살 하나와 석궁을 들어올렸다.


"이대로... 이대로 끝낼 순 없어... 현명한 폭력의 사용자가 이 땅을 다스려야 한다!"


"검은화살? 당신이?"


크리스토프가 불똥이 뚝뚝 떨어지는 타오르는 눈빛으로 물었다. 다니엘 경은 방금 전 충돌 때 허리를 다쳤는 지 한 손을 허리 위에 얹고 있었지만, 얼굴에서 미소는 잃지 않고 있었다.


"그래, 지금 네가 들고 있는 그 화살, 그게 바로 나다."


다니엘 경이 한스 왕자의 시신에서 검을 뽑아냈다. 크리스토프는 그에 응수하기라도 하듯 석궁에 화살을 매기고 다니엘 경을 겨누었다.


"어리석긴... 네가 인간인 한, 그 무엇으로도 날 해칠 수 없다."


"한 번 보자고, 화살 양반."


다니엘 경은 한 번 피식 비웃음을 내뱉고는 검을 똑바로 세우고 크리스토프를 향해 돌격했다. 크리스토프는 주저하지 않고 석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핑'


화살이 다니엘 경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더니 그의 심장에 박혔다. 다니엘 경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쓰러졌다. 그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한스 왕자의 피와 뒤섞여 빙판을 붉게 물들였다.


"트롤들이 날 키웠어."


크리스토프가 그걸로 설명이 된다는 듯 석궁을 바닥에 툭하고 집어던졌다. 다니엘 경은 바닥에 쓰러진 채로 체념한 미소를 짓고는 중얼거렸다.


"폭력으로 흥한자... 폭력으로 망한다던가."


그가 자신의 심장에서 거칠게 화살을 뽑아낸 다음 빙판이 무너지기라도 바라는 듯 바닥에 쾅하고 꽂았다. 그의 바람대로 화살이 꽂힌 부분부터 시작해서 빙판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내 빙판이 무너져내리며 그의 모습은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이전 시대의 종결이었다.


-아렌델 인근 해안, 루돌프 웨스터가드의 군대


"다리가 완성되었습니다."


프란시스가 보고했다. 루돌프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자신의 뒤에 선 군대에게 돌아섰다.


"장례식 행렬 준비는 마쳤나?"


"넵!"


군대의 선두에 선 군인이 말했다. 의장대는 모두 무기를 버린 채 완전히 조문행렬의 차림으로 복색을 바꾼 상태였다.


-아렌델


공주가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서히 자신의 영혼의 시야가 좁아지는 걸 느꼈다. 대신, 몸의 감각이 그녀에게 온전히 돌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살아났다.


"안나!"


그녀를 부여잡고 흐느껴 울던 여왕이 깜짝 놀라 퉁퉁 부은 얼굴로 외쳤다. 안나는 오랜만에 제대로 마주한 그녀의 언니를 향해 얕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언니, 가슴은 어때?"


"뭐?"


"내가 언니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잖아. 사랑해, 언니."


"나도...."


그 순간, 엘사는 자신의 왼쪽 가슴에 타오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21년간 녹아있던 심장이 불타오르며 녹아내리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황홀한 경험이었다.


"사랑해, 안나."


여왕의 심장과 함께, 왕국 전체가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녹아내린 뒤, 항구


"모든 게 끝났군. 내가 이길 수도 있던 싸움이었는데."


공작이 한숨을 내쉬며 스스로 호송선으로 걸어들어갔다. 안나는 성이 난 표정으로 공작에게 쏘아붙였다. 


"폭력을 부리면서, 사랑의 힘을 이기려 들었다고?"


"그 둘은 동등한 관계지, 누가 우월한 관계가 아니다, 공주. 그저 그 힘겨루기에서 너희들이 좀 더 우월했을 뿐."


안나는 다시 한 번 공작의 얼굴을 힘차게 갈겨주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그녀는 손에 주먹을 꽉 쥐었지만, 이내 포기한 듯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다니엘 경이 살아돌아오게 할 순 없지."


-루돌프 웨스터가드, 아렌델 입성


"제 동생의 시신을 가지러 왔습니다. 이 행렬단과 함께, 본국으로 송관하고자 합니다."


중간부터 빙판이 서서히 녹아내리기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어쨌든 루돌프의 행렬단은 무사히 아렌델에 입성했다. 이웃나라 왕자가 고개를 숙이며 한 말에 대해 엘사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렇게나 빨리... 어떻게...?"


"공작이 저에게 협조를 요청하며 그의 계획을 자세히 묘사한 서한을 보내왔었죠. 전 그 계획을 보는 순간, 제 동생의 내면에서 야심가의 인격과 로맨티스트의 인격이 싸우게 될 것을 짐작했죠. 어느 쪽이 승리하던간에, 결국 그는 파멸하겓 될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는 그 둘 중 하나라도 포기하고서는 살 수 없는 아이였으니까요."


엘사는 대충 짐작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루돌프는 고개를 살짝 들어올리더니 살짝 덧붙였다.


"그런데... 누가 이겼습니까?"


"로맨티스트가, 살짝 앞섰어요."


-며칠 뒤, 아렌델 광장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깜짝 선물에...


크게 놀랐다고는 할 수 없겠다.


이미 크리스토프에게는 이틀 전에 다 들켜버린 선물준비였으니까.


하지만 그걸 웃으며 건네주는 안나의 표정은 어찌나 사랑스러웠던가.


"교환 안됨, 환불 안 됨, 여왕님 명령!"


"기왕이면 당신 명령이었으면 더 따르고 싶었을텐데."


"+아렌델의 안나 공주! 그럼 충분해요?"


"차고 넘치죠."


크리스토프가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다시 있을 수 있을까요?"


안나가 크리스토프를 툭툭 두드리고는 물었다. 크리스토프가 안나를 살짝 돌아보며 되물었다.


"어떤 일이요?"


"당신이 그날... 했던 일. 사실 당신이 마무리지은 거잖아요? 그... 괴물은."


다니엘 경을 쏘아 죽인 일을 말하는 걸까. 크리스토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해요."


"어째서요?"


"당신을 만나서... 나도 사람 다 됐으니까."


두 사람은 다정하게 왕궁 위에 여왕의 눈송이가 펼쳐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모든 것이, 정말 아름다운 마법이었다.





















-코멘터리/복선/해석 편이 남아있습니다!

추천 비추천

20

고정닉 6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해명이 더 논란을 키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3/18 - -
공지 겨울왕국 갤러리 이용 안내 [200188/10] 운영자 14.01.17 128878159 3801
5487649 얘 겨갤 출신인지 [1] 월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5 6 0
5487648 ㅋㅋㅋㅋㅋㅋㅋㅋ [2]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5 12 0
5487647 재밌었던 인연과 헤어지고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 ㅇㅇ(203.232) 14:49 13 0
5487646 목요일날 김포에서 마중나온다는 고닉 어디가셨죠 [3] 월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3 28 0
5487644 엘-시 ㅇㅇ(118.235) 12:22 10 0
5487643 정령님의 시간 엘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12 1
5487642 엘-시 ㅇㅇ(118.235) 12:22 10 0
5487640 엘시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9 1
5487639 엘-시 ㅇㅇ(118.235) 00:22 17 0
5487638 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씻고 누우니 ㅇㅇ(183.107) 03.18 27 0
5487637 웃다가 갑자기 슬퍼지는 짤 [1] ㅇㅇ(118.235) 03.18 47 0
5487634 안-시 ㅇㅇ(118.235) 03.18 20 0
5487633 안-시 ㅇㅇ(118.235) 03.18 15 0
5487632 안시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19 1
5487631 안-시 안-시 안-시 ㅇㅇ(118.235) 03.18 22 0
5487630 고전영화 보는거재밌네 [5]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57 0
54876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ㅇㅇ(222.107) 03.18 48 1
5487628 이 새끼 왤케 띠껍게 쳐다보는건지? [2] ㅇㅇ(223.39) 03.18 59 3
5487627 요즘 따뜻한 분이랑 자주 연락해서 너무 좋아 [5] ㅇㅇ(223.38) 03.18 88 0
5487626 와 프갤 아직 살아있네ㅋㅋㅋㅋ [4] ㅇㅇ(182.211) 03.18 54 0
5487625 그잘신 파드리스ㅋㅋㅋㅋ [5] ㅇㅇ(1.211) 03.18 44 0
5487624 그잘신 병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44 0
5487623 엘-시 엘-시 엘-시 ㅇㅇ(118.235) 03.18 19 0
5487622 엘-시 월요일 첫 엘-시 ㅇㅇ(118.235) 03.18 21 0
5487621 정령님의 시간 엘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22 1
5487620 엘시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25 1
5487619 벌써 출근하기 싫다 ㅇㅇ(183.107) 03.18 30 0
5487618 너거들끼리 아는 이야기 고마 하고 [1] ㅇㅇ(118.235) 03.17 60 0
5487616 안시이이잉 [4]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45 2
5487615 프붕이 가여운것들 보고왔오 [8] Frozen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63 0
5487614 갤 원정 돌면서 옛친구들좀 다시 불러놓겠음 [5]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72 2
5487613 그래서 내 영원한 친구 사또 어디감 [4]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67 0
5487612 엘샤가 좀 잘생김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41 0
5487611 앙졸 뭔가뭔가임 [3]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60 0
5487610 근데 편입생도 Mt가도 됨? [4]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54 0
5487609 MT가서 친해진다음 이 노래 부르면 10인4임 [3] ㅇㅇ(223.39) 03.17 57 0
5487608 연고전에서 앙졸이 만나면 넌 뒤졌다 ㅋㅋㅋㅋㅋ [4]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64 0
5487607 붕슨이 무슨과임 근데 [3]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50 0
5487605 고척돔 ㅋㅋ [2] Gotoh-Hitor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53 0
5487604 서연고는 같은 학번인데 년생 스펙트럼 넓을듯 [4] ㅇㅇ(223.39) 03.17 60 0
5487603 보트마렵네요 진짜 [4] ㅇㅇ(223.39) 03.17 50 0
5487602 그지새키들아 푸갤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26 0
5487601 나는요 잠옷이 좋은걸 [2] ㅇㅇ(222.107) 03.17 66 0
5487600 일요일 출근 ㅇㅇ(118.235) 03.17 21 0
5487599 엘-시 엘-시 ㅇㅇ(118.235) 03.17 23 0
5487598 엘-시 ㅇㅇ(118.235) 03.17 21 0
5487597 나 없다고 개판된거 봐라 [2]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60 0
5487596 나도 애낳고싶다 [3]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61 0
5487595 예쁜 임산부 봄 [3] ㅇㅇ(223.62) 03.17 77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