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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중편] 올슨 씨의 부탁 - 1

ㅇㅅㅇㄴ(61.82) 2019.12.08 02:42:11
조회 260 추천 10 댓글 5
														

여왕님, 부디 제 기억을 지워주십시오.”


정확히 37번째 방문이다. 간곡히 부탁하는 올슨 씨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나는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올슨 씨 부부는 딸과 두 손주 지미와 미카, 그리고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사위를 대신해 올슨 씨는 손주들에게 아버지가 되어주었다. 때로는 엄격하지만 자상한 올슨 씨 덕분에 손주들은 아버지가 없어도 그늘없이 밝은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었다. 안나도 몇 년 전 자신의 생일에 노래를 불러주던 아이들의 티없이 해맑은 표정을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족에게 크나큰 비극이 닥쳐왔다. 특히 추웠던 지난 크리스마스 밤, 지미가 모습을 감췄다. 밤새 탐색이 진행되었지만 지미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러진 나뭇가지와 함께, 숲에서 차갑게 얼어붙은 지미가 발견된 것은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였다. 무엇 때문에 지미가 그토록 추운 크리스마스 밤에 숲에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더 이상 추위를 타지 않는 곳으로 떠난 손주의 주검을 앞에 둔 올슨 씨 부부는 생각보다 침착해 보였다. 흐느끼는 딸을 달래며 조용히 장례 절차를 치르고, 지미를 배에 실어 어둠의 바다로 띄워보냈다. 노부부는 어쩌면 지미가 얼어붙은 그날 밤에 마음 어딘가도 함께 얼어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올슨 씨는 안나를 찾아와 지미에 대한 기억을 지워달라고 청했다. 그때부터 올슨 씨는 계속해서 안나를 방문했다. 매번 거절하며 돌려보내지만, 끊임없는 부탁에 안나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올슨 씨, 늘 말씀드리지만, 그 부탁은 들어드릴 수 없어요.”


안나 또한 소중한 것을 잃는 느낌을 잘 알고 있다. 올라프가 사라지고, 엘사도 죽었다 생각했을 때의 감정을 떠올릴 때마다 몸서리쳐진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소중한 기억을 잊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지도 알고 있는 안나로서는 올슨 씨의 청을 쉽게 들어줄 수 없었다. 어려운 요구는 아니다. 페비에게 청하면 그는 기꺼이 올슨 씨의 기억을 지워줄 것이다. 지미와의 즐거웠던 기억은 다른 기억으로 대체된다. 참으로 편리한 마법이다.


저희 부부는 이미 아들을 잃어보았습니다.”


올슨 씨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때도 정말 지옥같았지요. 하루하루가 마치 끝없이 계속되는 혹한의 겨울처럼 절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때 저희 부부를 지탱해준 것은 지미와 미카였습니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저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랬던 지미도 이제 저희한테서 영영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저희 부부는 살아갈 의지조차 없습니다. 잠잘 때마다, 밥먹을 때마다, 숨쉴 때마다 지미의 모습이 보입니다.”


안돼요, 올슨 씨. 돌아가 주세요.”


안나는 그의 말을 계속 들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올슨 씨는 완강해 보였다.


지미가 발견되었을 때, 저희 부부는 전여왕님께 저희의 마음을 얼려달라 요청드렸습니다.”


뭐라구요?!”


처음 듣는 소리였다. 엘사는 안나에게 저런 이야기를 전혀 한 적이 없다. 안나가 올슨 씨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엘사는 얼버무리며 다른 화제를 꺼내곤 했다. 그래서 안나는 엘사가 슬픈 이야기를 하기 싫은 거라 지레짐작하고 최근에는 의식적으로 올슨 씨를 화제로 올리지 않고 있었다. 아니 언니, 더 이상 비밀은 없다면서?


전여왕님께서는 저희의 요구를 들어주셨습니다. 제발 여왕님께서도 자비를 베풀어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올슨 씨, 계속 이러시면 억지로 끌어낼 수밖에 없어요. 올슨 씨의 마음은 저도 공감가는 바지만, 기억을 지우는게 해결책이 될 순 없어요. 제발 돌아가 주세요.”


간신히 올슨 씨를 돌려보낸 뒤, 안나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 걸터앉았다. 올슨 씨를 본 이후는 항상 이렇게 마음이 무겁지만, 오늘은 특별히 엘사에 대한 배신감까지 더해져 더욱 침울했다. 금요일 제스처 게임 후에 언니한테 한마디 해야겠어.





제스처 게임은 엉망이었다. 올슨 씨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차 있어 게임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모처럼 즐거워야 할 시간을 엉망으로 보낸 뒤, 걱정하는 크리스토프와 스벤, 올라프를 떠밀다시피 잠자리로 보낸 안나는 남아있는 엘사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올슨 씨 부부한테 왜 그랬어, 언니?”


엘사는 마치 자기 때문에 왕국이 눈에 덮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올슨 씨 부부의 마음을 얼린거야? 아무리 그분들이 힘들어 보여도 그렇지, 마음을 얼리는게 어떤건지 언니는 알고 있잖아?”


안나, 그게...”


그리고 왜 그 사실을 나한테 숨긴건데? 우리 사이에 더 이상 비밀은 없을거라 그런건 언니 아니야? 어떻게 또 나를 배신할 수 있어? 나는 언니에게 티끌만한 비밀도 없는데, 어려운 일 있으면 항상 언니한테 먼저 말하는데!”


안나의 다그침에 엘사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 화내지 마라고 웅얼거릴 뿐이었다. 그런 엘사의 모습을 보고 안나는 차마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아무튼 그 분들의 마음을 다시 녹여줘, 언니.”


안나... 그건 안돼.”


?!”


너도 알잖아... 진정한 사랑의 표현만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다는걸...”


“...”


안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마음이 얼어붙은 윌슨 씨 부부가 어떻게 진정한 사랑의 표현을 한다는거지? 언니는 그걸 알고서도 마음을 얼려줬단 말이야?


난 윌슨 씨 부부가 극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그분들을 믿고 기다려 줘.”


노래 부르듯이 확고한 표정으로 말하는 엘사를 보고, 안나는 한숨을 쉬었다.




--------------------------


이야기를 써보는건 처음이라 어땠을지 모르겠음ㅋㅋㅋ...


고양이 기르면서 잘살고 있는 올슨 씨 가족에게 넘 미안해지네ㅠㅠ


원래 하나로 올릴랬는데 글자 제한이 걸려서 둘로 나눠 올림!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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