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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 나는 너를 위해 4

상남자올라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25 22: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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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86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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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는 울다 탈진해 잠든 엘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였길래 사람이 이렇게나 망가질 수 있는가. 궁금했지만 사실 알 수 있었다. 이 너무나도 여린 사람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자책감에 미쳐버린 것이다. 달려가 안기며 어리광 부릴 나이에 안으러 오는 사람을 내쳐야 했고, 남들보다 무거운 자리에 남들보다 일찍 서야 했다. 그저 안쓰럽기만 했다. 그 때 복도에서 우당탕탕 소리가 들렸다. 창밖을 보아하니 아 직 해도 뜨지 않았는데, 이시간에 여기로 뛰어올 사람은ㅡ


"엘사!"


안나가 문을 쾅 열며 뛰어왔다. 안나는 달려와 침대 앞에 찰싹 달라붙어 카이를 원망의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왜 자신을 방으로 옮겨 재웠냐는 눈초리였다.


"... 여왕님께서 먼저 주무셔서 편히 쉬시라고 옮겨드린겁니다만."


"제가 언제 잠들었다 그래요! 어떻게 아픈 언니를 눈앞에 두고 먼저 잘 수가 있겠어요!"


"그렇게 말하시기엔 너무 깊게 주무셨는데요. 깨워드렸는데도 안일어나셨습니다."


안나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카이를 삐진 눈초리로 쳐다보고는 다시 엘사로 눈길을 돌렸다. 아직도 못 깨어난건가. 시무룩해 있던 그 때 엘사 눈가의 눈물 자국을 본 안나는 그만 엘사의 멱살을 잡고 말았다.


"언니! 일어난거야?"


안나는 침대 위에 올라타 엘사의 멱살을 부여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자다 왠 날벼락을 맞은 엘사는 비몽사몽한 채로 눈을 떴고, 앞에는 자신을 세상이 떠나가라 흔들고 았는 안나와 옆에 그저 피곤한 듯 서있는 카이가 보였다. 이제 피할 수도 없겠네. 엘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나."


"아냐아냐 말하지 마. 일단 누워있어. 나흘을 누워있었는데 바로 일어나면 안돼."


"안나."


"말하지 말래도? 일단 먹을것좀 갖다줄까? 세상에, 4일을 굶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있어? 괜찮아?"


"...폐하."


카이는 가까스로 흐느끼고 있는 안나를 떼어냈다. 안나는 더 이상 서있을 힘도 없는지 주저앉았다. 안나는 눈에 초점 없이 그저 울기만 했다.


"언니까지 없으면 난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 건지 까마득했는 데.. 얼마나 걱정했는데.. 얼마나.."


엘사는 엉엉 울며 연신 고맙다고 말하는 안나를 보고 당황했다. 세상에, 원래 지금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던가? 일단 안나부터 달랬다.


"미안해 내가.. 일단 울음부터 그쳐봐. 할 말이 있어."


엘사는 카이에게 잠시 쉬라고 말했다. 진짜 쉬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는 뜻이였다. 눈치가 빠른 카이는 고맙게도 바로 자리를 비워줬고, 엘사는 안나가 진정하기를 잠시 기다렸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


아직도 코를 훌쩍이고 있는 안나가 물었다. 엘사는 입술을 무심코 꽉 깨물었다. 그 때 이를 눈치챈 안나가 먼저 엘사를 안아주었다.


"괜찮아 언니. 굳이 말 안해도 돼. 언니 절대 그럴 사람 아니잖아 그치? 잠깐 힘들었던거잖아. 언니가 살아있으면 난 그거로 됐어."


엘사는 말문이 막혔다. 당장에 자신을 붙잡고 무슨 일이냐며 물어보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이 아이는 또 나를 배려하며 먼저 괜찮다고 감싸주었다. 안나는 그저 내가 살아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렇게까지 감사하고 안아줄 만큼 마음이 넓은 아이였고, 더 이상 이런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없었다.


"...안나. 나, 다시 떠나야 할 것 같아.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 닌가봐 난. 미안해."


안나는 멍한 표정으로 엘사를 빤히 쳐다보았다. 방금 내가 잘못들은건가? 안나는 말을 더듬으며 애써 웃었다.


"뭐..뭐래, 이 언니가 참.. 일단 쉬고 있어. 아직 아픈가보다."


"아니야 안나. 난 여기 있으면 안돼. 여기 있는 모두에게 이렇게 피해만 줄거야. 이제라도 빨리 떠나야 돼."


"뭐라는 거야 지금!"


안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바로 화를 내는 걸 보니 안나도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나보다. 엘사도 화를 내는 안나를 보며 감정이 격해졌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 다. 왜 이런 나를 계속 옆에 두려 하는 거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주변에 냉기가 모이기 시작한다. 엘사와 안나가 마주보고 앉아있는 침대 주변에 서서히 눈보라가 모이기 시작했고, 이내 눈보라는 방 전부를 얼려버릴 정도로 강해졌다.

"안나! 이성적으로 생각해. 난 여기에 올 때마다 사람들에게 피해을 줬어. 너가 겨우 다섯 살일때 니 머리에 얼음을 쐈고, 대관식 날엔 아렌델 전체를 얼려버렸고, 니 가슴에 또다시 얼음을 박아버렸어. 얼마 전엔 정령을 찾겠답시고 널 몇 번이나 위험에 빠뜨렸는데, 그런 내가 여기 있어도 괜찮겠다고? 왜? 아니, 난 여기 있으면 안돼. 이건 너를 위해서 뿐만이 아니야. 나는 마음 편한 줄 알아? 나를 위해서라고!"


"제발 혼자 죄인인 척 그만 좀 해! 그게 왜 다 언니 잘못이야? 다섯 살 때 사고는 먼저 신나서 냅다 뛰어버린 내 잘못도 있고, 대관식 날에도 언니 화를 부추긴 건 나야! 북쪽 숲에 무작정 따라간 것도 나고, 결국 이 모든 일의 원인은 언니가 아니라 나라고! 근데 내가 괜찮다는데 왜 언니가 언니 맘대로 아니래, 못 가. 누구 맘대로 떠나!"


저 여린 아이는 끝까지 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려 하고있다. 이젠 그런 너를 보면 내가 화가 나서 못 참겠다. 너가 날 못 보낸다면, 난 그걸 뚫고 떠날 힘이 있다. 꼭 그래야만 한다면 그럴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주변을 빙빙 돌던 눈보라의 얼음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송곳같은 얼음이 안나의 옷을 하나 둘 찌르기 시작했지만 안나는 개의치 않았다. 안나에겐 당장 엘사를 말리는게 급선무였다. 엘사는 침대에서 일어났고, 안나는 그를 따라 일어나며 소리쳤다.


"어디가?! 못 간다니까!


"제발 그만 좀 해!!"


그 외침을 마지막으로 눈보라가 멈췄다. 그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멈춰버렸다. 엘사가 당황했기 때문이였다. 잠시 후 안나의 얼굴에 피가 흘렀다. 얼음이 안나의 얼굴을 베고 지나간 것이다. 상처가 깊지 않아 흉터는 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 상처는 엘사의 가슴이 미어지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미안해 안나, 마지막으로 말할게. 나가."


"언니, 난 괜찮다니까. 제발.."


"나가 줘. 이따 저녁에 다시 와서 얘기하자."


더 이상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는지, 안나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일어나 엘사를 지나치며 말했다.


"언니, 난 그래도 항상 언니를 믿고 있다는 것만 알아줘."


문을 열고 다시 한번 자신을 쳐다보는 안나를 외면한 채, 엘사는 침대에 다시 앉았다. 결국 저질렀다.



ㅡ그리고 이미 엎질러진 물은, 차라리 그냥 전부 버려 버리는 편이 오히려 시원할 것 같았다.



"안됩니다, 폐하."


"허락을 구하는게 아니에요."


침대에 앉아 옆에 내려앉은 눈송이 하나를 빤히 쳐다보던 엘사가 말했다. 방은 아까 전보다 훨씬 심하게 얼어붙어 있었고, 그 냉기는 마음대로 거둬지지도 않았다.


"전 그냥 저 아이가 저 없인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그런거에요. 알잖아요, 제가 안나에게 받은 거에 비하면 해 준 건 하나도 없다는걸."


"여왕님께선 그저 폐하가 옆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하실 거라고 생각하.."


안나와 똑같은 소리다. 옆에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다 거짓말이다. 난 그렇게 느낀 적이 없었으니까. 옆에 있어 행복한 감정은 곧 옛날의 기억으로 이어져 언제 무슨 일이 이 아이에게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만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그런 것도 몰라주는 카이에게 너무 화가 났다.


"제발 그런 소리 그만 좀 해요!"


카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호출을 듣고 찾아올 때부터 어느 정도 이 일을 예상했었다. 엘사는 분명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했고, 일부 마을 사람들이 동요하듯 자신조차도 엘사가 반쯤 미쳐버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엘사는 점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제 그 정도가 과해져 능력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 사람은 지금 아렌델의 그 누구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전 여왕이자 정령이다.지금까지 그랬듯 회복 하는 건 시간 문제일 터, 마음을 다잡는 것만 도와주면 될 것이다. 고개를 다시 들고 말을 이었다.


"폐하, 좀 진정하신 뒤에 다시 생각하심이.."


그 때, 카이와 엘사는 눈이 마주쳤다. 엘사의 그 눈은, 빛을 잃었지만 그 누구의 것보다 깊고 명확했다.


"카이까지도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카이는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한 자 신이 어이가 없어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이 분은 미치지 않 다. 그 눈은, 도저히 미친 사람의 눈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또렷했다. 이 사람은 진심이다. 그래, 다 계획이 있으시겠지. 항상 그래왔듯이 모든 일이 결국 잘 풀릴 것이다.


"...제가 졌습니다. 폐하. 말씀하시죠."


엘사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 사람은 믿을 수 있다. 안심이 됐다.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뭐든지요."


"제가 이 성을 떠나면 아마 안나는 무작정 절 찾아 나올테고, 결국 절 찾아낼 거에요. 안나가 성을 비우게 되면, 다시 돌아오기 전에 이 성에 남은 제 모든 흔적을 지워주세요."


"..네?"


"안나가 절 기억하지 못하게, 모든 흔적을 지우고 안나와 접촉할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저에 대한 얘기를 일절 꺼내지 못하게 하세요. 시녀들, 국민들, 주변국 관리들까지 전부."


"어차피 여왕님 께서 폐하를 기억하실텐데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


그때 카이의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마법을 가진 존재는, 이 근처에 엘사 한 명만은 아니였다.


"..섣불리 들어드린다고 하는 게 아니였는데."


"마지막 부탁이에요."


엘사는 계속 미소를 띄고 말했다. 그 미소는 조금씩 일그러지고 있었다. 의지하길 미안해 하는 엘사는 원래 부탁할 때마다 마지막 부탁이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지만, 카이는 엘사의 떨리는 눈꺼풀을 보고 이번엔 어쩌면 진짜 마지막 부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누구보다 지혜로운 분이시니까. 지금으로썬 믿어드리는 방법밖에 없다. 다시 뵈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폐하의 계획이 틀어지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해요. 지금까지 전부.. 모든 일이 다 감사했어요."


카이는 마침내 뒤돌았다. 참고 있었던 보가 터지듯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엘사에게 보일 순 없었다. 이 눈물은 엘사가 안나와 함께 성으로 돌아왔을 때, 그때 보일 눈물로 아껴 두겠다고 다짐했다.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카이는 방문을 조용히 열고 나갔다. 마지막으로 엘사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그녀 쪽을 바라보았을 때, 엘사 역시 이쪽 을 바라보며 울고 있었지만 그를 향해 애써 웃어주었다. 카이는 방문을 닫고 눈물을 훔친 뒤 경비병에게 오늘 자정에 성문 을 조금 열어두라고 전했다.



그날 밤, 엘사는 조용히 성을 빠져나와 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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