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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밤/문학] 미생물

엘산나트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3 01:25:11
조회 404 추천 26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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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입니다. XX시 OO병원에서 95명의 환자가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정부는 A시를 봉쇄하기로 결정하였으며..."


"국내 확진자가 4000명을 돌파, 27개국에서 한국을 여행제한국가로 지정.."





미지근한 보리차가 반쯤 찬 텀블러를 습관적으로 홀짝거리며 채널을 돌린다.


젠장, 그러니까 진작에 중국인들 입국 금지 시켰으면 좋았잖아.


기름이 번들거리는 갤럭시 휴대폰의 액정에 늘 그리는 패턴을 입력한다. 


한때 나의 피난처와도 같던 겨울왕국 갤러리는 건초더미가 굴러다니는 애리조나 사막마냥 황폐화 되어있었다.


1주 전이었던가. 대관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해당지점 영화관도 폐쇄되고 프갤은 사방에서 침공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레딧 등지에서도 프갤에서의 대관 문화, 폭도행위를 손가락질하였고 


이튿날 눈을 떠보니 나는 공공의 적의 일원이 되어있었다.


접촉자로 의심받은 나 역시 지난 2주간의 이동경로를 세세하게 밝혀야 했고


영통 메가박스와 홍대 메가박스, 오산 cgv, 늘 담배를 사던 동네 편의점만 가득히 적혀있는 나의 진술서를 본 부모님은


그저 한숨만 내쉴뿐 나와 눈조차 맞추려 하지 않았다.


겨울왕국을 보기 위해 왕복 3시간 거리를 이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조사관의 경멸하는 표정이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내가 환자인것도 전파자인 것도 아닌데.


난 그저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던 죄 밖에 없는데.



"그래서 겨울왕국 갤러리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어요, 선생님?"


활자로 보는것은 익숙하나 소리로 듣는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은 단어에 리모콘을 돌리던 손을 멈추었다.


화면속에는 짙은 쥐색 양복에 검은 뿔테안경을 낀, 지적이고 싶어보여 안달이 난 듯한 차림의 앵커가 있었다.


"네, 디시인사이드 라는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습니다. 그 안에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갤러리' 라는 소모임이 있고, 

그 중에서 겨울왕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겨울왕국 갤러리인 거죠."


씨팔. 또야. 나는 병균이 아니야. 나도 피해자일 뿐이야.


"잘 들었습니다. 그 겨울왕국 갤러리 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엔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데요.

그것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비상식적이라.사실 만화 캐릭터 판넬에 절을 하고 수염 숭숭 난 남자가 공주 애니메이션을 본다는게 확실히 이상할 수 있긴 하지.

상식적인건 또 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일단 싱어롱이란 보통 음악영화에서 영화 속에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예로 '보헤미안 랩소디' 때도 제가 이곳에서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었죠.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영화로가 아닌 오락영화로서의 가치를 설명하면서요.


그런데 이 겨울왕국 갤러리 라는 곳은 참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노래만 따라하는게 아니더군요. 

캐릭터들의 복장을 따라 입는 코스튬 플레이, 즉 코스프레 라는 것을 합니다."


항상 뉴스의 이 부분에서 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이것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 홍대 메가박스에서 안나 옷을 입고있는, 옅은 모자이크로 가릴 수 없는 나의 실루엣이 보이기에.


"거기에 더해 영화관에서 굴러다닌다던지,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를 본다던지, 

심지어 영화 도중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하는 씬에서 서로 손가락을 건다던지,

요새는 영화 장면을 따라하는 퍼포먼스 까지 한다고 해요. 하하."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들고나온 패널은 철저히 일반인의 입장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분석적이고, 냉소인지 냉철인지 모를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가슴을 파고들며 나를 더욱 움츠리게 한다.

자료화면으로 제시된 대관 영상속의 나는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 각기춤을 추고 있다.


이게 나의 대국민 이미지이다. 철 못든 놈. 민폐. 프천지. 병균. 광대. 유아퇴행을 겪는 성인남성.

나 하나를 희화화 함으로서 국민들이 잠깐이라도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나면 그것이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옳은 일일까 하는 터무니없는 자위라도 해야 한다.



"영화 관람이라 해서 접촉이 없는게 아니군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하다보면 자연스레.."


"...에어로솔이나 직접적인 접촉으로 인한 감염의 우려가 있죠."


얼씨구. 둘이 죽이 척척 맞는 걸 보니 징스각이네 징스각. 대본이라도 짰나?


"지금까지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 관계자분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네, 저는 내부고발자입니다. 그들이 전염병의 위협을 무시한채 집단 광기에 빠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도저히 좌시할 수 없어 맨 처음 신고를 접수한게 바로 접니다.

한때는 일원이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합니다만."


소름이 돋는군. 내가 저런 녀석과 우웅거리며 트루러브를 외치고 있었다는게.


"아닙니다. 용기내어 말씀해 주신 것에 저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정말 감사드리고 있어요.

아마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몇번의 행사가 더있었겠고 더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겠죠."


아무리 우리가 프폭도라도 그정도는 아니야 미친새끼야 라는 공허한 외침은 앵커에게 닫지 못하고 TV 스크린만 힘없이 때렸다.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다리를 달달 떨며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조만간 정신과 약이라도 먹어봐야 겠다.

이런 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튜디오의 둘은 환하게 웃으며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었다.


"네, 시사토론 사회in 을 여기서 마칩니다. 진행을 맡은 이시국 이었고, 오늘 도와주신...아 내부 고발자시라 그런건가요? 익명을 요청하셨네요."


"하하. 어차피 제 얼굴은 아무도 몰라서 상관없습니다. 이름만 이걸로 얘기해주세요."


"네...오늘 도와주신 요츠하씨 감사합니다. 다음주 이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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