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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장편/일상]1.5: 아렌델 생활기(4). 눈'싸움'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21 19:22:26
조회 187 추천 15 댓글 11


통합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42362


선선한 가을이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사라지자, 아렌델에는 눈이 소복이 쌓이는 겨울이 도착했다. 사람들의 옷들도 얇은 천이 아닌 두꺼워진 가죽과 털로 바뀌어 갔고, 무엇보다 자주 내리는 눈들에 아이들도 뛰어나와 그 푹신함을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건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었지, 엘사와 진우에게 해당되지는 않았다. 


“연말결산 쩔어..” 


진우는 푹 숙여진 허리로 아토할란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차라리 이것들 전부 자신이 취미로 쓰던 것들이라면 모를까, 이건 말 그대로 지루함의 끝을 달리는 공공서류들이었다. 앉은 채로 드러누운 진우와는 다르게 엘사는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었다. 다만 너무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거의 책상에 들이 받을 수준으로 가까이 있었고, 오로지 펜을 쓰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진우는 다시 일어나 그녀를 바라봤다. 왠지 모를 무서운 아우라가 그녀의 주변에 있는 것 같았고, 말려야 되나 싶었지만 지금 저렇게 집중하는 그녀를 건들였다가는 한 대 맞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때 진우는 게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낭자, 안나에서 온 편지 같은데 소인이 열어보겠소!” 

“응!” 


진우는 편지를 열었는데 아기자기한 편지지와 글씨에 절로 미소가 났다. 


<언니, 우리 어렸을 때 생각 나? 그 때 같이 올라프도 만들고 눈도 던지면서 놀았잖아?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것도 너무 과거가 되었네..그래도 이제는 사람도 많아지고 상황도 많이 나아졌으니 다시 한 번 더 재미있게 눈싸움도 하고 놀자! 내일 기다릴게! >


역시 안나답게 이렇게 연말의 우울한 분위기를 풀 줄 아는구나 싶었다. 그는 편지를 조용히 엘사의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자신과 엘사가 입을 수 있을만한 눈싸움 옷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활동적인 바지가 낫겠지?’


두 시간 정도가 지났고, 엘사는 드디어 일들이 좀 풀린 듯 크게 한숨을 쉬며 기지개를 크게 폈다. 

그제서야 진우가 올려놓은 편지를 발견해 읽었고, 엘사도 마음이 뭉클했는지 한 손을 가슴에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오래 전이네. 또 우리가 서로의 일 때문에 신경을 덜 쓰기도 했어.’


스스로 반성한 엘사는 그 때 진우가 만들어 놓은 옷을 보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스웨터와 바지는 물론 목도리와 귀여운 부츠까지 정말 아기자기했고, 엘사는 자신의 옷을 진우가 만들어 놓은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둘의 퍼스널 컬러로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겨울 옷을 보며 둘은 내일을 기대했다. 


*    *    *  


아침부터 준비해서 내려가고 있던 그들이 말을 타고 달리던 중 해안가에 배 한 척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배인가 싶었지만, 진우는 알 수 있었다. 저건 전에 봤었던 함선이었다는 걸. 


“저게 왜 저기 있지?”

“저 배가 뭔데?”

“예전에 임무완수하고 퇴역한 배요. 그래서 소인은 저게 파기되었거나 상선으로 팔릴 줄 알았는데 저게 왜?” 


그리고 그 와중에 엘사는 저 앞에 우뚝 솟은 탑이 보였다. 탑 자체는 체스에서 나오는 룩(Rook)처럼 생겼고 그렇게 크지는 않았는데, 예전에는 저런 탑이 없었기에 의아했던 그녀였다. 진우는 망원경을 만들어 배를 봤는데, 거기에는 아렌델 군인들이 신나게 투석기를 끌어오고 있었고, 몇 명은 눈을 삽으로 퍼담고 있었다.


“? 설마?”


앞에 준비되어 있던 투석기들이 당겨졌고, 앞에 있던 장교가 엘사와 진우도 들릴 정도로 고함을 질렀다. 


“FIRE!!!!”


순간 투석기들이 올라오며 눈덩이들이 날라왔고 너무 어이가 없던 진우는 그걸 멍하니 보다가 눈덩이 하나를 정통으로 얼굴에 맞고 말았다. 나머지 눈들은 녹크가 알아서 피해준 덕분에 맞지는 않았지만, 엘사는 진우를 살피러 말머리를 돌렸어야 했다. 다급한 엘사는 그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녹크에서 내려 그를 살폈다.


“진우! 괜찮아?” 


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렸고, 엄지를 내보이며 상태를 확인 시켜줬다. 


“그런데 이럴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소.” 


엘사가 공감을 하는 와중에 그녀는 얼핏 봤다. 룩 뒤에서 퍼져 나오는 또다른 투석기들을. 그리고 그들은 이미 장전을 완료했다는 것을. 


“빨리 벽 만들어.” 

“뭐?”

“벽 만들라고!” 


멀리서 들리는 퉁! 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눈이 그들에게 몰려왔고, 진우는 그 전에 미리 수정으로 벽을 만들었다. 엘사의 얼음도 막을 수 있는 벽은 견고히 눈을 막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진우는 그제서야 머릿속에 생긴 궁금증을 말할 수 있었다. 


“소인이 조선에서 알던 눈싸움과 아렌델의 눈싸움이 전혀 다른 것 같소만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 맞소?” 

“그 어느 곳도 눈싸움을 이런 스케일로는 안해!” 


그는 그 말에 엘사가 화가 난 줄 알았다. 그리고 사실 그녀도 처음에는 이렇게 갑자기 당했다는 것과 안나가 말을 안해줘서 화가 났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안나가 얼마나 자신을 이기고 싶어하는 지 깨달은 그녀는 자신 안에 있던 경쟁심을 불타오르게 했다. 


“아무래도 우리 둘을 위한 독무대를 만들어야겠군. 그래, 나도 좀 더 세게 나가겠어!” 


당연하지만 진우는 그런 전후 상황을 모르니 어리둥절 할 뿐이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일이 그의 생각보다 조금씩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    *    *


몇 시간 전,


크리스토프는 3층 높이의 탑에서 멍하니 평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가까운 해안가에 정박중인 함선과 탑 뒤에서 신난다는 듯 눈을 준비중인 국민들을 보며 이건 거의 개인간의 눈싸움이 아닌 전술 수준의 준비라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안나는 척척 진행되는 과정을 보며 손을 비비며 좋아하고 있었고, 그런 안나를 보며 그는 난감하다는 듯이 웃었다.  


“안나, 언니한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그것도 몰래 바위거인까지 동원하면서까지 탑을 지어서 하는 건 너무 오버킬 아닐까?” 

“아니! 맨날 전에도 눈싸움 할 때마다 언니가 마법으로 나보다 한 열 배는 큰 눈덩이를 만들지 않나, 아니면 마시멜로를 데려오지를 않나 하는데 이번에는 나도 그에 걸맞게 해야지!!”


안나는 탑 위에서 군중들에게 한 번 더 소리질렀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언니의 눈에 쌓인게 많은데? 안그렇습니까 여러분?!!!!!!”

“우오오오오!!!!!!”  


안나는 자신의 여왕적인 기질을 여기에 써먹고 있었는데, 국민들은 그걸 또 수용하고 지지했다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크리스토프도 더 얘기는 못했다. 어찌됐든 그들이 엘사의 눈 때문에 고생을 했었던 것은 사실이니까. 


“걱정마. 소방당국과 게일이 혹시나 부상자가 보이면 바로 이송시키거나 중단 시킬테니까.” 


안나는 다시 망원경을 들어 엘사가 올 방향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가에는 승리의 미소가 담겨있었다. 


“이번엔 좀 힘들어 하겠지.”


*    *    *


함선이나 탑쪽에서 눈을 장전하고 있는 사이, 엘사와 진우는 탑을 향해 달려갔고, 그에 따라 함선드 그 쪽으로 항해 후 다시 눈을 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둘은 서로 퍼지면서 피해가거나 얼음/수정 벽으로 막으며 다가갔다. 안나는 그런 그들을 보며 깃발을 올리자, 뒤에 있던 왕실 근위대들이 몰려나와 소형 투설(雪)기를 든 채 사격자세를 취했다. 그걸 본 진우는 어이가 없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니!!! 하라는 임무는 안하고 왜 다 저기 있는건데????”

“FIRE!!!” 

“지금!!”


진우는 갑자기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게 너무 기가 막혀 웃으면서 탑 5미터 이내로 다가가자 곧바로 비슷한 높이의 탑을 만들었다. 덕분에 군인들이 쏜 눈들은 전부 그 탑에 막혔고, 그걸 본 안나측 사람들은 입을 벌리며 바라봤다. 역시나 마법을 가져서 그런지 구축 속도가 너무 빨랐다. 

안나는 그 속도가 부러워 부들거리다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프는 그런 안나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갑자기 왠 스트레칭?” 

“내가 봤을 때 언니는 나랑 진검승부를 하고 싶은 것 같아.” 

“뭐?”


그 때 수정탑에서 수정이 튀어나오더니 안나측 탑까지 도달해 거대한 다리를 만들었다. 

다리는 폭이 넓어지더니 밑을 받치려고 또다른 거치대를 만들고 있었다. 크리스토프는 그 수정다리에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정말이네?” 


갑자기 안나는 그 다리위에 올라섰다. 


“탑 잘 지키고 있어!”


엘사 역시 올라 섰고, 거기서 둘은 마주 서게 되었다. 

둘의 얼굴에는 비장한 미소가 감돌았는데, 그걸 보고 있던 진우는 밑에서 나는 목소리에 내려다봤다. 


“엘사!!! 우리도 도우러 왔다!!!” 


진우는 그 목소리의 진원지와 인원을 보며 기가 막힌다는 듯 소리쳤다.  


“야!! 너네는 왜 거기서 나와?!!” 

“아렌델에서 엘사파가 지원해달라고 해서 왔지!!” 


라이더가 순록에서 내린 뒤 달려오며 말했다. 그걸 들은 진우는 더욱 어이가 없어서 웃기 시작했다. 안나 얘가 아예 작정을 하고 이걸 준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앞에 보여 달려오는 시민들 역시 환한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었고, 그들은 일정거리가 되자, 서로 눈을 던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서로 부딪힐까 걱정스러웠지만 상당히 큰 평야에서 하는 것이여서 크게 다칠 일은 없어보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진우가 생각하던 평화로운 눈싸움 같았다. 하지만 저 외나무다리 만큼은 아니었다. 


*    *    *


“안나, 굳이 이렇게 많은 자원을 끌어들이면서까지 날 이기고 싶었니?” 


다리 주변에는 뽀득뽀득한 눈이 넘쳤고, 엘사는 양손에 들고 있는 눈을 더 크게 만들면서 말했다. 그녀의 미소짓는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안나는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에는 과거에 당했던 만큼의 승부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언니는 눈싸움 할 때마다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그것도 매년 말이야! 매! 년!! 분명히 마법을 쓰지 말자고 했는데도 나중에는 치사하게 마법을 써서 이기고 말이지! 하지만 지금 이 위에서, 그리고 밑에는 시민들이 재밌게 눈싸움을 하고 있는 와중에서 마법을 쓸 수나 있을까?”

“비겁하게 시민들을 방패 삼다니!!! 확실히 일리는 있지만 그래도 넌 나한테 안돼!" 


엘사는 동시에 눈을 던졌고, 하나는 피했지만, 다른 하나는 안나의 어깨에 맞았다. 

그에 질세라 안나는 곧바로 눈을 던졌고, 그건 정통으로 엘사의 얼굴에 맞아 흘러내렸다. 

엘사는 뚱한 얼굴로 안나를 봤지만, 이제 그녀의 얼굴은 약간 정신이 나가 오로지 엘사를 맞추겠다는 일념하나에 사로잡혀 있어 보였고, 엘사는 그런 안나를 보며 같이 정신을 갖다 버린 듯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그래야 내 동생 답지!!! 어서 이 언니한테 와보렴!!!”

“아아아암!!!! 가고말고!!!”


둘은 동시에 달려들면서 눈을 던졌는데, 각자 던진 눈에 각자 맞았고, 다시 눈을 모아 던졌다. 둘은 피했지만 엘사는 얼음막대기를 만들며, 안나는 굴러다니던 수정막대기를 주워 동시에 맞부딪혔다. 그 싸움은 눈싸움을 넘어선 자매의 진검승부가 시작되었지만 얼마 못가 엘사의 막대기가 부러졌고, 안나는 승리에 찬 얼굴로 막대기를 버린 뒤 눈을 던졌다. 

다시 엘사의 얼굴에 맞자, 안나는 속이 시원하다는 듯 웃었고, 엘사는 그에 화가 나 눈을 끌어다가 눈보라 처럼 안나에게 뿌렸다. 

안나는 그걸 예상이라도 한 듯 망토로 얼굴을 감쌌고, 둘은 곧바로 눈덩이들을 든 채 달려갔다. 


*    *    *


진우는 자신의 뒤에 있는 노덜드라와 아렌델의 시민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나머지 시민들이 서로 신나게 눈싸움을 하고 있는 중간에서 멍하니 내려다 보고있었다. 그러던 와중, 그는 탑 위에 있던 크리스토프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역시 안나와 엘사가 눈으로 무쌍을 찍고 있는 와중에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멍해 보였다. 그는 재빨리 수정탑에서 점프해 그의 옆에 착지했다. 크리스토프는 놀라지도 않은 채 그의 등장을 반겼다. 


“왔어?” 

“어…그런데 이거 안나가 짠거지?”

“응…”

“응…”


진우나 크리스토프나 정말로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싸워보는 자매는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웃으며 눈을 던지고 있었다.  


======================================

1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올려봤어요! 
배경은 겨울인데 오늘은 날씨가 완전히 봄이네요!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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