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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중편] 미래의 프붕이-아렌델로 가는 기계 (2)

프3존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07 02:26:42
조회 389 추천 33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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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링크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593171




"내가 아렌델에 왔다!!"


"그리고... 내가 젊어졌어!"


나는 당시 아렌델 중산층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구] 탭에서 [거울]을 보자, 내가 처음 겨울왕국 1을 본 18살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믿기지 않았다.


[알림 : 현재 관찰자 모드로 진행중입니다. 가상현실 속 인물들은 당신을 볼 수 없습니다. 관찰자 모드에서는 날거나 순간이동이 가능합니다.

리얼 모드로 전환하려면 (환경설정)-(모드)에서 변경하세요]


나는 일단 관찰자 모드로 궁에 들어가 내부를 살피기로 했다.


피융-


생각만으로 순식간에 궁 안에 들어왔다. 내부는 영화 그 이상으로 웅장했다. 이렇게 넓은 곳에서 혼자 13년을 보냈다니. 안나는 얼마나 공허했을까?


영화에서 나온 것보다 방의 수가 훨씬 더 많았다. 2층에 올라갔더니 중앙에 큰 방이 보였다.

여기가 아그나르의 집무실이구나


문을 뚫고 자연스럽게 안에 들어갔다. 아그나르 뒤 창문으로 햇빛이 쏟아졌다. 아그나르는 비서 한 명과 함께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는 굉장히 잘생겼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슬픔만이 묻어나왔다.


어차피 아무도 내 존재를 모르지만, 난 조용히 집무실에서 나와 그 윗층으로 올라갔다. 엘사와 안나의 침실이 있었다.


안나의 방에 들어갔지만 그곳에 안나는 없었다. 아마 열네 살짜리 꼬마 안나는 응접실이나 도서관에서 혼자 놀고있겠지, 초상화에게 말을 걸면서.



엘사의 방문 앞에 섰다. 여기만 들어가면 엘사를 볼 수 있다.

나의 30년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심장이 너무나도 두근거려 참을 수 없었다.


"후... 프붕아 넌 할 수 있어... 긴장하지 말고... 넌 오늘을 위해서 태어난거야"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내딛었다.





엘사의 방 내부는 군데군데 얼어있었다.

남향이지만 지붕에 가려 햇빛이 잘 들어오는 편은 아니었다.


창문에 열일곱 살 엘사가 기대어 있었다. 그녀의 백금발이 너무나 눈부셨다.

장갑을 낀 손으로는 욜갠경 인형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욜갠경, 내일은 안나의 생일이야..."


"..."


"안나는 생일이 뭔지도 몰라. 그냥 좀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날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것 같아"


"..."


"안나는 생일 선물도 받아본적이 없는걸. 너무 불쌍하지 않니?"


"..."


"나도 마찬가지라고? 아니야 난 한 번 생일 선물을 받아봤어. 난 내가 태어난 날, 마법이라는 선물을 받았지."


"..."


"...그날 밤, 패비 할아버지는 내 마법은 아름다울... 수 있다고 했어... 이...이게 무슨 선물이야...흐으윽..."


"이 저주를 통제할 수가 없어...나 너무 무서워... 나 어떻게 해야돼?"


엘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이렇게 서럽게 우는 건 내 평생 처음이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흐느꼈다. 시종이 문 밖에서 점심식사 시간이라고 불렀지만 엘사는 그냥 가라고 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리얼 모드로 전환해 엘사에게 말을 걸까 생각했지만, 갑자기 겨울왕국 갤러리의 벽갤 생각이 났다.


깊은 이야기는 새벽에 해야 하는 법이다.

아직 오후 1시였다.


[시뮬레이션] - [시간] - [배속] - [시간을 분으로]


시간이 빨리 흐르기 시작했다. 곧 엘사는 눈물을 닦고 기하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엘사를 뒤로하고 지붕 위로 날아올라 사열문에서처럼 걸터앉았다. 몇 초 만에 해가 움직이는게 보였다.


피오르드 사이로 노을이 지고, 곧 금성이 보이고 은하수가 낮게 깔렸다.

분주하던 아렌델 시의 저녁이 가고 길거리도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이제 별이 가득찼다.


정확히 11분이 지나 자정이 되었다. 아렌델은 고요했다.


[시간을 분으로]를 끄고 [정상 속도로]를 켰다.


[도구] 탭에서 [거울]을 꺼내 마지막으로 옷매무새와 얼굴 표정을 점검했다. 만족스러웠다.


지붕에서 엘사 방의 창틀로 뛰어내리는 순간, [관찰자 모드]를 끄고 [리얼 모드]를 켰다.


[알림 : 리얼 모드가 켜졌습니다. 시뮬레이션 속의 역사가 바뀔 수 있습니다. 바뀐 역사를 저장하고 싶다면 [복사본 저장] 버튼을 누르세요.

[저장 안하고 나가기] 버튼을 누를 경우 바뀐 역사는 저장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날거나 순간이동 하기 위해서는 [능력] 탭에서 해당 항목을 선택해야 합니다.]


난 부드럽게 엘사의 창틀에 안착해 걸터앉았다.





엘사는 잠들지 않고 달을 보고 있었다. 그녀 앞에 낮선 사람이 내려와 앉은 것이다.


"히익!!" 엘사가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난 창문을 밀어 열고 들어갔다.


"프슷, 놀라지마! 난 나쁜 사람 아니야. 너처럼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지"


"누..누구세요? 그리고 나한테 마법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난 늘 숨기고 살았는데...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엘사가 장갑을 벗고 양 손을 앞으로 뻗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날 경계하고 있었다.


"이...일단 움직이지 마요. 거기 가만히 서있어요. 아니면 얼려버릴거에요"


나는 두 손을 들고 가만히 서서 말했다.

"나도 너와 똑같이 마력이 있다고. 특히 난 과거와 미래의 모든 일들을 알고 있고, 날거나 투명해지거나 순간이동도 할 수 있어."


"얼음도 만들 수 있나요?"


아차,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능력] 탭에 빙결도 추가할걸. 현실로 돌아가면 프로그래머한테 구현하라고 해야지.


"엄... 아니. 얼음은 못 만들어. 대신 난 너가 궁금해하는 모든 해답을 알고있지."


"혹시 당신이 아토할란인가요?" 엘사가 천천히 손을 내리며 물었다.


"그렇진 않아. 아토할란은 정말 다크 씨를 건너면 있는 섬이란다. 나는 너가 지금까지 마법 때문에 고통받아왔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고통받을 것을 알고 있어.

그래서 난 너를 너무나도 불쌍히 여겼고, 널 도와주기 위해 찾아온거야.

자 이제부터 모든 미래를 알려줄께. 궁금한 거 있니?"


나는 엘사의 침대에 걸터앉았고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엘사가 쭈뼛쭈뼛 다가와 앉았다.


"제가 왜 마법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알려주세요." 엘사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래. 아버지한테 마법의 숲 이야기 들은 것 기억 나지? 너의 어머니는 사실 마법의 숲에서 살던 노덜드라 분이셨단다...."


겨울왕국2를 백 번도 넘게 본 나는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었다.


"...그래서 너의 마법은 잘못된 과거의 진실을 바로잡을 유일한 방법이자, 적을 구해준 네 어머니에게 자연이 준 선물이란다."


"우와...! 대단한 이야기네요" 엘사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러면 저와 안나 그리고 부모님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시겠어요?"


나는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주며 입을 열었다. "엘사, 이 비극을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내년 가을, 너희 부모님께서는 갑자기 서던 제도로 배를 타고 떠나실거야..."


엘사는 울고 또 울었다. 특히 대관식 사흘 뒤 안나의 죽음 이야기에서는 거의 오열하는 바람에 서둘러 행복한 결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엘사는 마법의 숲에서 살게 되고 안나가 여왕이 된다는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일 것이라면서 또 그렇게 기뻐했다.


하지만 나는 겨울왕국 3 이후의 이야기는 알지 못했다. 그 이후에 이 세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개인-사회 모델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난 황급히 [시뮬레이션] - [시간] - [시간 멈추기] 로 시간을 멈춰놓고, [관리자 모드] 로 들어가 [미래 사건 간단 브리핑]을 읽고 돌아왔다.


엘사는 시간이 멈춰진 줄도 몰랐으므로, 난 다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나는 60살까지 국왕 일을 하다가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줘.

너는 다섯 번째 정령이 되어 마법의 숲을 돌보다가, 나중에는 마법을 이용해 산타클로스와 함께 전 세계 어린이들의 행복을 위해 일하지.


그리고...비록 안나가 세 살 어리지만, 너와 안나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죽게 돼. 각각 97세와 94세의 나이로 나란히 누워 평화롭게 아토할란으로 떠나지..."


엘사가 조용히 훌쩍이며 물었다. "그래서 저희는 행복한가요?"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아주 힘든 일도 많이 겪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게 되지."


"그렇구나... 마법이 저주가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엘사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벌써 새벽 다섯시가 되었다. 엘사는 전혀 졸린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오늘 밤은 그냥 새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부모님한테도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그래도 되나요? 아토할란에 가지 않도록 하면 안되나요? 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이 시뮬레이션도 하나의 복사본으로 서버에 저장될 탠데, 그 속에서 엘사가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원래 역사와 좀 달라져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 좋아. 내일 아침을 먹고나서 안나와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구나."



나는 엘사가 궁금해하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더 해주었다. 어느덧 피오르드에 아침이 찾아왔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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