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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1. 순록이름짓기앱에서 작성

서리나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01 23:09:24
조회 501 추천 37 댓글 29
														

#독후감#감상평#문학#순록이름짓기


[독후감]순록이름짓기





혹독한 세상에서 외로운 사람들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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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모두가 악당이다. 이 이야기는 특정한 악당이 정해져 있지 않다. 어린아이에게 가혹한 노동을 시키고 그들을 팔아넘겨 돈을 버는 린도야 고아원의 원장, 술이나 퍼먹고 어린 크리스토프를 돈벌이 수단으로나 생각하는 제이콥, 작품 내 묘사되지는 않지만 온갖 정치적, 권력적 이유로 국경의 사미족 마을을 공격하는 위즐튼 군대, 지나가듯 악담을 퍼붓는 아저씨며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악당이다. 모두 이기적이고, 타인에게 냉혹하며, 제 살 길 찾기 바쁘다. 실은 모두가 심성이 고왔던 사람인데, 사정이 있어 못된 짓을 저지르는 것이라면 그 상황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합리화할 수라도 있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그런 변명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크리스토프 주변의 그 수많은 사람들을 ‘나쁜 사람’, 악당이라고 재단할 수 있는 건 크리스토프가 ‘어린 아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에서 어린 크리스토프 주변 어른들의 모습에서 ‘어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어른’이라고 불리울 수조차 있는지, 오히려 그들이 몸만 자란 무식한 인간이 아닌가 욕을 한 바가지 쏟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성인 대 성인이라면 특정 상황에서-예컨대, 술을 퍼먹고 욱해서 주먹을 날린다든가-어느 정도 변명이라도 가능하겠는데, 그냥 이 이야기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린 아이에게조차 차가운 세상, 윤리의식은 어디다 팔아먹고 힘없는 아이를 이용하기에 급급한 세상. 이 이야기가 공감되고 아릿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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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누구에게나 그 내면에는 어린아이가 있다.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해 심리학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성격이나 자아라는 것은 어린 시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쯤은 익히 들은 바 있었다.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크리스토프에게 공감이 가는 이유는 그가 다름아닌 6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기 때문일 터였다. 프갤문학임에도 엘사나 안나는 이 이야기에서 눈 씻고 찾아볼 수조차 없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심금을 울리는 것은, 우리 내면에 웅크리고 앉은 어린아이가 이 이야기를 읽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고 했던가. 중년의 남성 ‘스벤’은 어린 크리스토프를 구해 보살펴 줌으로써 자식을 잃은 마음을 치유받고, ‘스벤’으로부터 난생 처음으로 가족의 온정과 사랑을 느낀다. 혹한에서 우연히 마주친 모닥불처럼, 무서우리만치 냉혹한 사회와의 대비에서 오히려 더욱 따스한 치유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말에 이르러서 크리스토프는 ‘스벤’에게 받았던 사랑을 타인에게 베푸려는 모습 또한 보이는데, 비록 씁쓸한 결말이었지만 ‘사랑’을 깨닫는다는 점, 슬픔을 극복하고 아기순록 스벤을 만나 새로운 가족을 이룬다는 점, 뒤의 ‘아이스게임’, ‘소년은 자란다’와 이어진다는 점에서 마냥 새드엔딩으로 추락한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아마, 내가 발암에 익숙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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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작품의 흐름이나 표현 또한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겨울왕국 본편 크리스토프의 청사진 – 류트를 연주하는 것이라든가, 순록과 어울리는 데 익숙하고 얼음 장수 일을 시작하게 된 것 – 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 ‘스벤’의 영향이 컸음을 묘사하는 데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크리스토프가 마냥 비뚤어지지 않고 ‘사랑’을 아는 아이가 된 것은 트롤 가족뿐 아니라 그 기저에는 ‘스벤’의 영향이 컸을 수 있겠다는 설득력을 더해 주는 장면이다. 좋은 곳으로 입양을 가는 줄 알았더니 다른 지역 주민에게 팔려가는 걸 알아차리는 대목에서는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아일랜드’ 영화가 생각나며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볼에 피가 흘렀다가 말라 붙는다는 미세한 표현부터, 빙수 가게에서 크리스토프 혼자 무채색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 된 것 같다는 표현이라든가, ‘스벤’을 잃고 하염없이 슬픔에 잠긴 크리스토프가 허기에 밥을 먹다 도로 게워 내는 모습까지, 암담한 상황과 그 심정을 절절하게 묘사하는 표현이 소설의 완성도를 매우 끌어올리고 있었다. 사실 모든 표현의 진가는 ‘순록이름짓기’라는 제목에서 비롯되는데, 크리스토프가 사랑을 받는 이에서 줄 줄 아는 이로 변했다는 점, 크리스토프의 정체성 확립에 ‘스벤’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에서 탁월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년은 자란다’와 ‘아이스게임’을 먼저 읽고 ‘순록이름짓기’를 읽었는데, 나이가 더 어린 만큼 앞서 두 이야기보다 오히려 더 비극적인 이야기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작가의 이전작인 두 작품의 비극 또한 순록이름짓기에 견주지 않는데도, 동화적이라고 여겨졌던 문체가 이토록 건조하게 느껴졌던 것 역시 그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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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몸도 너무 안 좋고, 정신이 헤롱헤롱해서 자꾸 독후감이 꼬이는 느낌이라 이만 줄여야겠다. 맞게 해석했는지, 혹 작품에 누를 끼치진 않았는지도 모르겠네. 짧게 마무리하겠습니다. 제본으로 읽었는데 읽자마자 독후감쓸라고 컴퓨터킴. 꼭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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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델행 횡단열차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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