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오늘 병원의 입원 권유를 매몰차게 거절했다.

더이상의 삶 연장은 무의미하다는 뜻일까.

..동시에 내 숨도 막혀간다.

◐ ANNA

"..결국은 나온거야?"

해골에 사람의 가죽만을 입혀 놓은 듯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온 언니는

내게 자신이 병원의 연명치료를 거부했다는 통첩만을 남기었다.

"..어."

언니의 모습은 야윌만큼 야위었다.

연명치료를 하면 일주일에서 운 좋으면 한 달까지는 더 살 수 있다고 했으나

언니는 그렇게 해서까지 살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그래도 괜찮을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매 순간의 기억들도 깜빡 깜빡하는 나로써는

나 스스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거의 다 끝났는데.. 뭐."

언니는 점점 갈수록 말하는데에도 힘을 많이 쓰는 것처럼 보였다.

"..."

..드디어 끝이 나는건가?

그 날 밤에도 난 어김없이 광대가 나오는 꿈을 꿨다.

광대는 끝까지 날 괴롭히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도 언젠가는 끝날 거란걸 알기에

나는 다가오는 아침을 맞이한다.

...

오늘도 멍이 늘어났다.

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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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가 내게 주는 고통은 점점 커져갔다.

나는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참고 있다.

..끝나야만 한다.

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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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샌가 항상 가던 병원 앞에 서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의문보다 간절함이 앞서는 듯 하다.

음..?

또 모르겠다.

"또 오셨네요?"
항상 내게 말을 걸어오던 의사가 이번에도 날 구제해줬다.

"..네.."

"..무슨 일 있는 건가요?"

의사의 날카롭게 파고 드는 말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무나도 날카로운 질문이었기에 나는 뒤로 물러났다.

"아,아니에요.."

의사가 나를 다급하게 붙잡아두려는 것을 뿌리치고 달아났다.

"아..."

나는 머리를 감쌌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피하는걸까?
아..

또 모르겠다.

...

그렇게 또 모든 것들에 휘둘리며 시간을 놓치고

낮을 보내고

밤이 되면

광대는 또 나를 반기겠지.

..이번에도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어.

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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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작가는 이 작품이 단순한 발암물이라고 한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