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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장편] 얼음꽃 (3)

서리나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2 19: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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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링크] 얼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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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




(3)





4. 매티어스 / 아렌델(Arendelle)



울음과 절규가 뒤섞인 아렌델이 선득하게 심장에 스며들었다. 나투라 남매를 성에 불러들이기로 급히 결정을 내리고, 사병 두엇과 노덜드라를 다녀온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여왕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카이는 병사들을 들여 침실 문을 지키게끔 시켰고, 그나마 믿을 만하다고 판단되는 시녀들이 겔다의 지시 아래 여왕의 수발을 들었다. 나투라 남매를 군인으로 위장시키고 아렌델로 돌아왔을 때 그들이 마주한 것은 꽉 닫힌 검은 성문이었다. 비통한 심정으로 매티어스는 다리 아래 놓인 바다를 바라보았다. 입을 다문 바다는 너무도 고요해서 그 어떤 파도도 일지 않았다.



잿빛 우울이 깔린 왕성에서 올라프는 유일하게 쾌활한 존재였다. 여왕을 짧게 알현하고, 나투라 남매가 지낼 방을 직접 안내해 준 후 매티어스는 홀로 성안을 거닐었다. 유쾌함이 사라진 아렌델에는 그 어떤 빛도 스며들지 못했다. 크리스토프와 스벤이 지내던 마구간과 시녀들이 분주하게 먼지를 털고 있는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게일이 자주 드나들었던 발코니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층계참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련한 추억이 칼날처럼 뇌리를 스친다. 사람들은 종종 그를 가리켜 암석처럼 단단한 사람이라 말하곤 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단단한 암석이라도 자그마한 물방울 하나에 쪼개질 수 있는 법이었다.



사병들에게 직접 순찰 지시를 내린 후 그가 다시 여왕을 알현하러 갔을 때, 라이더는 웬 샛노란 꽃을 빻고 있었다.



“그건 뭔가?”



라이더는 그를 물끄러미 한 번 바라보다 별 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눈을 돌렸다.



“콜츠후트(Colt’s foot)라는 약초요. 안나가 잔기침이 심하더라고요.”



힘없이 침상 밖으로 툭 떨어진 안나의 손에서부터 야윈 얼굴에 이르기까지 애통한 눈길을 보내다 매티어스는 고개를 돌렸다. 울퉁불퉁한 뼈가 고스란히 드러난 어깨며 푸른 실핏줄이 비치는 목을 바라보자니 마치 제 딸이 죽어가고 있는 것만 같아 매티어스는 좀처럼 말을 잇질 못했다. 곱게 빻은 꽃잎을 개어 물에 태운 후 라이더는 절룩거리며 침대로 다가섰다. 푸석푸석한 입술 사이로 꽃물을 연거푸 흘려 보았지만 끝도 없이 흐르는 식은땀이 그녀의 기운을 모조리 앗아가고 있었다.



매티어스는 혼란스러웠다. 충분히 예기되어 있었고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상상이 현실이 되자 오히려 현실이 몽상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34년이 넘도록 노덜드라에 갇혀 있으면서 마법적 현상에는 질릴 대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매티어스는 여전히 마법이 두려웠다. 그는 두려움은 미지에서 온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항상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에 관해 알아 가면 갈수록 깨달은 것은 자신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너무도 까마득하다는 사실이었다.



매일 시위가 끊이질 않는 왕성에 나투라 남매를 불러들일 생각을 한 것은 어쩌면 그러한 공포를 함께 짊어질 사람이 필요해서인지도 몰랐다. 카이에게 처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을 때 그는 인상을 팍 찡그리며 성부터 냈다.



“장군,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그렇잖아도 깐깐한 성격이었던 카이는 그 재판 이후 더욱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미 예견했던 반응이었지만 하도 펄펄 뛰며 반대하는 통에 매티어스는 그를 설득하느라 한나절을 보냈다.



“만약 노덜드라인을 이곳에 데려온 것을 사람들이 알기라도 한다면요? 여론이 악화된다면? 아니, 이건 물음표를 붙일 것도 없는 문제이지요. 들키는 건 시간문제일 테고 여론은 반드시 악화될 테니까!”


“카이, 잘 생각해 보세요. 노덜드라에 머물던 마력이 빠져나가고 있다고요. 정령들도 하나 둘씩 모습을 감추고 있고-”


“그래, 그건 서면보고로 수십 번도 더 올라온 것 아닙니까. 왜 자꾸 바쁜 사람을 귀찮게 못해 안달이십니까?”


“상왕 폐하의 마법이 불안정하다는 게 무슨 의미인 줄 모르십니까?”


“올라프가 사라질 수도 있다니, 비약이 심하시군요. 상왕 폐하의 마법은 장군 생각만큼 그리 약한 게 아니에요. 한때 이 나라 전체를 얼려버리고도 남을 정도였단 말입니다.”


“만일에 대비하자는 겁니다. 올라프마저 사라진다면 그렇잖아도 위태로우시던 폐하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만반의 준비를 해서 나쁠 건 없지 않느냔 말입니다.”


“지나쳐서 좋을 것도 없지요. 나투라 남매가 온다 칩시다. 어디서 묵게 할 것이며 누구에게 보호를 믿고 맡길 셈입니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어떤 목적으로 시키실 겁니까.”


“쓰지 않는 방 하나를 비워서, 노덜드라에서 저와 함께 지냈던 연로한 근위병들에게 부탁할 생각입니다. 여왕 폐하의 간호를 돕게 할 것이고, 폐하가 안정을 취하시는 동안 마법서를 해석하도록 지시할 것입니다.”


“말을 못 알아들으시나 본데, 간단명료하게 말씀드리죠. 득보다 실이 많은 일이에요.”



더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며 카이는 냉정하게 뒤돌아섰다. 매티어스는 끈덕지게 들러붙어 두 시간이나 더 논쟁을 이어나갔다. 승리는 매티어스의 것이었다. 나투라 남매가 안나의 안정을 도울 수 있고, 엘사의 흔적을 좇을 수 있다는 대목에 이르자 오랫동안 두 자매를 보필해왔던 그로서 두 손 두 발 다 들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걱정하던 일은 너무도 빠르게 그들을 덮쳐왔다. 성에 돌아오고 얼마 있지 않아 매티어스는 복도에서 카이를 마주쳤지만 둘은 그저 목례로 가볍게 서로를 스쳐 지나갈 뿐 아무런 말도 섞지 않았다. 카이의 얼굴은 깊은 수심에 잠겨 있었다. 매티어스는 자신의 예감이 맞은 것이 결코 기쁘지 않았다.



“거기 계속 서 계실 거 아니시면 누나에게 가보시겠어요?”



한참 넋을 잃고 동상처럼 서 있기만 하자 라이더는 그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었다. 불현듯 정신을 차린 뒤 폐하를 잘 부탁한다며 짧게 인사하고 매티어스는 옆방으로 갔다. 문을 열자마자 퀴퀴한 종이 냄새가 훅 들이닥치는 바람에 그는 한동안 콜록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허니마렌이 높게 쌓인 책더미 사이에서 고개를 비죽 내밀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미안하네. 먼지 때문에.”



재채기를 겨우 멈추고 코를 훌쩍이며 그가 변명조로 내뱉었다. 안나의 방과는 달리 그녀가 머무는 곳에는 카페과 벽난로, 앉은뱅이책상을 제외하곤 그 어떤 것도 없이 오로지 책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조그만 장식물이나 액자조차 걸려 있지 않은 방은 중세 시대 철제 갑옷이나 세계 각국에서 선물 받은 조각상, 아름다운 명화로 가득 찬 왕성의 다른 곳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보일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화려한 왕성 한가운데 고립된 섬처럼 독특한 이 방은 좌식 생활을 하는 노덜드라인 남매를 위해 매티어스가 겔다에게 부탁해 특별히 구성한 곳이었는데, 완벽하지는 않아도 두 남매는 그럭저럭 만족하는 듯했다.



“그렇잖아도 시녀분께 부탁해서 부르려고 했는데.”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고 앉아 책을 읽던 허니마렌이 고요한 등잔불처럼 읊조리듯 말했다. 어둠이 깔린 방에 빛이라고는 벽난로에 타오르는 불빛뿐이었고, 심지어 그 벽난로조차 숲처럼 빽빽이 들어찬 책더미에 가려 있었으므로 매티어스는 그녀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책이 읽히나?”


“노덜드라의 밤에 비하면 이 정도쯤은 밝은 편에 속하는걸요.”


“읽고 있는 책은 뭔가? 해석은 좀 되나?”



읽던 책을 돌려 그녀는 표지를 보여 주었다. 무릎을 굽혀 매티어스는 겨우 제목을 읽었다. 실눈을 뜨고 수십 갈래로 흐릿하게 겹쳐지는 글씨를 읽다 매티어스는 문득 헛웃음을 흘렸다. 노안이 제대로 왔군, 나도 많이 늙은 탓인가.



“‘아렌델의 신비로운 동식물’이라.”


“솔스타드 언어로 적힌 책이에요.”


“솔스타드어도 할 줄 알았나?”


“아렌델어와 단어나 어순이 비슷한 게 많아서 읽는 데 크게 어렵진 않았어요.”


“별달리 찾아낸 내용이 있나?”



눈을 감고 고개를 가로젓는 그녀의 모습에 매티어스는 내심 실망했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제가 아는 내용도 있고, 제가 전혀 모르는 내용도 있었어요.”


“왜 하필 과학 서적인가?”


“노덜드라의 식생이 크게 변화하고 있어서, 과거 기록을 살펴보며 비교하고 싶어서요.”


“특이한 사항 있나?”


“노덜드라가 안개 장막에 가로막히기 전의 시절을 담고 있어서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장군님이 더욱 잘 아시겠지만 노덜드라는 36년 전 안개로 인해 외부와 고립되며 식생의 변화가 급작스럽게 일어난 케이스로 유명하죠. 특히 일조량에 민감한 식물이나 바다에 살던 생물에서 그런 변화가 두드러지고요. 그런데 매티어스, 우리가 지금 해결하고픈 일이 정확히 뭐죠?”



눈살을 찌푸리곤 매티어스는 갸웃거렸다.



“저희를 불러들인 게, 그러니까 이 책을 해석하도록 시킨 게 폭도들의 혐오감을 잠재우기 위한 것인가요? 아니면 숲에서 빠져나가는 마력을 다시 붙잡아두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기 위한 것인가요?”



이름 모를 새의 깃털을 책갈피 삼아 꽂아 넣곤 허니마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한쪽 구석에 쌓아 두었다. 책으로 세운 탑이 쓰러질 듯 흔들거리는 모습을 일별하는 매티어스의 얼굴은 무쇠 같은 정색으로 굳어 있었다.



“그걸 지금 왜 묻는지-”


“매티어스는 똑똑한 사람이니 알고 있겠죠. 두 목적은 완전히 상반된 것이라는 걸.”


“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법을 강구하고 있네. 마법서의 해독으로 하여금, 상왕 폐하의 뒤를 좇아, 흘러나가는 마력을 붙잡고 국민들을 설득시킬 방법을 찾고 싶어. 실낱같은 실마리라도 좋네. 과거의 아렌델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아그나르 폐하가 모으신 서적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지.”


“매티어스는 이 모든 게 엘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군요.”



그 말에 매티어스는 당황하여 어물거렸다. 허둥지둥 답을 생각해냈으나 내뱉은 대답은 허황된 별명에 지나지 않았다.



“상왕 폐하의 탓을 하고 싶은 건 결코 아니네. 난 국가를 위해 움직이는 군인일 따름이니까.”



검지 마디를 아랫입술에 받치고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다 허니마렌은 문득 물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고 하셨죠. 찾고자 하는 내용의 예시를 들 수 있을까요?”



난처한 질의응답이 계속됐다. 청문회에 온 기분으로 매티어스는 계속 바보같이 횡설수설했다.



“뭐, 설득이라니 이런 걸 찾아봐도 되겠지. 마법이 사람에게 유익하게 쓰인 예시를 찾는다거나. 코로나나 솔스타드에서는 마법에 굉장히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잖은가? 마법서는 대부분 고대어나 노덜드라어로 적힌 것이 많아서, 이 왕성에는 해석할 줄 아는 이가 거의 없다네. 


“아무리 글로 쓰인 걸 찾아서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한들 저들은 믿지 않을 거예요.”


“그걸 어떻게 장담하지?”



입술을 꽉 짓이기며 허니마렌은 그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여태 마법으로 아렌델인이 도움을 받은 적이 과연 단 한 번도 없었던가요?”



짙은 숨결로 무거운 입을 연 허니마렌은 속사포처럼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엘사는 마법의 숲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우리에게 수도 없이 아렌델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어요. 저희도 엘사가 아렌델에 있을 때 이야기를 이곳저곳에서 알음알음 주워 들었다고요. 사람들은 그녀를 우러러보았고, 그녀의 고고함과 우아함을 칭찬했고, 마법의 아름다움을 칭송했다고 들었어요. 마법이 얼마나 아렌델을 신비롭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는지를 말이에요.”


“.......”


“그뿐이던가요? 아렌델로 쏟아지는 물을 막은 것도 엘사와 녹크였고, 정령들도 아렌델과 노덜드라를 오가며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었어요. 녹크가 어부들에게 물고기를 몰아다 주었던 건 다들 기억도 나지 않나 보죠? 브루니가 화재를 막았던 일은요?”


“이미 수많은 사례들이 있으니, 구태여 책에서 조사할 가치조차 없다 이 말인가?”


“아뇨. 이미 우리가 무어라 주장한들 폭도들은 듣지 않을 거라는 얘기예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자들을 어떤 식으로 설득할 수 있겠어요?”


“허니마렌, 왕성에는 듣는 귀가 많네. 목소리를 조금만 낮춰 주게.”



잠깐 적막이 흐르고, 흥분을 가라앉힌 후 허니마렌은 입을 열었다.



“그래요, 지나간 일이니 탓을 해서 무엇하겠어요.”



그 어투는 불가항력에 대한 체념이나 자포자기에 가까웠다. 매티어스는 허니마렌이 엉뚱한 생각을 품질 않길 바랐다. 탁한 어둠이 내려앉은 그녀의 얼굴은 옅은 노기가 서려 있었다. 그저 정령과 친밀하다는 이유로 노덜드라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던 폭도들에 대한 분노였다. 매티어스는 이 나라가 반으로 갈라져 분쟁하는 상황을 결코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균열은 이미 시작되었고, 날이 가면 갈수록 그 골은 더욱 깊게 파이기만 할 뿐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은 생각보다도 더 전염성이 강했다.



“허니마렌, 머리를 맞대고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강구해야 해. 상왕 폐하에게서 마법이 빠져나간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로 인한 부작용이라든가, 군중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방도, 그리고 갑자기 과거의 사건이 여론으로 떠오른 이유라든가. 뭐든지 좋아. 아렌델에 남은 여왕 폐하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이세계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상왕 폐하를 위해서라도 말이야.”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매티어스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허니마렌의 표정을 살폈다. 화톳불에 물든 그녀의 낯빛은 붉은색으로 달구어져 있었다. 장작이 떨어지며 불빛이 작아지고, 굳게 다문 입술에 주홍색 물 대신 푸른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운 후에야 허니마렌은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 미간을 좁히고 책더미 사이를 잠깐 거닐다 문득 고개를 들어 그녀는 매티어스에게 물었다.



“엘사의 흔적을 뒤쫓으려면,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타개하려면,”



책 한 권을 매티어스에게 건네며 허니마렌은 말을 이었다.



“이 서적이 왜 아렌델에 있게 된 건지부터 시작해야겠군요. 아그나르 왕과 엘사가 이 책들을 모은 건 모두 엘사의 마법과 연결고리가 있을 테니까.”


“일리가 있군.”


“이 책들, 다 어디서 온 것이죠?”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매티어스는 한참 동안 질문의 의미를 더듬었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허니마렌은 재차 캐물었다.



“이 책들의 작성 년도는 대부분 1820년대나 1830년대예요. 아그나르 왕이 집권하던 시기였다는 거죠. 그 이전의 것도 간간이 보이긴 하지만, 노덜드라가 열린 이후 쓰인 책은 단 한 권도 없어요.”



매티어스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아그나르 왕이 집권하던 시기에 노덜드라는 안개에 덮여 있었잖아요. 선대 루나드 왕 시대에 노덜드라를 드나들 수 있었던 사람이 집필한 책인 것 같은데, 문제는 타국의 언어로 적힌 책이 많다는 거죠.”


“그 말인즉슨, 루나드 왕 시대에 노덜드라로 드나든 이가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 쓴 책이라고 보면 되겠군.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마법의 숲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쓰려고 말이야.”


“책을 대강 살펴봤는데 두 이름이 눈에 띄어요. ‘어거스트’와 ‘이슈마엘’. 아는 것 있으세요?”



매티어스는 즉각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슈마엘이라. 성경에 나오는 이슈마엘은 아니겠지.”


“그 이슈마엘은 천 년도 더 전에 죽었겠죠.”



가톨릭교도가 아닌 허니마렌이 이슈마엘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매티어스는 마냥 신기했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 정신이 팔릴 겨를이 없었다. 누군가가 방문을 노크하며 그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서적의 수입업자가 누구인지부터 알아보겠네. 도서관에 장부가 남아 있을 걸세. 카이와 함께 검토해보도록 하지.”


“어거스트, 이슈마엘. 이 두 사람이 장막에 덮이지 않았던 시절의 노덜드라를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자꾸만 새어나가는 마법을 붙잡을 실마리를, 수천 년간 이어진 그 옛날의 숲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책의 수입업자를 찾으면 알려주겠네. 나 역시 대체 그 두 사람이 무슨 목적으로 아렌델의 영토를 조사했는지 알아야겠으니까.”



문득 허니마렌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자존심 문제인가요?”



복도로 성큼 발을 내딛으며 매티어스는 너털웃음으로 받았다.



“그런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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