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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나이트2 : 오큰 무쌍 10. txt

트리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3.25 07:12:32
조회 380 추천 2 댓글 2
														

본 작품은

겨울왕국 갤러리에서 연재되었던, 오리지날 [한스 나이트] 이후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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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Kayha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서던 아일랜드의 침공은 그저 작은 서막에 불과했다! 한스 나이트 이후 아렌델을 덮쳐 오는 사상 최대의 위기 속 영웅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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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의 모습으로 돌아 오십시오." 


십수년을 부정해온 과거다... 이제는 다 잊은 것이라, 더는 상관 없는 것이라며 애써 다독여 왔는데... 왕의 아들로써 왕국의 후계자로써 만인의 존경과 추앙을 받는 그 높고도 높은 숭고한 자리를 단지 스스로의 행복 하나를 위해 다 버렸던 자신이다. 그림자 처럼 따라붙는 그 무거운 책임감과... 아버지와 선대 왕들이 이뤄왔던 위대한 업적에 부응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도망쳤던 자신이 이제와 무슨 자격으로 돌아간단 말인가.


"타르겐... 난..."


"당신의 아버님이신 선왕께선 최후의 그 순간까지 당신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대지를 집어 삼킨 참혹한 화염의 잔해 속에서 무너져 가는 왕국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그 와중에도 말이지요."


"난 여왕을 믿어..."


"가족 때문에 그러십니까."


"........."


말없이 우두커니 자신의 시선을 외면하는 오큰의 모습에 타르겐은 나즈막한 한숨과 함께 시선을 거뒀다. 


"왕자님 만큼은...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의미심장한 마지막 말에 오큰이 불현 듯 고갤 들었을 땐 이미 그저 방금까지 그가 여기에 있었다는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


2개 보병 사단과 1개 기병 여단, 1개 포병 여단... 

티억스 사령관을 통해 올라온 보고서를 훑어 내리던 엘사는 보좌관이 왔음을 알리는 근위장의 음성에 그제야 보고서에 꽂혀 있던 시선을 거뒀다. 곧 집무실 문이 열리며 들어선 보좌관 플랜더는 가볍게 예를 올린 뒤 들고온 보고서를 엘사의 집무 책상 위에 올렸다. 


"동부 전선에서 올라온 정보입니다."


플랜더가 새롭게 가져온 보고서를 집어든 여왕의 눈동자가 빨라졌다. 결코 적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한시가 급한 시국인 탓일까? 보고서를  넘기는 여왕의 손놀림 하나 조차 빠르기만 했다. 


"상황이 너무 안좋네요."


10만이 넘어가는 엄청난 대군단을 상대로 퇴로 마저 차단당한 동부 수비군은 괴멸 직전의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을 이 한낱 종이 쪼가리에 쓰여 있는 내용은 정작 그 어떤 것 보다도 무겁게 여왕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 했다. 


"차라리 그때 사령관 말대로 했다면...."


"티억스 사령관의 말대로 동부 수비군의 규모를 줄였다면 지금 쯤 수도 근방에서 펄럭이고 있는 놈들의 깃발을 보고 있었을 겁니다."


"적어도... 2만이나 되는 아렌델의 젊은이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에 놓이진 않았을 거에요..."


그래도 이제는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스스로를 책망하며 당장 고립된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음을 괴로워하는 엘사를 바라보던 플랜더는 1년 전 서던 아일랜드의 침공 당시 지금과 같은 이유로 괴로워하던 그녀의 모습이 오버랩되자 짦은 고심끝에 결심한 듯 중후한 음성에 한층 힘을 실어 여왕을 불렀다. 


"여왕 폐하! 어찌 그리 나약한 모습을 보이십니까."


마치 나무라는 듯한 서릿발 같은 호통에 번쩍 정신이 든 엘사가 고갤 들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녀를 정면으로 내려보고 있는 플랜더의 검붉은 안광이었다. 


"군인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런 그들이 국가와 국민을 대신해 희생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 폐하께서 그들의 희생을 안타까워 하는 심정... 한때 군에 몸을 담기까지 했던 저 역시 더 하면 더 했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아니라면 지금 쯤 죽어가고 있을 이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무고한 국민들이... 지금 저 밖에서 뛰어 노는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이 적의 칼날 아래 무참히 도륙당하고 있었을 겁니다."


여왕은 아무런 반문도 하지 못했다. 분하지만 플랜더의 말은 틀림 없는 사실이며 그것에 대한 변명의 껀덕지 따윈 없었다. 자신의 짦은 생각을 나무라도 모자를 판이었다. 


"그들의 희생을 안타까워만 하실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을지를 생각하십시오. 지금 동부 전선의 치열한 전장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그들 역시 자신들의 목숨이 조국 아렌델을 위한 반격의 발판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입니다."


플랜더의 말은 끝났지만 엘사는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었다. 허나, 조금 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 만큼은 무례를 무릅 쓴 플랜더의 행동이 결코 헛수고가 아님을 대변했다. 한동안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던 엘사는 이내 실소를 터트리며 침울하게 가라앉던 눈빛을 반짝였다.


"플랜더! 오늘 일은 절대 잊지 않고 나중에 갚아 줄테니 각오하세요."


"기대 하겠습니다."


#


본격적인 전면전이 발발한지 6일. 


모든 것이 전시 체제로 돌아가며 아렌델의 분위기와 풍경은 평소에 보아왔던 일상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전선에 나아가 있는 혹은 이제 가야할 자신들의 형제이자 아들이며 남편이고 아버지이기도 한 그들에 대한 걱정에 시민들의 얼굴빛은 하나같이 어두웠고 음울함이 감돌았다. 아렌델 전체를 뒤덮은 무거운 분위기를 아는지 아이들의 웃음소리 역시 끊긴지 오래였다. 

계속해서 동부에서 수도로 몰려오는 피난민들과 그들을 통해 딸려 들어오는 전선의 상황은 하나같이 비관적인 것 뿐이었다. 


적의 대군과 가장 먼저 전투를 벌였던 동부 수비군은 시민들이 피난갈 시간을 벌기 위해 후퇴할 기회마저 포기한 채 끝까지 싸우다 지휘부를 잃고 붕괴되어 사실상 괴멸되었으며 동부 전선을 사수 하기 위해 수도에 집결 후 출발했던 지원군은 동부 수비군을 격파 후 빠르게 아렌델 영토 내로 진입해 들어오던 놈들의 선발대와 조우하여 나름대로 선전을 하는 듯 했으나 뒤따라오던 적의 본대가 등장하는 바람에 무려 6천에 달하는 사상자를 내곤 패퇴했다는 소식은 가뜩이나 가라 앉아 있는 군의 사기를 바닥까지 내리 꽂아버렸다. 


돌아가는 전황이 이러한데, 비상 소집되는 예비군들의 심정은 오죽 할까...


하루에도 몇번씩 전선에서 보내온 긴급 전문이 아예 집무실 책상을 반씩이나 차지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오히려 이젠 적응이 된 듯 엘사의 반응은 덤덤했다. 어떻게 단 한통의 희소식이 없을 수가 있을까? 라는 의문감 마저 근 6일 사이 무뎌 진 것 같았다. 


지원을 위해 자신의 친필 서신을 받아 들고 코로나로 갔던 사신은 여전히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코로나 내부에서 이번 사태를 두고 도울지 말지에 대한 논쟁으로 옥신각신 거리고 있는 것이 굳이 직접 찾아 가지 않아도 훤히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서던 아일랜드의 침공 때는 소수 였지만 국왕이 직접 병력을 이끌고 왔으면서... 라며 괜시리 삐죽거리던 엘사는 그 배경에 라푼젤의 납치가 있었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체념하며 궁시렁거렸다.


"그래, 지 딸에 비하면 조카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거지..."


사실 그녀가 서던과의 싸움 때 처럼 직접 전선에 나설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당장 올라오는 전황만 놓고 보면 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마시멜로우들을 이끌고 직접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긴 하지만 이 어지러운 때에 국왕이 자리를 비우면 안됀다며 그러다 변이라도 당하는 날엔 그보다 최악의 참사는 없을 것이라 플랜더가 한사코 말리는 바람에 전과 같은 행동은 그저 생각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시멜로우들이 먼 거리에서도 자체적으로 활동이 가능했으면 얘들만 만들어 보냈을 텐데..."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지면 다시 눈으로 돌아가 버리는 마시멜로우들을 대신할 무언가가 없을까 싶어 자신의 능력을 응용할 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하던 엘사는 문득 인중을 타고 흘러내리는 뜨뜬 미지근함에 반사적으로 손으로 닦아내다 묻어나온 선명한 붉은 빛 액체를 보고 흠칫 놀랐다. 


"코피?"


그동안 살인적인 업무를 소화하느라 몸에 무리가 쌓이던 것이 코피로 터진 모양이었다. 정신력 하나로 극심한 피로를 버티며 국정을 돌봐 온 엘사에게 그녀의 몸은 이제 더는 한계이니 좀 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선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마당에 그녀가 편히 발뻗고 쉰다는 건 아마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 할 일이라는 게 문제였다. 


"멈추질 않네... 겔다. 거기... 있..."


닦아도 닦아도 멈추긴 커녕 점점 흐르는 양이 불어나자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은 엘사가 급히 겔다를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덮쳐온 극심한 현기증에 고작 두어 걸음 이상을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겔다..."


필사적인 엘사의 의지와는 달리 정작 그녀의 목소리는 겨우 입 언저리에서만 겉돌다 사라져 버렸으며 머릿속부터 잠식해 들어온 아득한 어둠은 여왕의 시야를 깊은 심연의 나락으로 끌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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