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겨울왕국 갤러리에서 연재되었던, 오리지날 [한스 나이트] 이후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11화 12화 13화 14화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Jc3vN
서던 아일랜드의 침공은 그저 작은 서막에 불과했다! 한스 나이트 이후 아렌델을 덮쳐 오는 사상 최대의 위기 속 영웅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스스로의 결정에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게냐?"
패비의 물음에 크리스토프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후회라... 딱 잡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대답은 솔직히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얻는게 있으면 당연히 잃는 것도 있는 법. 어느 쪽을 선택하던 후회하게 될 것이라면 기왕 후회하는 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후회하는 것 보단 뭐라도 하고 후회하는게 났지 않을까.
"패비 할아버지, 모두를 지킬 수만 있다면... 나 자신을 전부 잃는다 해도 그걸로 괜찮아요."
"네 뜻이 정 그러하다면야..."
비록 종족은 다르지만 어린 시절부터 한 가족처럼 보살폈던 손자나 마찬가지인 크리스토프를 바라보던 패비의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했다. 마음 같아선 위험을 향해 뛰어드는 녀석을 어떻게 해서던 뜯어 말리고 싶었으나 그 확고한 결심을 알고 있기에 패비는 그저 부디 행운이 함께 하길 빌어 주는 것 이외엔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 힘은 분명 강력하단다. 그러나, 강력한 만큼 그에 따른 리스크 역시 감수 해야 하느니라. 더구나 넌 애초에 마법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평범한 인간이니 너에게 돌아 올 피해는 내가 말한 것 보다 더욱 클 수도 있어. 꼭 신중히 써야하며... 너무 오래 지속시키지 말거라. 시간이 길어 질수록..."
"알았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요 패비 할아버지."
길어지려는 말을 끊으며 크리스토프가 패비의 손을 마주 잡았다. 묵직한 바위 트롤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걱정감 가득한 할아버지의 눈망울 뒤엔 크리스토프에게 이런 위험한 힘을 준 자신에 대한 자책감 마저 어려있는 듯 했다.
"나 스스로 자처한 일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나던 할아버지가 잘못 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크리스토프..."
"다녀올게요."
"태고신의 가호가 너와 함께하기를..."
패비와의 포옹을 끝으로 자신을 배웅하는 트롤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크리스토프는 그들을 뒤로 한 채 한창 격전이 벌어 지고 있을 전장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기운과 험준한 바위 사이를 뛰어 넘으며 달려나가는 몸은 평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가벼웠다.
"조금만 기다려..."
#
방금 막 전선으로 부터 날아온 보고서를 본 안나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과로로 인해 눈이 피로해져 뭔가 잘못 본것이라는 생각에 한참이나 눈을 비비는 행위를 반복하던 그녀는 자기 볼을 꼬집고 나서야 이것이 꿈이 아님을 자각했다. 분명 보고서에 쓰인 내용은 승전보였다.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직접 증원군을 이끌고 티억스가 나가려던 당시만 하여도 그러다 변이라도 당하면 누가 군을 통솔하냐며 극구 만류했던 안나는 기어이 전선으로 나아가 승전보를 전해온 사령관의 결단에 절로 감탄이 터졌다.
"보좌관... 이거 진짜 맞죠? 이거 여기 내용 말이에요."
"예 전하. 2만에 달하는 러센군을 일거에 몰살 시키고 승리했습니다. 첫 승전보가 맞습니다."
"하, 승리... 승전보... 빨리 언니가 깨어나서 이걸 봐야하는 건데."
"의사 말로는 극도의 피로가 쌓여 과로로 쓰러지신 것 뿐이라니 곧 깨어나실 겁니다."
"그렇겠죠."
그저 푹 자고 나면 알아서 깨어날 것이니 걱정할 것 없다는 의사의 말을 떠올리며 괜찮을거라 말은 하고 있지만 그녀의 눈빛은 시간이 꽤나 흘렀음에도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는 엘사에 대한 걱정감이 한가득이었다. 조금씩 안나의 안색이 어두워짐을 보던 플랜더는 헛기침으로 그녀의 주의를 끈 뒤 가지고 왔던 다른 서신 하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뭐죠 이게?"
"서던 아일랜드에서 보내온 서신입니다."
"예?! 서던 아일랜드라니..."
"일단 한번 읽어 보시죠."
서신에 찍힌 봉인 인장을 뜯고 안에 든 내용물을 꺼내 든 안나는 거기에 쓰인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 이번에도 자기가 뭘 잘못 봤나 싶어 스스로의 볼을 꼬집었다.
"아야..."
아픈걸 보아하니 꿈이 아니고...
맨 끝자락에 친필로 쓰인 서던 아일랜드 국왕 '간스'라는 서명까지 확인한 안나는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 얼굴로 플랜더를 올려다봤다.
"서던 아일랜드가 군사 지원을 하겠다는데..."
"동맹인 코로나는 정작 아무런 소식도 없는데 사실상 적국이나 마찬가지인 서던이 군사 지원을 하겠다니 별일입니다."
"그쵸? 이상하죠."
이새끼들이 또 무슨 꿍꿍이를 벌이려는 건가 싶어 곰곰히 생각해보던 안나는 서신을 쓰레기통에 쳐박아버렸다. 믿을게 따로 있지 다른놈도 아니고 1년 전만해도 아렌델을 집어 삼키려 했던 놈들의 말을 믿을까?
"공주 전하!!!"
그때였다. 급히 뛰어온 근위장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이죠?"
"서던의 함대가 나타났습니다!"
#
저 멀리 모여 있는 함대에서 떨어져 나와 아렌델 해군 함정의 감시를 받으며 항구로 들어선 서던의 군함에서 내린 이는 서던 아일랜드의 4째 왕자 '란스'였다. 무장이 해제된 상태로 그가 아렌델 군의 미심쩍은 눈초리 속에 내려서자 안나는 그를 국왕 집무실로 부르려다 막상 왕성으로 불러 들이는 것이 영 찜찜한게 내키지 않은 듯 생각이 바뀌었는지 플랜더와 함께 직접 항구로 움직였다.
"아렌델의 공주 전하께 인사를..."
"인사는 집어 치우고 지금 이게 무슨 꿍꿍이인지나 설명해 주시지요?"
자신을 보자 고갤 숙이며 예를 갖추려는 란스의 행동을 도로 끊어버린 그녀는 저 멀리 아렌델 해군 함대와 대치 중인 서던의 함대를 가리켰다.
"미리 보냈던 서신을 지금쯤 받아 보셨을 거라 생각 됩니다만."
"아? 군사 지원이요? 그걸 믿으라는 건가요."
"지금 아렌델은 동부 대륙에서 온 러센의 침공으로 인해 상황이 많이 좋지 못하다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본국은 이번 러센의 침략 행위를 서부대륙 전역에 대한 위협으로 판단. 이에 우리 국왕께선..."
"이때를 노려 못다한 꿈을 이루시겠다?"
매섭게 쏘아붙이는 안나의 태도에 란스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미소를 띄우며 손을 내저었다.
"지금 저기에 있는 본국의 함대들은 비무장 상태입니다. 정말 그럴 목적이었다면 애초에 제가 여기까지 직접 들어 올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함정일 수도 있지요."
"흐음... 못 믿으시는 것도 납득은 갑니다만."
"돌아 가세요."
너무나 단호한 안나의 말에 란스는 결국 더는 미소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당혹감에 물든 란스가 뭔가 더 말하려 했으나 안나는 그 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2시간을 주겠어요. 당장 당신네들이 끌고 온 함대를 데리고 돌아 가지 않는다면 모조리 바다에다 수장시켜버릴 테니 그리 아세요. 아 물론 정말로 비무장 상태인지는 그때 가면 알겠네요."
그대로 돌아가버리는 안나의 뒷모습을 허탈하게 바라보던 란스에게로 그의 부관이 다가와 어쩌냐 묻자 란스는 어깨를 으쓱 올리며 돌아섰다.
"돌아 가라면 돌아가야지."
"예?"
"애초에 말도 안돼는 거였어. 저렇게 단호한데 뭘 어째... 사실 가래서 왔긴 했다만 남에 전쟁에 우리가 피흘릴 이유가 있냐. 뭐 잘된거지."
슬쩍 배에 오르기 전 아렌델을 돌아 본 란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다시금 띄우며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워낙 작게 말한 탓에 그곳에 누구도 란스의 마지막 말을 들은 이는 없었다.
#
막 도착한 사실상 마지막이나 마찬가지인 추가 증원군이 당도 했음을 부관으로 부터 전달받은 티억스는 지휘막사 밖으로 나왔다. 저물어가는 저녁 석양을 아래 깃발을 흩날리며 진영으로 들어 서고 있는 증원군을 보며 티억스는 입꼬리를 올렸다. 가장 선두에서 그들을 이끌고 오던 증원군 단장은 티억스와 눈을 마주치자 슬쩍 고갤 숙이며 가볍게 예를 표했다.
"얼마나 온거지?"
"5천 입니다."
"5천... 없는 것 보단 났지. 다 들어오는 대로 재배치 시키도록."
첫 승리 이후 분지를 끼고 자리를 잡은 아렌델 군과 러센 군간의 몇차례 전투가 더 벌어 졌으나 좁은 길목을 이용한 아렌델 군의 견고한 방어와 오르칼 소드 연합의 활약으로 러센은 이전 처럼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했고 별다른 소득 없는 교착 상태가 몇일간 지속되고 있는 상황...
어차피 규모가 너무 차이나는 터라 놈들을 압도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했기에 티억스는 일단 장기전으로 싸움을 끌고 가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다. 표트리아의 화염 거인에 대응할 수단이 생긴 지금 아렌델 특유의 지형을 방패 삼아 길게 시간을 끌게 된다면 장거리 원정을 온 러센 입장에선 보급 등의 이유로 전투 속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마녀의 화염비가 그리 위협적이 않다는 것을 깨달은 점도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에 한몫했다. 몇번 겪어 보니 그저 보기에만 화려할 뿐 그다지 화력이 강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장 자체가 눈덮힌 겨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척후로부터 들어온 정보는?"
"현재까진 별다른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그러다가 허를 찌를 테니까."
전전 날 밤 일어났던 러센의 야습에 한바탕 난리를 겪었던 터라 러센의 움직임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척후의 규모를 늘렸음에도 티억스는 영 께름직한 모양이었다. 오큰 휘하의 소드 연합이 초기에 가장 먼저 대응을 해 주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진영 자체가 붕괴되는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당시의 아찔함을 상기하며 오르칼의 잔존 기사단이 합류한 것이 엄청난 행운이었음을 티억스는 다시 한번 실감했다.
"조만간 놈들이 먼저 결판을 지으러 올거야. 그저께 야습까지 감행한 것만 봐도 뻔하잖아. 슬슬 조급해 진거야. 장기전으로 흘러가면 결국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거든."
"방비를 단단히 하라 전하겠습니다."
"이 이상 더 할 방비가 어디있어. 그저 오길 기다리는 것 뿐이지."
왕국의 국운을 건 전투를 앞둔 아렌델 군의 진영 위로 서서히 드리우기 시작한 어둠을 바라보는 사령관의 눈빛엔 왠지모를 의미심장함이 가득했다.
"부관, 자네 나랑 같이 다닌지 얼마나 됐지."
"8년 쯤 되었습니다."
"8년이라... 내가 말단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기까지 몇년을 전장에서 살았는 줄 아는가?"
바로 대답을 못하자 티억스는 피식 웃으며 방금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직접 하며 말을 이었다.
"36년이야. 그런데 그동안 내가 크고 작은 전장을 구르면서 터득한 나만의 특유의 느낌 같은게 있거든. 항상 그 느낌이 들고 난 뒤면 뭔가 일이 벌어진단 말이지."
부관은 여전히 말이 없었고 티억스는 너저분하게 자란 턱수염을 매만지며 그런 그를 돌아봤다. 여느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부관의 비장한 표정은 사령관의 다음 말을 이미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지금 내 느낌이 그래."
----
하편에서 이어짐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