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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팬픽) 부모님, 나의 부모님 - 상모바일에서 작성

45AC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3.27 00:34:45
조회 2124 추천 21 댓글 6


"아... 이번 안건은 처리하기 힘드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나오는 참 욕나오는 저런 글들은 내게 때때로 여왕 직책을 버렸으면 하는 결과를 준다.


내 일  나눠서 할 것 같았던 대신이란 작자들은 요새 날이 풀렸다고 칼퇴근을 하는지라 눈치도 적당히 주고는 있다.
하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고충이 심해 함부로 이거해라 저거해라 시킬수도 없고...


하, 난 마음이 왜이리 약한걸까?


정작 여왕으로 복귀하니 또다시 어린시절 처럼 방안에 같혀 사는 기분이다.


매일매일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상이다.
빨리 방에 들어가서 안나나 봐야겠다.


안나는 오늘도 내가 일찍 안왔다며 잔뜩 핀잔을 늘어놓을게 분명하다.


나는 그래도 안나한테 할 말은  있다.
할 일이 많은데 그 일 버리고 안나에게로 갈 순 없으니까.


내가 안나에게 들을 잔소리를 피할 방법을 머리 굴려 구상할 때 방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또각거리는 구둣굽 발소리가 이어졌다.


제복을 입은 한 키 큰 남자가 내 방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왔다.


그 남자는 바로


아버지였다.



"많이 힘드니 엘사?"


"아...아버지?"



아버지? 아버지다!  나는 너무 좋아 말조차 이을수가 없다.   보고싶었어요!



"갑자기 여기 이곳은 어인 일로..."


"네가 보고싶어서 왔단다.  조금있으면 네 어머니도 오실거다."



엄마까지 온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안그래도 요새 국정에 스트레스를 받는 나로썬 참 반가운 방문이다.



"엘사 많이 예뻐졌구나.  역시 내 딸이야."



오랜만에 아버지의 칭찬을 들었다.  그 목소리 다시 듣고 싶었다.


그때,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엄마도 두터운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오 내 예쁜 딸,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엄마...?"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그닥...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힘든거 안단다.  하지만 너의 일인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고 엄마는 생각한다."


이것은 단순한 환상일까, 아니면 너무 힘든 나머지 의지할 곳 없던 내게 부모님이 진짜로 나타난 것인가.


의문이 든다.  하지만 부모님이 여길 방문했다는것 자체가 꿈이고 현실이고를 떠나서 너무나 반가웠다.
마치 쪽배를 타고 혼자 거센 풍랑을 헤치다 큰 범선을 한 척 만난 기분이랄까.  여튼 반가웠다.


그간 3년간 부모님을 많이 그리면서 살아왔다.  장례식 상주임에도 직접 상을 맡지 못하고 동생에게 모든걸 떠맡긴 채 그저 자신은 방문 뒤에서 훌쩍거리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부모님이 떠난 이후로 가증스러운 이 닫힌 문 안의 생활은 더욱더 혹독해져갔다.


동생을 더 피했고, 사람들과의 접촉도 최소한으로 유지했다.
부모님이 그리워질수록 은둔 생활은 깊어져 갔다.
부모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중 하나가 Conceal, don\'t feel이였으니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의지할 사람이 한꺼번에 둘이나 황천길로 사라진 상황에서 내 트라우마로 인해 접근 자체를 스스로 꺼려했다.
카이와 아벨조차 그저 대신의 의견을 취합하여 전달하고, 내 의견을 대신들에게 전달하고 식사등 잡무와 일상생활만을 담당했을 뿐이다.
물론 대신과 일반 백성들은 내 얼굴조차 보지 못했고.


그러면서 나는 내 스스로 나 자신의 자아를 무시한 채 살아왔다.
심심하면 유클리드의 원론 같은 기하학 책만 얼지 않도록 장갑을 낀 채 수차례 펼쳐봤을 뿐, 진정한 자아는 그저 무시당했다.


장갑과 방문이라는 마지막 도피처에서 나는 그 속에 숨어 세상과 높은 담장을 쌓고 평생을 보낼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것 같지만 당시엔 그것이 당연시 되었다.


그리움이 세상과 나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어 나를 괴롭혔다.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생을 내쳤고, 세상을 내쳤고, 내 자신을 내쳤다.  그리고 장갑과 방문 뒤에 숨어서 그저 주는 음식만 받아먹고 기하학 책이나 펼쳐보며 살았다.


"널 항상 지켜보고 있었다.  많이 힘들었을 거란 것, 잘 알고 있다.  안나는 잘 지내지?"



아버지께서 안나의 안부를 함께 물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안나는 3층 두번째, 얀센 장군의 초상화가 그려진 쪽 방에 있을겁니다.  원하신다면 다녀오시지요."


"아니다.  아직은 너랑 하고싶은 말이 많구나.  조금 더 있다가 가야지."


"아... 하하."



막상 부모님을 만나고 싶었지만 진짜 만나고 나니 딱히 할말이 없었다.  아니, 할말은 많았지만 만나니 머리가 하얗게 리셋되어 말하지 못했다고 하는 편이 아마 더 정확할 것이다.


할말이 없어 헛웃음 짓고 묵묵히 있는 내게 정적을 깨고 어머니께서 질문하셨다.



"국왕 생활은 할만하니?"


"아... 예?  아! 할만해요.  대신들과 토의하는것도 나름 재밌고 업무 처리도 나름 할만해요.  늦게 들어가면 안나에게 몸좀 사리라고 한 소리 듣는거 빼면..."


"동생과 많이 친해졌구나."



어머니가 살짝 웃으시며 내게 대답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13년동안 갈라져 지냈던 자매 사이가 이렇게 다시 붇다니.   뭔가 효도 하나를 한 기분이다.



"네.  동생이 제게 잘 해줘요.  생일때는 맛은 딱히 없지만 직접 만든 초콜릿 선물도 자주 해주고 절 지켜주겠다고 요새 검술 연습도 열심히 하던걸요.  기특해 죽겠어요.
요샌 좋은 남자친구 만나서 연애도 하더라구요."


"연애? 안나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됐니?  음... 5+13하면 한창 결혼이나 연애 할 나이구나.  그래도 남자친구가 까다로운 네 기준에 맞는가 보네.  우리 큰딸이 가만히 있는거 보면."


"에...에엑?  제자 까다로운걸 어떻게 알아요?"


"우리는 항상 널 지켜본다고 했잖니."


"아, 맞다."


"그 남자친구 한번 봐야겠는걸."


"지켜보기만 하세요.  자신의 연애는 사실 누구에게도 방해받으면 안되죠."


"그렇긴 하지.  아참.  큰딸은 애인 없어?  이제 20대 초반인데 잘생기고 성격좋은 남자친구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에이 엄마, 저는..."


"부인 그만둬요.   엘사도 때 되면 좋은 사람 찾겠지.  우리는 그냥 지켜보자니까."



나이스 아빠!  당황해서 우물쭈물거린 내 심정을 속시원히 대변해 주신다.



"아, 지켜보기만 하자고 했지 참.  내정신좀봐.  내가 젊었을때 남편 잘못만나서 말이야.  너는 잘만나라고 하다보니 말이 새네."


"나처럼 좋은 남편이 어딨다고.   눈 씻고 찾아봐요.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걸?"


"흥, 어딜봐서 좋은 남편이라고."


"에이, 다 알면서 부정하지 말라니까 그러네.  아렌델 국왕에 키도 크지, 코로나 하이델베르크 대학 유학시절엔 수석인재였지, 성군으로 칭송받지, 무예/스포츠 다 잘하지.  이정도면 만점짜리 남편 아니오?"


"에휴...내가 졌습니다.  그 잘난 스펙 가지고 천년만년 자랑하세요."


"암.  그래야지."


"엘사, 네 아버지 철 언제 들까...  에효."



두분, 티격태격 하는것도 상당히 귀여우신 면이 있다.  그동안 금슬이 더 좋아지신건가.  그래도 두분이 저러니 잘됬다라는 생각도 든다.
아, 물론 좋은쪽으로.



"아 시간이 이리 됬군,  엘사 일 방해해서 미안하다.   안나에게 다녀오마."



아버지가 휴대용 시계를 보고 놀라시며 내게 말했다.   딱히 화난일은 없다.
오히려 부모님이 오셔서 머리가 식었을 뿐, 좋으면 좋았지.

부모님은 이제 안나 보러 가셨으니 그동안 일이나 다시 하자.


---------


오랜만에 야자시간에 클-린한 정신으로 써봤는데도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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