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형(Idle) 게임이 모바일에서 한풀 꺾인 사이 PC 플랫폼 스팀에서 새 전성기를 맞은 모양새다. 시장조사기관 AppMagic이 4월 28일 공개한 'Idle Games in 2026: Home, Steam Home' 리서치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스팀 매출 상위 50개 방치형 타이틀을 추적한 분석 보고서다. 저자 Maria Bolshman과 Evgeny Kolodyazhny는 보고서를 통해 "스팀에서 Idle은 더 이상 단일 장르가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하나의 방식으로 굳어졌다"고 진단한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스팀 매출 상위 50개 방치형 타이틀을 추적한 분석 보고서다
선두는 라바플레임2(Lavaflame2)의 무료 게임 IdleOn이다. 2025년 한 해 매출만 약 2200만 달러, 같은 해 11월 정식 출시 이후 누적 매출은 5900만 달러에 육박한다. MMO형 구조에 장기 진척 시스템을 결합한 방식이 통했다는 해석이다. 그 뒤를 잇는 신흥 강자는 2025년 6월 출시된 캐스트 앤 칠(Cast n Chill)이다. 낚싯대 던지고 고기 잡아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단순 루프인데도 약 680만 달러 매출에 55만 장 이상이 팔렸다. 같은 해 10월 풀 릴리즈된 더 파머 워즈 리플레이스드(The Farmer Was Replaced)는 매출 680만 달러·96만 장 판매를 기록하며 스팀 Idle 위시리스트 3위에 올랐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스팀 매출 기준 상위 50개 방치형 게임 /클릭시 이미지 확대
판매량 기준에선 풍경이 또 다르다. 2013년 출시된 클래식 쿠키 클리커(Cookie Clicker)는 2021년 스팀 입성 이후 72만 장이 팔렸고, 코지 데스크톱 게임 타이니 패스처(Tiny Pasture)는 60만 장, 정통 인크리멘탈인 타워 위저드(Tower Wizard)는 55만 5000장, 로파이(lo-fi) 콘셉트의 스피릿 시티: 로파이 세션스(Spirit City: Lofi Sessions)는 45만 장을 넘겼다. 흥미롭게도 2025년 Idle 태그에서 판매 1위·매출 2위·위시리스트 1위를 휩쓴 볼 엑스 핏(Ball x Pit)은 정작 정통 Idle 게임이 아니다. 빠르고 격렬한 액션 게임인데 자원 누적과 업그레이드가 플레이 사이에 자동 진행되는 요소 덕에 'Idle' 태그가 붙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태그가 개발자 재량으로 붙다 보니 카테고리 경계가 흐려진 사례라고 짚었다.
골드 앤 고블린
이들 럼버 엠파이어
AppMagic은 스팀 방치형을 세 갈래로 분류했다. 첫째는 단순 클리커 계열이다. 2026년 3월 출시된 즉석 복권 콘셉트의 스크래치 스크래치(Scritchy Scratchy)는 카드를 긁어 보상을 확인하는 단순 루프만으로 65만 장 이상 팔리며 매출 300만 달러를 돌파했다. 도박적 보상 구조를 적극 활용한 클로버핏(CloverPit)은 2025년 5월 이후 1550만 달러를 거뒀다.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 있는 바나나(Banana)는 사실상 게임이라기보단 스팀 마켓 거래용 아이템 드롭 시스템에 가깝다.
즉석 복권 콘셉트의 스크래치 스크래치(Scritchy Scratchy)는 카드를 긁어 보상을 확인하는 단순 루프만으로 65만 장 이상 팔리며 매출 300만 달러를 돌파했다.
바나나(Banana)는 사실상 게임이라기보단 스팀 마켓 거래용 아이템 드롭 시스템에 가깝다.
둘째는 데스크톱 컴패니언 계열이다. 화면 하단에 띄워두고 작업과 병행하도록 설계된 부류다. 미스터 모리스 게임즈(Mister Morris Games)의 러스티스 리타이어먼트(Rusty's Retirement)는 2024년 4월 출시 후 매출 450만 달러·판매 88만 장을 기록하며 한때 스팀 카피 판매 2위까지 올랐다. 2025년 3월 출시된 봉고 캣(Bongo Cat)은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작업 표시줄에서 고양이가 박자를 맞추는 무료 게임으로 67만 달러 매출을 거뒀다. 보고서는 데스크톱 컴패니언이 모바일이나 콘솔에선 구현이 어렵고 PC 환경에서만 성립하는 형태라고 분석한다.
러스티스 리타이어먼트(Rusty
봉고 캣(Bongo Cat)은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작업 표시줄에서 고양이가 박자를 맞추는 무료 게임으로 67만 달러 매출을 거뒀다.
셋째는 깊은 시스템형이다. 더 파머 워즈 리플레이스드는 파이썬 유사 언어로 농사 작업을 자동화하는 코드를 직접 짜야 하는 작품으로, 클리커가 아닌 자동화 설계 자체가 게임 본질이다. 메타루트(Metaroot)와 티몬 헤르초크(Timon Herzog)가 함께 만들었다. IdleOn은 전투·채집·제작·스킬링 등 여러 캐릭터와 시스템을 동시에 돌리는 RPG형 구조로 발전했다.
가격대는 3~15달러 구간에 몰린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충동구매 인디 게임이 흥하는 방식 그대로"라고 풀이한다. D1 리텐션은 40~70%로 평이한 수준이지만 D30 단계에서 더 파머 워즈 리플레이스드가 10%를 넘기며 장르 평균을 크게 웃돈 점이 이례적이다.
더 파머 워즈 리플레이스드는 파이썬 유사 언어로 농사 작업을 자동화하는 코드를 직접 짜야 하는 작품으로, 클리커가 아닌 자동화 설계 자체가 게임 본질이다
모바일 시장에선 정반대 흐름이 진행 중이다. 2020년 말 출시된 골드 앤 고블린스(Gold and Goblins)는 누적 다운로드 6900만 회·IAP 매출 1억 6300만 달러를 거뒀고, 같은 퍼블리셔(앱퀀텀·AppQuantum)의 아이들 럼버 엠파이어(Idle Lumber Empire)는 약 1억 1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2022년 정점 이후 2023년 중반부터 매출이 2022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모멘텀이 식었다. 모바일에서 식어간 아이디어가 스팀에선 다양한 형태로 부활한 셈이다.
모바일 방치혀 형 게임 매출 순위. 골드 앤 고블린스(Gold and Goblins)는 누적 다운로드 6900만 회·IAP 매출 1억 6300만 달러를 거뒀다.
광고비 인플레와 IDFA 정책 충격으로 모바일 사용자 확보 비용이 치솟은 가운데, 백그라운드 상시 구동이 가능한 PC 환경에서 방치형 장르가 다른 진화 경로를 찾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작은 화면과 닫힌 시스템이 데스크톱 컴패니언을 제약하는 모바일·콘솔과 달리, 듀얼 모니터·백그라운드 실행이 자연스러운 스팀 환경이 이 장르의 새 토양이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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