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icycle&no=3488212
길가의 흔한 성 4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틀간 푹 쉰 턱에 발목이 제법 덜 아파진 것도 같지만
요철이 너무 심한 오프로드에선 작은 자갈마저 자기주장이 너무 심해 숲을 벗어나 아스팔트가 깔린 국도를 달리기로 했어요.
국도변 가정집의 흔한 창고 정리
500m 전부터 집안 정리를 한다는 팻말을 세워 뒀기에 어떤가 했는데 그릇 등 잡기부터 가구, 자동차까지 웬만한 벼룩시장 규모네요.
자전거도 10대 가까이 있어 구경해볼까 했지만 진입로가 너무 멀어 그냥 지나갑니다.
길가의 흔한 성 5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가까운 숲으로 들어가 오늘은 일찍부터 느긋하게 우중 캠핑이나 즐길까 했는데
이제 막 기상해 철수하려던 자전거 캠퍼들이 있었습니다.
둘은 유치원 때부터 불알친구로 이번에는 낭트의 친척 집을 방문한 뒤 프랑스 서부 대서양 종단을 할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때마침 거짓말처럼 비도 그치고 대서양에 흥미가 당겨 바게트와 치즈를 나눠 먹으며 둘러앉아 대화를 나눴는데 마음이 잘 맞아 함께 다니기로 했습니다.
제 아킬레스건을 보여주며 속도를 낼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본인들도 서로 체크 포인트를 정해두고 기분 닿는 만큼 따로 달리다 만난다고 합니다. 역시 쿨해요.
다만 이틀 안에 200km 거리의 낭트까지 도착할 예정이라니 저도 오버페이스를 각오해야 했습니다.
주인들이 백인이라고 프랑스는 소도 하얘요.
아직 작동 중인 곡식 빻는 풍차
짧은 비가 그치고 뭉게구름이 흘러가는 목장, 기찻길, 작은 마을의 시청을 지나쳐
체크포인트였던 도시 엉제의 종합 상업지구에서 이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저를 기다리며 둘은 이미 시내 구경을 마친 후였어요.
이미 해가 저물 시간이라 저는 도시 방문이 무리였기에
세 명의 돈을 모아 푸짐한 저녁거리(다양한 패밀리 사이즈 통조림)를 구매한 뒤 전역 이후로는 처음으로 단체 야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나이대의 취미가 비슷한 낯선 이들과 함께 맥주 마시며 여행 계획을 짜다 보니 솔로 캠핑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져 정말 즐거웠어요.
이 순간이 불행의 씨앗이 될 줄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실컷 떠들다 텐트로 들어와 스포츠 용품점인 데카틀롱에서 산 물리치료용 테이핑을 하고 발목 마사지를 하다 잠에 들었습니다.
6일째 끝
한 명의 친척 집인 낭트로 가는 길입니다.
미리 전화해 저도 묵을 수 있게 되었기에 4일 만에 샤워와 침대를 쓸 수 있다는 부푼 마음으로 열심히 따라가는데
어째 자꾸 오프로드로 들어가네요.
평소에는 참 좋아하는 타입의 길이지만 발목 때문에 자꾸 멈춰 어제 샀던 냉찜질용 스프레이를 뿌려야 했습니다.
그래블
이 아니야...
얘들아 그거 길 아니야
아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
작전 할 때나 들어가봤던 무릎 높이의 초지에서는 기어를 풀이너로 넣어도 페달이 안 돌아갑니다.
이미 되돌아가기엔 늦어서 팻바이크가 아닌 이상 MTB로도 돌파가 힘들 정글 속에서
두시간 넘게 제 발목에 가학 행위를 하다 재차 확인한 것은
네 그거 길 아니었어요.
사진의 왼쪽 부분이 우리가 헤매던 숲이었는데 족히 5m는 넘을 비탈을 통해 가방은 던지고 자전거는 들쳐 메어 낑낑거리며 올라온 후에야
주행 가능한 길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경로를 선도하던 친구는 구글맵을 따랐다며 당당했지만 아마 자신도 앉아서 쉬고 싶었을 거예요.
끝까지 서 있던 이 프랑스인의 고집이야 제가 알 길 없지만
프레임을 뒤덮은 흙먼지
한참 누워서 쉬었습니다.
신경계에 오류가 왔는지, 허용 가능한 통증 임계치를 넘었는지 말로만 듣던 runner’s high 인지 발목에 감각이 없었습니다.
비가 곧 쏟아질 듯 천둥소리가 울려 다시 출발합니다.
자전거도 무리를 했는지, 좀 전의 그 오프로드는 정도가 심했는지
앞타이어의 머드가드 연결부가 파손되어 결국 떨어져 나갔습니다.
자전거 센터가 나오면 고쳐 볼 요량으로 프론트 백에 적재한 채 계속 달리다 보니
굉장히 멀리서부터 보이던 낭트 북부의 고성
라푼젤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곳이 아닐까 상상해 볼 정도로 그 웅장함을 사진에 담을 수 없었던 게 안타깝습니다.
비가 쏟아지기 직전 무사히 친척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폰을 분실할 정도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사진은 따로 없어요.
4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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