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병원에 울면서 도착한 이야기.
지인이 미리 연락을 줬어서 감사하게도 의사 선생님이 미리 대남이 상태를 알고 계신 상태로 나를 기다려주고 계셨고
덕분에 바로 진료를 받았는데 상태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어.
부어있는 엉덩이를 누르니까 피부에서 물이 나왔는데 그게 소변이었어.
요도는 이미 끊겨있는 상태였고, 덕분에 몸 안에 소변이 꽉 차서 피부 밖으로 나올 정도였던 거야.
의사 선생님이 지금 당장 수술부터 하는 거 말고는 방법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바로 대남이 데리고 수술장으로 들어가셨어.
수술장으로 들어가시면서도 수술은 해보겠지만 죽을 가능성이 훨씬 높으니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하셨어.
나중에 알고 보니까 사실 상태가 많이 나쁘거나 하면 안락사를 권하시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힘없이 불쌍하게 울먹거리고 있어서 안타까우셨대.
수술은 다행히도 성공했고, 대남이는 산소 주입되는 특별 관리 케이지에 있었는데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간호사가 안고 다님 ㅋㅋㅋㅋㅋ
의사 선생님 품에서 애교도 부리고 병원에서 온갖 사랑을 받으며 입원해 있었어.
(참고로 지금은 병원 극혐함. 의사쌤한테 하악질하고 으르렁거리고 쌍욕해서 의사쌤 상처받음ㅋㅋㅋ)
(수술 끝나고 병원에서 보내준 사진.
몸에 있던 소변 다 빼내고 해서 엉덩이랑 뒷다리랑 다 젖어 있는 거야. )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니 대남이는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 같고, 바퀴나 그런 데 부딪히면서 생긴 내부충격으로 인해서 요도가 끊긴 것 같다고 하셨어.
교통 사고 당한 개들 중에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있나봐.
고양이는 이런 경우에 사람에게 발견되서 병원까지 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대남이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그러시더라.
대남이는 식욕이 좋고 살려는 의지도 무척 강한 스타일이었고, 병원에서도 심하게 잘 먹었어ㅋㅋㅋ
심지어 넥카라 하고도 열정의 그루밍을 쉬지 않고 할 정도ㅋㅋ
입원 2주 후에 카테터를 빼고도 소변이 잘 나왔고 퇴원해서 드디어 한달 반만에 우리집으로 다시 돌아왔어.
(집에 데려왔을 때 수술자국이야. 너무 적나라하지 않은 걸로 골랐음)
우선은 방 안에 케이지 만들어서 따로 있었는데 놀라운 식욕과 활동력을 자랑했고,
첫째는 매우 불쾌해했지만 어쩔 수 없이 케이지 해체하고 지내기로 했어.
그런데 진짜 힘들더라.
수술하고 나서도 소변 조절을 못해서 계속 소변을 흘리고 다녀서 매일 이불빨래를 해야했어.
내 방 이불, 요, 부모님 침대까지 남아나는 게 없었고,
처음에는 수건을 깔아서 방어하다가 실패하고 결국 애 키우는 집에서 기저귀 갈 때 오줌공격 대비용으로 쓴다는 방수요를 깔아서 썼어.
잘 때마다 바스락 거리고 아주 좋드라ㅋㅋㅋㅋㅋ
아침저녁으로 시간 맞춰서 항생제 먹이고 수술자국 소독해주고 이불빨래하고 소변 잘 싸는지 확인하고...
그 때 반백수였던 나는 하루종일 대남이 옆에서 대남이만 케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스트레스 최고치를 찍으면서
육아방침이 다른 나와 동생은 맨날 싸우고 첫째 고양이는 첫째대로 스트레스 받고
진짜 제일 힘들었던 시절이었어ㅠ
그런데 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
대남이가 점점 다른 곳으로 소변을 싸기 시작했어.
의사 선생님이 원래 싸는 오줌구멍에 요도를 당겨서 연결해놨는데, 거기가 아니라 개복한 수술자국 가운데에서 오줌이 나오기 시작했어.
그리고 조금씩 짓무르고 피가 섞인 오줌이 계속 나오더라.
처음에는 소독을 하고 관리해주면서 아물기를 바랬는데 수술자국 중 한 곳에 점점 더 오줌이 많이 새어나왔고
다시 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었어.
확인을 해보니 대남이 요도가 그걸 출구로 쓰겠다고 결정을 해버린 상태였고ㅠ
의사 선생님이 연결해서 만들어 준 길은 쓸모가 없어져 버렸지..
사람으로 치면 배꼽 아래 즈음에 오줌구멍이 생겨버린 거야.
연결했던 요도는 세 번의 수술을 하면서 결국 제 기능을 못하게 되었고 방광에 연결된 아주 짧은 요도만 살아 남은 거였어.
그러니까 방광 거의 바로 아래에 오줌구멍이 있는 셈이었어.
(배 밑에부분에 있는 게 오줌구멍이야. 수술하면서 구멍이 넓어짐)
어쩔 수 없이 대남이가 선택한 오줌구멍을 얼마 남지 않은 요도와 연결시키는 수술을 또 해야했어.
이미 수술을 세 번이나 해서 의사 선생님도 수술을 최대한 미루려고 했지만
오줌이 계속 새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방법이 없었어.
퇴원한지 한 달여만에 네 번째 수술을 했고, 수술은 성공해서 지금까지 새로 만든 오줌구멍으로 잘 싸고 있어.
신기한 건 어느 순간 오줌구멍 사이로 근육이 생겨서 개폐가 가능해져서 소변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거야.
덕분에 우리도 방수요에서 탈출할 수 있었어ㅠ
대남이는 첫 예방접종을 맞을 때 즈음에 곰팡이 피부염에 걸려서 모두를 엿먹이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
처음 두 번 수술을 하면서 땅콩을 분실했고 (진짜 분실임. 중간에 신체 부위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면 땅콩일 수 있으니 꼭 병원으로 오라고 했었음ㅋㅋ)
계속된 수술과 카테터 시술로 신장에 부담이 많이 가서 신장에 결석도 있어.
그래도 저녁마다 사료에 물 섞어서 주면서 여러 개 있던 결석들이 거의 다 없어지고 큰 거 하나만 남아있는 상태야.
방광은 정상이고, 식탐은 여전하고 굉장히 해맑음.
결석 때문인지 여름이 되면 항상 오줌에 피가 섞여서 병원에 가고 있지만 덕분에 해마다 초음파 검사 정기적으로 하고 있음.
이번 여름에는 피가 안나와 초음파 검사만 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어.
올해 피검사를 했는데 수술을 많이 해서 혈관에 변형이 왔는지 혈관이 잘 안보여서 좀 애를 먹긴 했지만 대부분의 수치가 정상이야.
췌장 수치가 조금 높은 편이라 조심하고 있어.
고기도 잘 안먹이는데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지만 여튼 고기나 기름진 거 안먹이려고 신경쓰는 중.
6년만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5살이 되었어.
이제 첫째랑도 나름 사이가 좋고, 온가족한테 사랑받고 살아. 우리집 개그담당이야ㅋㅋㅋ
첫째는 진짜 너무 얌전하고 착하고 머리가 좋아서 사고 한 번 안치고 살고 있는데 대남이는....
너무 잘 뛰어 놀아서 뒷발에 굳은 살이 생겨서 털도 없음 ㅋㅋㅋㅋㅋ 피부병인줄 알고 병원 갔다가 굳은 살 판정 받고 급분노 ㅋㅋㅋㅋㅋㅋ
사고도 소소하게 잘 치고 있어.
화분을 깬다던가.... 후라이팬 닦은 휴지를 먹는다던가...
밤마다 우앵우앵 소리를 지르며 뛰어나닌다던가.. 붙박이장을 스스로 열고 간식을 털어먹는다던가...
3일에 한 번씩 똥스키를 탄다던가... 화장실에 얼굴만 집어넣고 엉덩이는 밖에다 두고 오줌을 싼다던가...
물론 지금도 소변을 조금 지릴 때도 있고, 심지어 싫다는데 계속 안으려고 하면 오줌싸고 도망가기도 해
그래서 그런지 몸에서 냄새도 좀 남...
전신마취를 네 번이나 해서 그런지 약간 어설프고 머리도 좀 나쁘긴 한데 그래도 예쁘고 웃기니까 괜찮아ㅋㅋ
동물은 멍충망충해야 키우는 재미가 있지 라는 마음으로 사는 중.
대남이는 이렇게 네 번이나 수술하고도 잘 살고 있어.
사실 처음부터 지금 병원으로 갔으면 더 좋았을 거 같기는 하지만, 나중에라도 그 병원으로 가서 정말 다행이야.
덕분에 우리집 둘째를 얻을 수 있었고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비슷한 상황의 고양이를 줍줍해서 병원 다니고 있는 냥갤러가 있다면 우리집 대남이보다 수술 예후가 좋을 거고 결과도 좋을 거야.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의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아픈 고양이 키우는 집사들 모두 힘내면 좋겠다.
가끔 대남이 사진 가지고 올게
읽어줘서 고마워
마무리는 놀라울 정도로 아무생각이 없는 대남이 사진으로 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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