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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픽서폿빼고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2.03 22:09:54
조회 834 추천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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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그가 보고 싶어졌다. 기쁨보다는 슬픔을 공유하고 싶은, 늘 힘들 때만 생각나는 사람. 이렇게나 이기적인 관계가 있을까. 그가 나를 괴롭히는 만큼 나도 그를 꽤 괴롭혔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여러 질문을 하며 괜한 오기를 부리기도 하고 난해할 만한 물음으로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사실 그가 당황했던 것은 아니고 바람일 뿐이지만.

나는 그의 인생에서 후회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무엇이든 쉽게 답을 내놓는 그에게도 과연 빈틈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척을 하더니, 딱 두 가지라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20년 전 놓쳤던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를 사랑하게 됐다.

하나는 임종 직전에 들려주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난 그때가 되면 애초에 기억도 못 할 것 같다면서 됐다고 넘겼다. 그날 밤 한참을 뒤척이며 온갖 추리를 했었는데 지금까지도 듣지 못했다. 이제는 들을 수 없다는 표현이 맞을까. 그 여인에 대한 얘기는 아니었을 거라고 확신하지만 그가 보여준 적이 없었던 표정을 지은 이유가 여전히 궁금하다. 그토록 되돌리고 싶었던 순간에 있던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는 나의 친구였고, 스승이자, 나였다. 그와 대화할 때면 온갖 감정을 맛볼 수 있었다. 그는 나를 평가할 때 자신의 단점만 빼다 박은 실패작이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그만큼 어떤 부분에선 닮은 점이 많았다. 그는 늘 평범한 소재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게 유도했다. 나는 차라리 소재 자체를 신선하게 정하면 평범하게 써도 희소성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반박하곤 했었는데 그렇게 하면 재미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많이 다루게 한 주제가 사랑이었다. 아주 평범하고 보편적이지만 한계가 없는. 그는 여자와 글 앞에서는 로맨틱한 사람이었다. 나를 대할 때와는 너무 달라서 문제였지만.

그 여인과의 얘기를 들은 뒤부터 그의 글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가 시중에 내놓은 딱딱한 글이 아닌,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속내가 드러난 글. 그가 문장으로 말하는 방식, 자주 고르는 단어, 호흡의 조절, 그만의 표현 모든 게 궁금했다. 내 요청에 그는 항상 농담만을 던졌다. 내가 그의 글을 보면 모방하려 들거나 혹은 자괴감에 펜을 놓을지도 모른다는 허세가 가득한 농담. 하루는 매달리다시피 조르고 졸라서 그의 글 중 일부를 보게 되었는데 그가 한 농담들이 심한 과장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련됐다는 말로는 많이 부족한, 항상 지니고 품고 싶은 글이었다.
그에게 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 날이었다.
나는 그의 20년 전 연인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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