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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1>앱에서 작성

5픽서폿빼고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07 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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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되게 단순하네요. 저는 지금까지 동명이인을 만나본 적이 없는데. 엄마가요, 평범하게 짓기를 원하셨대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가장 빛나보라는 의미로. 한편으로는 너무 튀지도 말고 그냥저냥 묻혀 살라는 식으로요. 이름이란 게 그렇잖아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누가 정한 그대로 불리는 거. 그녀는 숏컷을 하지도 않았고 피어싱이나 타투도 없었다. 그럼에도 개성이 넘친다고 느껴졌던 이유는 툭툭 던지는 말과 눈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아름다운 것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딱히 비유할 무언가를 찾지 못했다. 그냥 몽환적이면서 아름다웠다. 담배는 안 피우세요? 태어나서 입에 대본 적도 없어요. 잘하셨네. 가끔 궁금하기는 해요. 어떤 점이 그렇게 중독되게 하는 건지, 대체 무슨 느낌일지. 맛이라고 하나요. 하지마요. 그런 것마저도 자극되는 거죠. 본인들은 하면서 너넨 이런 거 배우지마라. 어른처럼. 그런데 안 하실 거잖아요. 아마도요. 잠깐 다녀올게요. 그녀가 외투를 챙기고 술집을 나갔다. 처음으로 시계를 봤다.

어영부영하다가 죽을 시기를 놓쳐서요. 술이 조금 깨고 그녀와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불행을 재보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더 폐쇄적으로 변했던 것 같아요. 나한텐 절정으로 치달았던 순간들인데 남들에게 보여주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두려움? 그저 인트로에 불과한 정도의. 더 심각한 상황을 겪어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 같았어요. 웃기죠? 하찮은 인생 대회도 아니고. 아뇨. 만약 그런 대회가 있다면 저는 늘 우승자라는 마인드라. 그녀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거 웃기면서도 되게 아픈 말이네요. 닮은 사람을 보면 반갑고 호감이 가면서도 이상하게 불쾌한 느낌이 있어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나를 다 들켜버린 느낌이 들어서 같아요. 누가 일기를 훔쳐보듯이. 지금 약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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