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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ㄱㅁㅁ) ?? : 자네...이름이... 뭐라고...?

럭키-스트라이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2.25 22: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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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처리 곤란의 군부대들을 짬처리 당한 패튼이 곧바로 신이 나서 만주를 '끼릭끼릭 휘요오옷' 하려는 것을 위대하신 대원수의 엄명 아래에 포기하게 된 패튼은, 대한민국군의 공식적 참전을 위해 현재 한국군 내 미군 기지에서 아쎄이들이 진흙탕에서 뿜어대는 땀과 눈물의 향만 은은하게 음미하고 있었다.


저기서 민족을 지키고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자발적인 입대를 한 용맹한 젊은이들이 진흙탕에 구르고 구르며 우리 사악한 대원수가 만들어 낸 피-티 인가 하는 그 괴랄한 고문마저 즐기고 있지 않은가? 물론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자그마한 웃음도 곧 군대를 향한 원망으로 바뀔 것이지만 뭐 어떠랴. 패튼은 어찌됐건 한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서류 업무는 이미 짬처리가 끝났다. 총책임자가 패튼이긴 했지만, 애초에 미합중국에서 서류업무 보는 사람 중에 패튼에게 진지한 이성적 사고를 요구하는 수준의 결재를 바라는 이도 없거니와, 패튼 스스로도 아랫사람들이 일을 더 잘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직접 전투가 일어나기 전까지 패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꼬장꼬장한 4스타로서 군부대 시찰하며 군인들의 새가슴을 가지고 놀기 같은 사소하고 앙증맞은 기열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흐흑! 지루하군...!’



패튼은 '내가 이러려고 그 정치충들한테 돈 꽂아준 게 아닌데!'하며 서러워했다. 나이를 육십 먹은 늙은이가 되어버린 패튼은 어디에도 잘 낄 수 없는 자신의 신세를 서러워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패튼을 보고 꺼려하는 것은 그의 나이 때문이 아니었겠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뭐 어쩌겠는가? 그의 개소리를 받아줄 유진도, 놀려먹기 딱 좋은 드럼에게도 갈 수가 없었던 것이, 패튼의 훌륭한 목숨줄 탐지기가 지금 저기 관저에서 서류들에 둘러싸여 50m 자유영을 하고 있을 둘을 건드렸다가는 패튼이 패와 튼으로 나뉘어버리리라는 것을 너무나 빠르게 감지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튼은 그냥 어기적 어기적 걸어다녔다. 60이 되니까 그 강철같던 허리도 슬슬 삐그덕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예전처럼 피 냄새를 맡아도 뻐근해지지 않는 것이 스스로의 노쇠함을 인지하게 된 패튼이었다. '이게 다 히틀러 이빨 목걸이를 압수당해서 그래!'라며 개소리를 속으로 읇조린 패튼은 곧 있을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투만 손꼽아 기다리면서 그는 군 부대 주변이나 마저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어느새 부대의 입구 주변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 때, 입대신청을 받기 위해 입구 쪽에 설치된 부스 한 쪽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안 됩니다. 여기 옆에 써 있잖습니까? 19세 이상만 입대 가능하다고. 지금 18세이시니까, 몇 개월 기다리신 다음에 그때 가서 다시 신청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비록 제 나이가 어리고 몸이 강건하지 못 한다 한들, 이 마음만은 조국을 위해 언제든지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 거 참. 안된다니까요? 여기 매뉴얼에 안 된다고 나와 있으면 안 되는 겁니다. 그건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라니까요? 아휴, 어머니. 그렇게 옆에 울고만 계시지 마시구 아드님 좀 말려보세요!"


"하이고오 이 녀석아, 군인 선생님이 안된다시잖냐, 왜 곤란하게 만들구 그래! 어매 속 썩이지 좀 말구, 응? 그리고 너 몸도 별로 안 좋고 비리비리한 놈이 왜 전쟁터에 못 나가서 그리 안달이야, 안달은! 아이고, 아들이란 놈이 죽으러 가려 아주 작정을 했네, 작정을 했어!"



패튼이 그 소란을 눈치채고 가까이 다가갔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그였지만, 엄마로 짐작되는 한 여자가 울고 있고 그 옆에 한 비리비리한 애새끼가 부스 앞에서 소리를 빽빽 질러대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대충 입대 관련해서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지, 하며 나름의 논리적 추론을 마치고 천천히 옆에 서 있던 한 중위에게 다가가 물었다.



"헤이, 헤이.“


"헉! 제,제너럴 패튼!“


"익스플레인, 어... 설-뮤엉? 설-명 플리즈.“



패튼이 어색한 한국어로 설명을 요구하자, 불쌍한 중위는 제가 아는 자잘한 영어 지식을 총 동원해서 급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흠. 그렇게 된 거로군. 나이가 어린 거나, 그 개씹멸치같은 몸뚱아리는 좀 안타깝지만, 그 훌륭한 애국심과 군인 정신은 높이 살 만 해."



패튼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 소년에게 다가갔다. 키는 좀 큰 편이었고 골격도 나쁘기 않았지만, 못 적어서 그런지 비리비리해 보였다. 그러나 눈 하나는 패튼이 좋아하는 전사의 눈인지라, 패튼이 소년에게 말을 건넸다.



"헤이, 헤이, 캔 유 스피크 잉글리시?“



소년은 누가 봐도 군의 높으신 분이라는 티가 팍팍 나는 노인네, 철모에 별 네 개를 대놓고 박아 둔 양반이 자신에게 말을 걸자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떨며 대답했다.



"예스, 아이 캔 스피크 잉글리시, 써!“


"오! 드디어 말이 좀 통하겠구만 그래.“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진지는 패튼을 보며, 소년은 용기내어 말했다.



"그, 장군님. 제가 비록 나이와 육체는 강건하지 못하다고 한들 마음만은 조국과 자유 진영을 위해 불태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입대하게 해주십시오!"



"음, 군대는 정신만으로 올 만한 곳이 아니야 소년. 그래도...그래. 자네의 눈은 분명 나와 같이 피와 살육과 전쟁과 화약 내음을 갈망하고 있음이 보이니 몇 년 후에는 군대에서 다시 마주칠 수 있겠지."


"어, 음... 그 정도는 아닌, 크흠. 부탁드립니다! 장군님! 어떻게든 방법이 없을까요?“


패튼은 '무슨 일 벌이면 옷 벗겨서 아이크에게 줘 버릴 것이고, 그 모자까지 벗겨서 한국군 앞에서 바바예투에서 아리랑으로 이어지는 전세계 유명곡에 맞추어 대가리로 드럼을 쳐 버릴 테니 그렇게 아쇼!' 라 말한 대원수의 말을 떠올리며 부르르 떨었다. 패튼 인생에 몇 안되는 이성의 승리였다.


"그, 내 그 열정은 정말 높이 사지만, 그. 유진 킴이라는 대원수 각하가 나보고 군법 위반 좀 하지 말라고 해서 말이야."



유진 킴이라는 이름에, 소년의 어꺠가 한번 크게 들썩이더니, 이내 체념한 듯이 말했다.



"그렇습니까? 김유진 장군님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면 어쩔 수 없지요......“


"그, 자네. 그 자네의 불타는 살육 정신과 도륙 정신을 높게 사서 하는 말인데, 나중에 군대 오면 내 밑으로 오겠나? 어차피 저 중국의 싸움이 뚝딱 끝날 것 같지도 않아 보이거든.“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패튼이 좋은 야만 전사를 하나 찾았다는 마음에 그 소년에게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하자, 소년은 머뭇거리더니 이내 그 손을 맞붙잡았다.



"내 이름은 패튼일세. 조지 스미스 패튼 주니어! 우리 군인 정신 가득한 극동의 바바리안 보이의 이름은 뭔가?“







"엡! 제 이름은! 박! 석! 길! 입니다!“


소년이 경례를 올리며 씩씩하고 큰 소리로 제 이름을 외쳤다.


"자네...이름이... 뭐라고...?“





"바아아악!! 서어억!! 기이이일!! 입니다아아앗!!!“





"...이름이... FUCK...SUCK...KILL?"


"그렇습니아닷!"



이름만 들어본 미합중국의 이름높은 장군, 패튼이 제 눈 앞에 있는 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박석길 군(18세) 는, 제 이름 석 자를 꼭 각인시키겠다는 마음으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이내 '너무 컸나...?' 하는 마음으로 패튼의 얼굴을 쳐다봤는데, 패튼은 굉장히 멍해 보였다.



"그, 어. 장군님. 괜찮으십니까?“


"크, 흐.“


"장, 장군님?“


"크흐하하하핳하하!!! 크흐, 크하하핳하하하학하!!!!“



패튼이 갑자기 허리를 뒤로 젖혀 가며 광소했다. 방금 전까지 보여주던 연륜 있는 장성의 모습(물론 언사가 조금 이상한 부분이야 있었지만)은 어디가고, 팔팔했던 1차대전 때로 돌아간 것 마냥 눈에서 안광을 내뿜는 패튼이었다.



"이름이!!!! 이름이이이이이!!! 풕! 섴! 킬! 이라고오오오? 크하하하하하! 크흐하하하하하하!!!!“


"제, 제너럴 패튼, 그렇게 허리를 제끼시면 허리 건강에 좋지 않다고 주치의가-“


"닥치고 있게 아무개 중위! 이제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네! 저 멋쟁이 석-킬 친구는 내 꺼야! 아아아아암! 내 소속이라고. 알겠나? 4성 장군이면 권력 좀 써 보자고. 알겠나?"


"하, 하지만...! 유진 킴 대원수께서!“


"주치의고 느금마고간에, 시끄러워! 스스로의 의견 대신의 딴 사람 이름이나 대는 좆찐따 애새끼는 꺼져! 니 애미 찌찌나 빨고 있으라고! 나는, 조지 스미스 패튼 주니어는 부활했다고. 나에게는 사명이 주어졌단 말이네! 저 석-킬-풕을 위대한 미합중국 군인으로 키워낼 의무가 생겼단 말이야!!!“



패튼은 자신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불쌍한 병사들을 몸통박치기로 헤체시키고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잘 알지 못해 굳어있던 박석길 군의 어깨를 잡았다.



"섴! 킬! 팍! 아까 말은 취소네! 김유진이고 유진 킴이고 예브게니고 하는 것들은 싹 다 잊어버려! 자네는 이제 전사야! 군인일세! 빨랑 저 종이쪼가리에 도장을, 아니. 내가 빨리 내 부관 불러서 미군 입대영장에 사인하게끔 하겠네!“


"저,정말입니까?“


"그으래애! 자네는 선택받은 용사야! 어머니께 말씀드리게. 나, 섴-킬-풕은 위대한 전투용사이자 좆병신 빨갱이들을 쓸어버리는 용감한 투사가 되어 돌아오겠노라고 말씀드리게! 돌아오는 날이면 내가 시체가 되어 돌아오거나, 위대한 전쟁영웅이 되어 돌아오거나. 둘 중 하나가 되어 돌아오겠노라고 말씀드리게!!!! 빨리!!!!“


"네, 넵! 알겠습니다! 패튼 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





몇 년 뒤.



"어머나, 세상에! 석길이, 너니?"


"악! 어머니, 석길이는 이미 뒤졌습니다. 나는 이제 New-Born 했어요, 위대한 살육 전사이자 빨갱이들의 피로 목을 축이는 FUCK-SUCK-KILL로!“


"그래그래,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구나. 예전의 그 비리비리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렇게 듬직해지다니!“


"Thank you 어머니. 내 이름 이렇게 지어 주신 것에 대하여!"


"정말 자랑스럽구나, 아들!"


"따흐흑! 이 Everything이 다 사나이 패튼튼 장군님과 어머니의 덕분입니다!"





그렇게 SUCK-KILL-FUCK 군은 패튼 휘하의 친절하고 착한 기갑군인들과 몇 년을 동거동락하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소하고 앙증맞은 기합과 기갑문학스러운 일로 원래의 소심멸치 박석길 군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으나, 국가의 수호와 자유민주진영의 수호를 이룩하는 씹마초 근육전사가 되어 꿈을 이루게 되었으니 뭐 서로에게 좋은 일 아니겠는가?


이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조선의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으니, 여간 기갑찬 일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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