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의회에는 거물들만 모여 있었다. 스페이스 마린조차도 퍼스트 파운딩의 챕터마스터가 아니라면 감히 깃발도 내보일 수 없을 정도였다. 마린들은 자신의 존재가 이곳에서만큼은 미약하다는 걸 알고 검소하게 차렷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필멸자 장교들은 정치적 감각이 있는 이라면 알아서 조용히 자리에 참석해 있었다. 그렇지 않은 이라 하더라도 어느 행성을 가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거물들과 황제의 천사들조차 경직된 모습으로 있는 걸 보며 긴장해 조용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직 한 부류만이 이곳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었다. 바로 황제의 대리인, 커스토디안 가드였다. 하지만 커스토디안은 오직 단 한 명, 2인자인 콜콴만을 대표로 세웠다. 나머지는 회의장 입구나 구석에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사태에 대비해 가디언 스피어를 들고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 콜콴조차도 전쟁의회의 주인이 들어오자 존재감이 미약해졌다. 바로 돌아오신 황제 폐하의 신성한 아들, 로부테 길리먼이었다.

길리먼은 가볍게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오늘 의회는 유난히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함대가 지나가며 들린 행성의 총독 블붕이우스가 타락해 보급을 위해 내려갔던 병력이 전원 몰살당했기 때문이다. 마린 다섯 개 중대가 궤멸되어 진시드조차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 락커 챕터의 챕터마스터 반 더 다크가 전사해 성전 함대에서 이탈해야만 했다. 나이트 열 개 랜스와 임페리얼 가드의 기갑 연대 열 개가 하이브 시티 하나에 통째로 파묻히고 말았다. 무수히 많은 스키타리 병단과 연대가 차디찬 사막에서 백골이 되었다. 가장 큰 손실은 정비를 위해 행성에 내려가고자 수송선에 타고 있었던 레기오 이그나툼의 타이탄 다섯 대가 대공포 사격에 허무하게 파괴된 것이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뼈 아픈 일이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화성 출신 마고스들이 반란을 제대로 탐지해내지 못해 신성한 옴니시아의 현현을 파괴한 로부테 길리먼에게 크게 반발하며 파업을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회의의 분위기가 이래서는 제대로 회의를 진행할 수 없었다. 편안한 분위기가 유연하고 다양한 사고를 창출해내는 법이었다. 로부테 길리먼은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특기를 사용하려고 했다. 누구에게나 먹히는 방법이었다. 악랄하기 그지없는 알파 리전의 포로조차 이 방법을 쓰자 곧바로 기밀 사항을 풀어놓았을 정도였다. 이번엔 좀 더 센 것이 필요하리라. 그때 화려하게 장식된 황금 갑옷과 창을 들고 서 있는 커스토디안 가드 트리뷴 콜콴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콜콴,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재미있을걸세.

길리먼이 목을 가다듬고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군들은 커스토디안 가드가 물을 어떻게 마시는지 아는가?"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 필멸자는 물론이고 스페이스 마린조차도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커스토디안 가드와 콜콴은 듣긴 들었지만 자신들조차 알 수 없는 내용이었기에 외부에 들리지 않게 교신을 나눴다. 프라이마크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겐가? 나도 모른다. 콜콴, 당신은? 나도 알 수 없군. 곧이어 프라이마크께서 하신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이들이 식은땀을 흘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노령이었던 한 장교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현장에 있던 아포세카리가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는 걸 순식간에 알아챈 로부테 길리먼이 거듭 말했다.

"커스토디안 가드가 물을 어떻게 마시는지 아느냐고 물었네."

이번에는 장내에 있던 이들 모두 질문을 이해했으나 도대체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알 수 없었다. 프라이마크께서 어떤 의미로 말씀을 하셨는지 파악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마고스들에게 내장된 코지테이터에서 수 천 가지 경우의 수가 계산되었다. 이단심문관들은 무선 통신으로 연결되어 있는 요원들에게 해당 질문을 즉시 전송해 기록된 연대기 내에 관련 자료가 있는지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커스토디안 또한 무전으로 자신들조차 모르는 일화가 있는지 테라에 있는 시종들에게 조사해보라고 즉시 명령을 내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용기는 있던 자들은 구석에 서 있는 커스토디안 가드를 봤으나 그들도 질문의 답을 알 리 없었다. 길리먼은 적절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는 걸 파악하고 시선을 트리뷴에게 향한 채 자문자답했다.

"콜콴 콜콴 마신다네. 콜콴 콜콴."

회의장이 급격히 조용해졌다. 길리먼은 모두들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말을 이었다.

"여기 계신 트리뷴의 이름이 콜콴인데, 꼴깍하고 비슷하지 않은가. 꼴깍, 콜칵, 콜칸, 콜콴. 어떤가?"

그 순간, 기량만큼은 프라이마크와 필적한다는 그 콘스탄틴 발도르를 능가하는 속도로, 트리뷴 콜콴이 움직였다. 길리먼조차도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 콜콴은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창날 끝이 길리먼의 목을 향해 찔러들어갔다. 창날을 뽑자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콜콴 콜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