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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3차창작-라이오넬 헤러시) 하지만 아버지는 그를 택하셨지앱에서 작성

그룩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17 17:58:32
조회 2059 추천 31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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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는 장자도, 가장 아끼는 아들도 선택하지 않으셨다네.
오직 그를 선택하셨지."

"정말 통탄스러운 일이였네. 나에게 자격이 없었던 것이지. 아버지와 함께 했던 30년의 완벽한 세월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족했던것이라네."


거인의 말은 거대한 복도에 울려퍼졌다. 초상화와 조각상이 줄지어 있는 복도는 인류제국의 심장부인 테라의 위용을 과시하듯이, 넓고 화려했으며 섬세하고 예술적인 장식품으로 빼곡했다. 그러나 그 모든 예술품은 벽쪽에 몰려있었으며, 두 사람이 걷고 있는 중앙의 카펫은 넉넉잡아 전차가 지나가도 여유로울 정도로 광활한 폭으로 끝없이 뻗어있었다.

복도 끝 별실을 향해 뻗어있는 카펫을 눈부신 거인을 따라 내달리며 인터뷰하던 그녀는, 자신이 마치 지난날 그랬듯이 다시 한번 전장의 종군기자가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영원의 수호자, 황제의 장자, 다시 일어선 이, 백광의 거인, 프라이마크 중 가장 빛나는 자.
로드 커맨더, 호루스 루퍼칼.

자신의 자격을 증명하듯이 전신에서는 은은한 광채가 뿜어져 복도를 대낮처럼 밝혔고, 다른 형제들보다도 커다란 몸집은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카펫 위에도 불구하고 건물을 울리며 그 속도는 마치 군용차량이 나아가듯 했다. 그녀가 한때 전장의 모래먼지를 들이키며 병사들을 쫒아 내달리던 경험이 없었다면 그를 따라가며 시선을 맞추고, 질문하며, 이를 받아적으면서 다음 질문을 생각하는 일련의 과정을 버거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유약한 예술가가 아닌 기록으로서 싸우는 이였고, 그것이 이 자리에 그녀가 오게된 이유이기도 했다. 호루스 루퍼칼 앞에 서는 이는 전사가 아니면 안된다. 최소한 맡은 바 사명으로 투쟁하며 홀로 오롯이 설 수 있는 이여만 했다. 그것이 인류제국의 기둥이자 테라의 수호자 앞에 서는 응당한 자격이였다. 그것은 오랫동안 호루스를 모셔왔던 말로구르스트의 조언에 따라, 로드 커맨더의 생전 성향에 맞춘 배려이기도 했다.


"나는 모두와 고루 어울릴 수 있었지만, 그것이 완벽함을 뜻하지는 않았네. 펄그림처럼 재주가 많지 않았고, 페투라보처럼 계산적이지 못했으며, 모타리온처럼 끈질기지도, 생귀니우스처럼 고결하지도... '그'처럼 철저하지도 못했지."

그녀는 거인의 말을 따라적다가, 특정 인물에 대해 펜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로드 커맨더조차 피휘를 하는 인물을 어찌 있는 그대로 기록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그의 이름을 적으려던 것을 멈추고 로드 커맨더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빠뜨린 점을 검토하며 다음 질문을 생각했다.



"...나는 한탄했지만, 나 또한 아버지였기에 그러한 감정을 반성했어야 했네.

이어지는 거인의 말에는 약간의 지연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발치에서 자신을 따라오는 여성에 대한 배려였으며, 거인은 자신이 약자를 배려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대화를 계속했다.

"알겠나? 자식을 선택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했단 말일세. 아버지께서 가장 총애하는 이는 따로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네."

그녀는 그 말에서 한 프라이마크를 떠올렸지만,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그 이름을 적지는 않기로 했다.



"...자네도 알듯이, 아버지들에게는 가장 아끼는 자식이라는 게 있네."

거인의 시선이 먼곳을 향했다.

"로켄... 세야누스... 세디레... 토가던...  그리고..."
"에제카일 아바돈 챕터 마스터는요?"

"에제카일!"

거인의 목소리가 다소 올라갔다.



"그것은 내가 말할 수 없기에 자네가 직접 판단해야할 이야기겠지만, 그에 대해서 이것 하나만 말해두겠네."

그는 이제 복도의 끝에서 문앞에 섰다.

"에제카일은 내가 절대 못 할 일을 해낼 수 있네. 나를 넘어설 아들이라고 확신하지."



문이 열리고 오직 로드 커맨더를 위한 거대한 규모의 손님맞이용 별실이 펼쳐진다. 단순히 그에 맞추어 크기를 키운 것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배려한 세심한 정성이 느껴지는 공간이였다. 그 가운데에는 베인 블레이드만한 크기의 소파가 자리하고 있었다.

로드 커맨더는 어느새 소파에 앉아 몸을 푹신한 쿠션에 가라앉혔다. 그 모습은 마치 잠시 뒤면 쿠션 속에 그가 빠져 사라질것만 같았다.

리멤브란서 울리톤은 어쩌면 그가 다시 일어난 뒤로 소파에 앉는 것이 처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지금 그는 편안해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그를 가장 총애한다는 이야기가 되지는 않네. 그는 내 총애를 독차지해야할 정도로 나약하지 않아. 그는 홀로 일어선 자이네. 내가 없는 동안 말일세."


파묻힌 소파 속에서 그의 검지 손가락을 치켜든 오른손이 나오며 말했다.



"나는 아버지이네. 모든 아들들을 사랑하지. 에제카일은 강함과 결단력에서 나를 가장 닮았고, 나의 루퍼칼이라 할수있네."

그의 말은 검지에 이어 중지가 펼쳐지며 이어졌다.

"하지만 세야누스에게도 또 다른 장점이 있지. 그가 나의 길... 오해의 여지가 있겠지만, 말하자면 그가 나의 길리먼이였네."

그녀는 무심코 적었던 이름을 지워야했다.



"세디레는 나의 페투라보였고, 토가던은 나의 모타리온이였네. 그리고 로켄은... 그가 나의 펄그림이였네, 하하하."

그의 나머지 손가락이 펼쳐지며 다른 이름들이 거론된다. 하나하나가 제국을 비춘 별이였고 기둥이였다. 호루스가 없는동안 전설이 된 이들.

그들의 이름을 말하며 웃는 호루스의 목소리는 공기가 아닌 워프의 울림으로 머릿속에 직접 전달되었으나, 울리톤에게는 그것이 어떤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그만큼 호루스의 웃음은 맑았기에.




"그리고... 저기 있는 말로구르스트는...

... 자네가 왜 거기있나?"

호루스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그의 시종무관, 빛나지않는 말로구르스트가 있었다.

"오셔야합니다. 로드 커맨더시여."

호루스가 침묵했다. 그의 침묵은 말의 중지가 아닌 이 공간을 멈추는 힘이 있었다.

+ 가겠다 +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렇게 소파 속으로 가라앉아 사라졌다. 잠시후 다시 솟아오른 쿠션에는 아무도 없었다.






---- ---- ----





"그 여인에게 미안하다 전해주도록."


백광의 거인, 다시 일어난 자, 호루스 루퍼칼이 복도를 걸어가며 상황을 보고받는 와중에 말했다.


"내가 다른 일에 묶이게 되었으니,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이다.”


고개를 숙이며 명을 받는 말로구르스트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까지 장인이 만든 대형 소파에 몸을 가라앉힌 주군의 모습이, 주군의 웃음소리가 떠올랐다.

그런 그의 모습이 얼마만이였던가? 1만년 전에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였다. 다시 일어나며 황제 폐하의 백광이 지워버린 모습. 안식이 필요없어진 그에게 겨우 주어진 한조각의 평안이였고, 그것은 그가 지킨 제국이 그에게 선물한 것이기도 했다.

그 짧은 평안을 위해 제국을 지킨다하면 위선인 것일까?

시종무관은 리멤브란서와의 일정을 머릿속에 새기며 주군을 따라 전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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