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원작파괴일지 모르나 마그누스가 들고 있는 창이 궁니르라는 설정임, 원작자가 내리라면 내리겠음.

헤러시 직후, 자신의 형제들을 이끌고 카오스를 소탕하던 마그누스는 어쩌다가 균열의 틈새에 휘말려.
균열의 틈새가 마그누스의 바로 뒤에서 생각치도 못한 사이 너무 갑작스럽게 열려 사우전드 선즈는 틈새로 빨려들어가 사라지는 그들의 주군을 붙잡는데 실패하고 말았어.
그렇게 겨우 정신을 차린 마그누스는 주변을 둘러보았지. 워프의 안인가? 싶었지만 그건 또 아닌거 같아.
그가 떨어진 곳은 마치 드넓은 새하얀 바닥 위 새하얀 하늘이 저 높히 펼쳐진, 색이라곤 붉은 갑옷를 걸친 자신 뿐인 그런 곳이였던거야. 그런 곳에 뭐가 있겠어. 아무것도 없는게 당연하잖아?

마그누스는 거참 신비한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혹여나 카오스의 함정일지 모르니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며 혹시 이 곳에서 나갈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해, 그러다가 저 멀리서 어떤 형체를 발견하는거지.

그 물체는 자신을 향해 돌아보더니 이내 엄청난 속도로 커지기 시작했어. 가까이에서 본 그건 스페이스 마린 같아보이기도 했어. 그것도 상당히 화가 난 얼굴의, 마치 자신을 죽일듯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지. 마그누스가 전투 준비를 마치기 무섭게 그가 가지고 있던 파워 소드로 마그누스의 창을 힘껏 내리쳤어. 그제서야 마그누스는 눈 앞에 있는 자가 누군지 알아채.

위대한 늑대, 늑대 왕, 제6군단 스페이스 울프의 프라이마크, 그리고

젠취의 개, 리만 러스.

물론 마그누스는 상당히 진노했어. 정면전에선 승산이 없으니 젠취의 알량한 주술의 힘을 빌려 일기토를 벌이겠다는 그 의도가 너무나도 추악하게 느껴지는거야. 게다가 지휘관 없이 카오스의 군세에 고립된 자신의 형제들 걱정도 있었지. 그렇게 온 힘을 다해 파워 소드를 뿌리치고 러스에게 반격을 가하려는 순간, 러스가 말했어.

"네 긍지가 땅에 떨어졌구나. 젠취의 지식이 주는 유혹에 네 모든 걸 넘긴게냐, 마그누스?"

그 말을 들은 마그누스는 어이가 없었어. 그거 내가 할 소리잖아. 비록 내 과오로 인해 우리 군단은 쓰라린 아픔을 겪었지만 극복하려고 노력 중인데 지들은 결국 굴복한 젠취의 개가 되어버렸잖아. 잠깐, 근데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해. 잘 보니까 이 리만 러스는 내가 알고 있는 그게 아닌거 같아. 만약 이 자가 내가 알고 있는 그게 맞다면 아무리 승천 이전 모습으로 위장했어도 저 멀리 보였을때 내가 알아채지 못한게 이상해. 그래서 혹시 모르니까 미끼로 프로스페로 얘기를 던져보는거지.

"네 놈이 얼려버린 프로스페로의 복수를 할 시간이 왔노라. 젠취의 개여."

"프로스페로? 아, 궤도 폭격으로 모조리 타버린 행성을 말하는 것이냐?"

서로 하는 말이 다르니 리만 러스도 뭔가 알아채. 이 자는 내가 아는 그게 아니다. 뭔가 있다. 하긴 그게 맞았다면 저 멀리 있을때 알아챘어야지. 그렇게 일단 서로 무기를 물리고 다시 한 번 서로의 얼굴과 인상착의를 발 끝부터 머리 끝까지 다시 주욱 살펴봐. 아무리 봐도 내가 아는 그게 아니야.

시발 그럼 내 눈 앞에 있는 이 마그누스/리만 러스는 뭐지?

여기서 마그누스가 자신이 들고 있는 이 창에 대해 기억하냐면서 다시 미끼를 던져. 러스가 그걸 모를리가 없었지. 저거로 호루스를 찔렀다가 역습 쳐맞고 사경을 헤멨는걸. 이걸로 확실해졌어.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걸.

당사자인 본인들마저도 겨우 이해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다른 이들에게 어찌 설명할 방법이 없어. 서로의 군단이 이 곳에 없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니. 마그누스는 테라로 돌아가 이 상황에 대해 털어놓는다면 어떻게든 자신을 뒷방으로 보내버리려고 기를 쓰는 아바돈과 쟤 드디어 맛이 갔다며 실실 쪼개는 페투라보, 거기서 한 술 더 떠 멍청이 고깔 모자를 씌워주며 낄낄대는 모타리온의 모습이 선했고 러스는 재미없는 울트라마 500세계 깔깔 개그로 상황을 무마하려는 길리먼과 혀를 끌끌 차며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코락스, 말이 끝나자마자 카오스의 주박이 씌었다며 주먹부터 후려갈길 돈의 모습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했어. 프라이마크들의 초지성으로도 답이 안나오는 상황인거지.

그렇게 답도 없는 이 상황에 둘 다 한숨만 푹푹 쉬다가 러스가 먼저 말을 꺼내. 그 곳의 나는 진짜 젠취의 개가 되어버렸냐고. 마그누스는 그대에겐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말하지. 러스는 이 곳의 너도 마찬가지라면서 카오스에 휘말린 자의 말로는 결국 모든 걸 잃는다는 참담한 사실만 다시 깨달고 말아. 그렇게 서로 대화를 시작하면서 서로의 상황에 대해 말하기 시작해. 겉으로 보기에는 둘이 멀쩡하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하나가 듣건 말건 서로에게 가진 죄책감, 군단을 이끌었던 프라이마크로써의 책임감, 앞길이 암울한 인류에 대한 걱정 등등 때문에 그냥 자기 할 말만 주루룩 늘여놓는 중이었지. 그래도 들을 말은 다 듣고 있던 둘은 서로의 한탄이 끝나자 고생이 많다며 세상 참 지랄같다고 서로를 토닥이지만

그런 둘의 축쳐지는 분위기는 좆까잡수라는듯 갑자기 젠취의 끄나풀이 된 자신들이 거의 코 앞에 등장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한탄하던 둘도 프라이마크는 엉덩이 들이밀고 따온게 아닌지라 재빨리 전투 태세를 마치고 데몬 프라이마크가 되버린 자신들의 공격을 맞받아쳐. 그리고 다른 세계에서 온 자신들의 카오스 신에게 집어삼켜져서 타락한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모습을 보고 입이 떡 벌어지지.

황제 폐하 맙소사, 서로의 말이 전부 사실이었던거야.

중간에 나온 라이오넬 모타리온이 마그누스 머리에 씌운 멍청이 고깔 모자가 뭐냐면

여기서 티미가 쓰고 있는 저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