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연금술사야.
푸름이 속삭인다.
손을 놓아라. 그저 떨어지면 된다.
그리하면 마법의 폭풍이 너를 감쌀지니.
네가 그토록 바라던 깨달음으로 말미암아
너는 날개와 함께 날아올라 승천할 것이다.
그저, 손을 놓아라.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는 손을 놓고 싶었다. 이보다 쉬울 수 있겠는가? 그저 더 이상 부정하지 않고, 그렇다며 받아들이면 그것으로 끝나는 문제였다.
그냥 놓고, 떨어지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먄 된다.
정말 유혹적이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절대로.
왜냐면 정해진 운명대로 자신은 죽어야하니까.
지난 수세기에 걸쳐 놈의 실수가 있다면, 자신에게 미래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1만년간 몰락한 제국에서 고통받은 끝에 죽어가는 미래를.
끔찍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좋다.
그것이 바닥이라면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절벽을 짚은 손이 흔들린다.
절벽이 요동치는 것일까.
아니면 건틀렛이 망가진 것일까.
사실, 어느쪽이든 상관없다.
그는 절벽을 계속 오른다.
푸름이 그를 비웃는다.
영원히 절벽을 올라도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저항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그 말이 푸름의 두번째 실수였다.
어쩌면, 그가 그럼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오래전 자신의 두번째 아버지가 똑같은 소리를 하지 않났다면,
자신은 굴복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현실은 돌이킬 수 없는 법.
오만과 실수는 돌려주어야한다.
푸름은 그를 연금술사라 부른다.
그래서였나?
자기와 같은 마법사라고 나를 눈독들인 것이였나?
그렇다면 그것이 푸름의 3번째 실수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연금술을 연구한 것은 사실이다.
독과 약, 온갖 화학물질을 연구하고 화학 병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더스크 레이더(Dusk Raiders)를 데스 가드(Death Guards)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가 저 빌어먹을 푸르딩딩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고대 테라의 연금술에는 타블라 스마그라디나(Tabula Smaragdina)라는 개념이 있었다. 에메랄드 타블렛(Emerald Tablet)이라고도 했지.
그것은 세상의 모든 진리가 하나의 취옥 서판에 한줄로 적힐 수 있다는 것이였다."
다시금 손을 뻗어 절벽을 올라가며 되뇌였다.
"그러나 고대의 쉬타카두르(Chikkamagaluru)가 이르기를, 그것은 상징이라고 했다. 깨달음의 여정을 의미하는 상징.
그는 에메랄드 타블렛은 묘비를 상징한다고 했다. 모든 이가 죽어 한 단줄이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손으로 잡은 곳이 갑자기 물러지자 다른 곳을 잡으며 독백을 이어갔다.
"연금술에서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들의 여정은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였다. 그것을 포용하는 것이였지."
사실 그는 헤엄치고 있었다. 정확히는 아니였지만, 마치 그런 것이나 다름없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망망대해를 헤엄치며 나아가는 표류.
"푸름이여, 너 또한 천상의 떠있는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언젠가 너 또한 사라지고, 워프는 평온해지겠지.
끝없는 변화..
영원한 진리는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너는 그것을 위해 승천하라며 그것을 구원이라 부르지."
푸름이 귓가에 쉿쉿거린다.
당연히 듣지도 않는다.
"오직, 이 순간.
의지만이 실재하며 인내만이 이를 지탱한다.
무엇도 견딜 수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등 뒤의 끝없이 펼쳐진 하늘이 요동친다.
"기만스러운 푸름이여,
아버지의 이름으로 내가 선언한다.
너는 오늘 3번째로 패할지어다."
폭풍과 함께 천둥이 치고, 그는 미소 짓는다.
이곳에서의 수 세기 동안, 그를 놀리는 것은 유일한 오락이였다.
그는 다시금, 조금 전에 사라졌던 별을 향해 절벽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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