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내 형제여?"

루시우스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하며 드레드클로의 다른 탑승객에게 손짓했다.

"영광스러운 전투를 앞두고 있는 나의 사랑스러운 형제들을 위해 준비한 게 있나?"

아포테케리의 복스-그릴에서 저음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분노도, 한숨도 아니었다. 그는 띠로 손을 뻗었고, 가슴팍의 딴띠에서 얇은 유리병 몇 개를 꺼내들었다. 팔라틴 블레이드들은 그들 사이에 창백한 자주빛 액체가 나타나자 몸을 기울였다. 그들의 몸이 잔뜩 긴장함과 동시에 하네스에서 뿌드득 거리는 소리가 났다.

"우리가 구비하고 있는 것 중에서 마지막 분량이네"

체사레가 경고했다.

"재료를 보충할 때까지 사용을 제한해야만 해. 재료를 충분히 회수하지 못하면 합성할 수 없네"

체사레가 콧방귀를 꼈다.

"애초에 회수할 껀덕지가 있기나 한다면 말이지"

"물론이지"

루시우스는 체사레의 말을 거의 한쪽 귀로 흘리며 체사레의 손에 들린 유리병을 잡아챘다. 아포테케리는 영생자에게 전투 도중에 효과를 잃을 수 있으니 전투 직전에 복용하라고 조언했을 테지만, 동시에 조언은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루시우스는 얇은 유리병을 옆으로 흔들었고, 다른 전사들이 흔들리는 유리병을 잔뜩 굶주린 시선으로 쫓는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뒤로 몸을 기댄 채 루시우스는 유리병을 장갑의 인터페이스 기기에 끼워 넣어 액체를 그의 혈류에 주입시켰다.

고르지 못한 숨소리와 함께 루시우스는 과거의 모습을 돌아왔다. 그의 신경이 영광스러운 감각으로 타오르던 그 날로. 그의 모든 검격과 그에게 안겨진 모든 상처들이 그를 비틀거리게 만들 정도의 압도적이고, 황홀한 쾌락을 안겨주던 그곳으로. 그의 신경을 침식한 무감각은 사라졌고, 그는 자유로이 두 팔 벌려 가장 어린 신이 안겨준 선물을 받아들였다.

루시우스는 그의 투구가 좌석과 부딪히는 와중에 황홀함으로 거의 울음을 터트릴 뻔 했다. 달콤하기 그지 없는 행복이 그의 심장의 이단적인 전쟁 북소리로부터 터져나오며 그의 몸을 타고 흘렀다. 그의 집중이 돌아오자 그를 향한 목소리들은 사라졌따. 그의 감각은 날카로워졌다. 마치 평생동안 안개 속에 산 사람에게 베일이 사라진 것과 같았다. 그의 주변 환경이 풍기는 냄새가 돌아왔다. 강철과 오존, 기름과 가루 냄새. 그는 자신의 땀과 여전히 그의 혀에 남은 피의 맛을 보았다. 

그는 체사레가 기이한 수준의 명료함으로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청각은 어느 때보다 조율된 상태였다. 

"나머지 형제들에게 분배하나, 영생자?"

루시우스는 낮은 목소리로 낄낄거렸다. 

"물론이지, 나의 사랑스러운 형제여. 부탁하네"

체사레가 남은 영약들을 분배하는 동안 다른 스페이스 마린들은 손을 허우적거렸다. 그들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영약을 붙잡았고, 군단병들은 영약을 그들의 갑옷 안으로 투입시켰다. 그들의 무기력함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대신 침착함과 날카로운 집중력으로 대체됐다.

전사 중 한 명의 장갑이 경련하며 영약을 떨어뜨렸다. 유리병이 그의 손아귀에서 회전했고, 드레드클로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났다. 군단병은 굳어버렸다. 유리병의 액체들이 그의 군화 주위로 퍼져나갔다.

"루비탈리, 이 병신 새끼!"

체사레가 매섭게 말했다.

"안돼,"

루비탈리가 중얼거렸다. 체사레와 자주빛 웅덩이와 산산조각난 유리조각 사이로 시선을 옮겨대는 그의 투구는 벌벌 떨리고 있었다.

"안돼. 난 암브로시아가 필요하다고. 안돼!"

루비탈리가 몸부림치자 그를 속박한 하네스가 소리를 냈다. 그는 팔을 휘저으며 바닥을 긁어냈다. 루시우스는 군단병의 투구 안에서 긁는 소리가 얕게 들려오는 것을 눈치챘다. 루비탈리는 자극제를 그의 투구 안으로 집어넣으려고 한 것이다. 청아함을 부여하고 무감각해진 신경을 깨워주는 마약에 너무 절박해진 나머지, 루비탈리는 본인 스스로를 얼마나 망신스럽게 하는 지도 눈치채지 못하는 중이었다.

다른 전사들은 마약이 안겨주는 청아함에 잔뜩 집중하고 있는 나머지, 루비탈리를 무시했다. 3군단의 몰락과 함께 상실한 것들 중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바로 동정심이었다. 루비탈리는 절규했다. 그의 투구에서 기계음이 섞인 울음소리가 터져나왔고, 무의미한 분노의 울부짖음이 발진에 돌입하려는 드레드클로 선체의 강철 진동음을 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