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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인류의 주인 2장 (1) - [왕이 될 소년]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14 00: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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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왕이 될 소년]
[거짓 신의 이름]
[불가능의 도시]


왕이 될 소년은 자기 아버지의 해골을 양손에 들고 있었다. 소년은 그것을 천천히 돌려보며, 자신의 손가락 끝을 살점 없이 매끈한 뼈의 윤곽을 따라 훑어보았다. 지면의 흙으로 여전히 갈색으로 얼룩져 있는 엄지가, 미소 짓는 것처럼 벌어져 있는 무딘 상아빛 이빨들을 따라 훑어 내렸다.


소년은 눈을 들어 다른 해골들이 놓여 있는 돌 선반을 바라보았다. 해골들은 조용히 주변을 경계하듯, 어두운 오두막 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해골들의 눈은 매끄러운 돌맹이들로 교체되어 있었고, 그 안면부는 조악한 찰흙 공예로 복원되어 있었다. 그곳은 소년이 아버지의 얼굴을 재현하는 곳이었다. 소년은 축축한 진흙을 빚고 부싯돌로 만든 조각칼을 천천히 그어 익숙한 표정을 만들어낸 뒤, 해가 높이 떴을 때 그 해골들이 햇빛에 마르도록 하였다.


소년은 자신이 충분히 매끄럽게 만들어진 해골들을 두 점 정도 해안가의 상인들과 물물교환한다면, 조개껍질들로 해골의 눈을 붙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소년은 빠른 시일 내에 교환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전통적으로 그래왔으니까.


일단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해답이었다.


소년은 한 번 더 해골을 돌려보며, 해골에 너덜너덜하게 뚫린 구멍을 엄지로 훑었다. 진실을 알기 위해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길 필요는 없었다. 아버지의 영혼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해주기를 기도할 필요도 없었다. 소년은 그저 아버지의 해골에 난 구멍을 매만지고는, 단번에 깨달았다. 소년은 등 뒤에서부터 청동 칼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가 진흙 속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지금 이 순간까지 일어났던 모든 것을 보았다.


왕이 될 소년은 자기 가족의 오두막 바닥에서 일어나, 정착지로 걸어나갔다. 아버지의 해골은 여전히 한 손에 들린 채였다.


진흙은 구워 만든 벽돌을 쌓아 만든 오두막들이 강가 양쪽 편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떨어지는 노을의 눈동자 아래에서, 동쪽의 밀밭들은 마치 칙칙한 금빛 바다들을 이어 붙여 놓은 것만 같았다. 마을은 단 한시도 조용한 적이 없었다.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나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은 대화를 나누고, 웃음을 터트리고, 또 서로 싸워댔다. 개들은 주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리고 먹이를 달라 징징대기 위해 짖어대었고, 바람은 관목들을 쓸며 노래하게 만들었다. 나뭇잎들이 사라락거리는 소리와 나뭇가지들이 삐걱대는 소리가 영원히 울려 퍼질 노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소년이 곁을 지나가자 지저분한 모습의 개 한 마리가 으르렁거렸지만, 소년이 시선을 한 번 슥 주는 것만으로 개는 깽깽거리며 도망쳐버렸다. 굽은 등에 사악한 눈을 지닌 시체매들이 마을 위에서 울음소리를 내었다. 소년이 다가가자, 누더기를 입은 아이들의 무리가 옆으로 비켜섰다. 아이들이 하고 있던 공놀이는 언제 시작했냐는 듯 끝나버렸고, 아이들은 눈을 내리깔기에 바빴다.


소년은 조금도 길을 헤매지 않고, 맨발로 아버지의 형제의 집으로 똑바로 걸어갔다. 밭에서 보낸 세월로 인해 검게 탄 피부가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사내는 진흙 벽돌 집 밖에 앉은 채, 자신의 막내딸을 위해 실에 구슬들을 꿰고 있었다.


소년의 숙부는 소년의 이름을 의미하는 소리를 외쳤다. 그 인사에 대한 답변으로써, 소년은 아버지의 해골을 들어올렸다.


이 사건이 있은 뒤로 수 세기가 지난 뒤에 생겨날 발달되고 문명화된 문명의 시민들조차도 심근경색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심장의 혈관이 죄여 들며 생기는 그 맹렬한 격통은, 더 이상 심장의 혈관들을 깨끗하게 흐르지 못하게 된 피로 인해 심장의 근육 조직들에 손상이 가면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더 이상 산소를 전달해주지 못하는 윤활유로 기능을 하고자 발버둥을 치면서, 인간의 중심부가 말라버리는 것이었다.


소년의 숙부가 자신이 살해한 형제의 해골을 보았을 때, 바로 그와 똑같은 일이 그에게 일어났다.


왕이 될 소년은 그 모습을 회한도, 딱히 적의라 할 것도 없는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배신자의 심장 위를 꽉 그러쥔 채, 자신의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 진흙탕 속으로 쳐박히는 숙부의 모습을 그저 계속 바라보았다. 소년은 햇빛에 탄 숙부의 얼굴이 추하고도 팽팽하게 구겨지는 것을 보았다. 극도의 고통에 나이 든 남자는 경련하기 시작했다. 소년은 숙부의 손에서 목걸이가 스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어린 사촌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던 목걸이는, 이제 영원히 미완성인 채로 남게 되리라.


다른 이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울부짖고 있었다. 그들은 후대에 히타이트 방언의 초기 조상어로 알려지게 될 원시 인도-유럽 언어로 공황과 슬픔을 의미하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다.


소년은 자기 가족의 오두막으로 방향을 돌려 걸어갔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소년은 자신의 곁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는 황금 갑옷을 입은 거인의 형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구의 전사의 얼굴에는 노르다프릭* 전쟁 부족의 문신이 관자놀이에서부터 둥근 광대뼈까지 구불구불 새겨져 있었다. 전사의 검은 피부에 대비되는 하얀 물감이 입 바로 아래의 턱까지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그려져 있었다.


(*역주: Nordafirk. 현재의 북아프리카로서, 노르다프릭 콘클라베라는 테크노 바바리안 국가가 있었다. 이 콘클라베는 통합 전쟁 이전에 라이벌 국가였던 러시아-중앙아시아-중국 포지션의 우르쉬에게 패배하고 멸망. 이 이야기는 호루스 라이징에서 로켄이 신더만한테 빌려다 읽었던 우르쉬 연대기에 자세히 나오니 참조.)


“안녕, 라.” 소년은 수천년 간 이 세계에서 말해질 일이 없을 언어로 말했다. 그 언어는 그것으로 말하게 될 이들에 의해 하이 고딕이라고 불릴 언어였다.


황금빛 전사, 라는 한쪽 무릎을 땅에 꿇고 지난 수천년 간 볼 수 없었던 테라의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화에 휩싸이지 않은 깨끗하고도 풍족한 땅. 그곳은 테라-Terra가 아니었다. 그곳은 아직 지구-Earth였다.


거인이 무릎을 꿇고 소년이 그 앞에 서있으니, 두 사람이 눈을 마주보기에는 훨씬 편하였다.


“나의 황제시여.” 커스토디안이 말했다.


소년은 거인의 견갑 위에 한 손을 얹었다. 소년의 손가락은 견갑에 새겨진 고귀한 독수리 형상에 대비되어 검게 보였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손바닥은 농사일로 이미 거칠어져 있었다. 소년은 손바닥으로 독수리의 날개들 중 하나를 쓸어 내렸다. 소년은 사색적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극도로 고요하다고 표현해야 할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년은 미소 짓지 않았다. 언젠가 이 소년이 자라나 될 사내도 결코 미소를 짓는 법이 없었다.


“이 기억은 제게 한 번도 보여주신 적이 없었던 것이로군요.” 라가 말했다.


소년이 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 그랬었지. 이곳이 바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곳이다, 라. 이곳, 사카리아 강-Sakarya River의 강둑에서 말이다.” 소년은 연륜 깊은 눈동자를 돌려 강을 바라보았다. “이리도 많은 물이. 이리도 많은 생명이. 만일 내가 이 은하계의 신비에 대해 실망하였다고 한다면, 그것 까닭은 오직 우리가 이처럼 훌륭한 요람에서 자라나기에 족하였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는 것일 것이다. 한때 이곳에는 배울 것이 정말로 많았지. 정말 아주 많았었어. 네가 한때 이 땅이 어떠했는지를 보게 되어 기쁘구나.”


생각에 잠겨 집중이 다른 데로 가 있는 소년의 어조에 라는 그저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라는 이전에도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다. 마치 라, 그 자신의 목소리처럼 익숙한 다른 이의 목소리로.

“이 기억을 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하.”


소년은 라를 바라보았다. 라의 내면을 뚫어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커스토디안의 흉갑 위에 새겨진 독수리 인장으로부터 손을 떼어내었다. “네가 참패한 것이 느껴지는구나. 카다이-Kadai야삭-Jasac과는 더 이상 감응을 할 수가 없다.”


“카다이는 사흘 전에 전사했나이다, 내 왕이시여. 야삭은 카다이가 죽기 2주 전에 쓰러졌습니다. 남은 천부장-Tribune은 저뿐입니다.”


소년은 눈 한 번 깜빡이는 일 없이 라를 응시했다. 라는 그 눈빛 속에서 놀라움으로 움찔거리는 듯한 미세한 기색을 엿보았다. 소년은 알 수 없는 모종의 고통으로 인해 주춤거리고 있었다.


“폐하?” 커스토디안이 대답을 재촉하였다.


“마그누스의 오판에 뒤따라 쏟아져 나온 군세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한 방울, 두 방울이 떨어지는 것에 불과했으나, 곧 노도와도 같이 쇄도하였고, 이제는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불어 닥치는 폭풍의 바람이 되었구나.”

“폐하께서는 적들을 저지하실 것입니다, 폐하.”

“나의 충성스러운 커스토디안이여.” 소년이 부드럽고도 천천히 색색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소년의 목은 결핵에 걸린 사람처럼 덜그덕거리고 있었다. 아주 잠시지만 소년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었다. 소년의 코로부터 피가 흘러나오고, 입술 끝에 방울져 매달렸다.


“폐하? 부상을 입으신 것입니까?”


소년의 눈빛이 맑아졌다. 소년은 지저분한 손등으로 피를 닦아 내었다. “아니. 에테르의 압력 속에서 새로운 존재가 느껴진다. 무언가 오래된 것, 아주 오래된 것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라는 소년의 설명을 기다렸지만, 소년은 자신이 말한 바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나를 위해 일을 하나 해주어야겠다, 라야.”


“그 어떤 일이라도 따르겠나이다, 나의 왕이시여.”

제네티아 크롤-Jenetia Krole에게 내 전언을 전해다오. 그녀에게 이르기를….” 소년은 망설이더니, 곧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크롤에게 무언의 윤허-Unspoken Sanction을 시행할 때가 되었다고 이르거라.”


“폐하의 명령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폐하.” 소년의 명령은 라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했다. 하는 다시 한 번 소년의 설명을 기다렸다. 다시 한 번 설명을 거부당했다.


“카다이는 어떻게 죽었느냐?” 아이가 물었다.


“외곽 터널들이 함락되었습니다, 나의 왕이시여. 적들의 무리가 공격해왔을 때 카다이는 불가능의 도시-Impossible City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카다이의 전위대와 합류하여 전위대의 후퇴를 지원하려 하였습니다만.” 라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저를 사하여주소서, 폐하. 저는 최선을 다하였나이다.”


“외곽 터널의 적들은 어찌 되었느냐?”


“레기오네스 아스타르테스의 반역자들이 불생자(不生者)-Neverborn들의 무리에 합류했습니다. 세계의 포식자들-The Eaters of Worlds, 복음의 전도자들-The Bearers of the Word, 호루스의 자손들-The Sons of Horus까지 말입니다. 아군의 선도(先導) 부대들은 안개 속에서 타이탄들과, 그에 준하는 크기의 존재들의 형체를 발견하였습니다. 적들이 주 동맥과 제 2 모세관들로 밀려들고 있습니다.”


소년의 검은 눈동자 뒤편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사고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불가피한 일이었다. 우리 모두 놈들이 이 전쟁이 끝나기 전에 웹웨이로의 입구를 발견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 너희의 곁에는 레기오 이그나툼-Ignatum이 있다, 라야. 사이온 오브 비질런트 라이트-Scion of Vigilant Light가 너희 곁에 있다. 너희는 버텨낼 것이다.”

“남은 모든 병력을 불가능의 도시로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외곽 터널들은 함락되었습니다, 나의 왕이시여. 그곳을 탈환하기에는 적의 병력이 너무도 압도적입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소년은 그것을 용납하며 말했다. “칼라스타-Calastar에 방어선을 구축해라. 적들을 가능한 최대한 저지하도록 하여라. 또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느냐?”


“디오클레티안을 지상으로 보내 더 많은 전사를 요청하도록 했습니다. 모을 수 있는 병력은 모두 모아오도록 했습니다. 나의 왕이시여, 만인대(萬人隊)-The Ten Thousand는 출혈이 극심하며 침묵의 자매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허나 만일 폐하께서 아주 잠시만이라도 옥좌를 비우신다면, 폐하, 저희는 마그누스의 우행이 일으킨 재앙을 깊숙이 되밀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수백 개의 터널들을 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황금 옥좌를 떠날 수 없다.” 소년이 퉁명스럽고도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폐하….”


“나는 황금 옥좌를 떠날 수 없다. 만일 그리 한다면 황궁 지하실-Imperial Dungeon과 불가능의 도시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통로들은 무너져 내리고, 워프의 생명체들이 그곳에 넘쳐나게 될 것이다. 너는 홀로 싸워야만 한다, 라. 홀로 포위된 채로 말이다.”


“하지만 저희는 폐하께서 저희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실 때까지 적들을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카다이도 내게 너와 같은 요청을 하였고, 그 전에는 야삭과 헬리오스-Helios가 그리 하였었지. 만인대의 모든 일원들은 수많은 시대를 거쳐 터득한 유전학의 비전(秘傳)들을 담고 있다. 너희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유일무이한 존재들이지. 결코 다시 재현해낼 수 없는 예술 작품들이다. 내가 다른 많은 이들을 생각 없이 소모시켜버릴 지라도, 너희들의 목숨에 있어서만은 나는 인색할 수밖에 없다. 만일 다른 방도가 있었더라면, 나는 결코 만인대에게 이처럼 불 속으로 뛰어들라는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도 그 사실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폐하.”


“아니. 넌 이해하지 못한다.” 소년은 두 눈을 감았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 순간, 인류의 꿈은 사멸한다.”


“폐하의 말씀이 옳으십니다, 나의 왕이시여.”


소년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쓸어 내리며,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살짝 감쌌다. “기계교의 작업은 어찌 되어가느냐? 멘델-Mendel은 어찌 되었느냐?”


아드넥토르 프라이무스-Adnector Primus*는 죽었습니다, 폐하. 외곽의 터널들이 붕괴하기 시작할 때에 쓰러졌습니다.”

(*역주: 의역하자면 제 1 연결자​)


소년은 라의 응시와 시선을 마주쳤다. 라의 검은 눈동자는 싸늘했다. “멘델이 죽었다고?”


“주 동맥들 중 한 곳의 연결 교차로에서였습니다. 카다이의 전위대에 속해 있었습니다. 제가 멘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적들 사이로 길을 뚫어냈나이다.”


소년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었다. 마치 아이의 껍데기를 보는 것만 같았다. 너무 이른 나이에 죽어버린 소년의, 보존된 시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나의 왕이시여?” 라가 재촉하듯 물었다.


“이 전쟁은 너의 몫이다.” 집중력을 잃어버린 채, 소년은 말했다. “만인대와 침묵의 자매단은 반드시 웹웨이를 지켜내야만 한다. 만일 네가 나를 실망시킨다면, 인류 역시도 실망시키게 될 것이다.”


“폐하를 실망시켜 드리느니 차라리 그 전에 죽음을 맞이하리이다, 존귀하신 분이시여.”

다시 한 번, 소년이 몸을 움찔거렸다. 이번에는 당황해서라기보다는, 겁에 질려서 몸을 떠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소년의 눈동자에 공포심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틀림 없는 고통의 기색이 눈동자에 번쩍이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눈빛에 소년의 의식은 다시 현재로 되돌아왔다. “제국을 위한 전쟁에서 말카도르와 7호-The Seventh의 패색이 짙어져가는구나.” 소년이 말했다. “비극적인 일이지. 하지만 내가 살아 숨쉬고 있는 동안에는 되돌릴 수도 있는 비극이다. 인류제국-Imperium은 결국 그저 하나의 제국일 뿐이다. 무지로부터의 구원을 통해서던지, 반역자들의 손아귀에서 탈환해내서던지, 제국은 재정복해내면 될 일이다.”


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지만, 그것은 그저 지치고 괴로워 입가에 호선을 그렸을 뿐인 행위였다. “저희는 아주 많은 반역자들을 상대하고 있나이다, 나의 왕이시여.”

소년의 입가 양쪽이 음푹 들어갔다. 그 표정은 미소가 아니었다. 단 한 번도 미소였던 적이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경련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떨림이었다. “반역자들은 늘 존재해왔다, 라야. 만인대가 아샤릭을 침묵시켰을 때-Asharik Silencing 이후에도 나는 네게 반역보다 훨씬 더 끔찍한 죄가 한 가지 존재한다고 누누이 말해주었었지.”


“실패 말씀이십니까.”


“실패 말이다.” 소년이 라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이제 그 말은 진실이 되었다. 그때도 그러했고, 언제나 그러했듯이 말이다. 여기서 실패해서는 안 된다, 라야. 이 전쟁은 인류의 영혼을 위한 전쟁이다. 웹웨이가 바로 그 전장이다.”


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하던지 쓸모가 없을 것이었기에. 라는 시선을 돌려 원시 인류의 낙원을 바라보았다. 진흙 오두막과 밭을, 그리고 무기가 들리지 않은 그들의 손을. 이처럼 무구할 수가 있을까. 이리도 믿을 수 없으리만치, 끔찍하도록 무구할 수가.


16호-The Sixteenth가 스스로 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테라를 향해 항해해오고 있다.” 소년이 말했다. “내가 그것을 일부러 용인하였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느냐? 일개 무기 따위가, 잘못된 손에 들려서는 한 종족 전체의 군주로 올라서려 하는 것이다. 테라는 첫 해가 뜨기도 전에 잿더미가 되어버리겠지.”


라는 아이의 목소리에 돌연히 묻어나온 냉기에 마른침을 삼켰다. “폐하, 일체 온전하시나이까?”


소년은 주변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높이 자란 곡식을 묶은 단들을, 다른 모든 남녀들과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마을의 주민들은 마치 소년과 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두 사람을 무시하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내가 유년기를 보냈던 장소이다. 흙밭에서 일하고, 땅으로부터 생명의 소산을 거두었지.”


커스토디안이 고개를 숙이자, 갑옷의 목가리개에 달린 서보 장치들이 웅웅 떨리는 소리를 내었다. “보고드릴 것은 모두 드렸나이다, 폐하. 어째서 저를 이곳에 계속 두고 계시나이까?”


“그럼으로써 너를 계몽시키기 위함이다.” 소년이 대답하였다. 소년의 목소리에 담긴 인내심은 거의 초자연적인 경지까지 도달해 있었다. “저 사내가 죽는 것을 보았겠지?”

라는 마을 사람들이 쓰러진 남자 주위로 몰려들어 있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바라보았다. 느슨하게 모여들어 있는 지저분한 차림의 사람들은 흐느껴 울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보았습니다.”


“저 사내는 나의 숙부였다. 내 아버지의 형제였지.”


“그리고 폐하께선 저 자를 죽이셨지요.” 커스토디안은 아무런 감상도 담기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그래. 저 사내는 나의 아버지를 등 뒤에서 날카로운 청동 조각으로 찔러 죽였다. 칼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조악하게 만들어진 청동 조각으로. 인간은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수 세대간 서로를 죽여왔다. 하지만 내게 의미가 있었던, 내 존재를 송두리채 바꾸어놓은 살인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바로 계몽이었지.”


소년은 잠시 말을 멈추고, 라의 시선을 따라 시끌벅쩍한 마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역사상 최초의 살인 역시 형제 살인이었다.” 소년은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이 있기 수천 년 전, 인류의 남성과 여성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모습보다는 여전히 유인원에 더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을 때 있었던 일이었지. 하지만 나는 거기에 의구심을 품었다. 어째서 사람은 늘 자신의 형제를 죽이는가? 그것은 어째서인가? 어쩌면 그것은 진화의 흐름, 혹은 인류의 속 중심에 뿌리 깊이 새겨진 감정적 취약점일지도 모르지.”


라는 고개를 저었다. “저로서는 그와 같은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나이다, 폐하. 제게는 형제가 없으니 말입니다.”


“방금 것은 내 스스로에게 반문한 것이었느니라, 라야.” 소년은 숨을 들이마셨다. “이 밤은 살인이 일어났기에가 아니라, 정의가 구현되었기에 특별한 밤이었다. 내 숙부의 행동에 대한 처벌로써 나는 그의 심장 기능을 멈추고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지. 후대에 이러한 행위는 동해보복법-Lex Talionis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 보복법, 혹은 더 간단히 말하자면, “눈에는 눈”이 되겠지. 이것이야말로 정의 그 자체다. 세월을 거쳐가며 수백 개의 인간 문화에서 이와 같은 정의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어떤 문명은 야만적인 행위를 통해서, 또 어떤 문명에서는 공평하고 계몽적이라 믿는 이상을 위해 그리하겠지. 허나 분명한 것은 이 행위가 우리 종족의 골수를 따라 내려져 오는 계율이라는 것이다.”


라는 흐느끼는 인간들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라는 자신의 주군의 말을 들었고, 그는 그 뒤편에 숨겨진 역사와 철학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철학의 까닭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 불가능한 채였다. 라가 품고 있는 의심은 그의 표정 위로 그대로 드러났고, 소년은 그것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이곳이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라 말해주었었지.” 소년이 말했다.


“문화가 말씀이십니까?” 라가 대답하였다. “아니면 문명이 말씀이십니까?”


소년의 짧은 침묵은 라에게 그가 잘못 추측하였음을 알려주었다. “분명 그것들의 시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니다, 라야.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말이다. 너는 여기서 문명의 요람으로 걸어갈 수도 있다. 인간의 남녀들이 최초의 도시를 세워 올린 곳이지. 내가 이 마을을 떠나고 난 다음으로 갈 곳이 바로 그곳이지. 그 여정은 곧 있으면 시작될 것이다. 허나, 내 대답은 아니, 다. 내가 말한 시작은 그런 것이 아니니라.”


소년은 조금 전 오두막 안에서 그리 했듯이 양손에 든 해골을 돌려보았다. ”이곳이 바로 내가 우리 종족의 뒷면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 배운 곳이다. 이 저녁에, 내 아버지의 해골을 들고 어떻게 우리 부족의 장례 의식 문화에 따라 내 아비의 얼굴을 복원할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내가 내 아버지가 살해되었음을 깨달았을 때, 그것은 전 인류의 심장 속을 파고든 계시가 되었다. 이곳은 아직 네가 필요 없었던 세상이다, 라야. 이곳은 황제의 호위대가 필요 없었던 세상이었지. 이 세상에는 아직 황제도, 군벌도, 정복자들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지. 그리고 법에 대해서도.”


“지도력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이시로군요.” 커스토디안이 말했다.


“그것과는 다르다. 모든 마을들에는 이미 지도자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모든 가정에는 남자든 여자든 가장이 있었지. 나는 왕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법을 주고, 문화를 지배하는 자들을. 그저 질서를 줄 뿐이 아니라, 그의 결정들이 하나의 문명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그런 자 말이다. 이 밤은 내가 인류는 지배 받아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은 밤이었다. 인류는 믿을 수 없는 종족이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주인이 필요한 종족이지. 인류는 반드시 인도 받고, 적합한 형태로 빚어져야만 하며, 법에 속박되어야만 하고, 종족 최고의 지성이 설계한 길을 따라야만 한다.”

라는 자신이 밟고 있는 땅의 습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수 세기 뒤에 그곳이 겪게 될 약탈자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땅의 공기를. 라는 공기 중에서 노동자들의 땀 냄새와, 강물 속에 담긴 광물의 냄새를 맡았다. 그는 진정으로 훼손되지 않은 순결한 세계의 감각에 자신의 피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느꼈다. 라는 오직 가장 기초적인 기술만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결핍되어 있는 이 조악한 사람들을 동경하지는 않았으나, 그 종족의 겸허하기 그지없는 태초기에 대해서는 경외심을 느꼈다. 만인의 숭배를 받는 황제가 이러한 태동기에 태어났다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참으로….


라는 소년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라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검은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뺨 위로 그려진 전쟁 부족의 문신을 구부려 미세한 미소를 만들어내며, 의구심을 표출하였다.


“이 일이 진정으로 일어났었나이까, 폐하? 폐하께서는 진정으로 이 땅에서 태어나신 것입니까?”


왕이 될 소년은 손 안에서 해골을 돌렸다. 소년의 목소리는 이미 집중력을 잃고 흐릿해져 있었다. “달이 높게 뜨면 찾아오는 해안가의 상인들과 물건을 바꿔야지. 아버지의 눈으로는 조개 껍데기를 쓰겠어.”


“나의 왕이시여?”

소년은 라에게로 고개를 돌리고는, 언젠가 그가 되게 될 군주의 목소리로 말했다. 소년은 손가락 끝을 커스토디안의 이마에 가져다 댄 뒤, 갑작스레 힘을 불어넣었다.


+라야, 일어날지어다.+



────────────────────────────────────────────────────────────


역시 어린 시절부터 범상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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