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확인은 안되었지만 나무위키에서 읽었던 라그스의 서술을 보면

"이시카와 켄의 작품들에 공통적으로 언급되거나 암시되는 우주적 존재로, 그 본질은 허무 그 자체로 표현되는 거대한 무언가로 묘사된다. '마수전선'에는 라그스의 파편 중 극히 일부가 지구를 파멸시킬 거대 운석으로 등장했으며, 본작의 시공진동의 틈도 그 일부로 추측된다. 이시카와 화백은 최종적으로 모든 작품의 캐릭터들이 라그스와 싸우는 '허무전기'를 대단원으로 구성했지만 급사하여 미완성인채로 남았다."

라고 적혀있는데...

https://arca.live/b/getterrobo/29480389?p=2

진 마수전선의 엔딩을 보면 비단 이 작품의 종족 외에도 뜬금없이 겟타의 진화를 암시하는듯한 "무기를 사용해 우주를 소멸시키는 기계 괴물"이란 묘사가 나오는데... 만약 이게 정말 겟타의 이야기라면 위의 서술과 연관되어 이시카와 켄이 진짜 시도하려 한 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짐

정말 자신의 모든 작품을 총집합해서, 라그스라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존재에 대항해 싸우는 대전쟁을 그리겠다는, 본인 인생을 마무리짓는 완결편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

라그스는 세포 하나만으로도 최종보스급 힘이고 우주를 만들고 부수는건 제멋대로에 크기는 무한, 허무 그 자체에... 아무튼 온갖 세보이는 코스믹 호러 미사여구는 다 붙은 초딩 설정놀음같은 존재. 그래서 허무전사 미로쿠에서도 결국 이기지도 못하고 이시카와식 전개로 끝나버렸다고 알고있다.

이길 방법이 없어서 멋대로 유보된 이 결판이 사실 작가의 큰그림 아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길 방법이 없는 규격외의 존재를, 똑같은 규격외의 주인공 수십명을 총출동시켜서 끝장을 보려던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이 꽤나 설득력있어보이는 것이다.

거의 만화사상 역대급이라 할 수 있는 이 막나가는 스케일의 대전쟁이, 이시카와 켄 화백 후기의 극에 달한 작화와 연출력으로 묘사되었다면 그건 진짜 역사에 남을 물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음

더군다나 대부분의 작품이 모조리 우주로 가서 초월적인 전투의 시작으로 끝을 맻는 것이 거의 작가의 상징이자 밈이나 다름없는데, 위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독특한 미학으로만 받아들여지던 이 결말들이 전부 작가의 만화인생의 피날레를 위한 발판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모든 작품의 끝이 우주적 스케일의 힘을 가진다는 것은, 모든 주인공들이 라그스라는 최종보스에 대적하기 위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뜻.

이렇게 수많은 서사의 목표가 하나로 모이고, 활짝 열린 결말들이 라그스라는 절대악을 향해 달려나가 최종결전을 통해 압도적인 끝을 맺어버린다는 야망이 실현되었다면, 이시카와 켄이 평생을 통해 실현해왔던 작품론이 정말 엄청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결국 단지 상상일 뿐, 이미 타계하신 분의 의중을 내가 알 수 있을리도 없고, 실제 그런 마음이 있더래도 결국 영원히 볼 수 없게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