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족 시종 :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계약과 관련해서는 잠시 후에 전문 인력이 올 것입니다.
귀족 시종 : 이번 협력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모두 여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백작님도 확인할 수 있도록 다시 가져가 주시기 바랍니다.
귀족 시종 : 만약 질문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에게 물어보세요......카넬리안 양? 듣고 계십니까?
카넬리안 : 응?
카넬리안 : 아...죄송합니다.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네요.
귀족 시종 : ....
귀족 시종 : 그럼 이번 협력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카넬리안 : 당분간은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으니 호헨로헤님에게 전달하죠. 모든 것은 백작님이 결정하게 될 겁니다.
귀족 시종 : 잘 됐군요. 백작님께서 우리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단을 내리실 거라 믿습니다.
귀족 시종 : 이제 돌아가실 겁니까? 만약 다른 계획이 없으시다면, 당신을 모셔다 드리라는 명령을 포이어바흐 님에게 받았었습니다.
카넬리안 : 배웅은 괜찮습니다만, 경의 너그러움에 매우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카넬리안 : 모처럼 들렀는데 시내를 구경하고 둘러볼 생각이에요.
귀족 시종 : 아, 그럼 안내원을 보내 드릴까요? 곧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카넬리안 : 아니요. 굳이 수고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혼자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거든요.
카넬리안 : ...말 나온 김에 좀 더 이야기해보자면, 지난번 협력 때도 제가 백작을 대표해서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여왕님이 궁중에서 잔치를 벌이기 전이었죠?
귀족 시종 : 그렇습니다.
카넬리안 : 그때까지는 이족의 뿔이 가득해서 장식으로 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다른 스타일로 바뀌었을까요?
카넬리안 : 음, 예를 들어 이 받침대 장식의 재질과 광택은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짐작컨대, 설마 이 모든 것이 응고된 오리지늄 결정의 정제품일까요?
귀족 시종 : 잘 맞히셨습니다.
귀족 시종 : 카넬리안 양, 예전보다 안목이 더 좋아졌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카넬리안 : ...과찬입니다.
카넬리안 : 제가 알기로는 이런 안정된 결정은 근본적으로 오리지늄 광맥 깊은 곳에서만 발굴되는데, 게다가 대부분이 오리지늄 내부에 싸여 있는터라 값은 매길 수 있어도 파는 곳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카넬리안 : 심지어 이 결정은 암석보다 훨씬 단단해서 일반적인 조각 공법으로는 택도 없구요.
카넬리안 : 가뜩이나 가공의 난이도도 높은데 이렇게까지 정교한 장식품을 만들었다니, 포이어바흐 경도 꽤 공을 들였겠군요?
귀족 시종 : 말씀하신 것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포이어바흐 경께서는 그동안 부지런히 영지를 돌보시다가 뜻 밖에도 오리지늄의 심층부에 형성된 이 귀중품들을 발견하셨습니다.
귀족 시종 : 포이어바흐 경께서는 이 검은 빛깔이 의미 있고, 그렇기에 구경하기 좋다고 생각하여 방문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꾸미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카넬리안 : 이런걸 보면, 포이어바흐 경의 관대함을 기리기 위해 건배라도 올려야되지 않을까요?
귀족 시종 : 카넬리안 양, 이것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군요.
카넬리안 :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음, 전 이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본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감개무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카넬리안 : 보세요, 이렇게 작은 응고 결정을 채굴하려면 지하 100미터나 천 미터까지 매우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자칫 잘못해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면 뼈도 남아나지 않겠죠.
카넬리안 : 최근에 귀족 영지의 광구에서도 사고가 많이 났다면서요? 거기에서 흘린 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아마 포이어바흐 경의 욕조 정도는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귀족 시종 : ....
귀족 시종 : 카넬리안 양, 제가 보기엔 당신이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카넬리안 : 네?
귀족 시종 :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것들이 분명 진귀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포이어바흐님에게는 단지 한철의 장식품에 불과합니다.
귀족 시종 : 포이어바흐님은 당신이 말한 그런 것들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귀족 시종 : 그 분이 원하시는 것은 분부하신 일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카넬리안 : 허...
귀족 시종 : 카넬리안 양은 어떤 이유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요?
카넬리안 : 귀하는 아마 제 의견을 듣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귀족 시종 : ....양해를 구하고 한 마디 하겠습니다. 당신은 백작님에게 천추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미스 카넬리안.
카넬리안 : 음.
귀족 시종 : 2년 전,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호헨로헤 백작님 곁에서 갑자기 생애를 알 수 없는 외지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었죠. 전례가 없던 일이었으니까요.
귀족 시종 : 당신은 당연히 백작님의 입장과 체면을 생각해서 더욱 신중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카넬리안 : 당신의 말투를 들어보니 저에게 불만이 있는 것 같군요.
카넬리안 : 서둘러 부인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저에게 적개심을 가진 사람을 많이 봐왔었고, 백작님도 이족 출신 귀족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었습니다.
카넬리안 : 어때요. 제 말이 맞나요?
귀족 시종 : ....라이타니아가 한 명의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귀족 시종 : 하지만 당신은 그런 소문에는 신경쓰지 않죠. 당신은 재능도 있고 배짱도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결국 당신을 칭찬한 것일 뿐입니다.
카넬리안 : 하하, 간사한 대답이네요. 하지만, 일단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귀족 시종 : 방금 말씀하신 것, 광구 사고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것도 없고, 위병대와 캐스터부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귀족 시종 : 당신 말씀이 옳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확실히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사고는 적절히 처리될 것이고 누군가 후작님을 음해하는 꼬투리가 되지 않을 겁니다.
카넬리안 : 귀하께서는 제가 걱정하고 있다고 보시는군요.
카넬리안 : 좋습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제가 아는 바에 따르면 당신네들의 접근 방식은 그다지 평화롭지는 않을 수도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귀족 시종 : 모포의 먼지를 털었을 뿐입니다.
카넬리안 : 아, 이와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건가요?
귀족 시종 : ....
카넬리안 : 좋아요. 제가 너무 말이 많았던 모양이군요. 그만둘 때가 되었습니다.
카넬리안 : 당신이 기억해야 할 것은, 경께서는 병에 걸린 자신의 영민들을 아마 신경쓰지 않을 것이지만, 여왕들은 온순한 어린 양들이 아니므로 그들을 얕잡아 봐야 좋은 결말을 맞이하진 못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귀족 시종 : 아, 아니, 아니, 그건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카넬리안 양. 우리는 지금까지 여왕들을 경시한 적이 없습니다.
귀족 시종 : 여왕들은 권력과 더 강력한 통치를 필요로 했고, 추종만이 아닌 복종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녀들은 이미 자리를 내어 우리에게 눈길을 돌렸죠.
카넬리안 : 잘 알고 있군요. 어떤 통치자라도 그런 식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겠죠.
귀족 시종 :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우린 서로의 생각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카넬리안 : 귀하는 자신있어 보이네요.
귀족 시종 : 당신이 두려워 하는 것은 라이타니아를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미스 카넬리안.
귀족 시종 : 금색의 여왕이 되었건, 아니면 더욱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흑색의 여왕이 되었건 간에, 라이타니아를 뒤덮었던 그림자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귀족 시종 : 비록 그 그림자는 그녀들의 손으로 뒤집혔지만.
카넬리안 : 무슨 뜻이죠?
귀족 시종 : 저는 탑 위에 높이 매달린 붉은 수정이, 부모가 아이들을 다스릴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었던 시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카넬리안 : ....마술사왕.
귀족 시종 : 지금 우리는 그 이름을 거의 거론하지 않습니다.
카넬리안 : 확실히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말하는 걸 자주 들어보진 못한 것 같네요. 어둠 속의 붉은 빛을 이야기하며 하늘을 비추면 라이타니아 전체가 보인다는 자잘한 소문만 나돌 뿐이죠.
카넬리안 : 나이 든 사람들은 아직도 그때 일을 잊지 못하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입을 다물고 있죠.
귀족 시종 :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거기에는 믿음뿐만 아니라 두려움도 있을 겁니다.
귀족 시종 : 저 또한 일찍이 붉은 빛으로 뒤덮인 그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다음 날, 사람들은 이웃 마을이 살아있는 인기척조차 없이 침묵에 잠겨버린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날개달린 온 짐승들은 발이 부러진 채 땅바닥에 나뒹굴었죠.
귀족 시종 : 이것이 무엇을 위한 소행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붉은 빛과 말라 비틀어진 주검만이 남았을 뿐이죠.
카넬리안 : 무슨 공포소설이라도 읽는 기분이 드네요.
귀족 시종 : 안타깝게도,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귀족 시종 : 원인도 없고, 규칙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이것에 대해 한마디라도 더 의논할 사람도 없구요. 라이타니아는 일찍이 그런 시대를 겪어왔습니다.
카넬리안 : ...상상할 수 없네요.
귀족 시종 : 직접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그럴 겁니다.
귀족 시종 : 이제 과거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시대입니다.
카넬리안 : 할 수 있는 일이... 많을까요?
카넬리안 : 어쩌면 귀하의 말씀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확실히 할 일이 많죠.
카넬리안 : 그러면 우리의 협력이 순조롭기를 바라며 미리 축원합시다.
카넬리안 : 방해가 되지 않겠습니다.

귀족 시종 : ....
귀족 시종 : 이것이 바로 그 소문난 백작의 이족 시종인가....
귀족 시종 : 괴팍한 성격을 지닌 주인에 거칠고 대담한 시종이라, 과연 소문대로군.
귀족 시종 : 참 견디기 힘들군....

-----
카넬리안 : 후....
카넬리안 : 공기는 여전히 탁하네. 그을린 냄새가 나. 하, 그래도 아까보다는 많이 나아졌네.
카넬리안 : "발전"과 "진보"의 냄새라, 요 2년 동안 나도 이미 익숙해진건가....
-----
카넬리안 : 어딜 가든 번지르르하게 차려입은 행인들과 상점이 즐비해. 타지의 번화가들과 전혀 다를게 없어. 이젠 질려버릴 정도야.
카넬리안 : 이 도시에서 일반인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거지? 하나의 음조로 짜여진 곡은 감상할 가치조차 없는 걸.

-----
카넬리안 : 여기는... 이미 외곽으로 온건가?
소녀 : ....
카넬리안 : 응?
카넬리안 : (어라, 이건 좀 색다른 풍경인걸.)
카넬리안 :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건...)
카넬리안 :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하면 좋을지......음, 어쨌든 일단 그 "전문가들"에게 연락해 보자고ㅡㅡ)
카넬리안 : (이 정도면 괜찮겠지.)

-----
소녀 : .....
소녀 : (....누군가 뒤따라오고 있어?)
소녀 : (또 저 위병들이야? 안돼, 쫓아오게 할 순 없어...)

-----

소녀 : 휴....
소녀 : 인기척은 이제 없는 것 같아.
소녀 : 성 밖으로 나오면 여기까진 괜찮을텐데...
??? : 그럴까? 정말로?
소녀 : 어어?!
-----
위병A : ....
위병A : 찾았나?
위병B : 아닙니다, 이쪽 방향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위병A : 계속 수색하면 도망친 감염자들은 멀리 도망가지 못할거다. 가자, 이쪽으로!
-----
소녀 : ....다행이다, 위험했어....
소녀 : 아직까지도 쫓고 있었다니....
-----
카넬리안 : 저 녀석들은 모두 귀족의 위병들인데말야, 음, 아츠의 흔적이 약간 남아있고, 어쩌면 한 두명의 캐스터가 더 있을지도 몰라.
소녀 : 저기,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소녀 : 아까는 고마웠습니다.
카넬리안 : 별거 아냐, 신경쓰지 않아도 돼.
카넬리안 : 근데 아직 한숨 돌릴 때가 아니야. 그놈들은 널 계속 쫓아다닐 거거든.
카넬리안 : 네 꼴을 보니 시내 시민은 아니지?
소녀 : ....
소녀 : 저는....
카넬리안 : 그렇게 긴장하지 마. 그래, 하지만 경계심을 갖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야. 특히 네가 지금 처한 상황 하에서 말이야.
카넬리안 : 짐작하건대......이 사람들은 이미 한참 동안이나 너희들을 쫓아 다녔지?
소녀 : .....
카넬리안 : 감염된 지는 얼마나 됐니?
소녀 : 너, 어떻게 알았어?!
소녀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난 감염자가 아니야! 사람 잘못 봤어!
카넬리안 : 네 목 주변에 결정조각이 보이는걸.
소녀 : ㅡㅡ
카넬리안 : 자, 여기를 꽉 묶어, 그러면 문제없어.
카넬리안 : 다음부터는 좀 더 조심해.
소녀 : ....
소녀 : 넌 도대체 어떤 놈이야? 무슨 짓을 할려는 거지?
카넬리안 : 안심해, 갑자기 널 잡아가서 팔지는 않을 거야.
카넬리안 : 들어봐, 만약 내가 정말로 너에게 무슨 짓을 하고 싶은거라면 지금 널 쫓고 있는 위병들보다야 좀 더 수월하게 처리하겠지만, 이자리에 서서 너와 대화할 필요도 없을거 아니니.
소녀 : ....
소녀 :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
소녀 : 그럼 당신은...
카넬리안 : 오, 마침내 믿어줬구나? 말투가 또 다시 존경스러워졌는걸.
소녀 : 어...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카넬리안 : 사과할 거 없어. 원래 내가 공손히 대접받아야 될 위인도 아닌데 오히려 그쪽이 더 편했으니까.
카넬리안 : 라이타니아 귀족들은 처음부터 나와 어울리지 않았거든.
소녀 : 당신ㅡㅡ
카넬리안 : "너"
소녀 : 하지만ㅡㅡ
카넬리안 : 하지만 뭐.
소녀 : 아... 그래, 알겠어요.
소녀 : 당신... 너는 이 곳 사람이 아니야?
카넬리안 : 난 사르곤인이야. 넌 사르곤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니?
소녀 : 아니....
소녀 : 사르곤... 거긴 어떤 곳이야?
카넬리안 : 아주 멀리,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자유로운 곳이기도 하지.
카넬리안 : 거기엔 사막도 있고, 우림도 있고, 크고 작은 족장들이 자기네 영토를 이끌고 있어. 공물을 바칠 수만 있다면 모두가 평화를 누릴 수 있지. 지도에는 아예 표시되지 않는 아주 외진 곳도 있어.
카넬리안 : 그런 곳에서는 우리끼리 스스로 도와가며 살고 있지.
소녀 : 그런 곳이 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어.
카넬리안 : 당연하지.
카넬리안 : 내가 처음에 라이타니아에 왔을 때만 해도 이곳이 정말로 내 고향과 같은 대지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였거든.
소녀 : 말도 안돼...
카넬리안 : 믿기지가 않니?
소녀 : 아니. 근데, 상상이 잘 안가.
카넬리안 : 하하, 직접 본적이 없으니 좀 어렵긴 하겠지.
카넬리안 :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나도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은데)
카넬리안 : (그 능청맞은 귀족 시종이 한 말이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겠네)
카넬리안 : (.....)
소녀 : ....?
카넬리안 : 응? 아......왜 또 딴 생각에 빠졌지.
카넬리안 : 여긴 아무래도 안전해 보이지는 않는거 같고, 위병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높아. 우선 자리를 옮기자. 그리고 사르곤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고.
소녀 : 응? 그래, 알았어!

-----
소녀 : 뭐? 그 말이 다 사실이야?
소녀 : 정말 하늘에서 떨어지는 강이랑 마을 전체보다 더 큰 나무가 있다고?
카넬리안 : 진짜라니깐. 그리고 산처럼 보이는 모래밭과 황사를 넘어가면 거대한 동굴이 있는데, 그 안에는 수많은 보물이 묻혀있다는....
소녀 : 우와!
카넬리안 : 아, 이건 사실 거짓말이야.
소녀 : 뭐ㅡㅡ!
카넬리안 : 알았어 알았다고, 그런 표정 짓지 마. 사실 거짓말은 아니고 내가 들어본 이야기일 뿐이야.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누구도 확실히 말할 수 없어.
카넬리안 : 어쩌면 정말로 그런 금은보석이 깔린 동굴이 있을 지도 모르지.
소녀 : 정말 있었으면 좋겠는데....
카넬리안 : 하아... 고향 생각이 날 정도로 말해버렸네.
소녀 : 그럼 왜 돌아가지 않는 거야? 너무 멀어서 그런거야?
카넬리안 : 음...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사실 처음에는 오래 머물 계획은 없었는데 무슨 일이 생겨서 또 성가신 놈에게 걸렸거든...
카넬리안 : 내가 가버리면 그놈이 자기 자신을 잘 챙기지 못할 테니까 좀 더 두고 도와줄 수밖에.
소녀 : 그럼 귀찮게만 하는 사람 아니야? 왜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는지....너희들은 좋은 친구가 된거니?
카넬리안 : 어... 친구냐고? 좀 복잡한 관계긴 한데.
소녀 : 난 잘 몰라서...
카넬리안 : 좋아,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 위병이 여기까지 쫓아오지 않은 것 같아 당분간 위험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가 빨리 여기를 떠나는게 나아 보여.
소녀 : ....
소녀 : 그... 질문 하나만 더 해도 될까?
카넬리안 : 물론이야.
소녀 : 사르곤에도 감염자가 있어?
카넬리안 : 응.
소녀 : 역시 있구나...
카넬리안 : 그렇지만 이런 환자들을 골칫거리로 대하지는 않아—— 적어도 내 고향에서는 말야.
카넬리안 : 병든 사람은 병에 걸렸을 뿐이야. 숲 속의 짐승도 마찬가지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고, 열매를 따다가 나무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운 나쁘게도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수도 있는데, 무슨 질병같은걸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어?
소녀 : ....그것 참 좋네.
카넬리안 : 그렇게 좋은건 아니야. 힘들게 살아가는 곳도 많고, 그러니까 내 말은 너무 힘드니까 그런 것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이야.
카넬리안 : 너희는 어때? 여기 영주는 항상 이런 식이야. 감염되었다고 하면 위병이 잡아가려고 하니?
소녀 : ...원래 우리도 이러지는 않았어.
소녀 : 우리 부모님은 광산에서 일을 했었어. 우리는 광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살았는데 그곳의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렸었거든.
소녀 : 광산에서 일하던 아저씨와 아주머니들 모두 결국에는 병에 걸리게 되겠지. 그리고 몸에 돌이 자라나게 될거고, 하지만 일을 계속해야 돼.
소녀 : 돈 좀 있는 주인어른들도 이 거리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건강하신 분들은 어떻게든 빨리 이사를 가려고 하고...
카넬리안 : 격리구역처럼.
소녀 : 비슷하긴 한데, 좋은 격리구역은 돈을 내야 들어갈 수 있어. 거기는 빵도 준다고 하는데 여기는 그런 대접같은건 없어.
소녀 :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런대로 살아갈 수 있어.
카넬리안 : 어떻게 살아간다는거니? 너의 부모처럼 광부가 되면 너희 동네를 벗어날 수 있는 거 아니야?
소녀 : ....그래도 좋아. 살 곳도 있고 품삯도 있으니까 괜찮아.
소녀 :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해.
소녀 : 하지만 동굴이 무너지고 부모님들은 돌아오지 않았어. 갑자기 위병들이 거리들을 막아섰고, 거리의 행인들을 붙잡기 시작했어.
소녀 : 그리고 나서 아무도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다들 집에 있어. 그 위병들이 집집마다 쳐들어오는데...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거야?
카넬리안 : ....
카넬리안 : (이것이 이른바 "적절한 처리"라는 건가...)
소녀 : 나는 위병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에 몇몇 아이들과 함께 버려진 건물 뒷골목으로 도망쳐 나왔어. 바깥에 사는 양반들은 죄다 병에 걸리면 쳐죽일 놈처럼 여기는 건 알고 있지만... 나는 죽고 싶지 않아!
소녀 : 흑흑.... 무서워...
카넬리안 : 울지마...너랑 같이 탈출한 다른 사람은? 걔넨 어디에 있어?
소녀 : 엊그제 우리가 이 부근으로 쫓겼는데, 이곳에는 우리들을 숨길 만한 곳이 별로 없어 모두 따로따로 가기로 결정했어.
소녀 : 난 다른사람은 만나지 못했고, 여기는 이제 나 혼자만 남았어...
소녀 : 난 반드시... 꼭 모두를 찾아내야돼!
카넬리안 : 서두르지마, 내가ㅡㅡ
카넬리안 : ㅡㅡ
카넬리안 : 쉿, 아직 말하지마.
-----
라이타니아 캐스터 : ...
라이타니아 캐스터 : 여기인가.
라이타니아 캐스터 : 사람이 머문 흔적이 남아있군...
소녀 : (...!)
카넬리안 : (긴장하지마. 저 녀석 보지 말고, 천천히 숨쉬어...)
소녀 : (....흡....)
카넬리안 : (착하지.)
카넬리안 : (여기서 기다리렴.)
라이타니아 캐스터 : ....
라이타니아 캐스터 :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셨군요.
카넬리안 : 손님들이 애써 뒷문으로 방문하러 오셨는데, 오래 기다리게 해서 면목이 없군요.
카넬리안 : 저 위병들은 어디에 두고 당신 혼자만 있는거죠?
라이타니아 캐스터 : 그들은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카넬리안 : 자신있어 보이네요.
라이타니아 캐스터 : 사르곤인, 어째서 감염자를 비호하는 겁니까?
카넬리안 : 별 이유는 없어요. 만난 김에 손 좀 거들어 준거지.
카넬리안 : 당신들이야말로 무엇을 위해 그러는 거죠?
카넬리안 : 감염자들을 추방하는 걸로 끝낸거라면 당신같은 캐스터가 직접 손을 쓸 필요는 없을 텐데, 이틀 동안 광부들을 쫓아다니면서 어떤 지시를 받은겁니까?
라이타니아 캐스터 : ...당신, 우리들의 동향을 추적한 겁니까?
카넬리안 : 그렇게 근엄하게 말하지는 마시고, 다만 협력을 확인하기 전에 하던대로 조사만 했을 뿐이거든요.
카넬리안 : 원래 생각한 바는 아니었는데, 오늘 뭔가 깨달음을 좀 얻었거든요. 포이어바흐 경이 당신과 그의 위병들에 기대어 일궈낸 평화가 얼마나 많이 미화되었는지, 우리 함께 들어보지 않을래요?
라이타니아 캐스터 : ....
카넬리안 : 과묵한 척 하지 마세요. 수술할 때 데리고 다니던 노예들, 전부 감염자죠?
카넬리안 : 아직도 마술사왕이 남긴 어두운 기억들을 머금은 것처럼 보이는 잔혹한 아츠들이 여전히 연구되고 있는데...
카넬리안 : 당신들이 감염자를 잡는 것도 바로 이것 때문 아닌가요?
라이타니아 캐스터 : ....
카넬리안 : 답답하네. 당신은 좋은 대화 상대가 아니네요.
라이타니아 캐스터 : 우리 사이에 많은 대화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라이타니아 캐스터 : 저는 단지 오리지늄 아츠 사용자를 만나러 왔을 뿐입니다. 예절에 따라 말이죠.
카넬리안 : 그럼 직접 손을 써야 된다는 말이군요. 원래는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유명한 라이타니아 캐스터의 기량을 굳이 저에게 전수해주신다면야 개의치 않고 받아들이죠.
-----
소녀 : ㅡㅡ!
소녀 : (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저게.... 무슨 뜻이지?!)
소녀 : (노예... 연구? 끌려간 아저씨와 아주머니들.... 설마....)
라이타니아 캐스터 : 우리는 호헨로헤 백작과 적이 될 뜻은 없습니다.
라이타니아 캐스터 : 사르곤인, 당신의 소문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신의 오리지늄 아츠는 약간의 존중정도는 받을만합니다.
카넬리안 : 혹시 제가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요?
라이타니아 캐스터 : 필요없습니다.
카넬리안 : 저는 아직까지도 당신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 이해가 되질 않군요.
카넬리안 : 라이타니아에서 팽창하고 있는 거대 권력을 만났고, 이곳의 사람들의 권력 숭배를 2년 넘게 지켜봤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라이타니아 캐스터 : 당신은 이 땅의 공기를 마신 적이 없으니까.
카넬리안 : 이 곳의 공기는 저에겐 너무 탁하거든요.
라이타니아 캐스터 : 그럼 당신은 여기서 질식하게 될 겁니다. 부적합한 공기는 사람을 익사시킬 수도 있습니다.
카넬리안 : 무슨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들리는군요.
라이타니아 캐스터 : 가장 기이한 굿판에서 죽고 싶다면, 오래된 혈통의 살카즈를 찾아가시죠.
라이타니아 캐스터 : 당신과의 충돌은 계획에 없던 일... 저기에 숨어있는 감염자는 당신에게 넘겨줄 수 있습니다.
카넬리안 : 아, 그럼 정말 다행이네요. 사실 방금 전까지 어떻게 해야 당신이 너무 큰 비명소리를 지르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골머리를 앓고 있었거든요...앞으로 우리의 협력에 지장을 주면 안되잖아요.
라이타니아 캐스터 : 흥. 건방진 사르곤인, 오늘 일은 따지지 않겠지만 명심해라.
라이타니아 캐스터 : 라이타니아에는 라이타니아만의 규율이 있다. 한낱 개인이 바꿀 수 없는 규율 말이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