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0 P.M. 날씨/맑음
컬럼비아의 도시, 티칼렌토
나는 딜런. 로도스 아일랜드 저공 비행체 파일럿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도시에서 뛰어다니고 있다.
나는 비행체의 조종석에 앉아 손으로 조종간을 잡고 있어야 한다. 나의 업무 도중에 직면해야 할 상대는 당연히 지형과 난류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반자동 돌격용 크로스보우다. 심지어 나는 크로스보우의 모델도 아침에서야 겨우 들었다. 그리고 이 크로스보우의 무게 반만 들었어도 난 충분히 무겁다고 할 것이다.
내 손은 땀으로 흥건하다. 만일 내가 전장을 마주해야 한다면, 필히 지상도 아닐 것이며, 또한 이런 컬럼비아의 어두운 골목 또한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에 내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나는 나의 적이…… 어라?

블레이즈: 딜런, 나 지금 손을 뗄 수가 없거든? 이것 좀 봐봐. 이 위에 지금 뭐라고 쓰여 있어?
딜런: 경찰이요. 블레이즈 누님, 티칼렌토의 "경찰"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블레이즈: 그놈들이 먼저 시작했나.
딜런: 그런데 이 증명서는 제가 보기엔…… 진짜가 아닐 겁니다. 솜씨가 너무 형편 없어요.
블레이즈: 하지만 아침 옥상 위에 있는 몇 명의 사람들이랑 비슷하게 그 사람의 차림새는 그럴듯했어. 따로 유니폼을 입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꽤 먹혀들었던 거지.
블레이즈: 그리고 또 내가 이건 꼭 두 번 짚어서 물어봐야 겠는데, 어느 나라 경찰이 질문과 동시에 전자동 크로스보우를 쏘겠어?
딜런: 컬럼비아?
블레이즈: 또 시작이네. 너도 그 사람 경찰 아닌 거 잘 알잖아. 적어도 우리가 잘 아는 평범한 종류의 경찰은 아니었어.
나는 골목 건너편에 쓰러진 검은 복장의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곤 고갤 숙여 자신의 손에 든 무기의 반쪽을 다시 한번 내려다보았다.
이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 앞가슴을 겨누고 있었는데, 지금은 억지로 두 동강이 나버렸다.
그 "경찰"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지만, 만약 블레이즈 씨가 박사님의 지시를 기억한다면 아마도 저 사람의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로도스 아일랜드 대표단은 어제 티칼렌토에 도착했다.
아무리 내가 많이 경험해봤어도, 파일럿인 나조차도 저공 비행체의 속도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로도스 아일랜드가 아직 그랜드 나이트 영지를 향하고 있을 때, 우리는 이미 서부 황무지를 공중에서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 서부 전역의 황무지를 말이다.
계획대로라면 박사와 아미야가 협상을 나누고 다시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으로 돌아갈 때쯤에 그랜드 나이트 영지는 아직 도시 간 결합을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은 로도스 아일랜드가 카시미어 나이츠 스페셜 챔피언십 기간 동안 방문하도록 초대받았다는 것. 구체적인 시기와 목적은 알 수 없었지만, 일찍 돌아가서 준비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았겠지.
만약 시간이 그다지 촉박하지 않았다면, 나는 또 휴가를 내서 이 대도시에서 며칠 머무르고 싶었다…… 지금은 생각도 하기 싫지만.

메딕 오퍼레이터: 저희는…… 안전한 건가요?
블레이즈: 우리가 티칼렌토를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 어쩌면 컬럼비아를 떠나기 전까지도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어.
블레이즈: 저 사람이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는지 없는지 조금 봐줘. 만약 숨을 쉬고 있다면, 지금부터 계속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처치를 하는 편이 좋겠어.
메딕 오퍼레이터: 저는…… 으으, 알겠습니다.
딜런: 저는 이렇게 강력한 전자동 크로스보우는 처음 봅니다. 컬럼비아에서는 이런 무기가 보편화된 겁니까?
블레이즈: 그런 전자동 무기는 컬럼비아의 특색인 셈이지.
딜런: 박사님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블레이즈: 습격이 막 시작됐을 때 박사와 아미야는 이미 차를 타고 떠났어. 클로저가 가지고 놀던 자동운전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느냐라고 물으면 나도 글쎄……
딜런: 저희는 박사님도 아미야도 예상하지 못한 참담한 수작질에 당한 거군요.
블레이즈: 박사랑 아미야…… 그 둘도 사람이니까, 가끔은 실수할 수도 있지.
메딕 오퍼레이터: 그 사람들은 호텔을 점령하고, 저희가 남긴 약들의 샘플을 강탈했는데……
블레이즈: 됐어. 일단 약들은 신경 쓰지 마.
블레이즈: 우리는 우선 안전하게 이동할 방법부터 생각해야지. 이 도시를 떠나야 해.

???: 지금까지 저희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당신은 여전히 제 곁에 있지 않네요.
???: 그러면 당신이 하는 모든 것은 무엇을 위해서 하시는 건가요?
???: 어쩌면, 단지 조금의 희망을 남기기 위해서?
???: 하지만, 희망은?
???: 희망?
???: 희망을 품는다는 게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 아시나요?
???: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찾았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할 때.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 희망은 한 명의 선량한 사람을 미치게 할 수 있답니다.
【1: 하지만……】
당신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내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신은 허공에 떠 있는 것만 같았고, 눈앞의 모든 것이 이토록 익숙하면서도 너무나도 아득했다.
이런 기억들, 당신의 기억 일부분이 마치 조각처럼 당신과 함께 떠나가고 있었다.
당신은 끝없는 생각과 함께 둥둥 떠다니던 중에 눈앞을 바라보자 낯익은 여성이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당신이 눈을 뜨자,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과 흉측하고 기괴한 철통 투구가 있었다.
기괴한 스타일의 남성이 당신 쪽을 보고 있었다. 당신은 그 투박한 통 모양의 헬멧을 통해서는 그의 표정을 알아볼 수 없었다.

10:43 A.M. 날씨/맑음
가스파 황무지

캔낫: 굿모닝, 굿애프터눈, 그리고 굿이브닝. 내 친구여.
캔낫: 말을 할 수 있겠나?
【1: 당, 당신은 누굽니까, 여긴 어디고요?】
캔낫: 이 친구가 드디어 깼네, 작은 토끼여.

아미야: 박사님!
당신은 자신의 허리가 누군가에 의해 꽉 안기는 것을 느낀다.
이 따뜻한 포옹을 느끼기 전, 등의 뒤에 있는 바위의 단단한 감촉과 머리의 진통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들이 많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아미야: 다행이에요! 드디어 깨어나셨네요…… 만일 아직도 깨어나시지 못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었는데……
아미야: 괜찮으세요? 어디 아픈 곳은 없으신가요?
【1: 괜찮아…… 그냥 머리가 좀 아플 뿐이야.】
【2: ……큰 지장은 없어.】
【3: 나는 아직 그렇게 연약하지 않아.】
【1】
아미야: 두통이요? 부딪히신 건가요? 제가 한번 볼게요.
【2】
아미야: 박사님, 정말로 괜찮으세요? 제가 좀 일으켜 드릴까요?
【3】
아미야: 박사님…… 조금 더 신중하시는 편이 좋아요. 박사님의 건강 상태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에요.
캔낫: 걱정하지 마라, 토끼야. "박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적어도 물리적인 측면에서는 말이다.
캔낫: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좀 말하기 곤란하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중얼중얼 잠꼬대를 많이 했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좋네. 난 그리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니까.
【1: ……당신은?】
캔낫: 아, 이것참. 자기소개를 잊어버려서 미안하네.
캔낫: 보시다시피 나는 장사꾼이네.
캔낫: 자네는 나를 캔낫이라고 불러도 좋네. 혹은 나를 굿이너프라고 불러도 좋아. 자네가 좋아하는 쪽으로 말해주게.
캔낫: 솔직히 말하는데, 친구여, 방금 전의 그건 너무 자극적이었네. 요즘은 절벽 위에서 날아 내려와서 오리지늄 아츠를 사용하는 사람을 매일 볼 수는 없잖나? 아주 훌륭했네.
【1: 절벽 위? 우리 분명히 전에……】
【2: ……클로저의 자동운전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어……】

아미야: 이곳은 컬럼비아 황무지일 거예요…… 동쪽 황무지요.
캔낫: 그렇단다, 토끼야. 여기는 가스파 황무지야. 너희들의 운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지.
아미야: 운이요?
캔낫: 그래. 운이 좋았어. 너희들이 남쪽으로 2km만 더 갔었더라면 독가스가 펄펄 나오는 늪지대가 나왔을 거다. 거기서 차가 빠져버리면, 어휴, 생각도 하지 말렴.
【1: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2: ……】
【3: 다른 사람들은?】
아미야: 다른 오퍼레이터들은 저희와 따로따로 행동하기로 했어요. 저는 블레이즈 씨가 다른 분들을 보호할 방법이 있다고 믿고 있어요……
아미야: 하지만 저희는 그들과 연락할 수도, 다른 사무소로 연락을 취할 수도 없었어요.
【1: 잠깐, 그럼 통신기는?】
【2: 잠깐, 다른 보급품은?】
아미야: 전부 "나쁜 녀석들"호에 넣어놔서……
아미야: 통신장비는 물론이고 음식과 물도 미처 챙겨가지 못했어요.
캔낫: 굉장히 절망적으로 들리는군, 친구여?
캔낫: 하지만 방법이란 것은 언제나 있는 법이네. 자네만 괜찮다면……
【1: 지금은 그다지 개의치 않습니다.】
캔낫: 나는 이미 이 지역을 잘 알고 있네. 나는 자네들을 데리고 가장 가까운 전달자 휴게소로 갈 수 있어. 그곳에서 자네들의 친구들에게 연락할 수 있겠지, 물론 잘 된다면 말이야.
【1: 우리는 누구에게 공격을 받은 겁니까?】
캔낫: 이 질문은 아주 좋은 것이네만. 그러나 현장에서 이에 대한 답변이 가능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려서 말이네.
깡통쟁이가 멀지 않은 절벽 아래를 가리키는 방향에 특이한 외형의 무장 차량 한 대가 짙은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미 사고가 난 지 꽤 된 것 같았다.

아미야: 용병입니다. 저희가 도시를 빠져나간 후에도 그들은 계속 추격했습니다.
캔낫: 정말로 열심히 일하는 족속이지만, 목숨까지 바쳐서 일하지는 않지.
캔낫: 컬럼비아 용병은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차가 꽤 있는 법이네만. 저 정도 수준의 용병을 고용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은 사람은 손가락으로 셀 수도 있겠지.
캔낫: 저들은 자네에게 정말로 관심이 많았던 것 같군. 친구, 자네는 어쩌다가 그런 대기업가들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나?
아미야: 역시 그 사람들이……


기업 책임자: 그래서, 아미야 씨. 정말로 거절하실 생각이십니까?
기업 책임자: 컬럼비아에서 당신들은 우리 존 그랜마스 보다 더 적합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긴 어려우실 겁니다. 우리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약물 판매에 상당한 특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아미야: 당신의 호의에는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아미야: 저희의 이번 방문의 목적은 기술 교류 차원에서 온 겁니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아직 비즈니스 차원에서 더 깊은 협력을 할 계획은 없습니다.
아미야: 게다가 저희가 가져온 이 광석병 억제제들은 아직 실험 중에 있으며, 그것들은 기술 검증의 의의가 있을 뿐. 결코 완성품이 아닙니다.
아미야: 광석병 치료의 연구 과정은 복잡하고 장기적이기에 앞으로 저희가 이 방면에서 협력할 기회는 많을 거예요.
기업 책임자: 당신의 말씀은, 당신의 말씀은, 저희는 앞으로도 많은 합작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하하.

아미야: 이 일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군요……
【1: 경찰을 우선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닐까?】
캔낫: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 친구, 자네는 이곳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캔닛: 존 그랜마스는 티칼렌토에서 가장 큰 지방기업이네. 경찰서장까지 기업 총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기 신분을 과시하고 있는 노릇이니. 아무래도 생각을 바꾸는 걸 권하지.
캔낫: 그들이 감히 도시에서 직접 자네들의 물건을 빼앗으려고 했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자네들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음을 말해주는 셈이지.
아미야: 모두 제 잘못이에요…… 저는 그들의 말을 너무 쉽게 믿었어요.
【1: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아무도 그들이 이렇게 저속하리라곤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
【2: ……】
【3: 아니야.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 아미야. 그걸 짐작했어야 했는데.】
아미야: 굿…… 이너프…… 씨?
캔낫: 아, 토끼 아가씨. 무슨 일이지?
아미야: 이 황무지에서 저희를 데리고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하셨죠?
캔낫: 그래, 토끼 아가씨.
아미야: 어떻게 하시겠나요? 이전에 재앙정보전달자의 일을 종사하신 적이 있으셨어요?
캔낫: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되네.
캔낫: 나는 이미 이 황무지에서 몇 년 동안 장사를 했거든. 그러니 재앙을 피하는 노하우는 조금 가지고 있는 편이야.
캔낫: 물론, 나는 소소한 가이드비가 필요하겠군. 정제된 오리지늄 두 개로 하겠네. 이런 상황에서 설마 과하다고 하진 않겠지?
아미야: 저희는 현재 컬럼비아 상품권밖에 없습니다. 본함과 연락을 취해야만 귀하에게 보수를 지불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으실까요?
캔낫: 노 프라블럼! 내 친구여.
아미야: 박사님……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희가 시내로 돌아가서 블레이즈 씨 일행과 합류한다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1: 그건 리스크가 너무 커. 아무래도 우린 선택할 수 없는 거 같네.】
【2: 저 신사께서 이미 우리가 선택하는 걸 도와줬잖아, 그치?】
캔낫: 그렇게 말하면 안 되네. 우리의 삶은 항상 선택지로 가득 차 있으니까. 물론 우리는 그중에서 항상 최선의 선택을 가려낼 수 있겠네만.
【1: 그렇다면 저희랑 앞으로 며칠 동안…… 즐겁게 협조해주실 수 있을까요?】
캔낫: 물론이지! 나의 친구여.
캔낫: 나 또한 이것이 즐거운 여정이 되리라고 굳게 믿고 있네.

5시간 후
캔낫: ……전에도 말했듯이 황무지의 가장 큰 위협은 단순히 강도가 아니네. 나는 예전에 이쪽에서 살고 있는 담이 아주 큰 사람을 알고 있었는데, 그가 뜻밖에도……
아미야: 박사님, 저한테 손을 주세요.
*옅게 흔들리는 소리*
【1: 우리가 산을 얼마나 넘었더라?】

아미야: 이게 두 번째에요. 박사님.
【1: 조금만 쉬게 해줘…… 조금 쉬었다가 가자……】
【2: (침묵하지만 숨을 크게 헐떡인다.)
【3: 내가 평소에 운동하는 걸 조금 소홀히 했나 봐……】

아미야: 헤헤, 박사님. 여기 먼저 앉으세요.
캔낫: 친구. 이 속도라면 우리는 족히 하루는 더 걸어야 해.
아미야: 박사님의 건강상 이렇게 급히 가시면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캔낫: 물론 우리는 속도를 줄일 수는 있네. 하지만……
아미야: 조금 천천히 걸으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가요?
캔낫: 내가 아무리 황무지에서 활동하는 상인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그렇게 많은 식수를 가지고 다닐 순 없네.
캔낫: 만일 우리가 속도를 늦추게 된다면, 불가피하게도 보급이 부족하게 될 테지.
아미야: 그런 거라면…… 캔낫 씨?
캔낫: 음?
아미야: 저희가 지금 있는 곳의 부근에 숲이 있을까요? 제가 듣기로는 컬럼비아 동쪽에는 황무지의 오아시스가 있다고 알고 있어요.
캔낫: 있기야 한데, 자네가 뭘 하려고?

야간, 황무지 위, 캄캄한 산속
마른 나뭇가지가 모닥불 안에서 타오르고, 숟가락이 반합을 휘젓는 소리가 아미야의 콧노래와 함께 협곡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아미야: 이런 종류의 몇몇 나물, 그리고 버섯들은 기본적으로 익히면 먹을 수 있어요.
아미야: 이쪽은…… 약간 독성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비상사태니까요.
캔낫: ……나를 놀라게 만드는군. 토끼 아가씨.
캔낫: 솔직히 말해서 대부분 이동도시에서 사는 친구들은…… 야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진 않지. 그러니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평생 황무지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고.
캔낫: 이쯤 되면은 자네도 나름대로 야외 생존에 일가견이 있는 것 같군. 어디 출신인가? 림 빌리턴?
캔낫: 만약에 자네가 림 빌리턴에서 온 거라면, 그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다만……
아미야: 이것들은 사실 박사님이 다 가르쳐 주신 거예요. 몇 년 전에……
【1: 응? 나?】
아미야: ……네. 그때는……

꼬마 아미야: 박사님…… 이거 먹어도 돼요?
박사: 이런 종류의 몇몇 나물, 그리고 버섯들은 기본적으로 익히면 먹을 수 있다.

아미야: ……힘들었지만, 즐거운 시절이었어요.
【1: ……】
무언가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차츰 희미해졌다.
당신은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려 보려 하지만, 희미한 기억은 물 위에 가끔 떠오르는 거품과도 같이 금세 사라져버렸다.
아미야: 박사님?
【1: 내가…… 예전에 알려준 건가?】
아미야: 아, 아니에요. 확실히 몇 년 전 일이긴 해요. 그래도 기억이 안 나셔도 괜찮아요.
고개를 숙인 채 계속 반합을 휘젓고 있는 아미야의 얼굴에는 미소가 조금 남아 있는 듯했다.
캔낫: 크흠, 말하자면, 이 캠프의 위치도 정말 잘 골랐더군. 이 자리에서는 불을 피워도 누구에게 들킬 염려는 없겠어.
【1: 이 부근에 무슨 강도떼라도 있습니까?】
【2: ……】
【3: 누구에게 들킨단 말씀입니까?】
캔낫: 갱단, 현상금 사냥꾼, 수많은 녹슨 망치 조직, 이 땅에는 문제가 없는 곳이 없다네.
아미야: 녹슨 망치…… 제가 전에 들어보기론 아주 흉악한 강도단이 아닌가요?
캔낫: 그 표현도 그리 엄밀한 편은 아니군.
캔낫: 녹슨 망치는 매우 느슨한 조직이면서, 내부에도 잡다한 작은 단체들이 많네.
캔낫: 예를 들면은 모두 살카즈족으로 구성된 악마 패거리. 재앙을 신처럼 숭배하는 괴짜들도 있네, 뭐 말하자면 재앙 추종자라고나 할까.
아미야: 재앙 숭배요?
【1: 재앙을 추종한다고? 그건 미친 짓이야.】
【2: ……】
【3: 살카즈? 악마 패거리?】
캔낫: 내가 예전에 들은 바로는 사르곤 쪽에는 "아다크리스의 악마"라고 주장하는 녹슨 망치의 무리가 있었는데, 아마도 "머리에 큰 뿔이 가진 아다크리스의 전쟁의 신"을 계속 찾는 것 같았네.
아미야: 저는 전에 컬럼비아에서 온 오퍼레이터 분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어요. 녹슨 망치는 예전에는 원래 아주 작은 소규모 조직이었는데 요 몇 년 사이 그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하셨어요. 우르수스 산악지대에서 컬럼비아의 황무지에 이르기까지……
캔낫: 천하는 태평하지 않다네, 친구. (= 天下不太平)
캔낫: 그리고 황무지는 바로 이런 곳이네. 어떤 괴이한 일도 자네들은 전부 만날 수 있어.
캔낫: 하지만 자네들은 반드시 적응할 수 있을 거야.

아미야: 자, 박사님, 저녁 식사에요!
【1: 고마워, 아미야.】
캔낫: 아, 정말로 따뜻한 장면이로구만.
아미야: 캔낫 씨!
캔낫: 큼큼…… 내가 실없는 소리를 해서 미안하네. 진담이라고 생각하진 말아주게.

???: 이런 식으로 계속한다면 당신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될 거예요.
???: 당신은 외로이 혼자서 아무것도 가질 수 없게 될 겁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 고독은 마음의 지혜를 갉아먹는 독약이에요. 당신은 이것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 당신이 깨어날 때까지 당신의 곁에는 더 이상 같은 동족은 없을 테죠. 아무도 당신의 희생을 알 수 없을 거고요. 또한 그것에 대한 기억이 있을 리도 없어요. 이것이 당신이 기대하는 미래인가요?
당신은 깨어난다.

*옅게 어두운 하늘*
붉은빛이 머나먼 지평선에서 떠오르고, 달이 남긴 어둠은 점점 사그라든다.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
가벼운 칼바람이 당신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며, 테라의 땅에는 또 다른 여명이 찾아온다.
*완전히 햇빛이 개인 하늘*

캔낫: 정말로 일찍 깨어난 것 같군, 친구.
【1: 아침 공기가 정말 신선하네요.】
캔낫: 토끼는? 아직 안 깼나?
【1: 아미야는 좀 더 재워도 좋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요?】
【2: 아침 식사의 내음이 좀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캔낫: 짧은 꼬리의 털짐승은 고기가 별로 없는 편이긴 하네만. 하지만 아침 식사로는 딱 걸맞겠지.
캔낫: 이건 컬럼비아 황무지의 특산품이네. 아, 안심해도 좋아. 이번 끼니는 딱히 돈을 받지 않을 테니까.
캔낫: 테라 황무지의 새로운 하루. 아직은 상황에 가시적인 변화는 없지만, 하지만 굿모닝이네, 나의 친구여!
캔낫: 자네는 어젯밤에도 그 잠꼬대를 했더군. 친구, 자네는 정신적으로 줄곧 안정되지 않는 모양이니 충분히 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네.
【1: 당신은 무엇을 들은 겁니까?】
캔낫: 나는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네. 전에 내가 자세히 듣지 않는다면 더더욱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었지. 그리고 자네는 중얼중얼 말할 뿐이기에 그다지 잘 들리지도 않고 말이야.
캔낫: 하지만…… 밤에 작은 토끼는 자네의 잠꼬대에 무척 걱정하더군.
캔낫: 내가 쓸데없이 참견한다고 원망하지 않길 바라네. 그러나 이런 길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떤 것은 인상을 남기지 않기엔 대단히 어렵네. 자네는 기억을 잃어버린 게로군, 그렇지?
【1: ……】
캔낫: 아하. 만일 속사정이 있다 한다면은 안 물어본 거로 쳐주게. 이 질문은 확실히 예의 바른 행동은 아니니까. 나도 단지 호기심에 따라 그리 한 것뿐이네.
【1: 저는…… 몇 차례의 사고를 당한 덕택에 일부 기억을 잃었습니다.】
【1: ……대부분의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1: 가끔씩 떠오르는 것은…… 그저 조금의 파편 뿐.】
【1: 아니, 가끔도 아닙니다. 사실은 그다지 많은 것도 아닙니다.】
캔낫: 친구여. 내가 아마도 그 장면을 조금 구축할 수 있겠네.
캔낫: 가령 자네의 기억이 펼쳐진 신문지라고 가정한다면, 지금 누군가가 페인트 한 통을 위에 뿌렸다고 생각하게.
캔낫: 그 페인트로 덮인 틈새로 약간의 내용만 볼 수 있을 뿐, 그 전모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게로군.
【1: 그 묘사는 제 느낌과 잘 부합하는 것 같군요…… 저는 제 자신이 낯선 겁니다.】
【2: 저는 심지어 당신의 그런 비유가 정확한지조차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캔낫: 단순히 한 마디로는 토해낼 수 없는 이야기겠군, 친구.
캔낫: 하지만 나도 딱히 정신과 의사는 아니라서 자네를 도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
【1: 기억을 잃기 전에는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1: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한 마디, 한 마디로 저를 긁어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캔낫: 그건 중요하지 않네. 친구여.
캔낫: 우리의 존재란 것은 종종 다른 사람의 인식에 근거하네. 자네의 모든 것은 다른 사람이 청각, 시각 및 감정 교류를 통해 주는 피드백으로 변하지.
캔낫: "자네"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사회적으론 누군가에게 어떤 자네가 필요로 하게 되는지는 잘 알게 될 거네.
【1: 당신은 기억을 빨리 회복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까?】
【2: 만약 제가 정말로 기억을 찾고 싶어 한다면, 당신에게는 제게 도움이 되는 것이 있습니까?】
【3: 아마도 제게는 마음을 굳게 정한 다음에, 빠르게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거겠죠.】
캔낫: 있기야 하지. 하지만 추천하는 건 아니네. 이걸 어떻게 표현을 해줘야 좋을까.
캔낫: 우리의 삶은 공평한 허리띠야. 자네가 한쪽을 길게 잡아당긴다면 다른 한쪽은 짧아지네.
캔낫: 자네가 기억을 "빠르게" 회복하고 싶다면, 자네는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네.
캔낫: 자네의 그 기발한 머리는 이렇게 반드시 고생할 것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 이것은 또한, 가장 일반적인 "기억상실"에도 해당하는 거야.
캔낫: 자네 자신을 위해서도, 자네를 그토록 바라보는 토끼를 위해서도, 천천히 하는 게 좋아.
캔낫: 이런, 겸사겸사 말하고 있었는데. 작은 토끼 아가씨가 깨버렸군.

아미야: 박사님…… 좋은 아침이에요.
【1: 좋은 아침, 아미야.】
캔낫: 자네들끼리 먼저 이야기하게. 나는 다시 집어넣을 뗄감을 조금 주워오겠네.
*걸어가는 소리*

아미야는 조용히 당신 옆에 서서 멀리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태양은 황무지의 차가운 빛을 천천히 희석시키고 있었다. 모든 황량한 사막들은 점점 높아지는 태양 아래에 밝게 빛나기 시작한다.
당신들은 이 땅을 밟아본 적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테라의 광활한 땅 한구석에서 당신은 아미야와 함께 거닐어본 적이 있었다.
당신들은 일찍이 인가가 드문 이 대지에 함께 발자취를 남긴 적이 있었다.
그것은 당신의 인상이어야 하며 당신의 기억의 조각이었어야 했었는데── 하지만 진실은 켈시가 당신에게 들려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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