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소리*

라파엘라: ……

*쫓아가는 소리*

린 위시아: ……

*숨는 라파엘라*

라파엘라: ……

린 위시아: (사라졌어?!)

린 위시아: (아마도 나를 발견하지는 못했을 텐데.)

린 위시아: (평소에도 감시에 주의할 수 있도록 행동하게끔 훈련을 받았나?)

린 위시아: (그게 아니라면, 이 일대에 눈을 속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는 건가?)

린 위시아: (……됐어. 먼저 첸 훼이제를 찾아가는 게 우선이야.)

D.D.D.: 우선, 제가 본선 진출팀 리스트를 발표하겠습니다.

D.D.D.: 이번 그랑프리의 제1라운드 경기에는 모두 15개 팀이 진출했습니다.

D.D.D.: 본 대회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LUNG wRATh》!

D.D.D.: 《Grey Feather》, 《Pacer-man》, 《Honey Summer》, 《Business Cooperation Call 5453-46235》……

매니저: 수고했어, D.D.D.

매니저: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게 해서 미안해.

D.D.D.: 괜찮아, 거물의 체면이란 거, 난 이미 익숙하거든.

D.D.D.: 뭐, 처음에는 정말 적응이 안 되긴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DJ 하는 느낌이랑 거의 똑같던데.

D.D.D.: 굳이 따지면, 한쪽은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거고, 한쪽은 말로 하는 거잖아?

매니저: 그렇게 생각해 주면 참 다행이네. 하지만 정말로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전심전력으로 도와줄 테니까 말만 해.

D.D.D.: 꼭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고 하면, 물론 물올라서 막말한 거긴 한데, 어떤 순간에는 과거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을 했다고 생각되기도 해.

D.D.D.: 진짜 위험해라.

D.D.D.: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그 《LUNG wRATh》라는 팀, 너도 봤지?

D.D.D.: 이 팀 안에 있는 두 선수는 정말 대단하더라.

매니저: 이야, 그건 나도 동감.

D.D.D.: 그 둘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끌려가는 느낌이라니까.

D.D.D.: 그걸 보고 나서 두 선수를 위한 노래 두 곡 정도 뽑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지.

D.D.D.: 그 두 사람의 경기를 특등석에서 보기 위해서는 아직까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매니저: *옅은 웃음* 그건 정말 잘됐네.

호시구마: 음, 아가씨, 진짜 알다가 모르겠네. 경기가 끝났거니만, 오히려 아가씨께선 신이 나셨으니까.

호시구마: 요 며칠 동안 흥미진진하게 돌아다니는 걸 보니까 단순히 쇼핑만 하는 것 같지도 않아. 뭐가 그렇게 네 마음을 훔쳤길래 이래?

스와이어: 아직 쇼핑이 다 끝난 것도 아니지만, 나는 다른 목적이 또 있걸랑.

호시구마: 또 다른 목적?

스와이어: 나는 이 도시를 알아보려고 하거든.

호시구마: 도솔레스 시티를 알아보려고 한다고? 어째서?

스와이어: 이 도시의 담장 밖에는 3국 정부에 의해 점령당한 볼리바르가 있어.

스와이어: 라이타니아가 구축한 싱가스 정부, 컬럼비아가 지원하는 연합정부, 그리고 두 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들고일어난 진정한 볼리바르인.

스와이어: 3국 정부 간의 크고 작은 마찰은 지금 우리가 이렇게 앉아 있는 동안에도 그치지 않고 있을 거야.

스와이어: 도솔레스는 우리가 오는 길에 지났던 다른 볼리바르 도시와는 전혀 다른 곳이야.

스와이어: 이 도시는 더 이상 번화했다란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니까. 심지어 나조차도 이렇게 사치스럽고 오락으로 점칠된 도시는 본 적도 없어.

스와이어: 이런 나라에 왜 이런 도시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호시구마: 말 나온 김에 생각해보면 좀 궁금하긴 한데, 하지만 여기는 용문이 아니니까, 깊게 따지고 보는 건 귀찮네.

스와이어: 너라는 사람은 참, 분명히 다 알고 있으면서, 결국엔 용문이랑 첸과 관계없는 일이라면 별로 신경도 안 쓰는 거지.

호시구마: 이게 또 버릇이 돼버려서 말이야. 계속 말해줘, 아가씨, 네가 그렇게 말하는 이상에야 너도 분명히 무슨 생각이 있겠지.

스와이어: 만약 이 도시가 어둡고 암울한 잿빛으로 뒤덮였다면, 나는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겠지. 하지만 반대로 여긴 밉살스러울 정도로 활력으로 가득하잖아.

스와이어: 도시마다 심장이 하나씩 있다고 치면, 용문의 심장은 반드시 생기가 넘쳐야 해. 새빨갛고 건강한 혈액이 끊임없이 심장으로 보내져 강건한 박동을 유지하게 만들어야 하고.

스와이어: 그런데 이 도솔레스의 심장은 좀 이상했어. 더럽고 검은 피가 끊임없이 수혈되고 있는데도 쇠약해지기는커녕 건강한 용문보다 더 강하게 박동하고 있었으니까.

스와이어: 심지어 용문보다 더 활기찬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지.

스와이어: 외세의 견제가 드물었던 용문은 내가 말할 것도 없고, 도솔레스는 심지어 복잡한 상황에 놓인 볼리바르의 권역에 있었는데도 말이야.

스와이어: 이건 진짜로 이상하다고.

호시구마: 이야, 방금 그 비유는 이해하기 정말 쉬운데.

호시구마: 그래서 네가 궁금해하는 것은 도솔레스가 이렇게 활기찬 심장을 가진 도시가 될 수 없음에도, 이렇게 돼버린 이유, 맞지?

스와이어: 범죄를 방임하고 도박을 장려하는 이 도시에서의 생활은 너무나도 사치스럽고 방탕해서 매일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는 사람과 매일 하루아침에 파산하는 사람들로 가득해.

스와이어: 하지만 일반적인 유흥업만으로 도시는 굴러갈 수 없어.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도박과 심지어 범죄에 대한 통제를 느슨하게 할 수밖에 없었지. 또한 이를 통해서 온갖 잡놈들이 모두 이곳을 찾게 됐고.

스와이어: 그 결과는, 이 도시는 거짓되고 곧 무너질 것 같은 번영을 얻게 됐어.

스와이어: 듣기만 하면 이게 말이 되는 것 같겠지.

스와이어: 하지만 과연 그럴까?

호시구마: 음…… 나는 아가씨가 조금 생색낸다고 생각하는데.

스와이어: 뭐라고?!

호시구마: 그래도, 너 같은 큰 아가씨에게 이런 도시의 운영 방법은 확실히 엄청 드물고 야먄스러운 편이란 건 맞겠지.

호시구마: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곳은 아주 친절한 편이야.

호시구마: 아가씨도 알겠지만, 동국도 볼리바르처럼 멀쩡한 곳이 없어. 밖에서는 그 무엇도 전부 불태워버릴 만큼 강렬하게 싸우는데도, 안의 어르신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게 흔한 일이지.

호시구마: 이 도솔레스와 내가 아는 그 도시들은 결코 본질적인 차이는 없어.

호시구마: 아, 그래도 완전히 유흥업과 관광업으로 도시를 떠받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란 말은 맞겠지.

호시구마: 아무리 동국이라도 분명히 그런 도시는 없을 거야.

호시구마: 그러니까 한번 말해주지 않을래, 아가씨? 네가 발견한 것을 말이야.

스와이어: 말하기 싫거든.

호시구마: 에이, 그러지 마. 아가씨, 내가 잘못했다니까.

호시구마: 웨이터. 이쪽 아가씨한테, 여름 빙수, 이거 하나 주세요.

스와이어: 좋아.

호시구마: 그래, 아가씨. 화 풀어, 화 풀라니까.

스와이어: 흥. 호시구마, 우리가 시내에 갔을 때를 기억하고 있어?

호시구마: 우리가 도시에 들어갔을 때 네가 카드를 보여줘서 들여보내 줬던 거?

스와이어: 그건 내가 미리 준비한 거야. 용문과 도솔레스는 무역협정이 있어서 내가 직접 내 카드로 들어왔지.

스와이어: 아잇,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말하는 거야.

호시구마: 아, 좀 초라해 보이는 놈들이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수비대의 불심검문에 걸려서 돌아갔던 게 기억나긴 하네.

호시구마: 그 경비는 걸린 사람들한테도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줬지.

스와이어: 그리고 도심 밖에 있는 수많은 공장들도 본 적 있어?

호시구마: 봤지.

스와이어: 바로 그거야.

호시구마: 아하, 알겠다. 볼리바르 같은 곳에서는 정세가 날마다 변하고 있으니까 무역으로 생필품을 공급받는다는 것은 엄청 위험하다는 거네.

호시구마: 그리고 이 도시는 반드시 자신의 명맥을 자기 자신의 손으로 장악해야 하고.

호시구마: 또한 그 공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이지.

스와이어: 맞아. 내가 며칠 전 밤에 바에서 잠깐 알아봤는데, 여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월급을 많이 받더라고.

스와이어: 그래서 다른 도시 사람들도 산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무릅쓰고라도, 이곳에 와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어.

호시구마: 확실히 도솔레스에서 자리를 잡으면 바깥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 편이겠지.

스와이어: 그래. 연합정부나 싱가스 정부 밑에서 싸워서 돈을 버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이쪽에서의 일은 훨씬 안전해.

호시구마: *씁쓸한 웃음* 뒷골목에서 각목에 맞아 죽는 것과 전쟁터에서 죽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스와이어: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지 마. 그러고 나서, 내가 과거의 뉴스를 좀 찾아보니까, 도솔레스는 유흥업 외에도 술과 커피, 그리고 설탕까지 모두 볼리바르의 최정상에 있었더라.

스와이어: 볼리바르 전체, 연합정부, 싱가스, 진정한 볼리바르인,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거물들은 모두 도솔레스에서 이것들을 사야 하게 됐지.

스와이어: 볼리바르에서는 물론 우리 집에서도 볼리바르산 테킬라와 커피는 자주 볼 수 있어. 비록 내가 생산지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이곳 공장의 상표는 본 기억은 있어.

호시구마: 그리고 수비대들은 장비도 훌륭했고, 의지도 대단했지……

호시구마: 유흥업과 관광업 외에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사치품 산업을 장악하고 있던 건가.

호시구마: 그래. 이 도시는 겉으로는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도시의 기반도 튼튼하다는 네 말을 이해했어. 또한, 용문처럼 일사분란한 도시로 변할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도 말이야.

호시구마: 재밌네. 나도 좀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어.

스와이어: 그래서 내가 별것 아닌 일에 생색낸다고 생각해?

호시구마: 스 아가씨는 이리도 멀리 내다보시는데, 그 시야가 어찌 저와도 같은 무명의 졸개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부디 아량이 넓으신 아가씨가 이해해주소서.

스와이어: 말은 잘해.

호시구마: 하지만, 아가씨,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난 네가 원하는 답은 간단하다고 생각해.

호시구마: 어쨌든 자신이 통제하는 것 이상의 혼란은 상위권자에게 허용되지 않지.

호시구마: 도솔레스가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혼란은 그 혼란을 지배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야.

호시구마: 즉, 답은 이 도시에는 분명히 강력하고 광적인 지배자가 있다는 거지.

스와이어: 내 답은 이거야.

스와이어: 이 도시의 시장, 칸델라 산체스.

스와이어: 용문과 도솔레스의 무역 거래에는 우리 가문도 참여했지만, 나는 그 사람과 이 도시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어.

스와이어: 도대체 어떤 사람이 자기 도시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을지 궁금했거든.

호시구마: 그럼 직접 가서 얘기 좀 해봐. 네가 네 신분을 밝히면 응대해 줄 거야.

스와이어: 안 돼. 말로는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으니까.

스와이어: 가자. 아직 구경할 곳이 많잖아!

스와이어: 자, 서둘러. 오늘은 시 외곽에 있는 공장으로 갈 거야.

*가게를 나가는 소리*

웨이터: 아가씨, 주문하신 빙수입니다.

호시구마: 잠깐, 아가씨, 빙수 나왔어.

호시구마: 아이고, 가끔은 첸이랑 똑같다니까. 성질이 저렇게 급해서 원.

호시구마: 에휴, 이거는 내가 먹어야겠네.

호시구마: 아가씨, 나 좀 기다려줘!

*달리는 소리*

첸: ……

첸: (초록색 머리에, 뿔이면…… 호시구마?)

*걸어오는 소리*

린 위시아: 넌 뭘 보고 있어?

첸: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오랜 친구 한 명을 본 것 같아.

린 위시아: 용문인? 어디에 있는데?

첸: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어. 괜찮다. 그 사람이 여기에 나타날 리는 없어. 내가 눈이 침침해졌나 보군.

첸: 오히려 너, 다른 사람 보고 여기서 만나자고 했으면서, 왜 네가 이제야 오는 거지?

린 위시아: 길을 조금 헤맸어. 너 먼저 들어가.

첸: 이 바는 그날 네가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충돌했던 곳 아닌가?

린 위시아: 이젠 내 나와바리거든. 얼른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