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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하나 - 재벌 3세 하나와 주치의 메르시 1

검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12 11:31:40
조회 1914 추천 70 댓글 19
														


"치글러 선생님, 송하나 환자가 또 사라졌어요!"

문이 노크된 직후, 간호사가 곤란한 얼굴로 들어서며 그렇게 말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것 같은 광경에 앙겔라는 오늘도 이마를 짚었다.

***

"뭐라고요?"
"알아 들었잖나, 치글러 과장."
"말이 되는 소릴 하세요, 병원장님. 전 바쁜 사람이란 말이에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오후 진료 시간 빼줄 테니까 그렇게 하게."
"거부합니다. 이건 명백한 월권행위예요. 정식으로 항의하겠습니다."

앙겔라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30세에 외과 과장 자리를 제안 받고 한국에 온 지 7년.
온갖 비리가 횡행하는 이 나라에서 앙겔라는 꿋꿋하게 양심을 지키며 의사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어떤 외압이 있든, 어떤 부당한 처사를 받든 신경 쓰지 않고 의사로서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왔는데, 뭐? 가당치도 않는 제안이다.
앙겔라는 고려할 여지도 없다는 듯 말하고 뒤돌아섰다. 그런 앙겔라의 등에 대고 병원장이 외치듯 말했다.

"300억!"

앙겔라의 발걸음이 멈칫 했다. 그 사이에 그가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D 그룹에서 우리 병원에 기부하기로 한 금액일세. 그 금액이면 소아암환자를 위한 연구동을 세울 수 있어. 치글러 과장, 기껏 해봐야 하루 1시간이지 않나. 회진 돈다고 생각하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야. 부탁 좀 함세. 응?"

앙겔라는 갈등했다.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아암 환자를 위한 연구동 신설은 몇 년 전부터 앙겔라가 추진해오던 일이었다. 긴 시간을 들인 끝에 의료진을 설득했고 병원장도 설득했다. 남은 것은 자본뿐이었다. 그런데 그 자본이 자신의 희생으로 한 번에 들어온단다. 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신경외과 과장인 자신이 어째서 심장병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지, 앙겔라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을 콕 집어 주치의로 지정하는 건 대체 무슨 속셈인가. 심지어는 환자의 멘탈 케어를 위한 하루 1시간 상담까지 요구하고 있었다.

"어차피 얼마 안 걸릴 거야. D그룹 회장이 그렇게 예뻐하는 손녀인데, 오래 걸릴 리가 없지. 치글러 과장,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나. 응?"
"……."
"요즘 경기가 나빠서 기업들이 기부도 줄이고 있단 말일세. 올해만 해도 작년에 비해 기부금이 30%나 줄어들었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응?"

앙겔라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하루 1시간과 300억. 의사로서의 소신과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치료 연구.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무게의 추는 분명하게 기울었다.
앙겔라는 고개를 돌려 병원장을 보고 말했다.

"진료 기록 주시죠."

*

송하나. 만 19세. 고등학교 3학년. 선천적 심장 질환으로 어릴 적부터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고 최근 들어 증세가 악화됨. 장기 이식을 신청하고 기증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중.

"송하나……."

이름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누구인지는 알고 있다. 1년 반 전,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 온 환자였다. 다리에 철심을 박을 정도로 크게 다쳤었지만,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수술이 끝난 후 경과를 보기 위해 찾아온 앙겔라를 보고서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다짜고짜 고백했던 맹랑한 아이. 철심을 뽑고 다리가 다 낫는 1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앙겔라를 찾아왔던 집념의 고등학생.
그리고 그 1년 동안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발길을 뚝 끊어버린 매정한 아이.
섭섭한 마음을 애써 외면하며 애들이 그러면 그렇지, 하고 넘겼는데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날 줄이야.

앙겔라는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곧 보게 될 얼굴, 뭐가 좋다고 벌써부터 생각하려 하는지. 저는 그냥 심장이식을 기다리며 컨디션을 조절하게 하고 멘탈 케어를 위한 상담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이런 식으로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하는 점은 정말이지 못마땅하다. 재벌 3세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이는 제게 다가오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아이에 대해 더 좋게 생각했던 건데…….
앙겔라는 옛 감정은 다 잊고 최대한 사무적으로 아이를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앙겔라가 VIP 입원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병원장과 마주쳤다. 그가 밝은 얼굴로 말을 건넸다.

"치글러 과장, 이야기 들었나?"
"무슨 이야기요?"
"기부금 들어왔단 소리 말일세."
"아, 네."

D그룹 회장이 눈에 넣어도 안 아파할 만큼 아낀다더니 과연, 아이의 입원과 동시에 소아암환자 연구동 개설을 위한 측량이 시작되었다.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네.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송하나 환자 보러 가는 거지? 거 얼굴 좀 펴고 가게."
"가다가 펴지겠죠, 뭐."

앙겔라는 투덜거리듯 대꾸했다. 아이의 주치의를 맡게 됨으로 인해, 아무리 많은 돈을 내걸며 수술 청탁을 해도 거절해왔던 앙겔라의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오점이 생긴 터였다. 기분이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었다.

"치글러 과장, 단번에 300억이 들어오는 게 아닌 거 알지? 분기마다 순차적으로 들어올 걸세. 절대 환자에게 화를 내거나 불친절하게 대하면 안 되네. 알았지?"
"제가 언제 환자를 상대로 그렇게 행동한 적이 있나요?"
"아니, 그냥 뭐 혹시 모르니 하는 말이지. 험험, 그럼 수고하게."

톡 쏘아붙이듯 말하는 앙겔라에게 병원장이 헛기침을 하며 무마했다. 앙겔라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VIP 병실이 위치한 병원 최상층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앙겔라는 청진기를 매만지고 2202호 병실 앞에 섰다. 6개월 전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 나타난, 그것도 외압을 행사해서 강제로 주치의를 맡게 한 아이.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상대는 어찌됐든 환자였다. 깊게 심호흡하고 입가를 끌어올린 후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하는 높은 목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 왔어요?"

반년 만에 본 아이는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갈색 머리카락에 예쁘장한 얼굴, 환자복 위에 입은 살구색 카디건이 병실이란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게 상큼해보이기까지 했다.

앙겔라는 한순간 말이 막혔다. 무심코 반년 전을 떠올린 탓이다. 반년 전만 해도 아이는 앙겔라를 보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듣기 좋은 높은 목소리로 쉴 새 없이 종알대며 미소 지었고, 얼굴을 볼 때마다 제가 좋아하는 껌이며 사탕이며 과자를 한 무더기씩 안겨주고 가는 통에 3일마다 과자 한 박스씩을 소아병동으로 보내곤 하는 게 일이었다.
이번에도 그 비슷한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웬걸. 아이는 침대 쿠션에 기대어 앉아 게임기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건성건성 건넨 인사에 앙겔라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런 앙겔라의 눈에 침대 위에 놓인 것들이 들어왔다.

"하나 양? 그 과자는 뭐죠?"
"뭐긴 뭐겠어요? 도리토스지. 신제품으로 와사비맛 나왔는데 모르시나?"
"와사비맛?"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완전 유행하는 맛인데. 아, 10대 아닌지 한참 되셨지? 미안해요, 모르실 만 하네."

깐족거리는 아이의 말에 앙겔라는 할 말을 잃었다. 기억 속의 박사님! 하며 발랄하게 인사하던 그 아이가 맞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기억 속 아이는 언제나 제 눈길만 바라며 방긋방긋 웃고 있는데, 현실의 아이는 게임기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은 채 앙겔라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있다.
낯선 모습에 잠시 굳어버린 사이, 아이는 과자로 왼손을 뻗었고 그걸 본 앙겔라는 정신을 차리고 과자봉지를 뺏었다. 아이의 손이 허공을 더듬었다.

"아! 왜 뺏어요? 그거 절반밖에 안 먹었단 말이에요. 이씨, 먹고 싶으면 돈 주고 사드시지."
"제가 이걸 먹고 싶어서 그러겠어요? 하나 양, 입원했으면 환자식을 먹어야죠. 웬 군것질에요? 딱 보니 색소 범벅에 불량식품 같은데."
"불량식품 아니거든요? 백화점 마트에서 파는 불량식품이 어디 있어. 그리고 환자식 맛 더럽게 없다고요. 웩, 극혐."

…이런 애였던가?
앙겔라는 지난 1년 간 보아왔던 기억 속의 아이와 제 눈앞의 아이가 도통 매치되지 않았다.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의 옆얼굴이 낯설게 보였다. 생각해보면, 아이는 언제나 앙겔라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녀가 기억하는 아이의 얼굴은 정면에서 본 웃고 있는 얼굴이었다. 옆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웃음기 없는 얼굴도. 잠시 멍해졌던 앙겔라는 곧 정신을 되찾고 침대로 성큼 다가서서 청진기를 꺼내들었다.

"게임기는 내려놓고 일단 진찰부터 하죠."
"아, 라스트 스테이지가 코앞인데. 이따 하면 안 돼요?"
"안 돼요."
"점심으로 단호박을 드셨나 단호하시네."

아이가 궁시렁대며 게임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앙겔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노려보는 것도 아닌데 아이의 눈빛이 강했다. 앙겔라는 의아한 기분을 느끼며 아이를 마주보았다.

"……? 할 말 있어요?"
"…아뇨. 빨리 진찰이나 하죠. 저거 얼른 깨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야 하는데."
"……상의 좀 들어보세요."

아이가 꾸물거리며 환자복 상의를 들췄다. 앙겔라는 청진기를 귀에 꽂고 청진판을 아이의 심장 부근에 가져다 댔다. 아이가 차갑다고 투덜대는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심장이 약간 빠르게 뛰었지만 아이가 심장병환자임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 같았다.
앙겔라가 차트에 기록을 하는 동안 아이는 옷매무새를 고치고는 말했다.

"이제 게임 해도 되죠?"
"…이제 상담 해야죠."
"무슨 상담이요?"

아이가 모르겠단 표정으로 되물었다. 억지로 하게 해놓고선 무슨 발뺌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앙겔라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환자의 심신 안정을 위한 상담이요."
"그게 제 병에 필요한 거예요?"
"……굳이 필요하지는 않죠."
"그런데 왜 하는 거예요?"

앙겔라는 아이의 얼굴을 찬찬히 훑었다. 아이는 정말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이가 꾸민 일이 아닌 걸까? 그렇다면 보호자가? 보호자 하니 생각나는 건 아이를 몹시도 귀애한다는 D그룹 회장의 얼굴이었다. 60대의 회장은 큰 체구에 붉은 혈색을 한 노인으로, 정기검진을 제외하면 병원을 찾을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 아이와는 딴판이었다. 혹시 그 회장이 일을 꾸민 걸까? 왜? 무슨 의도로?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앙겔라는 아이에게 물었다.

"……하나 양. 혹시 주치의로 저를 지명 했나요?"
"네.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된다던데요?"

앙겔라는 신경외과 과장으로서 몹시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원한다고 해서 주치의로 지명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는데,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일이 가능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앙겔라는 속이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일부러 아이가 돈을 이용해 주치의로 자신을 지명한 게 아님을 알아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째서요?"
"음-, 이왕이면 얼굴 아는 사람이 주치의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저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아닌데요."
"상관없어요. 누구든 똑같을 텐데요, 뭘."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이 조금 귀에 걸렸으나 그보다는 화가 났다. 누구든 똑같으면 나를 지명하지 말아야지.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 했으나 곧 머릿속에서 300억이라는 액수가 붉게 깜박였다. 300억.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을 매달려도 그 끝에도 닿지 못할 어마어마한 금액이 눈앞의 여자애를 돌보는 조건으로 병원에 기부되었다는 사실을, 앙겔라는 잊지 않았다. 속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앙겔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상담은 해야 해요."
"아하. 뭐 그래요."

앙겔라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VIP 병실이라 그런지 의자 쿠션도 남달랐다. 과장실에 있는 앙겔라의 의자보다도 좋은 것 같았다.

"점심은 뭐 드셨어요?"
"……상담은 제가 하는 거예요, 하나 양."
"전 도리토스랑 닥터페퍼 한 캔 먹었어요. 아, 도리토스 절반밖에 못 먹었구나. 박사님이 뺏어가서요."
"뺏어간 게 아니라 환자의 몸 상태를 생각해서 압수한 거죠. 그리고 탄산음료도 자제하도록 해요. 게다가 이 병실에 나오는 환자식은 특별히 신경 써서 나올 텐데요?"
"그래도 맛없어요. 박사님은 점심 뭐 드셨어요? 전 말했는데, 박사님은 말 안 하실 거예요?"
"……식당에서 A 정식 먹었어요."
"아, 그 계란말이 나오는? 아직도 매일 그것만 드세요?"
"……메뉴 고르기 귀찮아서요."
"아휴, 좀 더 다채로운 걸 드세요. 이제 건강 챙겨야 할 나이신데 그러다가 영양결핍 같은 거 걸리면 어떻게 해요. 어차피 박사님 그 정식 다 먹지도 않잖아요? 아직도 그러죠?"

마치 편식하는 아이를 혼내는 듯한 말투에 앙겔라는 어이가 없었다. 편식의 대가가 지금 누구한테 뭐라고 하는 건지. 게다가 흘리듯 말하는 나이 이야기가 귀에 거슬린다. 앙겔라는 눈앞의 아이를 재차 보았다. 한창 피어날 나이의 아이에게서는 싱그러운 기운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나이 관련 발언은 뭐라고 따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제 건강은 제가 챙겨요. 다른 이야기를 하죠. 입원하니 기분이 어때요?"
"별로인 것 같아요. 학교를 쉬게 됐고, 준비하던 게임 대회도 그만두게 됐고. 아, 공부는 안 하게 되어서 그 점은 좋네요."
"하나 양은 성적이 꽤 좋았던 걸로 아는데요."
"기억하시는 구나? 뭐, 그래도 공부하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누가 공부를 좋아하겠어요? 아, 박사님은 왠지 좋아할 것 같아. 학교 다닐 적에 좋아서 혼자 공부하고 그랬죠? 맨날 맨날 손에 책 들고 다니고?"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어요."
"좋아는 하셨단 말이네. 박사님은 왠지 공부하느라 놀아도 본 적 없을 것 같아요. 그쵸?"
"…그런 편이긴 하네요."
"아, 아쉽다. 내가 박사님이랑 같이 학교 다녔으면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인생의 즐거움을 알려줄 텐데. 박사님은 너무 따분하게 사는 것 같아."

정말로 아쉬운 듯 말하는 아이의 얼굴을 앙겔라는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종잡을 수가 없었다. 깐족거리는가 싶더니 제 일에 간섭해서 걱정의 말을 늘어놓고, 이제는 같이 학교에 다니지 못해서 아쉽다니……. 뭔가 태도가 뒤죽박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막 입원해서 마음이 복잡하나?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박사님, 저 없는 6개월 동안 잘 지냈어요?"
"…저야 하루가 다 비슷하죠. 괜찮게 지냈어요."
"저 없어서 안 심심했어요?"
"……별로요."
"아, 거짓말."
"거짓말 아닌데요."
"거짓말 맞아요. 박사님 거짓말 할 때 오른쪽 눈썹이 좀 올라가거든요."

앙겔라는 당황했다. 제게 그런 습관이 있는 것도 놀랄 일이긴 했는데, 그보다는 마음을 들켜서 당황스러웠다. 1년간 매일같이 얼굴을 보아 온 아이가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린 6개월 동안, 솔직히 섭섭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아픈 환자와 언제나 피곤해하는 의사와 간호사로 가득찬 병원에서는 아이처럼 밝고 활기찬 사람이 드물었기에 더 그랬었다. 그런 앙겔라를 유심히 살피던 아이가 다시 만난 이후 처음으로 밝게 웃었다.

"역시 저 없으니까 심심하죠? 앞으론 제가 하루 종일 놀아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많이 바빠요. 놀기 위해 병원에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래도 가끔은 시간이 날 거 아니에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 심심하면 찾아오세요. 언제든지 상대해드릴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아이는 웃었다. 앙겔라는 회진시간 외에는 절대로 찾아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첫 날의 상담은 끝이 났다.


그러나 아이는 그 이튿날부터 병실에서 기다리겠다는 말과는 다르게 단 하루도 가만있지 않고 병원을 이리저리 쏘다니기 시작했다. 특히 자주 소아암 환자동에 가서 아이들과 같이 떠들어대며 놀곤 했는데, 어린 남자애들과 어찌나 격하게 놀아주는지 저번에는 심장 발작 비슷한 것이 일어나는 바람에 앙겔라는 거의 정신이 나갈 뻔 했다.
안정을 취하라고 입원시켜놨더니 발작이라니!

상태가 진정되고 나서 아이를 병실에 데리고 가 야단을 치며 가만히 있으라 했지만 아이는 그 때만 말을 듣는 척 했고, 그 이튿날이면 또 병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들어먹지를 않는데다 앙겔라가 아니면 말을 들은 체도 안 하니 이젠 매일 잡으러 다니는 게 앙겔라에게 있어 일과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

"하나 양!"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소아암 환자동에 가 있었다. 오늘은 무릎 위에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애를 앉히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던 참이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모습 중에 가장 얌전하게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이었지만, 어쨌든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어야 할 아이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기에 앙겔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가 능청스레 알은체했다.

"박사님, 오늘도 뛰어오셨어요? 아휴, 관절 상하면 어떻게 해요. 천천히 걸어오셔도 저 도망 안 가는데."
"…관절 걱정할 나이까진 아니에요. 그리고 하나 양이 병실에 가만히 있으면 제가 뛰어올 일도 생기지 않잖아요."
"병실은 너무 심심하단 말이에요. 사람이 좀 걸어도 다니고 말도 하고 그래야죠. 안 그래요?"
"저번에 발작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으니 어쩔 수 없죠. 자, 가요."

아이가 아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동화책을 읽어주던 어린애의 손을 한번 잡아주고는 나중에 보자며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어린애들을 상대로 할 때면 곧잘 볼 수 있는 다정한 모습이었다. 앙겔라를 쫓아다니던 1년 동안에도 앙겔라를 대할 때면 자주 저러곤 했다. 그랬던 것이 왜 이렇게 깐족거리는 태도로 바뀌어버린 것인지……. 뒤늦게 온 사춘기일까? 앙겔라는 길게 숨을 토해내며 아이의 병실로 향하는 길을 앞장서서 걸으며 말했다.

"하나 양에겐 지금 휴식이 필요해요."
"오늘은 조용히 책만 읽고 있었는데 그냥 내버려둬도 됐잖아요."
"그래도 안 돼요. 게다가 어떻게 내버려둬요? 제가 주치의인데."

주치의라는 말에 아이가 입을 삐쭉이다 물었다.

"박사님 오후 회진 끝났어요?"
"네, 끝냈어요."
"그럼 저랑 산책이나 하실래요?"
"병실에서 쉬어야죠."
"제가 생각하기로는 전 지금 영혼의 안식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그러면 책을 읽으세요."
"무슨 책이요?"
"고전 문학 같은……."
"웩, 요새 누가 그런 걸 읽는다고 그래요? 그런 것들은 도서관 한 구석에 처박혀서 먼지나 쌓여 있을 것 같은데. 요즘 세대 아닌 걸 왜 그렇게 티를 내시지?"

마지막 말은 중얼거리듯 한 말이었으나 앙겔라의 귀에 똑똑히 꽂혀들었다. 앙겔라는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젊은 나이는 아니라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나이 든 것도 아니라 생각했는데, 재회하고 나서부터 아이에게 자꾸 공격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참자. 앙겔라는 중얼거렸다. 상대는 무려 18살이나 어린 아이였다. 심지어 환자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300억과 등가 교환된 대상이었다. 앙겔라가 심기를 다스리는 사이 아이가 말했다.

"그럼 저랑 게임하실래요? 박사님이 그나마 좋아하실 것 같은 테트리스도 있는데."
"업무가 남았어요."
"회진 끝났는데도요?"
"회진이 의사가 하는 일의 전부는 아니죠."
"에이. 안 바쁜 날이 없으시네. 그럼 이따 저녁 같이 먹어요. 네?"

앙겔라는 고민했다. 의사로서 특정한 환자와 친하게 지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저를 쫓아다니던 1년 동안, 아이의 끈기와 끈질김에 져서 앙겔라는 종종 병원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곤 했다. 게다가 오늘은 간호사에게서 아이가 환자식을 거의 먹지 않는단 소리도 들은 바였다. 한 끼정도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 …이것도 환자의 케어에 들어간다면 들어가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얌전히 먹을게요, 네?"
"……깨끗하게 다 먹으면요."
"물론이죠. 아싸!"

저와 구내식당에서 한 끼 먹는 게 뭐라고 저렇게 좋아하는지. 놀렸다가 깐죽댔다가 다정했다가 까칠했다가, 아직도 아이의 태도는 왔다 갔다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아이도 불안하겠지. D그룹 회장이 어떻게든 손을 써서 심장이식 순번을 당겨놓을 테지만, 그래도 심장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만 해야 하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도 앙겔라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아무렴 나는 새도 말 한마디에 떨어뜨린다는 회장이 그토록 아끼는 손녀인데. 차라리 피곤에 찌들어 구내염이 걸린 제 자신을 걱정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아이와 헤어지고 나서 병원 지하에 있는 기도실로 갔다. 짧은 기도를 올린 후앙겔라는 과장실로 돌아가 남은 업무를 처리했다. 구내염 때문에 자꾸 입안이 아파서 신경이 쓰였다. 아이 때문에 하루 1시간씩 시간을 뺏기게 되니 자연스럽게 야근을 하게 됐는데, 안 그래도 타이트한 일정에 무리를 하니 몸이 따라주지 않아 이렇게 된 것 같았다. 그 원흉과 저녁을 같이 먹어야 한다니 마음이 복잡했다.

저녁시간이 되어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앙겔라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치글러 선생, 저녁 먹으러 가나?"
"아, 김 교수님."

흉부외과 심장전문의로, 심장에 관해서는 국내에서 따를 자가 없다는 김 교수였다. 앙겔라는 얼마 전까지 김 교수가 아이를 담당하던 주치의였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김 교수님도 식사하러 가세요?"
"그렇다네. 같이 할 텐가?"
"아, 저는 선약이 있어서요."
"송하나 환자지?"
"…어떻게 아셨어요?"
"작년부터 자네를 굉장히 따라서 의국에 소문이 다 나지 않았나."

그렇게 말하며 김 교수는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별 일 아닌데도 저렇게 웃는 걸 보니 실력도 좋고 성격도 좋다는 말이 사실인 듯 했다.

"주치의로 자네를 희망했을 정도면 말 다 했지. 어때, 송하나 환자가 말을 잘 듣나?"
"……네, 그러는 편이에요."

오히려 앙겔라의 말만 들어서 문제였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 결국 앙겔라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한 번 진찰하고 상담하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병실 밖에서 최소한 하루 다섯 번은 아이와 마주치는 것 같았다.

"너무 제 말만 들어서 문제지만요. 고집이 보통이 아니던걸요."
"근본은 착한 아이야. 내 오래 봐왔으니 장담하지."

그렇게 말하는 김 교수의 얼굴은 손녀에 대해 말하듯 인자해보였다. 그 얼굴을 본 앙겔라는 참지 못하고 묻고 말았다.

"김 교수님, 왜 제가 하나 양의 주치의가 된 거죠? 전 신경외과 전문의예요. 심장수술에 관해서는 김 교수님보다 더 뛰어난 분이 없잖아요. 아무리 하나 양이 원했더라도 보호자가 비전문분야의 의사를 주치의로 바꾸는 것을 보고만 있었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보호자도 동의한 일이라네. 그리고 치글러 선생, 너무 부담 갖지 말게. 만약 이식을 하게 된다면 집도는 내가 할 걸세. 치글러 선생은 그냥 송하나 환자의 컨디션 조절에만 신경써주면 되네."
"하지만 그런 걸로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조만간에 보호자가 자네를 만나러 올지도 모르겠군. 그때 이야기 해보게."

김 교수는 그렇게 말하며 앙겔라의 어깨를 두드리고 복도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다. 앙겔라는 해결되지 않은 의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 뭔가가 뭔지를 모르겠다. 게다가 아이의 보호자라고 하면, D그룹 회장 아닌가. 그런 거물과 마주해야 한다니 왠지 더 피곤해지는 것 같아 앙겔라는 깊이 한숨을 토해냈다.

*

"박사님!"

아이는 구내식당 입구에서 이미 앙겔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색 카디건이 호리호리한 아이와 잘 어울려 보였다. 날이 추운 것도 아닌데 아이는 항상 겉옷을 입고 다녔다.

"하나 양. 병실에서 얌전히 있었나요?"
"완전 얌전히 있었는데요. 조금만 더 얌전했으면 숨도 못 쉬어서 호흡곤란으로 죽었을 걸요."

말은 그렇게 했어도 어차피 게임이나 하고 있었겠지 싶어 앙겔라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 자판기에서 A정식을 고르려는데 아이가 얼른 특식 버튼을 눌렀다. 앙겔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전 A 정식을 먹으려고 했는데요."
"오늘 특식으로 갈비탕 나온대요. 박사님 갈비탕 좋아하시잖아요."
"……그럼 그걸로 먹죠."

매일 메뉴가 들쭉날쭉 바뀌는 특식을 챙기기가 귀찮아 앙겔라는 언제나 가장 무난한 A정식을 먹곤 했는데, 아이는 그 점을 정말로 못마땅해 했다. 세상의 3대 행복 중 하나를 놓치고 있는 것이라며 제 일 마냥 안타까워하면서, 반년까지만 해도 앙겔라를 찾아올 때마다 호텔 요리사가 만든 도시락을 싸들고 오기도 했었다. 앙겔라는 새삼 그 때로부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음을 깨달았다. 그토록 팔팔하게 뛰어다니던 아이가 지금 제 눈앞에선 심장질환으로 입원해있다니…….

비록 갈비탕이 좋아하는 메뉴이긴 했지만, 병원에서 나온 음식이 대개 그러하듯 그냥저냥 먹을 만한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아이가 불평을 터뜨릴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아이는 식사를 하는 동안 요즘 나온 게임에 대해서 종알거리기만 했을 뿐 음식에 대해 투정을 하지는 않았다. VIP병실로 나가는 환자식도 맛없다며 안 먹는 아이답지 않았다.

아이는 앙겔라와 약속한 대로 갈비탕을 싹싹 비웠고, 그걸 본 앙겔라도 특정 환자와 같이 식사를 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 덜어냈다. 이렇게 식사를 같이 하는 건 어디까지나 환자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식사를 끝낸 후 앙겔라는 아이를 병실로 데려다주기 위해 아이와 같이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아이는 기분이 좋은 듯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카디건 안에 입고 있는 환자복만 아니었다면 병원에 놀러온 아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하나 양."
"박사님이랑 식사 같이 하니까 기분이 좋네요. 그런데 박사님은 좀 더 밥을 팍팍 드셔야겠어요. 왜 그렇게 조금만 드시는 거예요? 아, 이제 위장이 소화하기 힘들어하는 나이신가? 소화제라도 챙겨드려요?"
"…구내염 때문이에요. 소화기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요."
"뭐 피곤한 일 있으세요? 말썽피우는 환자라도 생겼어요?"
"네, 눈앞에 있네요."
"박사님 눈앞에는 완전 말 잘 듣는 착하고 예쁘고 귀여운 송하나밖에 없을 텐데, 이상한 일이네요."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가. 앙겔라는 이마를 짚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니 치솟던 화도 가라앉는 것 같아, 앙겔라도 결국 픽하고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오늘 밤은 제발 소등시간에 자도록 해요."
"밤에는 유럽서버가 열리는데……."
"그게 뭐든 간에 그냥 자요."
"박사님이 볼에 뽀뽀해주면 그럴게요."
"…그냥 밤을 새세요."
"아, 환자한테 완전 너무하네."

요즘 들어 아이가 매일같이 요구하는 스킨십은 볼 뽀뽀였다.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날이 갈수록 더 뻔뻔해지는 것 같다며 앙겔라는 2202호 문 앞에 섰다. 어느새 밤 8시, 아이를 들여보내고 퇴근을 할 생각을 하니 기운이 조금 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이는 병실로 들어가지 않고 그 앞에 서서 앙겔라를 유심히 살폈다. 앙겔라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할 말 있나요, 하나 양?"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그러면요?"
"잠깐 고개 좀 낮춰보시면 안 돼요? 얼굴에 뭐 묻었는데."

저녁 먹으면서 뭐 묻었나? 앙겔라는 별 의심 없이 순순히 고개를 낮췄다. 아이의 눈이 묘하게 빛나는 것 같단 생각이 든 순간, 아이의 몸이 기울었다.

쪽!
귀여운 소리와 함께 앙겔라의 볼에 기습뽀뽀를 성공시킨 아이가 뿌듯하게 웃으며 말했다.

"얼굴에 예쁨 묻었어요! 박사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그럼 내일 봬요!"

아이가 다다다 쏟아내듯 말하고는 쾅, 병실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는 바람에 앙겔라는 어이가 없었다. 볼 뽀뽀를 안 해주니까 제가 하겠다는 건가. 잔망스럽기는…….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아이한테 휘둘리는 것 같았다. 앙겔라는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뒤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이제 퇴근을 해야 했다.
아이가 피운 애교 때문인지 슬쩍, 입술에 웃음이 어렸다.
그다지 나쁜 하루는 아닌 것 같았다.




끝.





지름작임을 알려드립니다. 이렇게 문어발이 되어가는군요(깨달음).
시간은 없는데 하나메르 뽕은 차오르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간내서 후다다닥…
해피일지 새드일지 아직 안 정했는데 어째 써가는 분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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