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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지나가던 문예부 백합파는 사람입니다.앱에서 작성

글쟁이(61.98) 2018.01.20 12:06:02
조회 2254 추천 48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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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나츠 글 짧게 써봤슴.
새벽에 완성한거라 문장이나 띄어쓰기나 엉망인게 눈에 보일텐데 양해바람. 걍 내가 필력이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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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망쳤다.


무엇으로부터?



뭐긴 뭐야. 망할 집안에서.... 저 짐승같은 인간에게서 도망쳐나온게 당연하잖아.


자기가 애용하던 샌드백이 이곳을 떠나면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걸 예상하기라도 한 듯 그는 내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쫓아왔지만, 배가 튀어나온 중년이 날렵한 소녀를 따라잡을리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체구도 작으니까 어디에서든 숨을 수 있다. 그건 칭찬할만 하다. 초등학생만한 내 몸뚱이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알코올에 취한 목소리가 점점 사라졌을 즈음에 나는 달리는 걸 멈추고 숨을 골랐다. 격하게 공기를 빨아들이는 입안에 차가운 물방울이 몇번 떨어지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바닥에 떨어져 튀는 시끄러운 물소리는 내가 울부짖는 소리마저 감춰주지는 못했다.

결국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양껏 울고나서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대충 살펴보면 평범한 주택가이지만 아는곳이 아니라서 이리저리 고개만 돌릴 뿐, 발을 내딛지 못했다. 그 순간 갑자기 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이곳이 어디든 무슨 상관이야?

그 지옥같은 곳이 아니라는 점만 해도 자유로워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구속구는 풀렸다. 나는 이제 그 누구에게도 억압받지 않는다. 하지만 돌아갈 수 있는 장소가 사라졌다는게 이렇게까지 서글픈일이었던가.

'거긴 그냥 지옥이지 무슨 집이고, 무슨 돌아갈 곳이야'라고 말해주듯이 몸은 아직도 떨리고 있지만...

왠지모를 상실감은 나를 계속 괴롭힌다.

비는 멈추지 않고 내린다. 아까보다 더욱 거세진 빗줄기가 내 몸 어느곳 빠짐없이 축축히 적셔갈 때,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될지 웅크려서 고민했다. 주택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힐끗 쳐다보는게 느껴지지만 개의치않았다. 한순간의 부끄러움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게 우선이니까.

모텔 같은 곳에서 묵자니 돈은 가지고 나온게 없고, 노숙은 역시 위험하겠지. 이쪽에 놀이터라도 있다면 원형 미끄럼틀 안에 들어가서 자는것도 나쁘진 않을텐데 유감스럽게도 놀이터는 없는 것 같았다. 왜 내게는 절망적인 선택지 밖에 없는 걸까. 또 다시 서러워져서 무릎을 끌어안고 훌쩍였다.

미약한 땅의 진동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내 앞에 서있다. 얇고 예쁜 다리가 눈에 보이자 나를 때리듯이 떨어지던 빗줄기가 멈췄음을 깨달았다. 고개를 들면 그 애의 짙은 머리색이 우산의 그늘에 가려져서 유난히 더 어둡게만 보인다.

왜.

왜 네가 여기에 있는거야.

"유리."

유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우산을 내게 기울일 뿐, '안녕하세요'같은 간단한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물론 내게도 그렇게 상냥히 인사를 건넬 이유는 없었다. 우리는 서로의 일그러진 면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점을 철저히 이용해서 서로를 모욕했다. 그때의 일은 전부 모니카의 소행이었지만 게임이 정상적으로 되돌아온 후인 지금도 그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아마 유리에게도 마찬가지겠지.

"...너 여기 살아?"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유리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역시 대답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이 조금 짜증났다.

왜, 뭐가 불만인데. 여기 좀 앉아 있으면 안 돼? 대체 뭐가 문제라서 나한테 우산을 씌우러 다가오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쳐다만 보고 있는건데.

아 혹시,

"나를 비웃으러 온거라면 잘 왔네. 지금의 나는 이렇게나 한심하니까, 그러니까 이때 마음껏 비웃어둬."

묵묵부답.

결국 열이 뻗친 내가 큰 목소리를 내고 만다.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하란 말이야! 아까부터 계속 기분나쁘게 쳐다만보고 뭐하잔 거야?!"

나는 대답을 기다리는 것을 포기했다. 내가 어떻게 짖어대든, 유리는 입을 열 마음이 없는 것 같았으니까.

아아, 이제 뭐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다 꺼져버려.

나는 공처럼 몸을 웅크려서는 유리가 질려서 얼른 떠나버리기를 바랬다. 그러나 유리는 가지 않았다. 지긋지긋해서 또 뭐라고 하려던 차에 팔을 붙잡혔다. 그리고 힘에 이끌려 일으켜 세워진다.

"읏...!"

무슨 여자애 힘이 이렇게 센거야?

아파서 얼굴을 구겨도 그딴건 신경 안쓴다는 것처럼 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유리.

소리를 지를 틈도 없이 질질 끌려가는 연약한 몸뚱아리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예상대로 유리는 이곳에서 살고 있었다. 불이 꺼진 집은 고요하고 적적하다. 먼저 신발을 벗고 들어간 유리가 거실의 불을 키고 또 다시 내 팔을 강하게 잡고 끌어당긴다.

"아프잖아! 들어오라고 말하면 될 것이지 왜.... 아앗...?!"

빗물에 흠뻑 젖은 옷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옷이 저절로 벗겨지는 일은 없을테니까 정정해서 말하자면, 유리가 내 옷을 벗기고 있다.

"자, 잠깐! 그만해! 무슨 짓, 이야아...!"

정말 속옷도 벗기려는 심산인지 브래지어와 팬티를 건드리기까지 해서 식겁한 나는 필사적으로 유리를 밀어내려고 했으나, 힘이 없는 내가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린 나는 결국 알몸으로 욕실에 밀어넣어졌다. 심지어 혼자가 아니고 이 변태같은 여자도 같이 들어온 것이다.

"나 혼자 할 수 있거든?!"

또 다시 시원하게 내 말을 씹어버리고 샤워기를 잡고 내게 들이댄다. 더 이상 저항할 힘도 들지 않는다. 썩을... 망할... 짜증나.

샤워기가 내뿜는 온수가 차가운 몸을 적시기 시작하자 자잘한 상처들이 그에따라 반응하듯 따가워졌다. 가끔씩 몸을 움찔거리는 나를 보고 자그만 웃음소리를 내는 이 변태녀는 내가 아파하는 모습이 참으로 즐거운 모양이다. 그렇지만 나를 씻기는 손길은 깨지기 쉬운 것을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

"저랑 여기서 같이 살아요."

재수없게 계속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맨 처음으로 한 말은 거의 프로포즈와도 같은 말이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대답할거리를 찾지 못했다. 뒤에 있으면서도 어이없어하는 내 표정을 읽어낸 건지 유리가 이어서 말했다.

"어차피 잘 곳은 없잖아요?"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수가 없다. 그래도 어떻게든 탈출구는 찾아야지.

"부모님한테 어떻게 설명할건데?"

"혼자 살아요."

"뭐?"

"그러니까 여기서 같이 살아요. 매일매일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씻고, 같이 자고. 마치 부부처럼 그렇게 항상 같이 있는거에요. 로맨틱하지 않아요?"

내 어깨를 쥐는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진다. 어서 승낙하라는 것처럼 재촉하듯이 꾸욱하고 누르고 있다. 뒤는 돌아보지 못해도 유리의 얼굴은 아마 '그때'처럼 망가져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 그때의 소유욕과 집착으로 얼룩진 얼굴.

역시 너는 변한게 없었다.

"싫다고 하면?"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나를 밀어 넘어뜨리고 그 위에 올라타 몸을 겹쳐오는 유리. 숨이 막혀서 괴롭지만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빛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럼... 어떻게해서든 제 곁에 둬야죠."

유리가 터진 내 입술을 살며시 핥았다. 그리고 아주 느릿하게 속삭였다.



"묶든."

"가두든."

"죽이든."



유리는 진심이다. 내 목덜미 위에서 살살 춤추는 손을 보면 알 수 있다. 금방이라도 내 목을 꺾어서 죽일 것처럼 말하고 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한마디만을 내뱉었다.

"미친년."

경멸이 담긴 내 말을 듣고 유리는 오히려 흥분한 것처럼 기쁘게 웃더니 받아치듯 말한다.

"미쳤다고 생각해도 상관없어요. 이미 그렇거든요. 그래요, 그러니까.... 플레이어한테 어떻게 말했었더라. 아, 그렇지."

어째서 나는 저항할 수 없는걸까. 그녀에게 욕을 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경멸하라고 하면 평생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제부터 나는 이런 녀석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던 거지?

이제와서 생각해본들 전부 소용없음을 느낀다.

내가 맞이할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당신을 미칠듯이 사랑해요, 나츠키."



나는 유리에게 집어삼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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