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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하나 - 재벌3세 하나와 주치의 메르시 5-1

ㅇㅇ(223.39) 2017.08.17 11:40:46
조회 1137 추천 42 댓글 4
														
아이의 주치의가 바뀌었다.

아이가 앙겔라에게 심장이식 불가 판정에 대해 털어놓은 날로부터 일주일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날 입국한 김 교수가 다시 아이의 주치의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한 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앙겔라는 아이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앙겔라는 기도실에 앉아 앞에 놓인 성모마리아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 달 전, 이 곳에서 아이가 제게 무릎 꿇고 고백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죄책감에 휩싸여 말을 마친 후, 흔들리는 눈으로 간절하게 저를 올려다보던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자 속이 답답해졌다.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 풀었다. 그래도 답답한 기분이 가시지 않아 하나 더 풀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 때 그냥 말없이 아이를 안아줬어야 했는데. 하루라도 더 빨리 아이를 감싸주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앙겔라는 입술을 짓씹으며 그 날을 떠올렸다.

***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발밑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현기증을 느끼며 한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무릎에서 느껴지는 아이의 온기가 생경했다.
잠시 후 눈을 뜬 앙겔라는 제 상태에 대해 털어놓은 아이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 않고 그냥 병실에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당직을 서러 갔다. 일 외에는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이튿날은 비번이었다. 그냥 하루 종일 잤다. 며칠 동안 아이의 상태를 신경 쓰느라 잠을 설쳤기 때문에 거의 하루를 꼬박 잠으로 보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오전 내내 생각에 골몰했다.

누구든 똑같을 거라던 주치의, 종종 보이던 처연한 기색, 담배를 피웠을 때 했던 아이의 의미심장한 말, 아이의 침대 위에 있던 무거운 분위기의 책들, 아쿠아리움에 다시 오자는 말에 서글픈 미소를 짓던 모습, 그 외에도 가끔씩 자신을 아련하게 쳐다보던 눈동자…….

아이는 처음부터 심장이식이 불가능한 제 몸 상태를 알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그러면서 5개월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앙겔라의 곁을 맴돌며 방긋방긋 웃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해가 되자 해일과도 같은 배신감이 몰려들었다. 분노로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 옆에서 좋아한다 사귀자 노래를 부르며 웃어왔던 아이가 괘씸하게 여겨졌다. 재벌3세인 아이라면 별 문제 없이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곧 퇴원하리라 여겼던 자신의 안일함이 증오스러웠다. 아이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제 손으로 해결하지 못하자 자괴감에 괴로워했던 일도 떠올랐다.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힘겨운 고백이 끝난 후 물기에 젖은 눈으로 저를 간절하게 올려다보던 아이의 시선을 떠올리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흐르던 감정들이 조금씩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가슴이 들끓는 것은 여전했으나, 한편으로는 제게 말도 못하고 삶을 조금씩 정리해 온 아이에 대한 연민이 점차 자리를 넓혀갔다. 가슴속에서 온갖 감정이 뒤엉켜 복잡했다.

앙겔라는 생각했다. 생각해야만 했다.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아이를 만나면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아이를 상처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과, 오갈 곳 없어진 분노를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마구 충돌했다.
한참 동안 심호흡을 해서 속을 가라앉힌 후에, 사고를 넓게 해보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오후 출근 준비를 했다.

*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기도실에 들러 짧게 기도를 한 후 아이를 보러 갔다.
노크하지 않고 조용히 문을 열자, 아이는 침대 위에 앉아 문을 등지고서 활짝 열린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하루 안 봤다고 그새 여린 등이 더 마른 것 같았다. 앙겔라는 그 자리에 서서 병실을 둘러보았다. 처음 입원했을 때는 여기저기 많이 자리하고 있던 아이의 물건이 대부분 없어진 상태였다. 침대 옆 협탁에는 '무소유' 한 권과 지난번에 본 주먹만 한 선물상자만이 놓여 있었다. 예전엔 과자봉지나 음료수라도 항상 올려져 있던 자리였는데. 마치 삶을 정리하는 모습을 엿본 것 같이 가슴이 쓰라렸다

오전 내내 휘몰아치던 감정의 소용돌이는 아이의 뒷모습을 본 순간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 자리를 연민과 안타까움이 채우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조용히 감정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앙겔라는 작게 숨을 들이마시고 아이를 불렀다.

“하나 양.”

아이가 천천히 앙겔라를 돌아보았다. 웃는 얼굴 같기도 했고, 울상을 짓고 있는 얼굴 같기도 했다. 그러다 점차 며칠 전에 본, 거울을 보고 연습하던 웃음이 작은 얼굴에 걸렸다. 앙겔라는 속이 날카로운 무언가로 긁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박사님 오셨어요? 오늘 아침 햇볕이 참 좋죠?”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건넸다. 앙겔라가 무슨 말을 해도 무너뜨리지 않을 것 같은 밝은 태도를 보자 아이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상처받은 내색을 하지 않으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는 듯했다. 앙겔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래요. 하나 양의 바이탈이 안정됐으면 산책 나가도 좋은 날씨네요.”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청진기를 꺼내들자 아이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평소처럼 아이의 컨디션을 확인한 뒤 앙겔라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아이가 발작을 일으킨 이후, 한 번도 먼저 손을 뻗어 앙겔라의 손을 잡은 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제게 발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앙겔라가 손을 뻗어 아이의 손을 찾아 쥐었다. 긴장을 하고 있는지 손이 차가웠다.

앙겔라는 아이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아이는 단 한 번도 제게 두려움과 좌절,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낸 적 없었다. 언제나 밝고 명랑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꼭 그런 모습만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는 듯이.

앙겔라는 의사 생활을 해오며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보았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에 둔 환자들은 대개 자포자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젊은 나이일수록 그랬다. 삶에의 욕구가 강한 만큼, 죽음을 인정하게 되면 그 반동으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곤 했다. 아이도 그런 충동이 들 것이었다. 외모, 능력, 배경, 그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삶을 누리던 아이라면 더 그럴 터였다. 그러나 아이는 제 앞에서만큼은 웃는 연습을 하면서까지 그런 모습은 일절 보여주지 않았다. 반면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생전 입에도 안 대던 술이나 담배를 찾을 정도로 힘들어했다. 그 기억들을 떠올리자 속이 아려왔다.

“…그 동안 많이 힘들었죠?”

의식하지 않고 나온 목소리는 앙겔라가 들어도 생소했으리만큼 나긋나긋했다. 단단할 것 같던 아이의 미소에 금이 갔다. 아마 질책의 말을 할 것이라 예상했던 듯 했다. 앙겔라도 아이를 보면 첫마디가 안 좋은 소리로 나올 거라 생각했었기에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아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눈자위가 붉게 달아올랐다.

“하나 양의 말을 듣고 생각이 참 많았어요. 왜 저한테 그토록 숨기려고 했는지, 왜 조금 더 빨리 말해주지 않은 건지……. 솔직히 많이 섭섭해요.”
“…죄송해요, 박사님.”
“처음부터 별 도움 안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식불가 판정이라니 정말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제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져요.”

힘없는 앙겔라의 말에 방패 같은 미소를 단번에 던져버린 아이가 앙겔라의 손을 다급히 붙들었다.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박사님. 박사님이 저를 얼마나 많이 도와주셨는데 그런 말씀을 하세요. 박사님 때문에 제가 아직 건… 아직 잘 버티고 있잖아요. 무기력하다니,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마 건강하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차마 그 말을 입에 담을 수 없었는지 단어를 바꾸는 아이를 보며 앙겔라는 아이가 죽음을 이미 받아들였다는 것을 눈치 챘다. 대체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속이 쓰라렸다. 아이가 앙겔라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사실… 박사님이 끝까지 몰랐으면 하고 바랐어요. 그래야 아무렇지도 않게 저를 대해주실 거니까. 최대한 오랫동안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어요.”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제가 받을 충격 같은 건 생각 안 해본 거예요?”
“해봤어요. 해봤는데… 당장 박사님이랑 즐겁게 지내니까, 그러니까 다른 건 생각하기 싫어서 그랬어요. 정말… 정말 죄송해요.”

가슴 아픈 표정으로 사과하는 아이에게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은 앙겔라가 아니라 아이였다. 이기적이라고 하면 이기적이지만, 그렇다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만약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300억이든 뭐든 신경 쓰지 않고 아이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대했을 것이다. 대신 아이가 아무리 밝게 굴어도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제 시선에는 연민이 섞여 있었겠지. 아이가 앙겔라에게 바랐던 것은 자연스러운 태도였지, 연민 섞인 눈길은 아니었을 것이다. 앙겔라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려 애썼다.

“입원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묻는 동시에 앙겔라의 뇌리에 회장의 '치료를 받는 조건으로 기부를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애초에 치료 가능한 일이었다면 그런 조건 같은 건 걸 필요도 없이 당연스레 치료를 받았을 터였다. 왜 그때 조금 더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건지, 앙겔라는 스스로를 탓했다.

“……네.”

앙겔라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내쉬었다. 아이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으나 의사가 아닌 아이가 제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을 리 없단 생각과,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아이에게 다른 사람도 아닌 제가 직접 그런 문제에 대해 묻는다는 것은 너무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일주일 뒤에 귀국한다는 김 교수가 필요했다.

“…저한테 또 숨기는 일 같은 거 있어요? 제가 알아야 하는 일 같은 거 말이에요.”
“아뇨, 없어요.”

아이가 선선히 대답하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이보다 더 큰 폭탄을 숨기고 있다고 하면 그때는 앙겔라도 참지 못하고 화를 냈을 것이었다. 처음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과는 달리 아이에 대한 연민이 훨씬 커진 탓에 안 그래도 힘이 들 아이를 괴롭히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앙겔라는 김 교수가 귀국하기 전까지는 평소처럼 아이를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바라는 일상이 그런 것이라면 기꺼이 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김 교수가 귀국한다는 일주일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

일주일 뒤, 이른 아침에 출근해서 과장실로 향하는 앙겔라에게 한 흉부외과 의사가 김 교수가 출근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말은 들은 즉시 앙겔라는 달리다시피해서 김 교수의 연구실로 쳐들어갔다.

“심장이식 불가 판정이라니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이죠?”

인사도 예의도 집어치운 앙겔라의 태도에 김 교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저 여상스런 태도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을 뿐이었다.

“거의 3주 만에 보는 셈이지? 잘 지냈나, 치글러 선생?”
“질문에 대답해주세요, 김 교수님. 하나 양에게서 들었어요. 심장이식 불가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왜 그런 판정을 받은 거죠?”

따지듯 다가서는 앙겔라를 김 교수는 엷은 미소를 띤 채로 바라보았다. 앙겔라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마음 같아선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다. 아무리 아이가 원한 일이었다고 해도, 5개월 동안 아이의 증세에 대해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은 김 교수에게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중요시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앙겔라는 똑바로 김 교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10년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에 이르러서 심장이식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는 걸로 아는데요?”
“그렇지.”

앙겔라의 말에 김 교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앙겔라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렇다면 왜 하나 양이 심장이식 불가 판정을 받은 거죠? 심장은 세포 구조가 단순한데다가, 특히 한국에서의 심장이식 성공률은 90%가 넘잖아요.”
“보통 환자의 경우엔 그렇지. 하지만 송하나 환자는 달라.”

김 교수는 그렇게 말하며 앙겔라에게 자리를 권했다. 앙겔라가 입술을 사려물고 소파에 앉자, 그가 말을 이었다.

“송하나 환자는 면역억제제가 듣지 않는 체질이야. 심장이식을 할 수 없는 것 그 탓이네.”
“면역억제제가 안 통하는 체질이라뇨?”

처음 듣는 증상에 인상을 찌푸리자 김 교수가 기억을 더듬는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송하나 환자가 두 번째 심장수술을 받은 후에 알아낸 사실일세. 당시 수술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 선천적 기형인 심장이라 또다시 수술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았지. 그러자 회장님이 심장이식을 말씀하시더군. 곧바로 심장이식 준비에 들어갔다네. 그런데 수술 전 면역억제제를 복용시켰더니 면역세포가 조직을 공격하지 뭔가.”

앙겔라는 추스르지 못한 감정들은 일단 밀어두고 대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면역억제제를 먹었는데도 면역세포가 공격을 했단 말인가요?”
“그래. 그 전까지는 보고된 적 없는 증상이라 즉시 투여를 중단하고 검사를 했지. 그랬더니 면역억제제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거야. 사이클로스포린, 타크로리무스, 시롤리무스, 대사길항제, 스테로이드……. 시중에 나와 있는 면역억제제 모두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니 심장이식 준비는 곧바로 중지됐네. 면역억제제 없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심장을 몸에 심을 수 있겠나. 어쩔 수 없이 세 번째 수술을 감행해야했지.”

그리고 그 세 번째 수술이 다행스럽게도 성공적으로 끝나, 아이가 10여 년 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었다는 소리였다. 앙겔라는 충격적인 소식에 멀어지려는 의식을 붙잡으려 애를 썼다. 면역억제제에 대한 수많은 논문들이 머릿속을 휙휙 스쳐지나갔다. 별로 도움 되는 것은 없었다.

“세 번째 수술 후 10여 년간 옆에서 지켜보았지만 별 이상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2년쯤 전에 있던 교통사고 기억하지? 그 이후로 심장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네.”

물론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와 만나게 된 계기였으니까. 앙겔라는 물었다.

“언제 그 사실을 아신 거죠? 입원 당시 심장에 관한 별다른 주의는 받지 못했었는데요.”
“병원 입원 당시엔 괜찮았어. 퇴원한 직후에 정기검진을 하면서 조금 상태가 안 좋다 싶었지. 그 당시에는 그래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네. 그저 일시적으로 상태가 조금 나빠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퇴원 후 반년 정도 지나자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하더군. 늦가을 무렵이었지.”

늦가을 무렵이면, 아이가 1년간 줄기차게 앙겔라를 쫓아다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발길을 끊은 시점이었다. 그저 섭섭하다고만 생각하고 바쁜 일상에 묻혀 아이를 잊어버렸는데 그 동안 아이는 제 병과 마주하고 있던 것이었다. 앙겔라는 가볍게만 여겼던 지난날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

“…하나 양은 본인이 그런 희귀체질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아니, 알고 있겠네요. 언제부터 알고 있었죠?”

김 교수가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애가 어릴 적부터 똑똑했어. 중학교 때였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서 묻더라고. 왜 그때 심장이식 수술을 안 했었냐고 말이야. 어릴 때 심장이식 수술을 하기로 했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더군. 중학교 과학 시간에 심장에 대해 배우면서 떠오르기라도 했던 모양이지? 아무튼 회장님과는 나중에라도 본인이 궁금해 하면 알려주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명해줬지. 이미 여러 번 수술을 했기에 더 이상의 심장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그랬더니 앞으로 조심해서 살아야겠다고 하면서 고맙다고 하고 돌아가더군.”

어린 나이에 세 번이나 심장 수술을 겪고 심장이식도 불가능하다는 말을 전해들었을 겨우 중학생에 불과한 아이를 떠올리자, 앙겔라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김 교수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상태가 안 좋아지니 바로 학교를 쉬게 했지. 본인은 조금만 더 다니면 졸업인데 그냥 다니고 싶다고 했지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언제 발작이 일어날 줄 알고.”

앙겔라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처음에는 여태 잘 지냈는데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며 현실을 부정하면서 치료를 거부하더라고. 시간이 좀 지나자 이번에는 왜 자기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냐고 화를 냈고. 심장이식이 불가능한 체질이니 시한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걸 몹시 힘들어하더군.”
“…그런 건 누구라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할 거예요.”
“그래, 맞아. 하지만 정도가 꽤 심했어. 오랫동안 방황을 했지. 결국 상태를 받아들이기는 했는데, 치료에 대해 아주 회의적이더라고. 심장이식도 불가능한데 왜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하겠나. 병원에 입원하면 어차피 갇혀있기만 할 텐데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하는 통에 회장님이 마음고생을 꽤 하셨지.”

아이의 활발한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반응이었다. 병원에 막 입원해서도 여기저기 쏘다니며 한시도 가만있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아이는 병실에 갇혀있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4월에 접어들었는데, 계속 병원 치료를 거부하던 애가 어느 날 갑자기 회장님을 찾아와선 제안을 했다더군.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 대신 소아암 환자를 위한 연구동을 지어달라고…….”

앙겔라는 질끈 눈을 감았다. 시한부 삶을 받아들이기까지 아이가 겪었을 부정, 분노, 그리고 협상의 단계를 생각하니 기껍게만 여겼던 연구동 건설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내건 조건이 앙겔라의 소원을 이뤄주는 것이었단 사실에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가슴이 들끓었다.

“그 다음부터는 자네도 아는 바일세. 어차피 누가 됐든, 더 이상 수술하기도 어렵고 심장이식도 할 수 없으니 주치의로 자네를 지명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자네를 오죽 따랐지 않나, 하고 나직하게 덧붙이는 말에 앙겔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앙겔라는 진정하려 애를 썼다.
한동안 가슴 속에 치밀어 오르는 여러 생각들을 겨우겨우 한구석으로 밀어낸 뒤, 정신을 가다듬은 앙겔라가 물었다.

“그럼 김 교수님이 그동안 외국에 나가 계셨던 이유는요?”

그 말에 이야기를 시작한 이후 시종일관 어두웠던 김 교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앙겔라의 가슴이 기대로 쿵쿵 뛰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에서 iPS세포를 이용해 심장 조직을 만들어냈다는 논문이 실린 걸 아나?”
“셀Cell지에 실린 논문 말씀이시죠?”
“그래. 그 논문을 발표한 연구소에서 임상실험자를 구한다기에 송하나 환자의 혈액과 조직세포를 가지고 협력을 얻으러 간 거지. 본인의 iPS세포를 기반으로 한 정상적인 심장 조직을 만들어 송하나 환자에게 이식할 계획이야. 본인 세포니까 면역억제제가 따로 필요 없는 셈이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앙겔라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아이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심장이식 수술 불가 판정을 받았다고 제게 고해성사하듯 고백했겠지. 앙겔라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말했다.

“할 말이 많지만, 일단 하나 양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러 갈게요. 들으면 분명 기뻐할 거예요.”

그러나 김 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앙겔라는 불안한 느낌을 받으며 일어서려던 동작을 멈췄다. 김 교수가 말했다.

“송하나 환자는 입원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네.”
“네? 그렇다면 왜… 왜 본인이 이식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말했지 않나, 임상실험자를 구하는 중이라고. 아직 세계적으로 성공한 케이스가 없네. 게다가 성공 확률이 상당히 낮아.”
“……얼마나 낮은데요?”
“현 상황에서는 20%쯤 된다고 하더군.”

반의 반도 안 된다는 말에 앙겔라는 눈을 감았다. 짧은 시간 동안 감정의 변화가 격해서 온 몸의 힘이 다 빠지는 느낌이었다.
앙겔라가 힘없이 물었다.

“왜 그렇게 낮은 거죠?”
“송하나 환자의 심장 조직이 더 이상 수술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네. 10년 전에 세 번째 수술이 성공한 것도 천운이었어.”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지금으로서는 없네. 게다가 송하나 환자에게 남겨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얼마나… 얼마나 남았는데요?”
“입원 시점에선 6개월이었네.”

앙겔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앞으로 한 달이었다. 너무나도 짧았다. 아무 생각도 못하고 하얗게 질려가는 제 손등만 바라보고 있는데, 김 교수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자네가 주치의를 맡고 나서는 매일매일 컨디션이 상당히 좋더군. 주사도 잘 맞고, 약도 꼬박꼬박 잘 먹고 말이야. 그 덕에 아직 4개월 정도는 시간이 있다고 보네. 지금까지의 추세로 보면 아주 희망적으로 예측했을 경우 반년도 넘게 버틸 것 같아.”

한 달보다는 길었지만, 그래도 짧았다. 앙겔라는 아이에게 남은 시간을 곱씹었다. 짧으면 올 겨울까지, 길면 내년 봄까지는 살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이의 싱그러운 젊음을 떠올렸다. …너무도 짧았다.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는데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진료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이토록 기분이 참담한데, 앙겔라는 평소처럼 웃으며 내방자들을 맞이해야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어질거렸다.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네?”

오후, 아이를 볼 생각으로 병실에 다다랐던 앙겔라는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남자들에 의해 저지 받았다. 문 양 옆에 선 두 남자들이 앙겔라가 다가서자 문을 가리고 섰다.

“이게 무슨… 전 회진 온 주치의인데요.”
“오늘부로 송하나 아가씨의 주치의가 바뀌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저희는 주치의 선생님만 들여보내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입니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바로 하루 전까지만 해도 아이의 바이탈을 체크한 사람이 저인데, 주치의가 바뀌었다니? 앙겔라는 남자들을 무시하고 문을 열려 했으나 또 금세 가로막혔다. 건장한 남자들에 의해 살짝 밀려나기까지 했다. 앙겔라는 미간을 좁히고 말했다.

“이건 의료행위를 방해하는 짓이에요. 저는 하나 양의 진찰을 해야 하는…….”
“그건 김 교수가 맡기로 했소.”

묵직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회장이 김 교수와 가까이 걸어오고 있었다. 김 교수를 보자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부로 김 교수가 우리 하나의 주치의를 다시 맡기로 했으니 그리 알도록 하시오. 그 동안 수고 많았소, 선생.”
“네? …너무 갑작스러운데요.”
“신경외과 전문의가 계속 우리 애를 맡을 수는 없는 일이잖소?”
“그렇다고 해도 병실에 주치의만 들어갈 수 있게 하다뇨. 이건 꼭 감금 같잖아요.”

항의하는 앙겔라에게 회장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감금 맞소.”
“…네?”
“애가 말을 안 들으니 어쩔 수 있나. 선생 때문에 우리 하나가 수술을 안 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그리했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앙겔라는 회장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이가 저 때문에 수술을 안 받으려 한다니? 그러나 회장은 더 이상 설명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럼 김 교수, 잘 부탁하네.”
“네, 회장님. 살펴 가십시오.”

김 교수의 어깨를 두드린 회장이 떠나갔다. 앙겔라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 잠시 서 있다 김 교수에게 따지듯 물었다.

“감금이라뇨? 지금 제가 들은 게 맞나요? 하나 양을 감금시킨다고요?”
“…회장님의 지시야. 보호자의 요청이니 어쩔 수 없어. 이 시간부로 치글러 선생, 자네는 송하나 환자에게 접근할 수 없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하나 양은 엄연한 성인이에요. 보호자가 원한다고 해서 감금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요.”
“보통은 그렇겠지. 하지만 송하나 환자의 보호자는 회장님이야.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자네도 알잖나.”
“이건 엄연한 불법이에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자기 담당이 아닌 환자, 그것도 VIP환자에게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을 텐데. 이렇게 된 건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어. 자네가 항의한다 해도 송하나 환자 가족이 두 명 이상 동의하면 감금이 가능해.”

멀쩡한 아이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말에 앙겔라는 분노가 솟구쳤다. 그러나 김 교수의 말이 맞았다. 제3자인 앙겔라로서는 물리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김 교수가 안타까운 듯한 눈으로 앙겔라를 보며 말했다.

“송하나 환자는 내가 최선을 다해 보살필 테니 치글러 선생, 자네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게. 그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군.”

김 교수가 등을 돌려 천천히 멀어져갔다. 앙겔라는 한참 동안 복도 한가운데에 서서 갑자기 변한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하지만 상황에 대한 이해와는 별개로, 아이의 감금은 이미 시작된 후였다. 말 한 마디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D그룹 회장의 결정은 그만큼 무섭게 현실적이었다.
앙겔라는 그저 입술을 짓씹는 수밖에 없었다.

*

VIP 병실에 접근할 수 없는 앙겔라가 아이에 대한 소식을 듣는 일은 요원한 일이었다. 회장이 어떻게 지시를 했는지 몰라도, 아이의 병실에 드나드는 간호사들은 무슨 말을 건네도 절대로 아이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매일같이 김 교수의 연구실에 들러 아이의 상태에 대해 듣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김 교수 역시 자세한 내용은 환자의 사생활이라며 이야기 해주지 않았지만, 아이의 컨디션에 대한 부분만은 이야기 해주었다. 5개월간 입을 다물고 있던 일이 미안해서인 것 같았다.

아이의 일에서 손을 떼자 앙겔라의 일상에는 여유가 돌아왔다. 더 이상 피로로 인한 구내염도 생기지 않았고, 퇴근도 1시간 이상씩 빨라졌다. 그러나 앙겔라는 이상한 피로가 저를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매일매일 상담을 빙자해 아이와 수다를 떨었던 한 시간은 앙겔라의 쳇바퀴 같은 삶 속에서 꽤나 위안이 되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항상 밝은 얼굴로 저를 보고 있던 아이를 보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누적되는 것 같았다. 아픈 환자들과 지친 의국 사람들만 상대하고 있으니 더 그런 것 같았다.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재미없는 나날을 보내는 중에, 어느 날은 김 교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앙겔라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김 교수에게 물었다.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김 교수님. 하나 양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설마 또 발작이 일어난 건가요?”
“…그렇다네. 금방 가라앉긴 했지만 바이탈도 불안정하고 정신적으로도 좋은 상태는 아니라, 마음 같아선 자네와 만나게 하고 싶군.”
“그렇게 하시면 되잖아요.”
“불가능하다는 건 자네도 알고 있잖나, 치글러 선생.”

아닌 게 아니라, 김 교수와 같이 아이의 병실 앞까지 가더라도 24시간 상주하며 병실을 지키는 남자들에 의해 저지당하기 일쑤였다. 주치의 외엔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특별히 앙겔라를 경계했다. 회장에게서 무슨 언질을 따로 받은 것 같았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저 때문에 하나 양이 수술을 받지 않는다는 건 대체 무슨 소리죠?”
“…회장님만 아는 일이 있는 모양이지.”
“애초에 20%밖에 되지 않는 수술이라면서요. 하나 양은 도박하는 걸 싫어해요. 전에도 회장님이랑 싸우면서…….”

말하는 도중에 깨달았다. 앙겔라의 눈앞에서 발작을 일으키던 날, 아이는 회장과 '아주 낮은 확률의 도박'에 관해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있었다. 수술을 받냐마냐에 관한 다툼이었던 게 분명했다.

“회장님은 그렇게 낮은 확률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지. 본인의 삶부터 그런 식으로 일궈나가 지금의 자리에 올랐으니 그렇게 여기는 것도 당연해.”
“그거랑 이건 다른 이야기죠.”
“회장님에겐 같은 이야기일세. 그 부분에 관해서는 말이 통하지 않아.”

김 교수도 회장에게 말을 꺼내 본 모양이었다. 오래 알아 온 김 교수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자 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다만 아이가 걱정이 되었다.

“하나 양이 식사는 잘 하고 있나요?”
“…….”
“왜 대답이 없으세요?”

날카롭게 묻는 앙겔라에게 김 교수가 난처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실은 회장님과 좀 격하게 다투는 중이라… 단식을 하고 있다네.”
“단식이라고요? 아니, 잘 먹어도 모자랄 판에 무슨 단식이에요!”
“3일간 물도 입에 대지 않아서 강제로 수면제를 놓은 다음 수액을 맞혔네. 회장님은 송하나 환자에 대해서라면 무조건 한수 무르고 들어가시던 분이었는데 지금은 이상할 정도로 강경하게 나가고 있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군.”

말은 그렇게 하지만 김 교수는 어쩐지 짚이는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앙겔라는 그 기색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물었으나 김 교수의 닫힌 입은 열리는 법이 없었다. 한 달 만에 아이에 대해 들은 소식이 좋지 않은 일이라 앙겔라는 속이 까맣게 타는 것 같았다.

하루 종일 무슨 정신으로 일을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갑갑한 마음에 한동안 손도 대지 않았던 담배까지 피워댔다. 그럼에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자꾸 지난날들이 후회가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게 제 상태에 대해 털어놓은 그 날 바로 안아줬으면 좋았을 걸.
앙겔라는 후회를 곱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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