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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하나메르 이 내용 살리고 싶은데

검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2.02 05:23:14
조회 2042 추천 36 댓글 13
														


철부지 하나가 메르시의 헌신에 교화되면서 점점 사람되는 내용인데, 어떻게 살려얄지를 모르겠네.


메르시랑 커플링 맞춘 하나가 아멜리가 반지 예쁘다니깐 별 생각없이 줘버리고 나서 점점 양심에 찔려하는 내용임 ㅇㅇ




하나는 느리게 호흡하는 앙겔라의 가슴에 귀를 댔다.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좋았다. 규칙적인 심장고동 소리가 하나의 마음을 안정시켜주었다. 저도 모르게 볼을 대고 비비적거렸다. 붉은 호흡과 함께 뜨겁게 달아올랐던 체온은 이제는 딱 알맞게 따뜻해져 있었다.


잠든 앙겔라의 팔을 조심스레 잡아 제 앞으로 끌어왔다. 얇고 기다란 손가락엔 저랑 맞췄던 커플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가슴이 따끔거렸다. 불편한 마음으로 하나는 반지를 잡아 살살 돌려 빼냈다. 이런 건 버려버리고 새로 맞추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반지를 빼낸 텅 빈 손가락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앙겔라의 네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넣었다. 새 반지를 맞출 때까지, 어쩔수 없이 이 반지라도 끼워놓고 싶었다.


“언니, 자요?”


가만히 앙겔라를 불러보았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나는 고개를 들어 앙겔라를 살폈다. 앙겔라는 기다란 속눈썹을 드리운 채 천사처럼 잠들어 있었다. 손을 뻗어 가지런한 눈썹을 살살 매만졌다. 검지 손가락을 통해 결이 좋은 눈썹이 느껴졌다. 팔로 상체를 지탱한 채로 한동안 앙겔라의 잠든 얼굴을 들여다보던 하나가 조용히 속삭였다.


“언니는 내가 왜 좋아요?”


이번에도 역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나는 앙겔라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보다 나이가 조금 많긴 하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앙겔라의 외모는 20대 중후반으로 보였고, 하나가 지금껏 보아 온 어떤 사람보다도 예뻤다. 거기에, 앙겔라가 있는 연구소에 대해 검색해보며 알게 된 일이지만, 그녀는 이름만 검색하면 프로필이 뜨는 아주 유명한 의학 박사였다. 어떤 블로그에서는 앙겔라를 가리켜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여 찬사를 보내기까지 했다.


예쁘고 똑똑하고 능력 좋은 여자가 뭐가 부족해서 저와 만나는 건지, 하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나가 여태 만나 온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배경과 외모를 보고 접근해 온 사람들이었다. 하나는 그들을 멀리하거나 경멸하지 않았다. 하나 역시 그들과 똑같이, 보이는 것에 가치를 두고 쾌락을 쫓는 그런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앙겔라는 아니었다. 그녀는 하나가 가치있게 여기는 것들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하나만은 좋아했다. 그래서 하나는 앙겔라가 참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앙겔라는 데이트 때마다 번번이 비용을 계산하려 했고, 하나가 막무가내로 카드를 긁어버리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가 주는 선물 역시 기꺼이 받아들이는 법이 없었다. 비싼 선물을 받을 수록 좋아하던 과거의 애인들과는 달리, 앙겔라는 가격대가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부담스러워했다. 반면에 같이 산 싸구려 키링은 몹시도 소중하게 다루었다. 돈의 액수가 그대로 가치가 되는 삶을 살아왔던 하나에게 있어서는 처음 겪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물론 하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세상 어딘가에는 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제 애인이 되리라고는 단 한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하나의 비위를 맞추며 원하는 것을 얻어내던 전 애인들과는 달리, 앙겔라는 언제나 입바른 소리만을 했다. 꼰대니, 잔소리니 말하며 듣기 싫어하면서도 하나는 그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더 듣기 싫었다. 앙겔라의 말을 듣고 있으면 꼭 제가 구제불능같이 느껴졌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때로는 앙겔라와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클럽 친구들과 놀며 술을 마시고 춤추던, 정말 아무 생각없이 살던 그 시절로. 그러나 앙겔라가 제 옆에 없는 그 나날이 이제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앙겔라의 염려스러운 눈동자가 저를 향할 때면 느껴지는 좋고도 싫은 감정은 어느새 하나에게 있어 익숙한 것이 되어 있었다.


“언니, 난 언니가 불편해요.”


하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앙겔라의 품 속을 파고 들었다. 앙겔라가 무의식적으로 하나를 한 팔로 안아주었다. 하나는 그런 앙겔라를 마주 끌어안으며 앙겔라의 살내음을 맡았다. 하나가 좋아하는 진한 향수와는 전혀 다른, 옅지만 마음 편해지는 향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안겨있던 하나가 중얼거렸다.


“언니를 볼 때면 가끔씩 심장이 아프거든요. 되게 싫어, 그런 느낌. 짜증나고, 거슬리고, 속이 마구 헝클어지는 것 같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목 밑에서 뭔가 막히는 것 같고…… 진짜 너무 싫어.”

“…….”

“그런데 언니랑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 이상하죠?”


앙겔라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편안한 숨소리만이 조용조용, 하나의 귓가에 들려올 뿐이었다. 하나는 앙겔라의 느릿한 호흡에 제 호흡을 맞췄다.

천천히, 안락한 어둠이 하나의 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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