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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명절을 맞이한 하나메르가 보고 싶다 (끝)

검은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2.15 10:49:25
조회 1642 추천 36 댓글 11
														

오버워치에서는 요원 및 직원들의 사기향상을 위해서 출신 국가의 명절에 맞춰 휴가를 보내주고 있었어.

하나도 그 일환으로 휴가를 받았어.

사실 손가락에 금이 갔기 때문에 그냥 쉬고 싶었는데, 메르시가 1년 전에 있던 부산 옴닉 사태의 조사결과를 확인하러 한국에 간다는 거야. 그래서 얼른 따라갔지.


근 1년만에 들린 한국은 낯설면서도 익숙했어.

메르시는 부산지부로 가고 하나는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 뵈었는데, 큰집이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하나네 집에 친척들이 다 모인 거야.

하나는 말 많은 친척들의 잔소리를 예감했고, 그건 현실이 되었지.

하나가 집에 들어서자 친척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됐어.


총싸움 그거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냐, 자고로 직업은 안정적이어야 한다,

여자애가 겁도 없이 전쟁터에 나서니까 그렇게 다치지 않느냐,

이제 나이도 찼으니 결혼해야하는데 그렇게 대가 세면 좋은 남자 못 만난다,

좋은 시절 그렇게 다 보내버리면 연애는 어떻게 하고 결혼은 어떻게 하느냐


뭐 이런 소리를 3D 서라운드로 듣고 있는데 혈압이 뙇 오른 나머지


저 애인 있고 결혼도 할 거니까 걱정 마세요 ㅡㅡ


이렇게 말해버렸는데 이제는 그 애인한테로 초점이 맞춰지는 거야.


나이는 몇이냐 직업이 뭐냐 연봉이 어떻게 되냐 차는 있냐 집은 자가냐 등등등


실은 메르시를 짝사랑하는 중인데 실수한 거지.

그래서 우물쭈물 메르시 이름은 말하지 않고 다른 대답에 일일이 대답하는데 하필 그때 메르시한테 연락이 온 거야.


하나 양, 어디예요? 저 볼일 끝났는데 만날 수 있어요?


이러기에 하나는 저 일 생겼다고 후다닥 빠져나가지.

메르시가 있는 곳은 별로 멀지 않았어.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메르시는 하나의 부상도 신경 쓰이고 마침 일도 빨리 끝나서 할 일이 없기에 하나를 부른 거였어.


하나는 박사님 덕분에 살았어요. 아휴 친척들이 얼마나 잔소리를 하는지… 하면서 메르시랑 이야기를 나눴지.

그런데 하필 그 카페에 들린 친척 오빠(오지라퍼)가 메르시를 보더니만 엇 이분이 네 애인 아니냐고 묻는 거야.


아니라고 발뺌하기도 전에 '금발에 미인에 키도 크고, 맞구만! 데리고 왔으면 소개하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하면서 메르시한테 다가가서 막 인사를 하는 거야.


메르시는 하나의 친척이라며 자기를 소개한 남자가 집으로 모신다고 하니깐 얼떨결에 하나네 집으로 향했지.

메르시는 하나가 안절부절 못하고 자기 눈을 막 피하는 거 보고 애가 무슨 일을 벌렸구나 싶은데 오지라퍼 친척 오빠가 주절주절대는 거야.

하나가 이런 애가 아닌데, 애인분 칭찬을 얼마나 늘어놓던지 다들 얼굴을 궁금해하는 중이라고.


하나는 얼굴 시뻘개져서 아니 박사님 그게 사실은… 하는데 메르시는 여기서 아니라고 하면 하나가 많이 창피해질 걸 아니까 그냥 말을 맞춰주기로 해.

뭐 어차피 한국에 다시 들릴 일도 없을 거고 이미 상황에 휘말렸는데 정색하고 빠져나가기도 그렇잖아.


아무튼 친척집에 도착했는데 다들 메르시를 보고 놀란 거야.

사촌들은 그래도 젊어서 생각이 깨어 있으니까 하나의 애인이 여자라고 해도 별 거부반응이 없었지만 나이 많은 어른들은 거부감이 좀 있지. 그래도 아예 노답 인성은 아니라서 대놓고 뭐라고는 안 하는데 얼굴이 좀 탐탁찮은 거.


그래도 하나네 부모님은 메르시가 워낙에 예쁘니깐 흐뭇해하면서 역시 내 딸 눈이 높아! 라며 이것저것 먹을 것을 권하지.


메르시는 배가 고프지는 않았는데 하나네 부모님이 자기 생각해서 챙겨주니깐 좀 먹다가, 눈치 빠른 하나가 얼른 알아채고 아 박사님 아까 저녁 드시고 왔단 말이에요! 하면서 말리는데 그걸 보고 또 부모님은 아유 벌써부터 애인 챙기는 것 좀 봐 이러고.

그때 심술 많은 한 친척 어른이 그러는 거야.


거 둘 다 여잔데 결혼은 할 수 있겠소?


이러니까 (하나가 옆에서 실시간 통역. 영어 잘 하는 사촌들도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말 그대로 전하는.중) 메르시가 잠시 생각하더니


좋은 만남을 이어가다보면 당연히 결혼할 수 있지요. 라고 했지.


애초에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뭔가 여지가 있는 듯한 발언에 혼자 망상이 폭주한 하나는 얼굴이 또 시뻘개지고, 언제나 당찬 하나가 저렇게 쑥쓰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그래 둘이 잘 어울린다 잘 사귀어라, 하고 저녁 타임은 끝이 났어.


메르시가 식사 후 돌아가려는데 자고로 사위(?)와는 술잔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친척 어른들의 부추김에 의해 술자리가 마련됐어. 하나는 진짜 제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이 계속되니까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고, 메르시는 하나의 그런 모습을 보니 차마 거절할 수가 없는 거야.

하나의 그런 모습이 귀여워보이기도 했고.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 오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 하나네 부모님은 메르시가 생각보다 엄청 잘난 사람인 걸 알고 기뻐해. 그러면서 우리 하나 잘 부탁하네, 이러니까 메르시는 웃으면서 알겠습니다, 이러고.


밤이 깊어서 이제 슬슬 호텔로 돌아가고 싶은데, 하나네 부모님이 하나가 애인을 데려온 건 처음이라면서 귀한 손님이니까 자고 가라는 거야.

괜찮다고 사양하는데, 하나네 부모님이 제대로 대접도 못했는데 그냥 가면 서운하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자고 가게 되지.


하나의 방에서 자고 가게 됐어. 메르시를 먼저 씻게 한 뒤, 박스티랑 트레이닝복 바지를 건네줬어. 메르시가 씻고 나왔는데 박스티는 딱 핏이 맞고 다리 기장이 좀 짧은 거야. 물기가 떨어지는 메르시를 보고 다시 얼굴이 달아오른 하나는 씻고 오겠다며 방 구경이나 하시라고 말한 뒤 후다닥 방을 나섰지.


메르시는 오버워치에 있는 다소 휑한 하나의 숙소에 비해 화려하고 이것저것 잔뜩 뭐가 있는 방이 신기했지. 이것저것 쳐다보고 구경하고 있는데 책장에 앨범이 보이는 거야. 열어봤더니 세상 귀여운 어린 애 사진이 잔뜩 있는 거지.


깨물어주고 싶게 귀엽게 생겨서 한참을 구경하고 있는데 하나가 드라이기를 들고 돌아왔어. 앨범을 보는 메르시를 보고 옆에 앉아서 이건 이때 찍은 거고 저건 저때 찍은 거고 설명을 해주다가 머리 말려야하지 않겠냐고 드라이기를 내밀지.


하나는 내심 자기가 말려주고 싶었는데 그럴 사이는 아니라서 주섬주섬 이부자리를 펴는데 메르시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에 막 가슴이 울렁거리는 거야. 자기도 똑같은 샴푸를 썼는데 메르시에게서 나는 향이 훨씬 더 마음에 들고 괜히 가슴이 뛰고…


머리를 말리니깐 자정이 거의 다 됐어. 하나는 메르시가 피곤할까봐 어서 자자고 하고서는 침대를 권했지. 자기는 바닥에서 자려고 말이야. 그런데 메르시가 보기에는 바닥에서 자는 게 너무 불편해 보이는 거야. 안 그래도 부상 입은 애가 침대를 양보하니깐 메르시는 자기가 바닥에서 자겠다고 옥신각신하다가, 하나네 부모님 깨시겠다면서 그냥 같이 침대에 자자고 하지.


하나는 그렇게 되면 자기가 잠 못 들게 뻔한데 메르시 옆에서 잘 기회가 또 언제 있겠냐는 생각에 같이 자리에 누웠어. 근데 막 메르시에게서 좋은 냄새도 나고 살짝 살짝씩 닿는 체온 때문에 죽겠는 거야. 또 얼굴에 열이 올라서 마른침만 삼켜다는데 메르시는 하나의 상태를 금방 알아차렸지.


자기보다 한참이나 어리고 예쁜 애가 뭐 때문에 저를 이렇게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마침 술도 마셨겠다 저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애가 너무 귀엽게 보이는 거지. 하나가 자기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 그 마음이 예뻐보이기도 하고, 귀엽게도 보이고. 그래서 좀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야.


하나 양, 왜 제가 하나 양의 애인이라고 말한 거예요?


그러니까 하나가 완전 쩔쩔매면서 박사님 사실 친척들이 너무 잔소리를 해대길래 애인이 있다고 말을 먼저 해버렸는데 생각나는 게 박사님뿐이라서 그렇게 말해버렸어요 죄송해요 ㅜㅜ 하는 거야. 메르시는 짓궂은 마음에 그래서 저한테 거짓말을 시킨 거네요? 저 거짓말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하니까 하나가 쭈구리가 돼서 미안하다고 말하려는데, 메르시가 불쑥 말했어.


그러니까 거짓말을 사실로 만들어 볼래요?


술김에 하나가 너무 예뻐 보여서 한 말이었는데, 진심이 아닌 건 아니지만 또 이게 거의 충동적으로 한 말이었지. 그런데 하나는 폭탄발언 후 뒤늦게 내적갈등에 휩싸인 메르시의 속내를 모르고 어버버버 하다가 박사님 사랑해요 ㅜㅜ 하면서 달려들어서 볼에 입을 맞추는데 애가 너무 깜찍하게 구니까 메르시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하지. 그리고는 씩 웃으면서 키스는 입에다 해야죠 하고서 딥키스를 했고…



그리고 하나는 이튿날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오른손 손가락 깁스를 다시 해야 했답니다 ㅇㅇ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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